구글 TPU에 대한 과소평가
10월 24일, 제가 구독 중인 모닝스타가 알파벳의 가치 평가를 기습적으로 업데이트했습니다. 6일 후면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데 굳이 그 전에 가치 평가를 새롭게 업데이트한 것은 제가 지금껏 지켜본 바, 이례적이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주당 $237 이었던 구글의 적정 가치를 $300으로 27% 파격 인상해버렸습니다. 그리고 6일 뒤 알파벳의 25년 3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 모닝스타는 적정 가치를 추가로 $40 더 인상하며 주당 $340으로 평가했습니다.
모닝스타는 기업의 경제적 해자를 평가의 핵심에 두는 기관이기 때문에 기업의 가치를 파격적으로 인상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기관에 비해 보수적인 편에 가깝죠. 따라서 알파벳에 대한 이번 업데이트는 주목할 만합니다.
저는 약 2년 전부터 알파벳 주식을 쌓아서 지금은 제 시드의 약 30% 금액이 투자되어 있습니다. ETF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 커집니다. 이렇게 저에겐 중요한 기업이기 때문에,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분석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TPU는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있었을까
TPU는 Tensor Processing Unit의 준말로, 쉽게 말하면 AI 모델이 학습하고 추론하는 데에 필요한 연산(행렬 곱셈과 같은)에 특화된 프로세서입니다. '특화된', 이라는 말이 중요한데, 이는 GPU가 '만능, 범용성' 으로 대표되는 반면 TPU는 '특화, 효율' 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글을 위해서는 이 정도만 이해하면 충분합니다.
구글은 2016년부터 TPU를 설계 후 외주 생산하여 AI 모델을 학습하는 데에 자체적으로 사용해왔습니다. 또한 구글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이하 GCP)는 엔비디아의 GPU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생산한 TPU를 함께 사용합니다.
(TPU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유툽 클립에서 참고 가능합니다)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도 자체 AI 칩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구글이 그들보다 경험, 역량 면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24년 9월 데이터, The Futurum Group)
고백하자면, 저는 그간 구글의 TPU를 과소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구글 클라우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자체 AI 모델을 돌리는 데에 사용하는 추론 칩 정도로만 취급했습니다. ASIC이기 때문에 범용성도 없고, '이걸 팔아서 매출을 키울 게 있을까' 라고 의심했기 때문에 가치 평가 시 TPU는 매출 드라이버로 고려한 적이 없습니다. 단, 비용 효율에 특화된 ASIC의 장점을 살려서 GCP의 마진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감은 있었습니다.
참고로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이란 설계 단계부터 행렬 연산이라는 특수한 동작에 특화되어 설계된, 간단히 말하면 '학습과 추론' 에만 특화된 맞춤형 칩입니다.
이제 아래로 모닝스타가 10/24에 파격적으로 구글의 가치를 업데이트한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모닝스타가 내세운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1) 앤트로픽과 구글의 클라우드 파트너쉽 계약
WSJ: Anthropic Expands Google Cloud Partnership to Access 1 Million Chips
이 계약의 핵심은 앤트로픽이 GCP를 통해 구글의 TPU를 최대 100만 개까지 사용한다는 것
구글은 이 계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
"앤트로픽이 TPU 사용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들이 수년 동안 TPU를 사용하면서 확인한 탁월한 가격 대비 성능과 효율성을 잘 보여줍니다."
즉, '써보니 확실히 좋더라' 라는 경험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한 공급 확대 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2) 나노 바나나의 확산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커져가는 제미나이의 확장
오늘의 주제는 아니니 언급만 하고 지나갑니다.
구글의 주주라면 아마 1번 계약 소식을 들으셨을겁니다. 저는 이를 '구글 클라우드의 또 다른 성공적인 계약' 정도로만 해석했습니다. 최근 GCP 관련 계약 소식이 유독 많았기 때문에 이 뉴스가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모닝스타는 이 계약을 단순히 엔트로픽과 구글의 관계로만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작년의 애플, 올해의 OpenAI에 이어 앤트로픽까지 TPU로 AI 모델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이제는 TPU의 존재감을 충분히 수용할 만하다고 평가합니다.
모닝스타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AI 기업들이 비용 최적화를 위해 멀티클라우드(e.g. AWS + GCP)로 시스템을 가동하는 체제가 일반화된다는 의미. 즉, 클라우드 서비스 후발주자였던 구글에게 점점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라는 신호.
2. 앤트로픽의 다른 경쟁사들로 하여금 추론 칩에 대한 다양성을 고려하게 만드는 시작점으로서의 의미. 특히 비용 효율을 개선하려는 기업이라면 TPU에 대해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음.
3. 초기에 GCP 내부 운영 효율 극대화를 위해 생산했던 TPU였지만, 이제는 클라우드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음. 이 TPU의 매력도는, 커져가는 구글의 AI CapEx를 커버해주는 '기대하지 않았던' 보너스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
모닝스타는 이 추측을 기반으로 다음과 같이 진단합니다.
앞으로 5년 간, 구글은
연 평균 13% 매출 증가가 가능하다 (기존 추정에 비해 1~2% 상승)
그 중 GCP는 TPU의 존재감이 더해져 연 평균 34% 매출 증가가 가능하다 (기존 추정에 비해 4~6% 상승)
GCP 마진율 개선으로 인해 구글 전체 마진율이 상승할 수 있지만, 추후 돌아올 감가상각 비용으로 인해 전체적인 마진율은 결국 지금과 5년 후가 유사할 것이다.
EV/EBITDA 멀티플 25배를 부여할 수 있다.
젠슨 황의 태도 변화
구글 TPU의 초기 시절 (2017년), 젠슨 황 CEO는 TPU에 대해 '걱정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