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문명을 녹이다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예고도 없이 몇 주간 휴재를 했습니다. 기다리셨던 분들께 죄송합니다.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ㅠ.ㅠ
5월 중순, 봄이 갑작스레 떠나고 여름이 성큼 다가옵니다.
이젠 정말 봄이 없는 것 같네요.
갑작스럽게 여름이 다가오면 제 전두엽을 강타하는 것은 아이스크림입니다.
저는 여름이면 3일 1통의 정신으로 호두마루와 투게더를 끼고 삽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름맞이 특집으로,
아이스크림이 어떻게 역사와 문명을 바꿨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고대의 냉기, 문명의 권력
조선의 석빙고(石氷庫)는 단순한 얼음 창고가 아니었습니다.
위치 선정, 단열 구조, 공기 흐름까지 고려된 그 구조는
왕실 전용 프리미엄 냉장고에 가까웠습니다.
이곳에 저장된 얼음은 왕과 고위 관료 등 지배계층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얼음을 부숴 먹거나 병풍처럼 두르며 더위를 피하는 모습은 곧 권위의 상징이었고,
얼음의 흐름을 통제하는 자가 곧 권력을 쥐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비단 조선만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고대 페르시아부터 로마, 중세 유럽에 이르기까지
냉기와 얼음은 오랫동안 귀족과 제국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소금이 제국을 만들었고, 후추가 항로를 만들었다면,
얼음은 문명과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얼음의 진화 – 야흐찰과 알렉산더의 눈덩이
기원전 400년 페르시아의 야흐찰(Yakhchāl)은
사막 한복판에서 얼음을 저장했던 혁신적인 냉동기술이었습니다.
이란의 전통 디저트인 팔루데(Faludeh)는 이 야흐찰덕분에 가능했죠.
페르시아의 냉동고인 야흐찰(좌)과 전통 디저트 팔루데(우)
기원전 300년경, 알렉산더 대왕은
전쟁 중에도 꿀과 과즙으로 만든 얼음 디저트를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최고의 권력자도 더위는 견딜 수 없었나 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얼음 디저트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파라오도 람세스 아이스크림… 구글로 검색하시면 곤란합니다.
배는 버려도 아이스크림은 못버려
일본과 태평양 전쟁을 치루던 2차 세계대전 시절,
미 해군은 전선의 병사들에게 사기를 주기 위해 아이스크림 보급 바지선들을 띄웠습니다.
콘크리트로 만든 이 배는 군함임에도 오직 아이스크림 제조만을 위해 건조되었고
시간당 1,500갤런, 하루 약 5.7톤의 아이스크림을 생산했습니다.
전설의 일화가 있습니다.
1942년 5월, 일본군의 공격으로 침몰 직전에 놓인 항공모함 USS 렉싱턴에
퇴함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승무원들이 퇴함(退艦)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준(準)사관 한 명이 도끼를 들고
냉동고를 향해 달리며 소리쳤습니다.
“냉동고 안에 아이스크림이 남아 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수병들도 즉시 준사관에게 힘을 보탰습니다.
침몰하고 물이 차오르고 있는데도 이들은 목숨을 걸고 아이스크림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으며
이윽고 갑판으로 올라와 전우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줬습니다.
처음에는 종이컵에 아이스크림을 담아 나무 숫가락까지 함께 공급했지만
물량이 떨어진 다음에는 그냥 철모(방탄모) 안에 아이스크림을 담아주었고
병사들은 구조선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마지막 한입까지 나누어 먹었습니다.
배는 포기할 수 있어도, 아이스크림만은 포기할 수 없었던 감동적인(?) 기록은
지금도 텍사스 코퍼스크리스티의 해군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USS Lexington class aircraft carrier / 1942년 5월 8일 침몰
매우 유명한 파일럿 아이스크림 홀릭 사진
냄새가 난다, 돈냄새가
당시 아이스크림 바지선에서 일하던 두 명의 젊은 수병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아이스크림에 환장하던 병사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킁카킁카… 냄새가 나는걸? 돈 냄새가!”
그들의 이름은 ‘버트 배스킨’과 ‘어브 라빈스’.
전역 후 각자 아이스크림 가게를 차려 폭발적으로 성장하였고
곧 하나로 합쳐져 배스킨라빈스 31이라는 전설 되었습니다.
한 달 31일 내내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는 것이 그들의 모토였습니다.
배스킨라빈스는 세계 35개국에 점포를 운영하는 세계 1위의 아이스크림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배스킨 라빈스의 공동 창업주인 버트 배스킨(사진 왼쪽)과 어브 라빈스(사진 오른쪽)
둘은 사업확장과 별개로 잦은 아이스크림 섭취로 인해 당뇨와 고혈압으로 고생했고
버트 배스킨은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배스킨의 사인은 심장마비였지만 사망 당시 그의 몸무게는 100kg이 넘는 고도비만이었고,
이 광경을 지켜본 배스킨의 조카이자 어브 라빈스의 아들 존은
그 후 아이스크림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시 Too much love will kill you.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