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 이 구역 미친놈은 나야!! (下)
바다의 깡패, 남극의 일진 아델리 펭귄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한 주 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주말에 책들이 잔뜩 왔습니다.
추석연휴 때 읽고 싶던 책들을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와서 참 기쁘더군요.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저를 보고, 제 삶이 담백하게 잘 익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글을 마친 후 언제나처럼 추석 동안 읽기 좋은 책을 소개한 후 긴 휴가를 떠납니다.
아마 매우 개인적인 기준에서 선정한 책들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 시간에는 아델리펭귄의 파탄적 성격과 행동부터 크릴새우 어업으로 인한 녀석들의 식단 변화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거대 기업에 대한 분석과 자원을 둘러싼 갈등까지 다루며 마무리하겠습니다.
펭귄 똥에서 시작한 2차적 사고의 여정을 함께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출발합니다. 빠라바라바라밤.
7. 분홍색 똥의 비밀
‘구아노(Guano)’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구아노란 바닷새, 박쥐, 해양동물 등의 축적된 유기 배설물이 수천~수만 년 동안 퇴적, 응고되어 만들어진 ‘돌’입니다. 한낱 돌멩이에 불과한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실은 인류의 미래를 쥐고 있는 열쇠입니다.
구아노는 ‘인광석(燐鑛石, phosphate rock)’이라고도 불리는데, 질소와 인산염이 풍부한 천연비료로써 19세기 유럽에서는 '하얀 금'으로 불릴 정도로 경제적 가치가 높았으며, 21세기 들어 전지구적 인구폭증과 식량위기 등을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펭귄 똥은 핑크색
아델리 펭귄의 배설물도 구아노의 일종으로 다른 조류의 그것과는 달리 분홍색을 띠고 있는데 이는 크릴새우에 들어있는 '아스타잔틴(Astaxanthin)’이라는 색소 때문입니다. 이 색소 때문에 위성에서도 아델리펭귄들의 서식지를 쉽게 관측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아스타잔틴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숨겨진 보석입니다. 눈 건강 영양제의 성분표에 "루테인, 지아잔틴, 아스타잔틴"이라고 적힌 그 아스타잔틴이 바로 아델리펭귄의 주식인 크릴새우에서 추출한 것입니다.
최고의 성분 아스타잔틴
예전에는 빨강, 주황, 노랑, 녹황색 과일과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주목받았습니다. 베타카로틴은 인체 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시각 기능 지원, 피부 건강,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며, 특히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해 노화 방지와 자외선 손상 보호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의 연구를 통해 베타카로틴이 흡연자의 폐암 위험을 증가시키며 고용량을 장기간 복용 시 피부가 주황색으로 변하는 '카로티노이드증(carotenodermia)'과 과다 복용 시 일부 간 기능 장애나 소화기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목받게 된 것이 바로 루테인과 지아잔틴, 그리고 아스타잔틴입니다.
항산화 물질 중 하나인 아스타잔틴은 눈의 안쪽까지 직접 도달하여 눈의 피로 개선 효과가 뛰어난 성분인데, 기존 항산화제와는 다른 구조로 강력하게 세포를 결합하여 세포막의 탄력성을 증대시키고 활성산소를 방어합니다. 또한 비타민C보다 6,000배 이상의 효과를 가진 항산화제로써 눈 건강뿐 아니라 신체의 질병과 노화를 막는데도 효과적인 성분입니다. 하루 5mg의 아스타잔틴을 한 달 동안 섭취한 결과, 눈의 피로가 54% 감소했으며, 눈의 초점 조절 능력이 개선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각종 전자기기 사용으로 인해 눈의 피로를 호소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성분이기에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루테인/지아잔틴이 주성분인 눈 건강 영양제에 보조성분으로 추가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안연구소(NEI) 주관으로 수행된 대규모 임상연구에 따르면(AREDS) 루테인 10mg + 지아잔틴 2mg+ 아스타잔틴 6mg의 조합이 가장 높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크릴에서 추출한 천연 아스타잔틴은 합성 제품보다 뛰어난 생체 이용률을 자랑합니다. 이는 크릴오일에 함유된 아스타잔틴이 오메가-3 인지질과 결합되어 세포 내 흡수율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눈 건강 영양제를 구입하실 때 아스타잔틴이 들어있는지 확인하세요.
덕왕은 닥터파이토 제품을 먹습니다 (광고 아님 / 내돈내산)
크릴 전쟁
이렇게 대단한 보물을 두고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을 리 없습니다. 2025년 기준 글로벌 건강식품(health/wellness foods) 시장 규모는 약 9,000억 달러 내외로 추산되며 2030~203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8 ~10% 내외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 중 건강식품(건강보조제/식이보충제) 분야가 전체 시장의 약 30~40% 내외를 차지하는 가운데 아스타잔틴의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19억~28억 달러로 향 후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는 ‘핫’한 분야입니다.
이 때문에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아케르 바이오마린(Aker BioMarine)이 크릴 오일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네덜란드의 DSM(현재 DSM-Firmenich), 일본의 후지케미컬, 미국의 사이아노테크(Cyanotech) 등이 천연 아스타잔틴 생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하고 넘어갈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투자자인데 생태계 최강자를 살펴보고 넘어가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찍먹해보겠습니다.
8. 크릴계 최강자 AKER BIOMARINE
크릴 회사에 투자하면 대박 날까?
Aker BioMarine은 2006년에 노르웨이 Aker Group에서 분리되어 독립한 생명공학 및 해양 자원 기업으로써 세계 크릴 어획량의 약 70% 이상을 점유하는 압도적인 글로벌 1위의 크릴 원료 공급기업으로 강력한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독특한 기술인 *Eco-Harvesting을 활용해 남극에서 지속 가능하게 크릴을 어획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 식품원료, 수산용 사료 등 다양한 크릴 기반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Eco-Harvesting: 크릴새우를 지속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으로 어획하는 Aker BioMarine만의 독자적인 트롤링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크릴새우만 통과하도록 설계된 매우 미세한 그물망을 사용하기에, 크릴 이외의 다른 해양 생물(부착 생물, 어류, 포유류)의 혼획(by-catch)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크릴을 망에 넣어 끌어올리지 않고, 물과 함께 부드럽게 펌핑하여 선상으로 옮기기 때문에 크릴이 부서지거나 소중한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 신선한 상태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의 궁극적 목적은 해양 생태계 보호 및 비목적 수산 자원의 혼획 감소이며, 남극 주변 생태계와 해양 자원 보호에 중점을 둔 혁신적 어획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지속가능한 어업 인증(MSC)도 획득하였습니다.
ECO Harvesting
Aker BioMarine은 크릴 어획용 선박 3척 및 보급선 1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 생산시설로는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연간 1,200 톤 규모의 크릴오일 가공 공장이 있습니다. 주식은 노르웨이 오슬로 증권거래소(Oslo Stock Exchange, OSL)에 상장되어 있으며 티커는 ‘AKBM.OL’입니다.
재무분석, 숫자로 보는 속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아스타잔틴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공급하는 회사라니! 여기까지 보면 참 전도유망해 보입니다. 하지만 순순히 매수버튼을 누를 덕왕이 아닙니다. 물론 오슬로 증권거래소라 매수할 수도 없습니다만 순수한 호기심은 덕왕으로 하여금 재무제표를 씹고 뜯고 맛보도록 이끕니다.
현재 주가와 재무제표를 간단히 분석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찾았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갑자기 순이익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입니다. 이익의 증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면 그 이익이 일회성인지 아니면 지속적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이익이 지속적이라면 주가는 합리화될 수 있지만 일회성 이익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면 매우 고평가 되어 있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재무상태표를 보니 자산과 부채가 한꺼번에 줄었습니다. 현금흐름표도 살펴보니 2024년에 투자활동현금흐름은 크게 증가했고 재무활동현금흐름은 크게 마이너스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이 본격적인 기업분석이나 재무회계시간은 아니지만 이해를 위해 짧게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TMI: 재무제표 실력 업그레이드의 첫걸음, 현금흐름표
기업의 재무제표는 흔히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재무상태표로 나뉩니다. 이중 기업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손익계산서지만 이 것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기업이 외상으로 판 경우 매출로는 잡히지만 실제 현금은 들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상으로 팔아서 나중에 받을 돈을 근사한 재무제표 용어로 ‘매출채권’이라고 하는데, 이 매출채권이 많을 경우 흑자도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업에 현금이 잘 돌아가는지, 갑자기 닥친 경제위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현금이 풍부한지 확인하려면 반드시 현금흐름표를 확인해야 하며 아래와 같이 3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Cash Flows from Operations: CFO):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현금흐름으로 순이익에서 감가상각비(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와 운전자본(Working Capital adjustments)등을 조정하여 더하므로 대게 순이익보다 크게 잡힙니다.
투자활동현금흐름(Cash Flows from Investing: CFI): 기업이 영업활동을 위해 유형, 무형자산에 투자하는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흔히 Capex라고도 불립니다. 공장을 짓거나 회사를 인수할 경우 현금이 나가므로 이때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가 되며, 공장이나 사업부를 매각할 경우 돈이 들어오므로 이 경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플러스가 됩니다.
재무활동현금흐름(Cash Flows from Financing: CFF): 기업이 돈을 빌리면 유입이므로 플러스, 돈을 갚으면 유출이기에 마이너스로 표시됩니다. 기업이 유상증자를 할 경우에도 주주들로부터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때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유입인 플러스로 잡힙니다.
이 정도 알고 다시 아래의 현금흐름표를 보겠습니다.
operating: 영업활동현금흐름 / investing: 투자활동현금흐름(Capex) / financing: 재무활동현금흐름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2024년에 자산과 부채가 같이 줄어들었는데, 현금흐름표를 보니 같은 해에 뭔가를 팔아서 돈이 들어왔고(붉은색), 누군가에게 빚을 갚았기 때문에 돈이 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록색)
보통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줄었다면, 십중팔구 팔아서 빚을 갚았다는 뜻입니다. 뭔가 냄새가 나는군요. 이 기업이 당근을 했는지 추가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2024년 순이익 증가의 비밀
Aker BioMarine의 재무제표를 뜯어보니 2024년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사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