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경이로움을 좇다 (中)

별 헤는 밤, 경이로움을 좇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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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2025.11.03조회수 47회

별 헤는 밤, 경이로움을 좇다 (中)

겸손과 호기심으로 써 내려온 인류의 우주 서사시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지난 시간,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선언한 1543년부터, 암흑물질의 존재를 발견한 1933년을 지나 우주에 사는 생명체의 숫자를 추청한 드레이크 방정식까지 긴 여정을 함께 했습니다. 

오늘은 이야기의 두 번째 시간으로, 197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의 인류의 우주를 향한 여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3. 지구 밖으로 망원경이 올라가다 (1970년~현재)

우주망원경 하면 거의 대부분 허블 우주망원경을 떠올리며,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까지 알지만 사실 우주망원경은 꽤 많습니다. 1970년 이후 90개 이상의 우주망원경이 발사되었으며, 현재 약 26개가 가동 중입니다. 가시광선부터 감마선부터 적외선, 그리고 전파까지 8개 파장 영역을 커버하며 지구와 우주를 365일 24시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호기심을 넘어 관음증이라 할 만합니다. 왜 굳이 망원경을 우주로 쏘아 올릴까요? 지상 망원경도 충분히 크고 강력한데 말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지구의 대기가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대기는 우리를 보호하는 고마운 존재지만, 천문학자들에게는 관찰에 방해만 되는 흐린 유리창과 같습니다. 빛이 굴절되고 흔들리고 일부는 아예 흡수됩니다.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는 것도 사실은 대기의 요동 때문입니다. 별 자체는 반짝이지 않습니다.

선생님 거짓말쟁이!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 했잖아요?


허블 우주망원경(1990년 발사~현재): 2.4미터 주경을 가진 허블은 30년 이상 운영되며 천문학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처음 발사되었을 때는 참사였습니다. 렌즈에 결함이 있어서 흐릿한 이미지만 나왔고, 언론은 "10억 달러짜리 실패작"이라고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1993년 우주왕복선 승무원들이 우주에서 수리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후 허블은 우주 나이 측정(138억 년), 암흑에너지 발견, 은하 진화 연구 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1995년 찍은 '허블 딥 필드' 사진은 손톱 크기만 한 하늘 영역을 10일간 노출하여 3,000개 이상의 은하를 담았습니다. 각각의 은하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있습니다. 우주의 광대함을 실감하게 한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허블은 외계행성 대기 프로파일 연구의 선구자이기도 합니다. 2001년 HD 209458b에서 나트륨을 최초로 검출하여, 수십 광년 떨어진 행성의 대기 구성을 알아낼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1시부터 시계방향으로, 독수리 성운 창조의 기둥 / 허블 울트라 딥필드 / 솜브레로 은하 / 황소자리 게성운



찬드라 X선 천문대(1999년~현재): X선으로 블랙홀, 초신성 잔해, 은하단 등을 연구합니다. X선은 대기에 완전히 흡수되기 때문에 반드시 우주에서 관측해야 합니다. 찬드라는 인도 천체물리학자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블랙홀 주변의 뜨거운 가스(수백만 도)가 내는 X선을 관측하여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하고 질량을 측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스피처 우주망원경(2003-2020): 적외선으로 먼지에 가려진 은하, 별 형성 지역, 외계행성 대기를 연구했습니다. 적외선은 먼지를 투과할 수 있어서 가시광선으로는 볼 수 없는 영역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마치 X선이 우리 몸을 투과해서 뼈를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2009-2018): ‘통과 측광법(Transit photometry)’으로 2,600개 이상의 외계행성을 발견했습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별빛이 약간 어두워지는 것을 감지하는 방법입니다. 케플러는 15만 개의 별을 동시에 모니터링하며 9년간 하늘을 응시했습니다. 단일 임무로는 인류 역사상 최다 행성 발견 기록입니다. K2 미션으로 연장 운영되었으며, 현재는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가 그 임무를 이어받았습니다.

밝기 변화를 통해 행성을 발견하는 통과측광법 (Transit photometry)



플랑크 위성(2009-2013): 우주배경복사(CMB)를 전례 없는 정밀도로 관측하여 우주 나이를 13.787±0.020억 년으로, 우주 구성을 암흑에너지 68.3%, 암흑물질 26.8%, 일반 물질 4.9%로 결정했습니다. 빅뱅 38만 년 후의 빛을 측정하여 우주의 '베이비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2021년 발사~현재): 현 지구 1 대장으로써 금으로 코팅된 6.5미터의 주경을 가진 적외선 망원경이며, 허블의 공식 후계자입니다. 지구에서 150만 km 떨어진 라그랑쥬 L2 지점(우주세기 건담에 나온 바 있습니다)에 위치하며 테니스 코트 크기의 썬실드(sunshield)로 -233°C의 초저온을 유지합니다.


라그랑쥬 L2 지점은 지구-태양 사이의 중력 균형점으로, 지구와 태양을 동시에 등지고 있어서 태양 빛과 열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마치 해와 달이 일직선상에 있어서 일식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적외선 관측에는 극저온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 위치가 완벽합니다.



JWST는 초기 우주, 은하 형성, 외계행성 대기 연구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023년 외계행성 WASP-39b 대기에서 CO₂와 SO₂를 검출했고(CO₂는 외계행성 최초, SO₂는 광화학 반응의 증거), 134억 년 전 은하를 관측했습니다. 이것은 빅뱅 후 6억 년 만에 형성된 은하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은하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발견은 기존 은하 형성 이론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K2-18b에서는 메탄, CO₂, 수증기를 발견했는데, 이 관측을 분석한 결과 풍부한 수소의 대기와 물로 된 액체 바다인 '하이시안(Hycean)'을 가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수소와 물이라니! 혹시 생명이 있을까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JWST는 오늘도 관음증 환자처럼 뚫어져라 쳐다보며 행성들을 스토킹하고 있습니다.


우주망원경은 대기의 한계를 극복하고, 파장별로 다른 우주 과정을 드러냅니다. 허블과 JWST는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며 우주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허블이 가시광선과 자외선에 강하다면, JWST는 적외선에 특화되어 있어서 함께 사용하면 우주의 전체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도구들은 우주의 비밀을 풀어가는 인류의 눈입니다.


이처럼 대단한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일단 아무나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JWST의 건조에는 애초 예상했던 10억 달러의 10배가 넘는 110억 달러(13조 원)가 투입됐습니다.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이 NASA와 함께 제작과 발사에 함께 참여했는데, NASA가 97억 달러, 유럽우주국이 8억 달러, 캐나다우주국이 2억 달러를 부담했습니다. 이후 참여 정도에 따라 유럽 천문학자들은 전체 관측 시간의 15%를, 캐나다 천문학자들은 5%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임스웹은 AS가 불가능합니다. 설계 수명은 최소 5년으로써 NASA는 10년까지는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고장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먼 라그랑쥬 포인트로 수리기사를 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허블우주망원경은 발사 직후, 중대한 오류가 발생하여 우주왕복선으로 AS기사를 보내 수리는 물론 장비 업그레이드까지 진행한 대단한 역사가 있습니다. 제임스웹 발사를 바라보는 세계 천문학자들의 가슴엔 부푼 희망과 함께 걱정과 부러움 등이 뒤섞여 있습니다.

JWST가 인류에게 선물한 장면들 (1시부터 시계방향): 창조의 기둥 / 고리성운 / 제임스웹 울트라 딥필드 / 슈테판 5중주



TMI: 오리가미(종이접기) 기술이 총동원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자동차 속 에어백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 모두 임무를 수행하기 전까지는 접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에어백은 차량 내부에, 제임스 웹 망원경은 로켓 안에 접어 넣지요.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접을 수는 없으니, 바로 종이 접기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오리가미(Origami)’는 일본어 '오리(おり, 접다)'와 '카미(かみ, 종이)'가 합쳐진 말로, '종이접기'를 뜻하며,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단어입니다. 



종이접기는 단순히 동서남북 놀이나 두근두근 내 마음 전해보려 접어보지만 효과 없고 손만 아픈 천 마리 종이학을 접는 것 이상의 활용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 우주 과학과 공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종이접기를 접목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의외의 성과를 보인 분야가 우주 과학입니다.



우주 과학에 종이접기를 최초로 도입한 사람은 일본의 천체물리학자 ‘미우라 코료(Miura Koryo)’ 박사입니다. 그는 우주 미션을 수행할 장치의 부피와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접기 기술에 주목하여 네모난 면의 반대편 두 모서리를 잡아당기면 쉽게 펼칠 수 있도록 종이접기 패턴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평평하고 넓은 면을 아주 작게 접을 수 있어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이 패턴은 비단 첨단 우주과학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활용도가 높아 ‘미우라 패턴(Miura Pattern)’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우주 과학에 종이접기를 최초로 도입한 미우라 코료(Miura Koryo) 박사


1995년 드디어 미우라 패턴으로 접은 태양열 전지판을 갖춘 위성이 발사되어 성공적으로 태양열 전지판을 활짝 폄으로써 종이접기의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JWST도 미우라 패턴처럼 접어서(혹은 구겨서) 발사했고 라그랑쥬 L2포인트에서 성공적으로 장치를 펼쳤습니다.




14. 화성과 얼음 위성에서 물을 찾다 (1971-2024년)

화성의 물 발견

1971년, 마리너 9호가 화성 궤도에 진입하여 과거 강과 침식 지형을 관측하였습니다. 이것은 화성에 한때 액체 물이 흘렀다는 직접적인 증거였습니다. 마리너 9호가 도착했을 때 화성 전체가 거대한 먼지 폭풍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몇 달을 기다린 끝에 먼지가 가라앉고 거대한 계곡, 화산, 그리고 물이 흘렀던 놀라운 흔적들이 드러났습니다.


1976년, 바이킹 1호와 2호가 화성에 착륙하여 토양에서 0.8%의 물을 확인하고, 계곡 네트워크를 발견하였습니다. 화성 극관의 계절 변화는 이산화탄소가 얼었다 녹았다 하기 때문입니다. 북극관은 주로 물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고, 남극관은 일부 이산화탄소를 포함합니다.


2015년, NASA는 RSL(Recurring Slope Lineae, 반복되는 경사면 선형 무늬)이 계절에 따라 나타나고 사라지는 염수 흐름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여름철 따뜻한 경사면에서 어두운 줄무늬가 나타났다가 겨울이 되면 사라지는데, 이것이 소금물이 흐른 흔적이라는 것입니다. 소금물은 순수한 물보다 어는점이 낮아서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RSL (Recurring Slope Lineae) on Mars


2024년에는 2022년 임무를 종료한 인사이트(InSight) 착륙선이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화성 중간 지각(깊이 11.5-20 km)에 액체 저수지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화성 물 순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으며 현재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Rover)와 큐리오시티(Curiosity Rover)가 화성의 고대 물 환경과 미생물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화성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젖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화성 탐사계의 자강두천

 


목성과 토성 위성의 물 발견

1989년, 보이저 2호가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에서 질소 간헐천과 얼음 화산을 발견하였습니다. 이것은 외행성 위성에서 활발한 지질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초기 증거였습니다. 트리톤은 태양계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235°C)인데도 불구하고 활화산이 있었습니다.


2005년, 카시니 탐사선이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남극에서 물 분출을 관측하여 지하 바다의 존재를 시사하였습니다. 카시니의 INMS(이온 및 중성 질량분석기)가 물, 메탄, 암모니아를 검출하였고, 2017년 수소를 발견하여 열수 활동(hydrothermal activity)을 입증하였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지구의 심해 열수 분출구 주변에는 태양 빛 없이도 화학 에너지만으로 생존하는 박테리아, 거대한 관벌레, 독특한 새우와 게 등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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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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