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경이로움을 좇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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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2025.11.11조회수 38회

별 헤는 밤, 경이로움을 좇다 (下)

겸손과 호기심으로 써 내려온 인류의 우주 서사시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지난 두 번째 시간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짧게 썼습니다. 새삼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주말에 착실하게 독감 예방주사도 맞고 옷도 따뜻하게 입고 지냈습니다. 여러분도 올 겨울 따뜻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별 헤는 겨울밤의 마지막 시간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특히 지난 시간에 한 독자분께서 굳이 상중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하시며 3편으로도 못 끝내면 이어 써도 된다는 말씀에 마치 구원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인류가 태양계를 넘어 성간 공간으로 탐사선을 보내며,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암흑의 비밀에 도전하는 모습과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마무리하겠습니다.


21. 일본, 태양돛을 펼치다 (2010년)

2010년 5월 21일, 일본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성공적인 태양돛(solar sail) 우주선 IKAROS를 발사했습니다. IKAROS는 "Interplanetary Kite-craft Accelerated by Radiation Of the Sun"의 약자로, 태양 복사의 힘으로 추진되는 행성 간 연 우주선이라는 뜻입니다. 일본 가고시마의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IIA-17 로켓에 실려 금성 기후 탐사선 아카츠키와 함께 우주로 향했습니다.

최초의 태양돛 IKAROS (Interplanetary Kite-craft Accelerated by Radiation Of the Sun)


태양돛(Solar Sail)이란?

태양은 끊임없이 빛을 방출하는데, 빛은 질량이 없지만 운동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바람이 돛단배를 밀어주듯이, 빛도 물체를 밀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은 극도로 약하여, 지구 궤도에서의 태양 복사압은 1제곱미터당 약 9 마이크로뉴턴, 즉 1원짜리 동전 무게의 100만 분의 1 정도입니다.


그래서 태양돛은 극도로 넓고 가벼워야 합니다. IKAROS의 돛은 14미터 × 14미터(대각선 20미터, 면적 196㎡)로 테니스 코트의 절반 크기인데, 두께는 불과 7.5 마이크로미터,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10에 불과했습니다. 무게는 약 16kg이었고, 탐사선 전체 질량은 약 310kg이었습니다.


돛에는 80개의 액정 디스플레이(LCD) 패널이 내장되어 있어 반사율을 동적으로 조절하며 연료 없이 자세 제어가 가능했습니다. 한쪽은 반사율을 높이고 다른 쪽은 낮추면, 받는 압력 차이로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마치 요트가 돛의 각도를 조절해서 방향을 바꾸는 것과 같지요.


성공의 기록

2010년 6월 9일 돛 전개에 성공한 후, 7월 9일 1.12 밀리뉴턴의 추력을 측정했습니다. 이것은 종이 한 장을 손에 올려놓은 정도의 힘이지만,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는 계속 가속할 수 있음을 뜻하는 의미 있는 수치입니다. 첫 6개월 동안 초속 100m의 속도 변화를 달성했고, 2013년 8월까지 총 약 400m/s의 속도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2010년 12월 8일 금성으로부터 80,800km 거리에서 근접 비행을 수행했습니다. 임무는 15년간 지속되어 2025년 5월 15일 공식 종료되었으며, 당초 6개월의 목표 임무 기간을 무려 25배나 초과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왜 태양돛이 중요한가?

태양돛은 연료가 필요 없습니다. 화학 로켓은 무거운 연료를 싣고 가야 하고, 연료가 떨어지면 끝입니다. 하지만 태양돛은 태양이 빛나는 한 계속 가속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느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빨라집니다. 이론적으로 광속의 10%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래에는 거대한 태양돛으로 성간 여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뒤에서도 다룰 예정이지만  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는 지상 레이저로 나노 탐사선을 광속의 20%까지 가속하여 알파 센타우리까지 20년 만에 도착하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IKAROS 이후 일본은 OKEANOS(40m × 40m 돛으로 목성 트로이 소행성 탐사)를 제안했으나 비용 문제로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현재는 PIERIS(5m × 5m 피라미드형 돛)가 개발 중입니다. 미국도 LightSail 2(2019년)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태양돛은 인류가 태양계를 넘어 별들 사이를 항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이 그 첫걸음을 뗀 것입니다.


22. 명왕성, 나를 잊지 말아요 (2015년)

2006년 1월 19일, 뉴호라이즌스는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아틀라스 V 로켓으로 발사되었습니다. 목적지는 지금은 왜소 행성으로 강등된 작고 외로운 행성, 명왕성이었습니다. 9.5년의 여정, 30억 마일 이상의 비행 끝에, 2015년 7월 14일 11:49 UTC 명왕성 표면 상공 12,500km를 통과했습니다.


신호가 4.5 광시간 거리를 여행하여 지구에 도착하는 데 약 13시간이 걸렸습니다. 도착 예정일날 관계자들은 숨죽이며 기다렸습니다. 뉴호라이즌스는 무사할까? 제대로 찾아갔을까? 드디어 7월 15일 00:52 UTC, 확인 신호가 도착했습니다. NASA 관제센터는 환호로 들끓었습니다.


대기의 놀라움

놀랍게도 명왕성은 대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로 질소로 구성되며 메탄 0.25%, 일산화탄소 약 0.0515%를 포함합니다. 표면 압력은 약 11 마이크로바(지구의 10만 분의 1)로 거의 진공에 가깝지만, 그래도 대기가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20개 이상의 뚜렷한 안개 층이 350km 이상 높이까지 펼쳐져 있다는 것입니다. 태양 자외선이 메탄을 분해하여 복잡한 유기 화합물(톨린)을 만들고, 이것이 안개가 됩니다. 뉴호라이즌스가 역광으로 찍은 사진에서 이 안개 층들이 환상적인 푸른 후광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명왕성이 빛나는 왕관을 쓴 것처럼 보였습니다.


작고 얼어붙은 죽은 세계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명왕성은 짝사랑하던 지구의 작은 우주선을 반기기 위해, 마치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 봤다는 듯 놀랍도록 복잡하고 지질학적으로 활동적인 세계를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카론과 작은 위성들

명왕성의 가장 큰 위성 카론은 직경 1,208km로 명왕성 직경(2,377km)의 약 절반에 달합니다. 두 천체는 6.4일 주기로 서로에게 같은 면만 보이도록 조석 고정되어 있으며, 공동 질량 중심이 명왕성 표면 960km 위의 빈 공간에 위치하는 사실상 이중 행성 시스템입니다.


카론은 적색 극관(명왕성에서 탈출한 메탄이 얼어붙어 자외선에 의해 붉게 변함)과 거대한 적도 구조 단층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층대는 과거 지하 얼음 바다가 얼면서 팽창하여 지각이 갈라진 흔적일 수 있습니다.

닉스, 히드라(2005년 허블 발견), 케르베로스, 스틱스(2011-2012년 발견)는 모두 불규칙한 소형 위성으로, 약 45억 년 전 명왕성과 다른 카이퍼 벨트 천체 충돌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행성에서 왜소 행성으로

명왕성의 비극은 뉴호라이즌스 호가 열심히 명왕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던 2006년 8월 24일 프라하에서 일어났습니다. 국제천문연맹(IAU) 총회에서 행성의 정의를 정했는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준이 있었습니다.


(1) 태양 공전, (2) 자체 중력으로 구형 달성, (3) 궤도 주변 청소성


명왕성은 첫 두 기준은 만족했지만 세 번째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카이퍼 벨트에 명왕성과 비슷하거나 더 큰 천체들(에리스, 마케마케, 하우메아 등)이 많이 있었고, 명왕성은 자신의 궤도를 "청소"(다른 천체들을 흡수하거나 제거)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클라이드 톰보가 1930년 2월 18일 발견한 이래 76년간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었던 명왕성은 왜소 행성으로 강등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세계 천문학자의 약 5%만이 투표(424명 중 237명 찬성)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뉴호라이즌스 수석연구원 앨런 스턴을 포함한 많은 행성과학자들이 반대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특히 논란이 컸습니다. 명왕성은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이었으니까요. 일부 주(뉴멕시코, 일리노이)는 명왕성을 여전히 행성으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명왕성의 비밀

그렇게 태양계의 구성원에서 탈락한 명왕성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갈 무렵 명왕성에 도착한 뉴호라이즌스 호가 보내온 첫 사진은 지구를 향한 명왕성의 경이로운 짝사랑이었습니다. 거대한 하트 모양은 사람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선사했고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어떻게 널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가장 유명한 것은 하트 모양 지형 ‘톰보지역(Tombaugh Regio)’입니다. 명왕성 발견자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 LA다저스 투수인 커쇼의 외증조부)의 이름을 딴 이 폭 약 1,000km 지형은 2017년 IAU가 공식 승인했습니다. 서쪽 스푸트니크 평원(Sputnik Planitia)은 태양계 최대 빙하 분지로, 질소, 메탄, 일산화탄소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평원에 크레이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 것이 왜 놀라운 현상일까요? 스푸트니크 평원의 표면 나이는 1억 년 미만으로 추정되는데, 명왕성은 45억 살입니다. 이것은 지금도 지질학적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명왕성은 태양에서 너무 멀어서 행성의 지질활동의 원인 중 하나인 조석 가열(목성 위성들처럼 중력으로 내부가 가열되는 현상)을 받지 못합니다.


과학자들은 명왕성 내부에 방사성 원소의 붕괴열이나 과거 충돌의 잔열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또는 질소 얼음의 대류가 표면을 계속 갱신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끓는 물에서 대류가 일어나는 것처럼, 질소 얼음도 천천히 순환할 수 있습니다.


명왕성에는 최대 3,500m 높이의 물 얼음 산맥도 있습니다. 명왕성에서 물 얼음은 암석처럼 단단합니다(-230°C 환경에서). 질소와 메탄 얼음은 너무 부드러워서 산을 만들 수 없지만, 물 얼음은 가능합니다.

뉴호라이즌스가 보여준 명왕성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경이로운 세계였습니다. 작다고 해서 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명왕성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작지만 태양계의 끝에서 언제나 당신을 바라보고 있어요."


카이퍼 벨트 너머: 아로코스

명왕성을 지나친 뉴호라이즌스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9년 1월 1일 오전 12시 33분, 카이퍼 벨트 천체 아로코스(Arrokoth)를 표면 3,500km 거리에서 방문했습니다. 태양으로부터 43.28AU(64억 km) 떨어진 이 천체는 인류가 탐사한 가장 먼 천체입니다.


아로코스는 접촉 쌍성 구조로 두 개의 엽(접촉 쌍성이나 땅콩 모양 천체에서 각각의 덩어리를 지칭함)이 연결된 형태입니다. 큰 엽 "웨누"는 22 × 20 × 7km, 작은 엽 "위요"는 14 × 14 × 10km로 전체 길이는 약 35km입니다. 마치 눈사람이나 땅콩처럼 생겼습니다.


아로코스는 약 45-46억 년 전 형성되어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은 원시 천체입니다. 두 엽은 "걷는 속도"(시속 1-2마일)로 충돌했으며, 연결부에 충돌 흔적이 없어 부드러운 형성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관측은 행성이 폭력적인 충돌보다 부드러운 중력 붕괴로 형성되었다는 "구름 붕괴" 모델을 지지하며, 수십 년간의 행성 형성 논쟁을 해결했습니다.


뉴호라이즌스 호는 현재도 계속 카이퍼 벨트를 탐사하며 태양계 외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전력이 유지되는 한, 2030년대까지 데이터를 보낼 것입니다.


유로파 클리퍼와 JUICE: 다음 목표

명왕성이 태양계 외곽의 비밀을 보여주었다면, 이제 인류는 목성의 얼음 위성들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유로파 클리퍼는 2024년 10월 14일 발사되어 2030년 목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유로파를 49회 근접 비행하며 지하 바다, 얼음 두께, 플룸(물) 분출을 조사할 것입니다.


JUICE(Jupiter Icy Moons Explorer)는 2023년 4월 14일 발사되어 2031년 목성에 도착합니다. 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로파를 연구하며, 특히 가니메데 궤도에 진입하는 최초의 탐사선이 될 것입니다.

명왕성에서 유로파까지, 인류는 태양계 곳곳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습니다. 작은 세계들이 우리에게 큰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3. 우주에서 온 금 (2017년)

2017년 8월 17일, 인류는 우주의 가장 폭력적인 사건 중 하나를 목격했습니다. LIGO와 Virgo 중력파 검출기가 두 중성자별의 충돌로 발생한 중력파 GW170817을 관측한 것입니다. 1억 3천만 광년 떨어진 NGC 4993 은하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에 예측했지만 직접 검출된 것은 2015년이 처음이었고, 중성자별 충돌로 인한 것은 이번이 최초였습니다. 중력파 검출 후 전 세계 70개 천문대가 일제히 망원경을 그 방향으로 돌렸습니다. 이것이 '다중메신저 천문학(multi-messenger astronomy)'입니다. 중력파로 위치를 파악하고, 가시광선, X선, 감마선, 전파 등 모든 파장으로 동시에 관측한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킬로노바: 우주의 연금술

충돌 후 '킬로노바(kilonova)' 잔광이 관측되었습니다. 킬로노바는 초신성보다는 약하지만 일반 신성보다 1,000배 밝은 폭발입니다. 방사성 물질의 붕괴로 빛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중원소가 생성됩니다.

덴마크 닐스 보어 연구소의 다라크 왓슨 팀이 스펙트럼에서 스트론튬 흡수선을 식별하여 r-과정(rapid neutron capture process, 급속 중성자 포획 과정)을 직접 증명하였습니다.



TMI: r-과정

원자핵이 중성자를 연속적으로 빠르게 흡수하여 무거운 원소로 변하는 과정입니다. 이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극한 환경에서만 일어납니다. 온도는 수십억 도, 밀도는 물의 수백조 배, 중성자가 너무 많아서 원자핵이 중성자를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는 환경입니다.




모델링 결과 이 한 번의 충돌로 지구 질량의 수 배에 달하는 금과 백금이 생성되었습니다. 철(Fe) 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별 내부의 핵융합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데 별은 철까지만 만들 수 있습니다. 초신성 폭발이나 중성자별 충돌 같은 극한 상황에서만 r-과정을 통해 금, 백금, 우라늄 같은 원소들이 생성됩니다.


GW170817 하나로 우리 은하의 금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다니엘 카센 교수는 "수십 년 동안의 이론이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당신의 금반지는 우주의 선물

즉 지구의 금은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 이미 포함되어 있던 우주의 유산입니다. 당신이 착용한 금반지는 수십억 년 전 우주 어딘가에서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며 만들어진 것입니다. 결혼반지를 보며 이 금이 별들의 사생결단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부부싸움을 덜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칼 세이건은 "우리는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We are made of star stuff)"는 유명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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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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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환생한 삼국지의 진정한 덕왕은 지혜와 덕을 베풀고자 오늘도 수련에 매진한다 투자자산운용사, 금융투자분석사 https://blog.naver.com/virtue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