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이야기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크리스마스의 경제학"을 썼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평범했던 거리가 트리와 불빛의 옷을 입으며 들뜬 분위기를 향수처럼 은은하게 풍깁니다. 이 날 즈음이 되면 우리는 평화와 사랑, 그리고 가족과 함께할 따뜻한 순간을 떠올리며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의 반성과 내일의 희망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크리스마스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려보면, 12월 25일에는 이런 행복한 모습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얼굴을 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신이 인간의 몸으로 내려온 날을 기념하기 위한 날에,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들은 신의 뜻과는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2025년 지식 한 스푼의 마지막 글로, '크리스마스에 가려진 또 다른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Chapter 0. 함박눈 내리는 날에
온 세상이 크리스마스의 행복감으로 들뜬 밤
온 세상이 크리스마스의 행복감으로 들뜬 크리스마스이브날의 밤, 아이는 내리는 눈을 보며 소리쳤습니다.
"와아! 덕왕님! 보세요. 눈이 와요! 산타 할아버지가 분명 선물을 갖고 오시겠죠?"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너머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덕왕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럼! 그러다마다! 올 한 해 열심히 노력하고 착한 일도 많이 했으니 산타할아버지가 분명히 좋은 선물을 주실 게다."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정말요!? 신난다! 아! 빨리 받고 싶은데... 잠 안 자고 기다릴래요!"
"허허... 녀석, 잠은 꼭 자야지.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와 안 자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단다."
"앗! 정말요?"
"그럼! 정말이고 말고. 부모님께 물어보렴. 이 덕왕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덕왕은 점잖은 표정을 지으며 아이에게 대답했습니다.
"앗 그러면 잘게요. 하지만 내일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아이는 아쉬운 듯 대답했습니다.
덕왕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그리도 내일이 궁금한 것이냐? 그래 좋다. 그렇다면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마."
"와! 뭔데요? 그것도 크리스마스 선물인가요?"
"그럼! 어쩌면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더 재밌고 즐거울 수도 있지! 크리스마스에 예수님이 오신 것 말고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혹시 알고 있느냐?"
"몰라요! 뭔데요? 궁금해요. 들려주세요."
"허허. 그래 이야기해 주마. 어디 보자...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
덕왕은 고개를 들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지만 아이는 보챘습니다.
"아이, 참. 얼른 들려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허허. 이 녀석, 성격이 비트코인 하락세보다 급하구나."
"네? 비트코인이요?"
"하하하... 아무것도 아니란다. 자, 이리 오너라."
덕왕은 따뜻한 벽난로 앞 소파에 앉아 한쪽 무릎에 아이를 앉힌 채 모닥불 앞에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창밖으로는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었고, 방 안에는 따뜻한 코코아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 옛날에 말이지... 이런 일들이 있었단다."
Chapter 1. 800년 크리스마스: 유럽 문명의 재탄생
황제의 관을 쓴 날, 서로마의 부활
덕왕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200년도 더 전의 일이란다. 서로마 제국이라는 아주 큰 나라가 멸망한 지 324년이 흘렀을 때였지. 800년 12월 25일,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이라는 아주 크고 웅장한 성당에서 역사적인 순간이 펼쳐졌단다."
"성당이요? 지금도 있어요?"
"그럼! 지금도 바티칸에 가면 볼 수 있지. 그날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라는 임금님이 미사를 드리고 일어서는데, 교황님이 갑자기 샤를마뉴의 머리에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의 관을 씌워주셨단다."
"와, 깜짝 선물이었네요?"
"바로 그거야! 근데 재미있는 건, 샤를마뉴 본인은 이 왕관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이지. 훗날 그는 '내가 알았다면 그날 성당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투덜댔다고 전해지고 있단다."
"에이, 왕관 받는 건 좋은 거잖아요. 왜 싫대요?"
덕왕이 빙그레 웃었습니다.
"좋은 질문이야. 황제가 되고 싶지 않았다기보다는, 교황님에게 빚을 졌다는 게 부담스러웠던 거지. 마치 친구가 갑자기 선물을 주면 '어, 이거 나중에 뭐 부탁할 거 있는 거 아니야?' 하는 부담스러운 마음과 비슷하달까."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선물 받으면 나중에 뭔가 해줘야 하는 거군요. 어른들의 세계란 참."
덕왕은 아이의 이해력에 놀라워하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교황님 입장에서는 자신을 보호해 줄 강력한 친구가 필요했지. 당시 레오 3세 교황님은 로마 귀족들에게 습격을 당해 많이 다치셨거든. 그래서 샤를마뉴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였고, 왕관은 일종의 '거래'이자 ‘보험’이었던 셈이지."
덕왕은 잠시 말을 멈추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날의 대관식은 단순히 왕관 하나를 쓴 사건이 아니었단다. 멸망했던 '로마 제국'의 부활을 선언함과 동시에, 고대 로마의 유산, 기독교 신앙, 그리고 게르만족의 에너지가 하나로 합쳐진 ‘신성 로마 제국’의 이름을 빌린 '서유럽 문명'이 공식적으로 탄생한 순간이었지."
"지금 유럽의 조상인 셈이네요?"
"정확해! 샤를마뉴는 당시 서유럽의 대부분을 통일했단다. 지금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북부,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를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이었지. 그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학교를 세우고, 법을 정비하고, 문화를 장려하며 이른바 '카롤링거 르네상스'라 불리는 문화 부흥 운동을 이끈 위대한 지도자였어. 오늘날 유럽연합(EU)의 정신적 시조가 바로 이날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단다."
아이가 눈을 반짝였습니다.
"와, 크리스마스에 유럽이 태어났네요!"
덕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래. 샤를마뉴는 군대라는 '힘' 위에 기독교라는 '마음'을 얹었고, 교황님이라는 '믿음직한 어른'의 인정을 받아 모두가 따르는 황제가 되었지. 이 이야기를 통해 좋은 일을 하려면 실력도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신뢰와 인정도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Chapter 2. 1066년 크리스마스: 불타는 대관식과 정복자의 탄생
이 함성은 축복인가, 반란인가?
"자, 이번엔 샤를마뉴 황제가 왕관을 받은 이후 266년이 흐른 1066년의 잉글랜드를 보자꾸나. 지금으로부터 거의 천 년 전이지. 그해 12월 25일,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는 역사적인 대관식이 열리고 있었단다. 주인공은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건너온 정복자, 윌리엄 1세였지."
"또 대관식이에요? 크리스마스엔 왕관 쓰는 날인가 봐요!"
"허허,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윌리엄은 그해 10월,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잉글랜드 웨식스 왕조의 마지막 왕 해럴드 2세를 물리쳤단다. 해럴드 왕이 눈에 화살을 맞고 쓰러지며 잉글랜드의 운명이 결정되었지."
"으악, 눈에요? 엄청 아팠겠다..."
"그래, 아팠을 게야. 윌리엄은 승리 후 자신이 단순한 침략자가 아니라 정당한 왕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래서 가장 신성한 날인 '크리스마스'를 대관식 날짜로 잡았지. 예수님의 탄생과 자신의 왕조 탄생을 같은 날로 만들려는 똑똑한 계획이었지."
덕왕이 웃음을 멈추고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그날 아주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단다."
"뭔데요? 뭔데요?"
"대관식 날,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에서 윌리엄이 왕관을 쓰자, 귀족들이 일제히 '비바! (Viva!)', '헤일! (Hail!)'을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단다."
"그게 무슨 뜻인데요?"
"그 말은 왕을 찬양하거나 환호할 때 쓰는 말이란다. 우리말로 하자면 '폐하 만세', '만수무강하소서'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럼 좋은 거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문제는 사원 밖을 지키던 윌리엄의 부하들이었어. 이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쓰는 군인들이었거든. 사원 안에서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잉글랜드 사람들의 환호성을 듣고, 그들은 안에서 폭동이 일어나 왕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단다."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환호하는 건데요?"
"언어가 달랐거든. 못 알아들으니까 오해를 한 거야. 그래서 충성심에 불타오른 부하들은 즉시 사원 주변의 민가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단다."
"헐... 완전 오해잖아요!"
"그래. 마치 선생님이 '잘했어!' 하고 칭찬했는데, 옆 교실에서 '야단치는 소리'로 잘못 들은 것과 비슷하달까. 사원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지. 연기가 스며들고 밖에서 비명이 들리자, 대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겁에 질려 밖으로 뛰쳐나갔고, 윌리엄만이 텅 빈 제단 앞에 남아 벌벌 떠는 주교에게서 왕관을 받고 있었단다. 역사책에는 '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떨고 있었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크리스마스에 오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니... 슬프네요."
덕왕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래. 그해 크리스마스 런던은 축제의 불빛 대신 화재의 불길로 타올랐단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피의 크리스마스가 현대 영국의 기틀을 닦았단다. 왕권이 강한 프랑스에서 건너온 왕으로 인해 영국에서도 강력한 왕권과 봉건제도가 확립되었고, 프랑스어와 영어가 섞이면서 지금의 영어가 탄생했단다. beef(소고기), pork(돼지고기) 같은 단어가 영어에 들어온 것도 이때지. 원래 영어로는 그냥 cow meat, pig meat였거든."
"아, 그래서 영어에 프랑스어가 섞여 있는 거구나! 'Chef(셰프)'와 'Menu(메뉴)'가 프랑스어였다는 건 알아요."
"똑똑하구나. 어쨌든 당시 윌리엄의 부하들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먼저 확인했더라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믿고 섣불리 행동하면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으니, 이는 항상 경계해야 한단다.”
"잘못 받은 정보로 같은 편을 공격하는 것을 '프렌들리 파이어(Friendly Fire)'라고 하는데, 이 사건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란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가짜 뉴스에 속아 주식을 사거나 파는 사람들과 묘하게 닮았다고나 할까?"
"하하하, 정말 그러네요. 우리 아빠 같아요!"
"어흠... 다음으로 넘어가자꾸나."
덕왕은 헛기침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Chapter 3. 1492년 크리스마스: 신대륙의 문이 열리다
역사를 바꾼 좌초된 배
덕왕이 따뜻한 코코아 두 잔을 타 가지고 온 후 이야기를 이었습니다.
"자, 이번엔 콜럼버스 이야기란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인도를 찾아 서쪽으로, 또 서쪽으로 항해하고 있었지."
"콜럼버스요! 알아요! 인도를 찾으려다 아메리카를 발견한 사람이요!"
"오, 잘 알고 있구나! 그런데 그해 12월 24일 밤, 아이티 해안 근처에서 큰 사고가 났단다. 콜럼버스의 기함인 '산타마리아호'가 암초에 걸려 꼼짝할 수 없게 된 거야."
"배가 부딪혔어요? 왜요?"
덕왕이 픽 웃었습니다.
"선원들이 크리스마스이브 파티에 정신이 팔려서, 배의 조종을 경험 없는 소년에게 맡겼거든. 콜럼버스 본인도 이틀간 잠을 못 자서 취침 중이었고 다른 선원들도 술에 취해 있었단다. 마치 시험 전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플래티넘을 찍기 위해 게임만 하다가 막상 브론즈한테도 발리고 시험을 망친 것과 비슷하달까?"
"아... 답이 없네요."
"그렇지. 배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결국 콜럼버스는 배를 버려야 했지. 하지만 콜럼버스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뜻밖의 기회를 봤단다. 바로 배를 해체해서 그 나무로 해안가에 요새를 짓기로 한 거야."
"와, 이번 생은 망한 줄 알았는데!"
"12월 25일 아침, 콜럼버스는 이 요새의 이름을 '라 나비다(La Navidad)', 즉 스페인어로 '크리스마스'라고 지었단다. 이것이 신대륙에 건설된 최초의 유럽인 마을이었어. 콜럼버스는 일기장에 '이곳에 정착하라는 신의 계시'라고 적었단다."
아이가 감탄했습니다.
"와! 정신승리 쩌네요! 아무튼 실패한 건 줄 알았는데 새로운 시작이 된 거군요!"
"정확해. 계획대로 안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은 거지. 배가 좌초되지 않았다면 그냥 스페인으로 돌아갔을 테고,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정말, 그렇겠어요."
아이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했습니다.
덕왕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슬픈 면도 있단다. 원래 그 땅에 살던 사람들에게 이 크리스마스는 재앙의 시작이었지. 유럽 사람들이 병균을 가지고 오면서 많은 원주민들이 병에 걸리고, 유럽인들에게 땅을 빼앗기게 되었단다. 결국 콜럼버스가 떠난 후 '라 나비다'에 남겨진 39명의 선원들은 원주민들을 약탈하고 학대하다가 몰살당했단다. 이 사건 이후 유럽 사람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게 되었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는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된 셈이지."
"그건 참 슬프네요..."
"그래. 이 이야기처럼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함께 있단다. 또한 실패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 성공이 다른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세워질 수 있음도 기억해야 한단다."
"네. 알겠어요."
아이는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Chapter 4. 1642년 크리스마스: 과학혁명의 탄생일
우주의 법칙을 발견한 신의 대리인
덕왕이 모닥불에 장작을 넣으며 말했습니다.
"자, 이번 이야기는 너도 잘 아는 사람이란다. 1642년 12월 25일, 영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아주 작은 아기가 태어났어. 몸이 너무 작아서 큰 머그잔에도 들어갈 정도였지."
"헉, 그렇게 작았어요?"
"의사들은 '이 아이는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단다. 오죽하면 의사가 아이를 위해 약을 사러 보낸 사람들이 아이가 죽을 거라 생각하고 천천히 걸어갔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지. 그런데 그 아이가 살아서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이 된 거야. 그 아이가 누구였을 것 같니?"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음... 모르겠는데요?"
"아이작 뉴턴이란다."
"와! 뉴턴이요!? 만유인력을 발견한 사람!?"
"오, 잘 알고 있네! 맞아. 중력을 발견한 바로 그 위대한 뉴턴이야. 그 작은 아기가 83년을 살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가 될 줄 누가 알았겠니."
덕왕이 아이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그래서 실은 뉴턴의 원래 이름이 ‘아이 작은’ 뉴턴이었다는 소문이 있단다…”
“와! 진짜요? 영국도 우리나라 말을 쓰나요?”
덕왕은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농담이란다. 아무튼 뉴턴이 태어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일이 '신의 뜻'이라고 생각했단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도 신이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고, 행성이 도는 것도 신의 조화라고 믿었지. 하지만 뉴턴은 이 모든 현상에 수학적인 법칙이 있다는 걸 발견했지."
"맞아요! 책에서 봤어요."
아이는 손뼉을 치며 말했습니다.
"오, 벌써 알고 있구나! 똑똑하네.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 운동의 3법칙, 즉 관성, 가속도, 작용 반작용의 법칙과 미적분학, 그리고 빛의 스펙트럼까지 발견했단다. 그의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프린키피아>는 지금까지도 물리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책으로 평가받지."
아이의 눈이 빛났습니다.
"크리스마스에 그런 위대한 사람이 태어났네요!"
"그래. 그런데 뉴턴이 처음부터 위대한 사람은 아니었단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3개월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뉴턴이 세 살 때 재혼하면서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단다. 어린 뉴턴은 의붓아버지와 어머니를 '불태워 죽이겠다'라고 일기에 쓸 정도로 분노에 찬 아이였단다."
"와아! 아무리 그래도 부모님을... 알고 보니 쓰레기네요!"
"어허! 그 정도로 뉴턴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던 거야."
덕왕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져야 할 크리스마스에, 가장 어둡게 태어난 뉴턴은 인류에게 '과학'이라는 새로운 선물을 주었단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달을 보며 그냥 신기해하기만 했을지도 몰라."
덕왕이 장난스럽게 덧붙였습니다.
"물론, 학생들에게는 미적분이라는 영원한 숙제도 선물했지만 말이야."
"헉... 미적분 어렵다던데... 우리 아빠도 수포자의 길을 걸었대요."
"허허, 그랬니? 너무 걱정 말거라. 그런데 말이야, 재미있는 사실이 또 있단다. 이렇게 천재였던 뉴턴도 주식 투자에서는 크게 실패했다는 것이지."
"네? 뉴턴이요? 천재가요?"
"그는 1720년에 '남해회사'라는 회사 주식에 투자했다가 거의 전 재산인 2만 파운드를 잃었단다. 그 가치를 지금으로 따지면 무려 약 60억 원이지. 그때 뉴턴은 좌절하며 이런 말을 남겼단다. '나는 별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미친 행동은 계산할 수 없다.'"
"뉴턴도 다 잘하진 않네요?"
아이가 깔깔 웃었습니다.
"그래.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다 잘할 수는 없단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과학의 아버지가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을 줄 누가 알았겠니? 천하의 뉴턴조차 이것을 예측하진 못한 거야. 주식시장은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단다. 욕심과 공포, 비합리성 등 측정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이 섞여 있기 때문이지. 이 때문에 앞을 예상하기도 어렵단다. 세상은 사람들과 같이 사는 곳이므로 확신은 위험하며 항상 조심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으렴."
"네! 알겠어요."
아이는 입을 야무지게 다물며 대답했습니다.
Chapter 5. 1776년 크리스마스: 얼어붙은 델라웨어 강의 도박
공격, 지금이니?
덕왕이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번엔 아주 용감한 이야기란다.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6년 12월, 미국 독립군의 상황은 정말 안 좋았단다.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긴 했지만, 영국군에게 계속 지고 있었거든. 군대는 펜실베이니아까지 밀려나 있었고, 병사들 중에는 신발도 없이 헝겊으로 발을 감싼 채 눈밭을 걷는 사람도 있었단다."
"신발도 없이요? 너무 불쌍해요..."
"그래. 게다가 12월 31일이 되면 병사들의 계약 기간이 끝나서 다들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어. 조지 워싱턴 장군에게 남은 시간은 일주일 뿐이었지."
"앗! 조지 워싱턴! 엄마 지갑에서 봤어요."
"엄마가 달러 투자를 하시는가 보구나. 그래. 1달러 지폐에 그려진 사람이 바로 조지 워싱턴이란다. 아무튼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지."
"저런, 그럼 어떻게 하나요?"
"워싱턴은 알았단다. 정면으로 싸워서는 세계 최강 영국군을 이길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적군이 가장 방심하는 때를 노리기로 했지. 그리고 그때가 바로 크리스마스였단다."
덕왕이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목소리를 낮췄습니다.
"워싱턴은 영국군이 고용한 독일 용병들인 '헤센(Hessen) 부대'가 크리스마스에 술과 파티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을 거라고 예상했단다. 실제로 독일 용병 부대는 방심하기도 했고. 그래서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공격하기로 결정했지. 작전 암호는 'Victory or Death’, 승리 아니면 죽음을!"
"우와, 비장하다... 가슴이 웅장해져요."
"드디어 작전 개시날인 12월 25일 밤, 워싱턴은 2,400명의 병사를 이끌고 델라웨어 강 앞에 섰단다. 강물에는 얼음덩어리가 둥둥 떠다니고, 눈보라마저 몰아쳤지. 조금만 삐끗해도 얼음물에 빠져 죽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단다."
"정말 춥고 무서웠겠다..."
아이는 담요로 얼굴을 감싸며 찡그렸습니다.
"그래. 하지만 워싱턴은 배 위에 우뚝 서서 병사들을 독려했단다. 강을 건너는 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