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모임 메모: 끝나지 않을 이란 전쟁] 낙관 속에서 리스크에 주목하기




어제 모임에서 반도체 섹터에 숏 포지션을 구축하고 계신 분의 주장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저 스스로 가졌던 낙관론을 견지했으나, 대화를 나룰수록 그 분의 논리에 점차 설득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AI라는 거대한 메가 트렌드 속에서 반도체 하락에 베팅하는 것은 여전히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간지평을 상당히 짧게 줄여 '이란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집중해 본다면, 분명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어제 모임에서 나눈 논의를 복기하며 제 생각을 정리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글의 몰입을 위해 아래부터는 평어체로 작성하였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현재 숏 포지션을 구축하고 계신 그분의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에너지 자산과 숏 포지션으로 채워져 있었다. 나는 자신의 실제 포지션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는 사람의 의견을 매우 주의 깊게 듣는 편이다. 첫째, 자신의 포지션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며, 둘째, 계좌에 담긴 포지션들의 비중이야말로 그 사람의 논리에 대한 확신도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분은 과거 이라크 파병을 다녀온 경험이 있었는데, 본인의 생생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트럼프라 할지라도 현재의 중동이라는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어제의 주류 의견은 이랬다. 미국은 이란과의 거래를 원하고, 이란은 끝까지 버티려 한다. 나 역시 이 견해에 동감한다. 그러나 계속 의문이 든다. 평소 나는 미국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란과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내가 이란을 다음처럼 두 가지 렌즈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1) 세속적인 렌즈(기득권의 논리): 현재 대미 강경 노선을 고수하는 집단은 이란혁명수비대(IRGC)다. 이들은 단순한 군대가 아니라, 이란 경제 GDP의 약 20~40% 상당 부분을 장악한 거대한 군산복합체이자 경제 기득권 집단이다. 이들이 미국과 타협하며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독점력을 포기할까?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유사한 사례로 중국 공산당을 들 수 있다. 과거 서방 세계는 중국이 경제 성장을 이루면 자연스레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편입될 것이라 믿었지만, 그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중국 공산당이 국가의 핵심 자본과 권력을 철저히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유학생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중국 공산당은 중산층을 만들지 않는다. 국가 빈부격차를 유지하면서, 오로지 공산당과 인민으로 계층을 구분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이익의 최정점에 있는 기득권 집단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으며 패권국과 타협하기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2) 신앙적 렌즈(시아파 종말론): 이란은 신정국가다. 시아파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아야톨라)는 이슬람 율법에 가장 정통한 자만이 오를 수 있다. 국가 자체의 존재 이유가 이슬람 신앙을 바탕으로 한 곳이 바로 이란이다. 이런 나라에서 최근 고위 지도자나 군인들이 다수 사망했는데, 이들의 죽음은 이란 내부에서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순교'다. 이슬람에서 순교는 천국으로 가는 직통 티켓이다. 그들 교리에서 미국은 큰 사탄, 이스라엘은 작은 사탄이다. 사탄과의 성전(지하드)에서 죽는 것은 곧 신의 나라로 직행하는 영광이다. 둘째, 현재의 극심한 사회 · 지정학적 혼란은 구세주인 '마흐디(Mahdi)'의 도래를 앞당기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숨겨진 이맘인 마흐디를 대신해 통치하는 대리인이며, 혁명수비대는 마흐디의 군대다. 결국 그들에게 전쟁과 죽음은 천국으로 향하는 길이요, 종말론적 구세주의 강림을 알리는 신호일 뿐이다. 이러한 굳건한 신앙적 세계관을 가진 국가가 과연 서구식 계산법에 따라 미국과 쉽게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까?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란이 현재의 지정학적 갈등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평소의 생각에 더해, 어제 모임에서 '이란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리를 접하고 나니 이 주제를 더 깊이 공부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본론으로 돌아가, 어제 모임에서 공유된 주장의 핵심은 아래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 주장들을 구성하는 팩트를 하나하나 검증해 보려 한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 - 이란 전쟁은 장기화될 것이다. 현재 미국의 군사작전은 과거 걸프전처럼 공격적이며, 점차 확전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원유 숏티지 - 전 세계 석유 비축량은 6~7월이면 소진될 수준으로 파악된다. 즉, 당장 6월부터 원유 공급 부족 사태가 가시화될 위험이 크다.
원유 솟티지가 AI 섹터까지 전이될 가능성 - 만약 이란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아 6월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원유 숏티지는 단순한 에너지 섹터의 문제를 넘어 타 산업군으로 빠르게 전이될 것이다. 그 논리 중 하나로 석유화학 제품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반도체 기판 등의 공급망 타격이 AI 수혜주의 공급망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과도한 코스피의 상승, 그리고 하락 국면으로의 급반전할 리스크 - 현재 AI 데이터 센터 관련 수혜주들은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작은 충격에도 급격히 하락으로 돌아설 수 있는 모멘텀 리스크를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주가 급락 시나리오의 첫 단추는 '이란 전쟁의 장기화'였다. 이 전쟁이 결코 올해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분의 핵심 주장이었다. 본인의 이라크 파병 경험과 과거 걸프전과의 유사성을 근거로, 현재의 이란 사태 역시 장기전의 수렁에 빠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은 과거 걸프전과 얼마나 비슷할까? 이를 가늠하기 위해 먼저 지금까지 전개된 이란 전쟁의 양상을 복기해 보자.
한밤의 망치(Midnight Hmammer), 2025.06.22
작년 이맘때쯤 미 공군과 해군이 한밤의 망치 작전이라는 작전명으로 이란 내 여러 핵 시설을 공격했다. 이 작전은 이란-이스라엘 전쟁의 연장선으로 미국이 개입한 것이다. 당시 포르도 우라늄 농축 시설, 나탄즈 핵 시설 등처럼 주요 핵 시설이 표적이 되었다. 당시 중동 전문가들은 이를 본격적인 전쟁의 전조로 해석했다. 타이밍은 확언할 수 없었으나, 중동 내 대규모 충돌이 재발할 것이라는 공통된 예측이 있었다.
장대한 분노(Epic Fury), 2026.02.28
사실상 본격적인 이란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군사작전이다. 당시 개전 24시간 안에 이란 전역 1,000곳 이상의 시설을 타격했고,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비롯한 다수 정권 수뇌부가 사망했다. 해당 국면을 공부하면 놀라웠던 사실은 미국은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제외하면 철저한 사전 연습 없이 전쟁을 시작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미 전쟁부의 사전 타격 목표는 약 12,000 ~13,000인데, 불과 전쟁 한달도 안 되어서 1만 곳 이상을 타격했다.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단 1달만에 달성한 것이다.
Epic Fury, ...
![['26.05.20] 오늘도 켄 피셔가 긍정적인 이유](https://post-image.valley.town/tv-Z2kRGlHeTQFmtbxqED.png)


삼하 실적으로 원유 관련 리스크가 터지지 않는 이상 이 광기?가 꺼질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어지간한 리스크는 통째로 흡수하고 올라가는 것 같아요!

저도 그 생각으로 숏 포지션보다 롱 포지션이 맞다고 생각해요. 제가 평소 미국 시장 중심으로 생각하는데, 스터디에서 숏포지션 구축하신 분의 타켓은 한국장입니다. 한국장 중심으로 생각하니, 조금 위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당부분 설득되었습니다.

사이클의 모양이 붐버스트에서 평평한 사이클로 바뀌는 건지.... 헷갈리고 어렵네요.

저 갠적으로는 메모리 장기계약으로 인해 사이클 산업에서 벗어났다! P/E 및 밸류 재산정이 필요하다 → 마이크론 20% 급등을 시장이 반영했기 때문에 그냥 평평한 사이클이라고 시장이 인식하는 구간이라고 생각 중입니다.

너무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정독하여 읽었습니다...!

대체로 모임에서의 의견은 "모든 걸 청산하고 숏 포지션으로 전향하자!!"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대부분 "리스크 줄이자. 레버리지 끄자. 현금비중 늘리자" 정도로 수렴하는 분위기였급니다. 참고부탁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호르무즈를 통과한 초대형 유조선이 한국에 도달하는 시점은 20일여가 소요되는데 이를 고려하면 그 시점은 다소 늦춰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6월말쯤에도 이란 리스크가 남아있다면 시장이 분기말 리밸런싱 때 많이 반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스터디내용 공유 감사합니다!

내용 공유에 감사합니다. 정성스러운 정리 글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