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인간에게 주어진 최강의 금속, 심화편 ‘하’ 1/2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지난 시간 심화편 상편을 철야작업 끝에 업로드했습니다. 회사에서 졸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덕왕에게는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상편은 덕왕이 정성을 다해 우려낸 곰탕이었습니다. 베릴륨이라는 금속을 둘러싼 세 개의 산업 전선을 짚었고, 가치함정·5 Forces·6중 제약이라는 세 가지 도구상자를 펼쳤으며, 마테리온이라는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를 검증하고,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가 정말 위험 신호인지를 3차원으로 뜯어보았습니다. 스스로는 정성을 다한 한 그릇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진한 곰탕에, 예상보다 손님이 적었습니다. 분량이 너무 많아 부담스러우셨는지, 아니면 내용이 복잡해 숟가락을 들기 어려우셨는지. 곰탕집 사장으로서 가게 문을 닫고 혼자 솥을 들여다보며 잠시 고민했습니다. 더 묽게 끓여야 했나, 양을 줄여야 했나.
하지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제가 밸리 가족만을 위해 올리겠다고 약속한 독점 컨텐츠는 애시당초 대중들을 위한 글이 아니라, 이 깊은 밸리까지 굳이 찾아오시는 변태들을(좋은 의미입니다) 위한 글이라는 것. 그러니 그릇의 깊이를 얕게 만들기보다는, 같은 깊이를 더 잘 떠먹을 수 있도록 좋은 숟가락을 손에 쥐여드리는 쪽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진심으로 부탁을 드립니다. 이 글이 어렵든, 길든, 혹은 재미있든, 여러분이 남겨주시는 피드백 한 줄 한 줄은 덕왕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귀하고 소중합니다. "이 부분이 어려웠다", "이 비유는 와닿았다", "이건 빼는 게 낫겠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의견을 주신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앞으로 나올 다음 그릇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덕왕은 여러분 위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식탁에서 함께 곰탕을 떠먹는 사람이니까요.
자, 그러면 두 번째 곰탕을 내어드리겠습니다. 상편이 넘칠 만큼 큰 곰탕이었으며, 이번 하편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첫 그릇을 비우셨다면 아직 자리를 뜨실 수 없습니다. 덕왕은 여러분을 한 그릇으로 돌려보낼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요.
상편을 아직 안 드신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지만 두 번째 그릇을 내려놓으시고 첫 그릇부터 드시고 오시기 바랍니다. 곰탕은 순서대로 드셔야 제맛입니다.
(feat. 입 벌려. 지식 들어간다)
긴 곰탕이었으니 첫 그릇의 맛을 짧게 되짚고 가겠습니다.
상편에서 우리는 "마테리온은 좋은 회사인가?"를 물었습니다. 세 가지 도구상자 ― 가치함정의 네 가지 원천, 마이클 포터의 5 Forces, 마르코 파픽의 6중 제약 ― 를 펼쳐 검증한 결과, 마테리온은 우주·방위·에너지라는 세 전선이 동시에 살아 있고, 5 Forces 22/25점의 깊은 해자를 가졌으며, 미국의 지정학적 구조 안에서 단단하게 보호받는 좋은 회사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또한 "마테리온은 좋은 주식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심층 탐험을 시작했습니다. 그 첫 검증으로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 클러스터를 3차원으로 씹고 뜯어보았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는 CEO의 보유 주식이 18개월간 1.56배 늘었고, 매도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 정해진 거버넌스 규정과 사전채택 자동 일정 안에서 일어났으며, 이것이 회사 내부의 이상 신호가 아니라 정상 거버넌스의 작동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첫 그릇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그릇을 비우고 나니, 국물 바닥에 가라앉아 건져 먹지 못한 건더기들처럼 세 가지 의문이 남게 되었습니다.
첫째, 그 거버넌스의 정점에 선 CEO는 누구인가? 그의 경력이 어떤 무기를 쥐여주었는가?
둘째, 마테리온은 왜 자사주를 거의 사지 않는가? 한두 해가 아니라 십 년 넘는 시계열로 길게 봐도 같은 그림인가?
셋째, 마테리온이 재무제표에 나타난 많은 차입금은 정말 나쁜 것인가? 빚이 많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회사를 깎아내려도 되는가?
이 의문들을 풀기 위해 두 번째 그릇을 내어 봅니다.
이번 하편의 차림표는 다음과 같으며 이번 시간에는 3부 41장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제3부 CEO와 그의 자본배분전략
제39장 비제이라는 사람 ― 31년이 만든 그의 도구상자
제40장 손다이크의 거울 ― 자사주 매입 11년의 이력
제41장 차브라야의 거울 ― 비싼 주식을 ‘통화’로 쓴다는 것
제4부 함정과 종합 진단
제42장 가치함정 원천과 증상의 결합 ― 8각 진단
제43장 가치함정 종합 진단과 차입금이라는 진짜 의심
에필로그: 색안경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그리고 이 회사는 어떤가
부록: 심화편 용어·개념 정리표
상편에서 우리는 세 가지 도구상자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하편에서도 그 세 도구상자를 그대로 들고 갑니다. 다만 제43장에서 차입금이라는 까다로운 함정 앞에 섰을 때, 도구상자와는 결이 조금 다른 물건을 하나 더 꺼낼 것입니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위급한 장수의 품에 넣어주던 비단주머니 같은 것입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43장에서 자세히 풀겠습니다. 일단은 "도구상자 셋에, 급할 때 열어볼 주머니 하나가 더 있다" 정도로만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첫 번째 의문, 마테리온이 가는 길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 CEO를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상편 38장에서 우리는 마테리온의 거버넌스가 정교한 기계가 돌아가듯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계의 운전석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바로 마테리온의 CEO인 비제이입니다.
'비제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덕왕은 인터넷 방송이 막 태동하던 시절, 게임을 중계하던 철 지난 옛날 BJ들이 먼저 생각납니다. 스타크래프트 한 판에 채팅창이 불타오르고, 입담 좋은 BJ 하나가 수천 명을 몰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러고 보니 그때 그 BJ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한 시절 그 게임방송을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 말입니다. 세월이 야속합니다.)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추억을 뒤로 하고 우리는 게임이 아닌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마테리온의 BJ, 주갈 K. 비제이바르기야(Jugal K. Vijayvargiya)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름이 길고 발음이 어려우니, 이 글에서는 그를 줄여서 '비제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회사 안에서도 그렇게 불린다고 하니, 무례한 호칭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상편에서 마테리온이라는 회사의 해자와 산업을 둘러싼 구조를 보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진 않습니다. 회사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칼이라도 누구 손에 들렸느냐에 따라 요리 도구가 되기도 하고 흉기가 되기도 하듯이 마테리온도 운전석에 앉은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비로소 "이 회사가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Jugal K. Vijayvargiya, 현 마테리온의 CEO
비제이는 1968년에 태어나,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전기공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출발점은 엔지니어였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의 커리어는 1986년, 델파이(Delphi)에서 사회 경력을 시작하게 되면서 바뀌게 됩니다. 델파이는 당시 제너럴 모터스(GM)의 부품 부문이었고, 그 안에서도 전장·안전(Electronics & Safety, 이하 E&S) 조직이 그의 첫 둥지였습니다. 흥미롭게도 그는 31년 뒤 마테리온을 떠나는 순간까지 한 우물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처음 10년은 엔지니어로서 여러 기술 직무를 거쳤습니다. 그후 1996년에 영업 직군으로 이동했고, 제품 라인 관리로 영역을 넓혔으며, 2002년에는 오디오 시스템의 제품 라인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성실하고 유능한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 관리자의 성장 곡선입니다.
그의 인생을 바꾼 변곡점은 2003년에 찾아옵니다.
2003년, 델파이는 독일에서 그룬디히 카 인터미디어 시스템(Grundig Car InterMedia System GmbH), 줄여서 CIS라는 회사를 인수합니다.
빈티지 오디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룬디히'라는 이름에 귀가 번쩍 뜨이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룬디히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막스 그룬디히가 세운 독일의 전설적인 가전·오디오 브랜드입니다. 한때 유럽 최대의 라디오·TV 제조사였고, 빈티지 오디오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디자인 예쁘기로는 그룬디히"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름값이 있는 명기 중의 명기입니다. 실은 덕왕도 그룬디히 라디오(Grundig T7500)를 한 대 가지고 있습니다. 덕왕의 친형으로부터 선물받은 것이었는데, 그 라디오를 처음 보았을 때, 저도 모르게 "향숙이, 아니, 그룬디히 예뻐요!"라고 말할 정도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입니다.

영롱하지 아니한가

오디오 역사에서 이름 꽤나 날린 그룬디히의 ‘2040 SQ system’
하지만 2003년 당시 모기업 그룬디히 AG는 과거의 빛을 잃은 채 파산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룬디히 AG는 재무상태를 개선하고자 그나마 알짜였던 자동차 전장 사업부(차량용 오디오, 텔레매틱스, 인포테인먼트를 만들던 CIS)를 떼어내어 매물로 내놓았고, 그것을 델파이가 약 5,800만 유로에 사들인 것입니다.
기업 인수의 세계에는 이런 종류의 거래를 '카브아웃(carve-out)'이라고 부릅니다. 멀쩡한 회사를 통째로 사는 것이 아니라, 큰 몸통에서 특정 사업부만 칼로 도려내듯(carve) 떼어내어(out) 사는 거래입니다. 그리고 이 카브아웃은, 인수합병의 여러 유형 중에서도 가장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운 축에 속합니다. 본디 사업부란 모기업의 회계 시스템, 인사 제도, IT 인프라에 탯줄처럼 연결되어 있던 조직인데 그 탯줄을 모두 끊어내고 인수한 회사의 몸에 새로 혈관을 이어 붙이는 작업은 수술로 따지면 거의 장기이식에 가까운 난이도입니다. 게다가 그룬디히 AG의 자동차 전장 사업부가 매물로 나왔을 때는 모기업이 파산 중이었고, 사업부가 독일과 미국, 두 나라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델파이는 이 까다로운 수술의 집도의로 비제이를 지명했고 그는 2003년, 짐을 싸서 독일로 건너갑니다.
인수란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끝나는 일이 아니라 그 다음부터 시작됩니다. 서로 다른 두 조직의 시스템과 문화와 사람을 한 몸으로 잇는 일을 '인수통합(acquisition integration)'이라고 부릅니다. M&A에서 돈을 버느냐 잃느냐는 사실 인수 가격보다 이 통합의 성패에서 갈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무리 싸게 좋은 회사를 사도 통합에 실패하면 그 인수는 재앙이 됩니다.
비제이는 그 인수통합을, 책상 앞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배웠습니다. 독일어가 오가는 뉘른베르크 사무실에서, 포르투갈 브라가의 생산 라인에서, 파산한 모기업에서 막 떨어져 나와 불안에 떨고 있었을 1,000명의 직원들 사이에서 발로 뛰며 결국 수술을 성공시킵니다. 그리하여 CIS는 '델파이 그룬디히'라는 이름으로 델파이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는 통합을 끝낸 뒤에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독일에 남았습니다. 그것도 한두 해가 아니라, 2017년 마테리온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무려 14년 동안 독일에 머물렀습니다.
그 세월 동안 그는 자신이 직접 꿰매 붙인 사업을 키우고 또 키웠습니다. 차체 보안과 메카트로닉스(Body Security & Mechatronics), 컨트롤 및 보안(Controls & Security), 인포테인먼트, 드라이버 인터페이스(Infotainment & Driver Interface) 등 부서를 차례로 거치며 승진을 거듭했고, 마침내 2012년 2월, 델파이의 전장·안전(E&S) 부문 전체를 이끄는 수장(President)의 자리에 오릅니다.
이때 그가 맡은 E&S 부문은 16개국에 생산·기술 거점을 두고 자율주행, 능동 안전,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연 매출 약 3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전장 사업이었습니다. 비제이는 델파이의 임원이자 ‘집행위원회(Executive Committee: 기업의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를 신속하게 집행하는 권한을 가진 최고위 경영진 모임)’의 멤버가 되었습니다. 2003년 1,000명짜리 부실 사업 조각을 꿰매러 독일에 갔던 사람이, 14년 뒤 30억 달러 사업의 정점에 서며 자신의 필살기를 완성한 것입니다.
비제이를 평사원에서 30억 달러 사업의 수장으로 끌어올린 무기는 바로 '인수와 통합'이었습니다. 회사를 사들이고,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가며 성과를 내는 것이 그의 필살기가 되었고, 그 위에 그의 커리어가 세워졌습니다.
상편에서 덕왕은 회사에서 해외향 제품을 담당하던 시절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한 번 몸에 익은 전략은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성공을 맛본 조직은 계속 패스트 팔로워로 남으려 하고, 분석으로 성공한 사람은 계속 분석에 의존합니다. 자신을 정상으로 이끌어준 무기를, 사람은 쉽게 내려놓지 못합니다. 그것이 인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에 도달합니다. 2017년, 자동차 부품 업계를 떠나 마테리온의 CEO가 된 비제이는 인수와 통합이라는 자신의 필살기를 마테리온에서도 꺼내들지 않았을까요?
마테리온에서의 비제이의 행적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겠습니다. 2020년, 마테리온은 스위스의 광학 회사 옵틱스 발저스(Optics Balzers)를 약 1억 3,600만 달러에 인수합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21년에는 독일의 H.C. 스타크(H.C. Starck)의 일부 사업을 약 3억 9,200만 달러에 인수합니다. 2025년에는 한국의 특수 목적용 기계 제조 및 금속 복합 소재 전문기업이자 반도체 박막 증착 공정에서 필수적인 ‘고순도(99.999%) 탄탈럼 스퍼터링 타깃(Tantalum Sputtering Target)’ 소재를 독점 공급하는 코나솔(Konasol)을 약 1,950만 달러에 인수합니다.

2025년 마테리온이 인수한 코나솔
무언가 익숙하지 않습니까? 인수통합 전문가가 마테리온의 운전석에 앉아서 한 일이 다름 아닌 그의 주특기인 인수였던 것입니다. 그의 31년 커리어가 마테리온에서도 주요한 경영 방식이 된 것이지요. 한 사람이 지나온 삶의 궤적이 그 사람의 미래에도 반영된다는 것을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비제이의 계속된 인수통합이 좋고 나쁨을 따지기에 앞서 그 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그 인수에 쓸 돈을 어디서 가져왔는가?
둘째, 자본배분은 어떻게 했는가?
그런데 눈치 빠른 분이라면 이렇게 물으실 겁니다. "서두에서 의문은 세 개라더니, 갑자기 웬 질문 두 개인가?"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이 두 질문은 새로운 의문이 아니라, 서두에서 던진 세 의문 중 둘째(자사주를 왜 안 사는가)와 셋째(차입금은 정말 나쁜가)를 실제로 풀기 위한 실무적인 경로입니다. 인수에 쓸 돈의 출처를 캐다 보면 자연히 차입금에 닿고, 자본배분을 따지다 보면 자연히 자사주 매입 습관에 닿기 때문입니다. 큰 의문 셋은 그대로 두고, 그것을 손에 잡히게 좁힌 작업용 질문 둘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이 두 질문이 40장과 41장의 주제입니다.
그 질문으로 넘어가기 전에, 비제이가 달리고 있는 도로를 먼저 점검하겠습니다. 이 점검의 도구로는 앞서 익힌 세 개의 도구 중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한 마르코 파픽의 6중 제약을 사용하겠습니다.
상편 36장에서 우리는 6중 제약이라는 도구로 미국과 중국이라는 '국가'를 분석했습니다. 파픽의 도구는 국가뿐 아니라 국가 지도자, 그리고 기업의 경영자를 분석하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비제이가 아무리 인수라는 필살기를 가졌어도, 그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며, 반드시 회사가 처한 ‘제약’을 감안하여 그 속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자는 제약 속에서 움직입니다. 파픽의 표현을 빌리면, 지도자의 '선호'보다 '제약'이 결과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과 이란 전쟁에서 트럼프는 이란을 폭격하고, 핵무기 가능성을 뿌리뽑고 미국에 친화적인 정권을 세우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호르무즈를 둘러싼 지정학적 제약으로 인해 일정 수준 이상의 해군력과 지상 병력을 투입할 수 없으며, 유가와 소비자 물가에 의한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전쟁비용을 과도하게 쓰기 어렵고 군대를 지속적으로 전쟁에 동원하는 것에도 법적 제약 등에 부딪혀 제한적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제약’이 행동을 부르는 마리오네트라고 말해도 부족함은 없을 것입니다.
다시 돌아와 비제이에게 작용하는 여섯 제약 중, 그의 행동을 가장 강하게 규정하는 네 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국내 정치, 경제 금융, 헌법 제도, 정보 불완전성)
첫째, 국내 정치 제약: 이중의 족쇄
여기서 '국내 정치'란 회사로 치면 이사회·주주·규제당국이라는 내부 권력 구조를 말합니다. 비제이에게는 이 족쇄가 두 겹입니다.
한 겹은 미국 정부입니다. 상편에서 우리는 마테리온이 베릴륨을 사실상 독점한다는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그 독점은 '미국 정부의 관리와 지원 아래 있는 독점'입니다. 마테리온은 ‘국방물자생산법(DPA) Title I’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미국 정부는 마테리온에게 "정부 계약을 다른 민간 주문보다 우선해서 처리하라"고 명령할 수 있습니다. 마테리온은 자기 고객의 순서조차 마음대로...

어잉? 이게 왜 빅테크 AI 인프라 과열과 SaaS 재평가지?

진한 곰탕 맛이 제대로네요. 역시 이 집 잘하네!
"사람은 자신을 성공시킨 무기를 평생 신뢰한다"라는 문구가 참 공감이 갑니다. 저도 첫 직장에서의 성과가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었거든요.
나머지 2/2편도 잘 긁어서 원샷 때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철야는 네버...)

역시 우고님! 직장에서의 성과는 무엇이었는지요?

저는 사람이었습니다. 주변에 있는 좋은 동료들로부터 자극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고, 여러 프로젝트를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마치 드래곤볼에서 오공이 계왕에게 계왕권을 배운 느낌입니다. 덕분에 계약직 인턴에서 팀장이라는 위치까지 단기간에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저는 직장 고를 때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직장동료입니다.

우리 우고님께서는 참으로 복이 많으시군요. 박수. 👋👏

이제 투자와 삶의 철학 쪽으로 편입되었습니다. ^^
덕왕님 덕에 오늘 저녁은 곰탕을 먹어야 겠어요.

오. 전혀 모르고 있었지 뭡니까? 저는 글을 완성하고 한사발했는데, 이번 주는 마지막 편을 완료한 후 막국수를 먹으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여름이 와서 뜨거운 건 더이상은 다메데스요...

덕왕님을 여기서 뵙네요.. 요즘 힘든데 같은 부문 다니는 사람으로서 같이 힘냅시다..

같은 DX분이셨군요. 반갑습니다. 요즘 같이 분노로 휩싸인 게시판에 감히 글을 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차에, 이 심화편을 마주해주신 동료분께, 더구나 같은 감정을 겪고 계신 그대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게시판에 꼭 쓰고 싶지만 쓰면 공공의 적이 될 말을 전합니다.
"분노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고 스스로 발전하지 않는 자에게 미래는 오지 않는다."
자주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