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철학노트 1편 : 단순성(Simplicity)에 대하여 (feat.바로 적용가능한 촬영팁)




요즘 세계 정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화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다.
나는 빚이 많은 편인데, 덕분에 대부분의 자산을 현금성 자산으로 들고 있어 큰 손실은 피할 수 있었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국면에서는 빚이 오히려 방패 역할을 한 셈이다. 참 인생이란 게, 새옹지마 같다.
이처럼 혼란한 시기일수록 투자에 매달릴수록 오히려 마음만 더 심란해진다. 투자 기간이 길진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느낀다. 너무 몰입하면 괴롭고, 어느 정도는 떨어져서 바라봐야 마음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돈이 충분하다면 굳이 투자를 하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엔 투자보다 더 흥미롭고 의미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건 단순한 쾌락이나 돈으로 해결되는 것들이 아니라, 내적 충만감을 주는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처럼 어지러운 시기일수록 매매보다는 한발 물러나 관심 있는 주제를 공부하거나 밸리의 강의를 듣는 시간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래서 요즘 사진에 더 깊이 몰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 : Cloudbulbs
어제 라이카 갤러리에 선정된 사진인데 구름위치와 가로등이 겹치는 우연을 포착한 사진이다. 맑은 날씨에 저렇게 구름이 생성되는 것도 말이 안되는 우연이라 생각하는데 2개가 생겨서 가로등과 겹치다니.......아마 다시는 찍지 못할 장면이다.

이제 정물장르에 3개나 내 사진이 걸려있다.......보면서도 신기하긴 하다. 일주일마다 선정글 올려서 죄송하다.......작년에 몇개월동안 하나도 선정되지 않았는데 요즘 선정 확률이 조금은 올라간 것 같다.
사진에 대한 나의 원칙과 철학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기술적인 요소보다는 내가 사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원리로 찍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풀어보려 한다.
사실 나도 여전히 배우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 글에 담긴 생각들은 앞으로 바뀔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이불킥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변화 역시 배움의 일부라 믿는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사진을 조금 더 재미있게 바라보고, 나름의 방식으로 사진을 즐기는 데 작은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
그런 기대를 담아,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사진을 찍다 보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진 좋다”는 말을 듣곤 한다. 라이카 갤러리에 사진이 선정되는 일도 그런 인정을 받는 일 중 하나라 생각한다. 물론 기쁘다.
사진은 내게 언제나 좋은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나는 사진을 기분 좋은 마음으로 찍는다.내가 찍고 싶은 것들을 나만의 감각과 창의성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사진을 통해 계속된다.
그런데 내가 사진을 찍으며 느낀 감정이 그대로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이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나의 감각과 인식을 과연 타인과 공유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은 단지 사진에 국한되지 않고,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자들이 오래도록 붙들어왔던 질문이기도 하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비트겐슈타인-
우리는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오직 우리의 인식에 나타나는 방식으로만 사물을 안다.
-칸트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에 대한 고민을, 칸트는 ‘인식의 본질’에 대해 통찰을 남겼다. 이 두 사람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가에게 중요한 과제는 타인과 감각을 공유하는 접점을 찾는 것이라는 데 도달한다. 그게 있어야 예술은 공감을 얻고, 작품은 가치를 획득한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사진은 과연 무엇인가?”
그저 ‘기록’인가? 아니면 ‘미학의 구현’인가? 너무 뻔하게도, 내 대답은 그 사이 어딘가다.
개인적으로는, 사진 그 자체에서 아름다움이 느껴져야 한다고 믿는다. 사진에 담긴 메시지, 작가의 이력, 사회적 맥락, 이런 걸 전부 걷어냈을 때, 그 이미지 자체가 감정을 건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의 목표는 2시간 동안 정신없이 영화를 재밌게 보는 것이다. 메시지는 그다음이라고 생각한다. 메시지를 위해 영화를 만들지는 않고, 재미와 아름다움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
- 봉준호 감독 인터뷰 중-
보여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

사진과 예술에서부터 구조와 인식에 대한 철학적 인지 방법론까지.. 너무 좋은 주제의 글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너무 기대되네요 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어찌보면 제가 오감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시각인데 주로 활자 쪽에만 집중하다가 ahinshar 님 덕분에 이렇게 특별한 사진들을 통해서 '세상을 어떻게 봐야 더 아름다울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배움에 대한 글도 사실 쓰고 있긴한데요......간단한 결론은 '활자나 언어 만으로는 세상을 온전히 배우기 어렵다' 입니다.^^ 환자를 대할 때도 이성이나 언어보다는 비언어적 소통이 훨씬 중요합니다. 어투, 몸의 자세, 표정, 손짓, 병원의 냄새와 시각적 요소들 등 다양한 것들이 제 설명보다 이 환자의 의사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적 이해가 높아지면 세상이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항상 관심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라이카 갤러리는 ahinshar님 개인 갤러리 아닙니까 ! 하하

......그런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요즘 재미있게 작업하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항상 피드백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 스마트폰 카메라가 나날이 발전은 하더라도 미러리스/DSLR이 주는 특유의 색감이나 그 느낌은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저도 아이폰14프로를 쓰면서 언제부턴가 2배 줌으로 찍는 거에 더 흥미를 느꼈는데 그게 50mm 화각에 해당하는지는 몰랐네요~ 군대에 있을 때 휴가 나와서 산 EOS M3도 종종 기분 내고 싶을 때 다시 들고 다녀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사진 많이 공유 부탁드립니다:)

사진에는 양질의 빛이 필수입니다. 양질의 빛은 대비도 중요하지만 말그대로 빛의 총량(수광량) 자체도 중요해요. 카메라는 센서를 통해 수광을 하기 때문에 센서의 크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휴대폰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빛을 담는 사진의 본질인 센서의 크기를 키우지 않는이상 물리적인 이미지 퀄리티는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이에 더해, 보정(Develop)도 사진의 퀄리티에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빛의 모든 정보를 컨트롤할 수 있는 RAW파일로만 촬영하고 보정을 합니다. jpg는 웹이나 SNS 에 업로드할 때만 사용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찍어보시면 아마 휴대폰과 많은 차이점이 느껴지실 겁니다. 조작감을 포함해서 사진을 찍는 경험을 바꿔줄거라 확신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