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안고, 그저 책이나 읽자는 마음으로 어제 평소 읽어보려 했던 책 하나를 펼쳤습니다. 잠깐 훑어본 느낌이 좋아 아이들을 재운 밤 본격적으로 읽어보려 챙겨두었습니다. 밤에 다시 책을 펼치고 난 후에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긴 후에야 비로소 책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피곤함도 잊고,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긴 여운으로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어제 제가 읽은 책은 <포즈랑의 투자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투자 서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투자의 원칙을 딱딱하게 다루기보다 포즈랑 님의 투자 경험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투자에서의 고민, 어려움, 후회, 반성, 그리고 조언과 삶에 대한 자세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버릴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훈계를 들으며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지난 8년간 가장 많은 시간을 국내 시장에 쏟았다는 점, 그리고 올해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 덕분에 저자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제가 기존에 가졌던 투자 가치관은 물론, 최근 돌고 돌아 정립해 나가는 투자 방법과도 부합하는 스타일을 담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례 속 고민들에 깊이 공감했고, 뼈저리게 반성했습니다.
다른 책들은 대략적인 내용을 기록하며 마치는 편이지만, 이 책만큼은 전반적인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물론 책 자체를 읽는 것보다 턱없이 부족한 기록이니 꼭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특히 투자를 몇 년간 지속해 온,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분들이라면 그간의 고민이 많이 정리될 만한 책입니다.
저에게는 이 책의 한 장 한 장이 주는 울림이 컸습니다. 제가 많이 고민했던 경험들이 투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래 글들은 단지 그중 몇 가지만 추려 이야기하겠습니다.
책 서두에 나오는 연도별 수익률을 차트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3년간 CAGR은 38%에 달합니다. 엄청난 수익률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았을 때 각종 유튜브에 나오는 세 자릿수의 수익률을 달성해내는 슈퍼개미들과 비교한다면 비현실적인 수익률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과거 칼럼에서 투자를 시작한 뒤로부터 24년까지 저의 수익률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물론 올해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고 포즈랑 님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부족한 실력이기에 수익률이 뒤처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동일 기간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았을 때, 저 같은 사람과 비교해도 터무니없는 차이는 아닙니다.

물론 저자에게 23~24년 등 슬럼프와 현금 비중이 높았던 시기가 있어 동일 기간 평가에 무리가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투자 스타일에 따른 결과로 판단됩니다. 저자는 과도한 집중과 레버리지를 지양하며 하방 위험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위험을 낮추기 위해 치열하게 리서치하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운용의 특징은 13년 중 손실이 난 해가 2022년밖에 없으며, 그조차도 (-)5%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납니다.
참고로, 저는 작년까지 손실 난 해가 없었다는 것을 자부심으로 느끼며 제 실력을 오만하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2022년 매크로 투자 수익으로 인해 소위 말하는 '위로 크게 못 보는 병'이 들었고, 이는 23년, 24년의 수익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올해에는 투자 외적인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투자가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기반 없이 잘못해오고 있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해입니다. 아래 짤이 생각나네요.

저와 달리 포즈랑 님은 슬럼프 기간을 겪었다 해도, 본인의 탄탄한 투자 철학과 방법론, 그리고 경험과 노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용을 해오셨습니다. 잘 작성된 프로그램이 의도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죠. 겉보기에는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 내부는 전혀 달랐습니다. 2024년의 제가 이 책을 봤더라면, 저자가 전업투자자임을 고려해 '나랑 큰 차이 없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제 투자의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엉망으로 코딩된 제 프로그램이 단지 운 좋게 동작했을 뿐임을 알기에, 저자의 대단함과 그의 프로그램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고 싶었습니다.
서문의 제목은 '투자는 공격적으로'라고 되어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 투자가 공격적이라기보다는 투자를 하는 과정이 공격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달리 말하면 '치열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이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투자는 엄청난 부자가 되려고 하는 행위가 아니라, 은퇴 후나 노후에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하는 것임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 빨리 가는 게 목표가 아니라(젊을 때 부자가 되는 것), 여유 있는 상태로 끝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죽을 때 부자로 죽어야 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하다 보니 부자가 되어 있더라와 같다고나 할까.
물론 빨리 안전하게 가면 최고다. 아니, 안전하지 않더라도 빨리 가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망할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면 그건 성과가 아무리 잘 나더라도 독(毒)이다. 왜냐하면 투자는 거의 죽을 때까지 이어지므로 그 위험을 위험인 줄도 모르고 지속하다 보면 언젠가 한 번은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 뭐 있나 모 아니면 도지”, “못 먹어도 고”, “한강 아니면 한강뷰” 같은 말들을 자주 듣는다. 이런 말 하는 사람치고 스스로가 진정 ‘도’가 나오거나 ‘못 먹거나’, ‘한강 간다거나’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내심 다 ‘모’를 바라고, ‘먹기를 바라고’, ‘한강뷰를 바란다’. 두려움을 이기려고 뱉는 말이지, 진심으로 내가 잘못될 수도 있고 잘못되면 인생이 비참해져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이 비참해져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그게 현실이 되지 않았기에 남의 일처럼 말하는 것일 뿐. 비참한 상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 “모 아니면 도”, “못 먹어도 고”, “한강 아니면 한강뷰” 같은 소리를 하며 베팅했던 스스로가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그때 가지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들인지, 가족들을 지키던 행복의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런 소중한 것들을 걸고 도대체 자신이 무슨 멍청하고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를 뼈저리게 알게 된다.
<포즈랑의 투자 이야기>, 포즈랑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주된 감정은 '반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잘하고 있다'라고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올해 투자에서 잘한 점을 꼽으라면 투자 관련된 글과 기록을 많이 남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짧은 메모 정도에 그쳤다면, 올해는 칼럼 형태의 글을 꾸준히 남겼습니다
저자가 2012년 전업투자를 시작하며 가치투자연구소에 글을 썼듯, 투자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감정을 솔직하게 남기는 과정은 남들을 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본인의 투자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됩니다.
저 또한 제 투자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 이 책을 읽은 감상을 지금 Valley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쓰는 글이지만, 아마도 제 칼럼을 가장 많이 읽고 얻어가는 사람은 저 자신일 것입니다. '투자는 자기 스스로를 가장 잘 알아야만 잘 해나갈 수 있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가치투자연구소에서의 글은 1~2개월마다 한 번씩 꾸준히 작성했고 10년 넘게 지속했던 듯싶다. 투자를 하며 알게 된 것, 나의 심리, 실수, 복기, 깨달음 등 전업투자자로서 여러 가지 느껴지는 바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꾸준히 적다 보니 아주 천천히 내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것이 신나서 더 의미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고, 결국 그 글들이 나를 발전시켜주는 큰 밑거름이 되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내가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걸려서 쓴 글들은 그 당시에도 고심하여 적은 것들이었지만 글을 올린 후에도 수십 번을 다시 읽어봤던 것 같다. 가치투자연구소에 올리는 글들은 대체로 나의 후회와 스스로에 대한 위안과 실수에 대한 복기와 앞으로의 의지의 표현을 타인에게 말하듯이 적은 글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나를 위한 글을 타인에게 이야기하듯 적은 것이 많다. 아마 그것이 가치투자연구소 회원들이 많은 공감을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고 미래가 불안하며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으로 마음이 힘든 시간을 보낼 때가 많은데, 나는 정말 내 기분을 솔직하게 적었으니 ‘다른 사람도 이렇구나’라는 공감의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진심으로 말하건대, 내 심리를 감추지 않았고 멋있게 보이려 포장하지도 않았다. 나 스스로가 똥멍청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뭔가 추해 보이는 ...




.....세세한 부분은 다르겠지만, 제가 최근 시장에서 겪은 경험과 굉장히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그리고 입맛없다는 부분과 삶에 변화를 주며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등에 대한 고민까지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 외의 공감가는 다른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JUB 님에 비하면 투자 이력과 경험 등의 많은 격차가 있겠지만, 제 수준에서 공감가는 일들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감명깊은 칼럼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어제 부터 읽고 있는데 너무 좋은 책이네요. 두고 두고 읽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며칠전부터 듣고(?) 있는 책이라 여러모로 공감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읽어봐야겠네요!

책소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오늘부터 포즈랑님 책 읽기 시작했습니다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좋은 책소개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님 블로그 덕분에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바로 밀리에서 다운 받아 한번 읽고 2회독 중입니다. 제가 하던 고민에 대해 이미 투자러 일가를 이룬 분이 친구에게 조언하듯 해주어서 너무 공감이 가네요.

관내도서관에 없어, 희망도서신청을 했습니다. 요새는 새책은 서점에서 직접 받아 읽은후 도서관에 반납하는 시스템도 잘되어있네요. 좋은 책 소개와 리뷰 감사합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가치투자보다 다른 투자 원칙을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배울 점이 많아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