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투자철학
투자는 공격적으로, 운용은 보수적으로
노력
재능이 있든 없든, 압도적인 노력이 없으면 발현되지 않는다
단기적인 승부는 운이 좌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것은 결코 운이나 재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압도적인 노력. 이것은 투자 세상에서 살아남고 궁극의 목표를 이루기까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이는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이가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원칙을 찾고 그것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리스크
큰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칠지언정 가족의 생활이 무너질 리스크를 지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
나는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데다, 감정에 휘둘리기 쉬운 나약한 인간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행위를 할 만한 여건 자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신용, 선물, CFD 계좌는 지금까지 만들지 않았고 앞으로도 영원히 만들 일이 없을 것이다.
망할 수도 없는 위험을 안고 있다면 성과가 아무리 잘 나더라도 독이다.
투자는 거의 죽을 때까지 이어지므로 위험인 줄도 모르고 지속하다보면 언젠가 한 번은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다.
인생이 비참해져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목표
젊을 때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 부자로 죽어야 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하다 보니 부자가 되어 있어야 한다.
복기와 메타인지의 중요성
가치투자연구소에서의 글은 1~2개월마다 한 번씩 꾸준히 작성했고 10년 넘게 지속했던 듯싶다. 투자를 하며 알게 된 것, 나의 심리, 실수, 복기, 깨달음 등 전업투자자로서 여러 가지 느껴지는 바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꾸준히 적다 보니 아주 천천히 내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것이 신나서 더 의미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고, 결국 그 글들이 나를 발전시켜주는 큰 밑거름이 되었다.
나는 진심으로 말하건대, 내 심리를 감추지 않았고 멋있게 보이려 포장하지도 않았다. 나 스스로가 똥멍청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뭔가 추해 보이는 욕망을 스스로 느낄 때조차도 그것을 숨김없이 적었다. 그랬던 이유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해서였다. 그때도 느끼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투자는 자기 스스로를 가장 잘 알아야만 잘 해나갈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은 자신조차도 속이기 쉽고, 자신이 자신에게조차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기 마련인데, 외부에 솔직히 적는다는 것은 살짝 꺼려지는 일일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그에 맞는 투자 방향을 제대로 설정할 수 있다.
투자에서만큼 메타 인지가 중요한 분야는 없는 것 같다. 자신의 상태와 생각을 가감 없이 글로 적어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것은 메타 인지에 굉장히 큰 효과가 있다. 물론 가치투자연구소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 이런 것들을 알고 했던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 나의 성과가 꾸준히 나쁘지 않았던 이유가 뭘까를 반추해보다가, ‘가치투자연구소에 적은 글들이 남들을 위한 것인 줄 알았는데 나를 위한 것이었구나’를 깨달으면서 알게 된 것이다.
나는 투자에서 복기는 끊임없이 해왔다. 나도 모르게 내가 미친 짓을 한다거나, 잘 견뎌낼 줄 알았는데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심리가 있다거나, 미련을 못 버렸다가 결국 크게 사고를 친다거나, 흐리멍덩하게 보내다가 중요한 변화를 놓친다거나 등등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짜증 나서 미칠 것 같은 행동을 했을 때는 꼭 글로 남겨둔다. 그리고 그걸 수시로 읽었다. 그렇게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부터 운용이 몸에 맞게 굴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초기의 가치투자
저PBR이나 배당률이 높은 정상JLS나 도시가스 업체에 그레이엄의 꽁초 투자
투자를 좀 더 액티브하게 하는 분들 : 탐방을 가기도 하고 실적 추정을 디테일하게 해서 좋은 실적이 나오면 주가 반응을 기대
but, 한두 분기 실적에 따라 회사의 본질적 가치가 뭐 그리 크게 변화하겠느냐는 전업투자자 같지 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주가가 크게 움직이면 그 이유를 궁금해하거나 수익을 낼 궁리를 하지 않고 반감을 갖고 있어서 성과가 좋지 않았다.
주식은 실시간 가치 평가
주식은 ‘기업 가치의 실시간 평가’라는 관점에서 기업이 좋아지는 구간이라면 투자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주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 고민 속에서 내린 결론은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주가의 시총으로 ‘그 기업을 통째로 산다고 했을 때’ 살 만한 가격이냐는 것이었다.
초기 주식 공부와 경험
2013년에 들어오면서 사업 모델이 안정적이지는 않아도 PBR이 낮고 이익이 늘어서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터였지만 IT 산업을 공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용어와 공정들부터 인터넷 검색과 산업 리포트들을 보면서 조금씩 익혀갔는데 그래봐야 뭐 얼마나 전문적이었겠는가. 사업 보고서 내용을 읽고 이해 안 되는 것은 찾아보았는데, 특히 재무제표와 주석도 몇 번을 살펴보고 찾아보고 했는지 모른다. 중요 자회사들이 여럿 있어서 연결 재무제표와 별도 제무재표를 따로 보고 주석에 뭔가 중요한 내용이 있을까 살펴보는 과정에서 연결 재무제표와 별도 재무제표의 의미와 회계 용어에 많이 익숙해졌다. 제우스에 대해 공부하면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플랜트 쪽의 사업이 돌아가는 과정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고, 회사 현황을 주담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일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종목에 1억이 넘는 금액을 사고, 그게 또 큰 평가손실에 머무르고, 그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반복적으로 리서치한 경험들은 나의 투자 여정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주식을 그냥 조금 보유하는 것과 심리적으로 굉장히 부담되는 금액을 보유한다는 것, 그리고 그 주식의 주가가 떨어질 때의 두려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 두려움을 이기고자 했던 노력과 행동들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투자해야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조금 주었다. 게다가 다행히 그것이 성공적인 결과로 마무리되면서, 나에게 큰 성공의 경험을 안겨주어 주식은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를 완벽하게 체감한 케이스가 되었다. 이때부터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 주가가 오른다는 것을 완벽하게 믿기 시작했다. 주가의 뒤편엔 기업이 있고, 주가는 그 기업의 그림자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할 뿐 그 본질의 가치가 오른다면 주가는 그에 합당하게 따라간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은 가치투자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준점을 ‘주가’에 두는 게 아니라 주가 뒤의 ‘기업’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주가 속에서 자신의 심지를 굳건하게 둘 수 있는 방법은 확신의 강도를 높이는 방법뿐이란 것도 알게 되었고, ‘나’라는 사람은 대학 시절 때처럼 트레이딩은 너무 못하지만 기업 가치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것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투자에도 과정이 있다면, 확신을 가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성공의 경험을 얻고 난 후에야 비로소 다음이 시작될 수 있는 것 같다. 그 확신이 정말 옳은 것인지, 생물과 같이 변화하는 기업에서 내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닌지 계속 스스로에게 자문하며 다듬어가는 것은 확신의 과정을 겪고 난 그다음의 과정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투자 모임을 같이하는 후배들에게는 초반에는 리서치를 좀 깊게 하기를 권한다(말로는 권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강요한다). 초반에 깊은 리서치를 해본 경험이 앞으로의 투자 여정에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고, 초반에는 리서치를 깊게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깊이는 옅어지면 옅어지지 점점 더 깊게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를 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면 초반에는 리서치를 더욱 깊게 하기를 권하는 바다. 단, 깊게 하되 투자와 관련 있는 리서치를 해야 한다. 간혹 아무 상관도 없는 리서치를 너무 깊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공정을 공부한다고 할 때 그 공정의 역할과 중요도와 관련 기업을 공부하면 되는데, 반도체학과 학생처럼 공정 자체에 대한 공부를 엄청 깊게 하는 것이다.
투자와 관계있는 회계를 공부해라
복식부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본인이 투자하는 회사의 재무제표와 주석을 보면서 모르는 내용을 찾아보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다. 투자에서는 이익과 비용 구조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제조원가 같은 실제 비용과 대손충당비 같은 회계적 비용들, 그리고 연구개발비가 자산으로 잡히는지 비용으로 잡히는지 등을 알게 된다. 그리고 대차대조표에서 기업의 안정성을 보기 위해 금융 부채 같은 유이자 부채와 선수금 매입 채무 같은 이자성 부채가 아닌 것을 구분하게 되고, 매출 채권과 재고 자산 등의 회계적 의미를 이해하면서 각 기업의 투자에 필요한 항목들을 찾아 공부해나가면 된다. 모든 기업에서 중요한 부분이 모두 같은 것도 아니어서, 사업이 심플해 회계 자체가 단순한 기업들도 있고, 납기가 굉장히 길어 매출을 공사 진행률로 인식하는 기업들은 미청구 공사나 초과 청구 공사 같은 항목을 알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이 관심 있는 기업이 생겼을 때 재무제표와 주석을 보면서 필요한 항목들을 공부하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에 필요한 회계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확인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본인에게 있어야 그 많은 정보들이 의미를 가진다. 그 능력은 스스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역할을 모두 직접 해왔을 때 길러지는 법이고, 그 역할들을 스스로 하면서도 그 돈이 자기 돈이라 잃으면 나락으로 간다는 절박함을 가져야 하는 것이 투자자인 것이다.
높은 비중을 실은 상태로 몇백 퍼센트의 수익을 올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서야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금은 장기적으로 굉장히 업사이드가 크다면 매수 가격 기준으로 비중을 10% 수준으로 제한해 계속 묵혀두거나, 비중을 많이 실었다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났을 때 일부는 수익 실현을 해서 다른 기업에 투자한다.
세상사 모든 일이 노력과 능력에 정비례하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노력과 능력 없이 운만으로 연속적인 성공을 하는 법은 절대로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성공의 경험을 얻을 때까지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지속해야 하고, 한동안은 운이 없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가는 꾸준함 속에 한 번은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온다고 믿는다. 그와 같은 성공의 경험을 얻으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 더 얻게 되고 좀 더 스스로의 결정을 믿게 될 터인데, 그것이 누적되어야 한다. 그 와중에 자잘한 실패들을 계속 겪겠지만 거기서 실수를 보정하며 스스로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음으로써 투자가 정돈되어간다고 생각한다. 투자를 오래 했든 짧게 했든 간에 스스로에 대한 자각 없이 그냥 관성대로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큰 발전이 없다.
노력을 하다 보면 벽에 부딪히는 순간들이 있다. 그게 리서치의 한계 같은 지점도 있고, 특정 섹터에서는 리서치를 시작하는 것조차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막막하기도 하다. 매수할 만큼 알든 모르든 어떤 기업의 주식을 마우스 클릭으로 살 수 있지만 나는 모든 투자자가 모든 섹터의 모든 기업에 투자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조차도 버거운 섹터의 버거운 종목이 있다. 그렇다고 능력 범위에 선을 그으라는 말은 아니다. 나는 가치투자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IT 기업인 제우스라는 회사로 섹터 확장을 시작한 후 반도체, 디스플레이, 플랜트, 게임주, 바이오, 미용 기기, 화장품, 엔터 심지어 코인까지 거의 모든 섹터를 이건 절대로 안 된다고 선을 그으며 장벽을 치지 않았고 10년 동안 섹터를 조금씩 확장해나갔다. 물론 성과가 있기도 했고 크게 망한 적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