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올라온 폴 튜더 존스 인터뷰 입니다. PJT 라고 부른답니다. 투자 이외에도 한 이야기가 많은데 인터뷰 링크는 여기에 남겨뒀습니다.
"워런이 듣고 있다면 정중히 사과합니다. 당신은 복리의 OG입니다"
이 인터뷰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시장 전망도, AI 경고도 아니었어요.
폴 튜더 존스(이하 PTJ)가 워런 버핏에게 공개 사과한 부분이었거든요. PTJ는 자기 입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매년 워런 버핏을 비판하면서 자기 만족에 빠져 있었어요. '저 사람은 그냥 운 좋게 적시 적소에 있었을 뿐, 일본에서 시작했다면 절대 안 됐을 거다'라고요."
→ 이런 생각을 하는 생각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50년 트레이더가 50년 동안 깎아내려 온 인물이 바로 버핏이었던 거죠.
전환점은 한 팟캐스트였어요.
PTJ는 Acquired 팟캐스트의 버크셔 해서웨이 편을 듣다가 "버핏이 9살에 복리의 힘을 이해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해요.
→ 나는 9살에 무엇을 했을까? 과학 상자를 했던 것 같네요.
그 순간 자신을 "the biggest fool"이라고 평가합니다.
이어서 "그 친구는 천재였고, 나는 평생 멋지게도 그걸 회피해 왔다"고 자조해요.
그리고 "워런, 만약 이 인터뷰를 듣고 있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당신은 복리의 OG(원조)예요."
OG = "Original Gangster"의 줄임말
원래는 19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나온 갱스터 슬랭이었는데, 지금은 그 의미가 완전히 일반화돼서 다음과 같이 쓰입니다.
"원조", "시조", "본좌"
PTJ가 자기 펀드를 설명하는 숫자가 흥미롭습니다.
BBI 펀드는 40년간 S&P 500과 마이너스 0.12의 상관관계를 가져왔어요.
다시 말해 "수익의 100%가 알파"인 펀드라는 거예요. 시장 방향과 무관하게 순수하게 트레이딩 실력으로만 돈을 버는 구조죠.
그런데 그가 이 자랑을 하면서 동시에 "내가 만약 2008~2009년 50% 드로우다운을 경험한 워런의 입장이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인정합니다. 두 사람의 본질적 차이가 여기에 있어요.
→ MDD 50%를 맨정신으로 견딜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자산 배분을 하고 현금 비중을 관리하는 거죠.
PTJ가 트레이더와 투자자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나는 NFL의 라이트 가드(공격수 보호 라인맨) 같아요. 50년간 매일 참호에서 싸워 온 라이트 가드." 누가 트레이딩에 관심 있다고 하면 그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고 해요. "롱숏 가서 주식 쪽에서 해. 절대 매크로 트레이딩은 하지 마." 50년 차 거장의 진심 어린 조언이에요.
→ 저는 매크로 트레이딩 꿈나무 입니다 ㅠㅠ
헌트 형제와 1980년 은 폭락: 평생 머리에 새겨진 유동성의 교훈
PTJ는 1976년 면화 거래소(코튼 익스체인지)에서 트레이딩을 시작했어요. 인플레이션이 미쳐 날뛰던 시기였죠.
그가 직접 목격한 충격적 사건이 1980년 헝트 형제(Bunker Hunt)의 은(Silver) 매집 사태였습니다. 헝트는 1976년부터 평균 3.12달러에 약 2억 온스의 은을 사 모았어요. 그게 1979년 30달러까지 갔습니다. 그 시점에서 헝트의 자산은 약 50~60억 달러. 세계 2위 부자의 3배 가치였죠.
그러자 헝트가 한 말이 걸작입니다. 누가 "이 은 다 어디다 쓸 거냐"고 묻자 그가 답해요. "
묻을 거다. 다 묻을 거다. 그리고 2천만 온스를 더 사서 그것도 묻을 거다." 그 발언 직후 은은 50달러까지 치솟았고 헝트의 자산은 110억 달러, 다음 부자의 5~6배가 됐어요. PTJ는 "그렇게 큰 돈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고 회고합니다.
그런데 결말이 끔찍해요. 거래소가 청산 전용(liquidation only) 조치를 발동하자 은은 50달러에서 10달러 이하로 8주 만에 폭락했어요. 헝트는 6~7주 만에 세계 최고 부자에서 사실상 파산 상태가 됐습니다.
PTJ는 그 장면을 보면서 결심했다고 해요. "나는 평생 어떤 것도 영원히 보유하지 않겠다. 어떤 것도 신뢰하지 않겠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격언이 그의 DNA에 박혔습니다. "얘야, 너의 진짜 가치는 내일 수표를 끊을 수 있는 만큼이야." 유동성이 트레이딩의 본질이라는 깨달음이죠. 이 철학은 그가 50년간 매크로 트레이딩에서 살아남은 비결이기도 해요.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큰 환경에서는 포지션 사이즈와 유동성이 생사를 가른다는 거예요.
PTJ의 트레이딩 철학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리스크 매니저"예요. 그는 인터뷰 내내 반복합니다. "트레이더든 투자자든 뭐든, 진짜 성공한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훌륭한 리스크 매니저예요." 헝트의 사례가 그에게 가르쳐 준 건 "방향이 맞아도 사이즈가 틀리면 죽는다"는 거였습니다.
→ 이런 교훈은 시장의 마법사들에서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봐서 반갑네요.
매크로를 직접 트레이딩에 활용하지 않더라도 현금 비중을 관리하는데 사용하더라도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핵폭탄급 꼬리 리스크다. 그런데 규제는 0이다"
PTJ가 가장 분노에 가까운 톤으로 말한 부분이 AI 규제 이슈였어요.
그는 18개월 전 한 컨퍼런스에 다녀온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35~40명 규모의 비공개 모임에서 4대 AI 모델 회사의 핵심 모델러들이 모인 자리였어요. 그가 그 자리에서 직접 물었답니다. "AI 안전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거라고 봅니까?" 거의 모든 모델러의 답이 똑같았다고 해요. 충격적이게도요.
"5천만이나 1억 명이 사고로 죽고 나면, 그제야 뭔가 조치가 시작될 거예요."
PTJ는 이 답변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보는 AI의 본질적 문제는 개발 모델 자체에 있어요.
"지금 AI가 배포되는 방식은 build/break/iterate예요. 만들고, 부수고, 반복하는 거죠. 사실 이건 인류 역사상 모든 발명의 모델이었어요.
문제는, 이 모델에서 꼬리 사건(tail event)이 수억 명을 죽일 수 있는 게 처음이라는 거예요."
PTJ는 핵폭탄과 비교를 시작합니다. 1945년 첫 핵폭탄 투하 후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18개월 만에 원자력에너지위원회(AEC)를 만들었어요. 거대한 꼬리 리스크를 가진 기술을 규제할 틀을 즉각 마련한 거죠.
그런데 AI는 출시 3년이 지났는데도 "regulate? 무슨 소리야?" 수준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에요. 그는 단호하게 말해요. "지금 어떤 대통령이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단 하나의 분야가 있다면, 그건 AI 규제예요. 미국 안에서만이 아니라 중국과 모든 주요 개발국이 함께요."
→ 행정은 대부분 뒤쳐지고 늦는 경우가 많죠.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이 경쟁구도에 있을때는 리스크 관리 보다는 돌진을 택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특히, 규제로 유명한 유럽이 어떻게 뒤쳐졌는지를 생각하면...
흥미로운 후속 일화도 나와요. PTJ가 CNBC에서 같은 우려를 표명한 직후 워런 버핏이 직접 메모를 보냈답니다.
"100% 동의합니다. 다만 지니가 이미 병에서 나온 것 같아요. 다시 집어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89세의 가치 투자자와 70세의 매크로 트레이더가 AI 안전성에 대해서는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거예요.
PTJ가 가장 위협적으로 느끼는 건 "지난 12시간 사이 나온 뉴스가 더 불길해지고 있다"는 부분이에요. Mat
Schumer가 발표한 두 신모델 분석 에세이를 직접 인용하면서, 노동시장 파괴력이 자기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토로합니다. 트레이더의 본능이 "이건 모델로 헤지할 수 있는 리스크가 아니다"라고 경고하고 있는 거죠.
AI 워터마크 의무화: "다음 대선의 단 하나의 어젠다"
PTJ가 구체적 정책 제안을 한 부분도 주목할 만해요. 그는 다음 미국 대선에서 핵심 어젠다가 되어야 할 단 하나의 항목으로 "모든 AI 콘텐츠의 워터마크 의무화"를 꼽았어요. 그리고 이를 어기는 사람은 3회 위반 시 중범죄로 처벌하고 감옥에 보내자고 주장합니다. 강경한 톤이에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무엇이 진짜 인간이고 무엇이 아닌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거죠.
둘째, 본인이 직접 두 번이나 딥페이크에 속았다는 경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