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싫어하는 이유




책 좀 읽어라
어렸을 때부터 징그럽게 들어온 말이다. 우리는 어렸을적부터 독서를 강요받아왔다. 방학 숙제로 독서록 50편 써오기, 일주일에 한 편씩 독서록 써서 검사받기는 초등학생들의 원수이다. 최소한 12년의 학교생활동안 교과서라도 한 번은 펼쳐보게 되어있다. 지독한 독서의 압박은 성인이 되어서도 끊이지 않는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기 때문에, 읽기를 멈추면 굶어죽기라도 하는줄 알겠다.
태도에서 적나라하게 볼 수 있듯이, 나는 책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책을 아주 안 읽지는 않는다. 정말 궁금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만 골라 읽는다. 나는 절대로 추천도서 목록에 있다고 해서 모두 읽어보지 않는다. 내가 관심이 있는 주제의 책은 덥석덥석 잘만 집어들지만, 그 이상의 시도는 하지 않는다. 이런 행태로 생각의 폭이 좁아진다고 생각한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기 바란다.
고등학생 때였던걸로 기억한다. 국어 교과서에, 언어가 생각을 결정하느냐는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보면서 기가 찼다.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는 것은, 언어보다 깊은 생각을 한 적 없다는 의미이지 않은가. 자신의 생각이 짧다는 것을 당당하게 다른 사람에게 설파하고, 더 나아가 교과서에까지 실어버렸다는 당당함에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언어는 추상화된 기호일 뿐, 생각의 결정체가 아니다.
언어는 어디에서 왔을까? 당연히도 원시시대에 집단을 이루면서 자신의 경험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개념을 추상화하기 시작했고, 기호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자. 언어를 쓰기 시작하면서 추상적인 사고를 시작했다고 해서, 언어를 써야만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착각은 아마도 여기에서 시작한다.
수학을 생각해보자. (1, 0)이라는 기호가 주어졌을 때, 우리는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생각이 서로 다르다. 어떤 사람은 좌표평면을 생각했을 수도, 단순히 수직선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복소평면을 생각했을수도, 단순히 벡터나 행렬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이차방정식의 두 해를 괄호로 묶어서 표현했다고 해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같은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온 사람일지라도, 뇌에서 해석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같은 수학 수업을 들어도 전교 1등의 머릿 속에 들어가는 내용과, 전교 꼴등의 머릿속에 들어가는 내용은 서로 다르다. 이것은 지능이나 재능의 차이일수도 있고, 환경의 차이로 인해서 발생한 현상일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교 1등은 자신의 사고 구조를 전교 꼴등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
물론, 언어가 생각에 ...

예전에...회의를 정말 좋아하던 PM(Project Manager)이 있었습니다. 저녁 회식도 미팅이라고 했을 정도로 수시로 회의를 하던군요. 비효율적이긴 했어도 그 프로젝트 잘 끝났습니다. IMF당시 그 프로젝트로 회사가 월급을 줬을 정도니까요. 그 프로젝트를 끝내고 다른 프로젝트에 Assign되었는데, 회의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Kick-Off 미팅 하고나서 미팅을 했던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니까요. 이렇게 회의를 안해도 되나 싶었는데, 그 프로젝트 또한 잘 끝났습니다. 그 이후에 수단과 목적을 구분하기로 했습니다. 미팅은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수 없죠.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수단이 있으니까요. 책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선척적으로 난독증이 있는 분들도 있고, 정보를 습득하는 수단이 다양하니까요. 물론 책이 가장 경제적인 (시간이나 돈으로도) 수단이긴 합니다만.... 사람의 정보 습득 경로는 듣는 것, 보는 것, 느끼는 것등 다양하죠. 예를 들어 여성분들은 주로 듣는 것으로 정보를 습득하니, 가전제품 설치기사분이 제품 작동방법을 설명해주죠. 대부분의 남자들은 설명을 듣기보단 설명서를 볼 것입니다. 주로 듣는 것을 통해 정보를 파악하는 상사에게 수십페이지 보고서를 제출하면 "보고서 첫장을 들추자 마자, 뭔데 말해봐"할 것이고 보는 것을 좋아하는 상사에게 가서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해봐야 "됐고 보고서를 써서 제출해줘"라고 할 겁니다. 수단이 목적이 되서는 안되죠. 각자의 취향과 형편대로~ 주식 투자도 비슷하더군요. 나랑 안 맞는 회사나 주식이 있더군요. 그럼 즐투~ (희망퇴직을 앞두고 있어 회사에서 시간이 남아서 주저리 주저리 했습니다)

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ㄷㄷㄷ 책은 분명 수단이죠! 그리고 책을 통해서 달성하고자하는 목표는 아마도 생각의 확장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확장시키려면, 직접 생각을 해야지, 책만 읽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에서 글을 썼습니다! 재밌는 일화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추가로, 퇴직 축하드립니다! 은퇴 이후에도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