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살아남는 투자법 - COVID pandemic : 방아쇠는 당가졌다





들어가며
합리에 근거한 과학적 사고방식, 그리고 개인의 행복을 강조하는 서양식 가치관은 인류를 무지와 굶주림에서 해방시켰지만 개인의 일생을 뛰어넘는 시간에 대한 관찰력을 잃게 만들었다. 전근대인들은 그들 스스로가 개인의 선택과 무관한 시대적 상황에 묶여있다는 사고방식에 익숙했지만, 종교와 이념에서 해방된 현대의 선진국 사람들은 그러한 생각을 낯설게 여기며,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비율도 제법 된다.
하지만 그러한 인식이 가능한 까닭은 선진국 사람들이 딛고 있는 물질적 발판이 워낙 크고 견고한 것이기 때문일 뿐이다. 여전히 우리는 현대 과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마주하면 어떤 증명되지 않은 존재나 원칙에 기도하며, 도저히 개인의 노력으로 해쳐나가지 못하는 과업을 마주하면 국가의 개입을 부르짖는다. 선진국 시민들은 미국의 날개 아래에서 긴 평화를 누려왔지만 그러한 시대는 명백히 끝나가고 있으며, 선진국 시민들도 오랜 단잠에서 깨어나 허겁지겁 바뀐 세계를 직시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코로나 판데믹은 다가올 난세에 대한 중대한 전조였다. 코로나 판데믹은 인명과 물자에는 (판데믹치곤) 미미한 여파를 남겼다. 하지만 국제 공급망에 대한 인식에 남긴 여파는 실로 거대했다.
공급망은 무엇이고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코로나 판데믹이 남긴 국제 공급망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해하려면 우선 공급망이 무엇이고 어떻게 탄생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급망은 인류가 문명을 형성한 시기부터 존재했다. 어떤 공동체도 완전한 자급자족을 이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A 지역은 토지가 비옥해 곡식을 많이 생산하고 B 지역은 야생 동물이 풍부해 가죽과 고기를 많이 생산한다. 하지만 A 사람들도 고기를 먹고 싶고 가죽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싶다. 그리고 B 지역 사람들은 보관이 쉬운 곡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A 지역에는 짐승이 부족하고 훌륭한 사냥꾼도 별로 없고, B 지역도 반대로 그렇다. 그래서 A 지역 사람들과 B 지역 사람들이 만나서 고기/가죽과 곡식을 교환하기로 합의한다. 이것이 교역이다.
처음엔 서로에 대한 신뢰도 없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간헐적인 교역에 그친다. 그런데 오랫동안 해보니까 이득이 크고 서로에 대한 믿음도 쌓인다. 그래서 양자가 만나서 주기적으로 정해진 양을 거래하기로 결정하고, A 지역에는 짐승이 없는데도 가죽세공인과 도축업자가 생겨나고 B 지역에는 곡물이 나지 않음에도 제분소와 곡식창고가 세워진다. 이것이 공급망이다. 이제 A 지역과 B 지역은 서로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A 지역이 곡물을 팔지 않으면 B 지역의 제분소가 멈추고 곡식창고가 멈춘다. 반대로 B 지역이 짐승을 팔지 않으면 A 지역 사람들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하지 못한다. 이것이 공급망에 의한 상호 의존이다.
앞선 예시에서 보이듯, 공급망(Supply Chain)이라는 단어는 비교적 최근에 고안됐지만 공급망의 개념은 문명의 시작과 함께 했던 것이다.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준독점적 황금 공급자였기에 막대한 국제 위상을 누렸다. 페니키아 상인들과 그리스 상인들은 지중해를 무대로 공급망 경쟁을 벌였다. 결국 공급망이란 현실의 물리적 자원(인력, 1차자원, 가공품)을 발굴하고 제조하고 소비하는 사슬을 말한다. 인류의 많은 전쟁은 공급망의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공급망에 대한 통합 시도는 왕권과 국가를 만들었다. A 지역 사람들이 외적의 침공을 받으면 B 지역 사람들은 A지역을 지켜야할 이해관계를 지닌다. 혹은 A 지역 사람들이 공급을 끊으면 이미 A 지역의 곡물 공급을 전제하고 살아가던 B지역 사람들은 A 지역을 정복할 강력한 동기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국가가 탄생하는 길이다.
공급망은 본래 배타적인 것이었다.

공급망을 공유한다는 말은 이익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가령, 예를 들어서 필자가 사용하는 삼성 갤럭시 휴대폰의 공급망은 다음과 같다. 콩고의 노동자들이 코발트를 채굴하면 중국의 제련소에서 배터리 소재로 가공되고, 한국 등지의 공장에서 핵심 부품과 셀로 만들어진 뒤, 베트남의 생산기지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된다. 그리고 완제품은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 각지의 소비자에게 판매되어 삼성전자의 이윤을 창출한다.
여기서 제일 많은 이윤을 얻는 주체는 누구인가? 아마도 삼성전자일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단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합당한 이윤을 얻는다. 어떤 주체는 삼성전자보다 많은 이윤을 얻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턱없이 부족한 이윤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주체가 일정한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는 것이다. 콩고에는 광부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중국엔 제련 과정의 이윤이 생기며, 한국의 부품공장들과 베트남의 생산 기지들도 그렇다. 결국 현대의 공급망이란 비율의 차이일 뿐이지 모두가 고루고루 이윤을 나눠먹는 체제다. 적어도 이론상으론.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냥 삼성 전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차지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갤럭시의 공급망에서 비롯되는 모든 일자리와 경제적 편익을 독점할 수 있지 않나?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일자리가 생기면 실업자들은 가정을 꾸리고 애를 낳아서 소비와 출산에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해야하니 외국의 물건에는 관세를 매기고 자국의 물건은 수출을 장려한다. 그렇게 정부는 더욱 많은 세수와 노동력을 보유하게 되며 장기적인 발전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사고를 중상주의(Mercanalism)라고 부른다. 특정한 국가가 글로벌 공급망을 완전히 장악해서 나라 밖으로 새어나가는 지출을 줄이고 나라 안으로 들어오는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전략.
물론 콩고 사람들이 얌전히 코발트를 내어주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한국 정부는 함대를 파견해 콩고를 점령하고 코발트 광산을 차지한다. 졸지에 자국내 공장이 폐쇄되어 실업자가 늘어난 중국과 베트남이 갤럭시 수입금지 명령을 내리면 세종대왕함을 파견해 그들의 항구를 봉쇄하고 최혜국 조항을 받아낸다. 이게 마르크스 선생이 그토록 비판하던 제국주의(Imperialism)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군대를 보내어 확보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국가적 부담은 노동자 계급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매우 공상적인 이야기로 들릴 것이나, 인류는 실제로 이러한 시대를 겪어봤다. 식민주의, 그리고 2차례의 세계 대전이 이런 과정으로 탄생한 것이었으니까.
중상주의의 역설 : 상품이 국경을 넘지 못하면 군대가 국경을 넘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난하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다. 만일 이웃이 부유함을 누리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불평등은 질투를 부르고 극심한 질투는 ...

"덕분에 미국이 만들어낸 권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되며 자유로운 공간이 되었다.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가자지구를 넘어 DMZ와 대만 해협까지. 소위 말하는 서방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뭉친 부유한 선진국 그룹이 되었다"
지난 3월 WTO에서 디지털 무관세 합의 연장이 무산되었죠. 별도 협약을 만들어 디지털 무관세를 유지하자고 한 진영의 국가들이 말씀하신 저 선진국 그룹과 동일한게 재밌네요. 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저 선진국 그룹이 변하지 않았다는걸 보여주는거 같습니다

오. 디지털 무관세 부분은 몰랐네요. 좋은 주석 감사합니다. 추가로 조사해봐야겠어요. 그리고 말씀주신대로 선진국 그룹은 결국 미국이 만든 것이고, 앞으로도 함께 갈 것 같습니다.

자유무역이 당연하게 되었던 시대가 가고, 중상주의의 시대가 도래하게 될 때, 어느 영역에서 큰 변화가 있을지 잘 봐야겠습니다

방산, 에너지, 광물, 민감소재, AI분야를 유심히 살펴보시면 지정학 수혜주가 나올 겁니다. 한화에어로랑 현대로템이 덕분에 돈많이벌었죠. 라인메탈도요.

공급망을 재편하는 방향은 상당히 명확한데 그 세부 항목과 각각의 시간지평이 다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늘도 조지님의 글 덕분에 여러가지 상상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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