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카카오벤처스 부대표이자 내과 전문의이신 김치원 선생님의 트레바리 '헬스케어 시스템의 이해'에 참여하였다. 그 첫 번째 도서, '보건의료체계의 이해(사례를 곁들인)(6판)'에 대한 독후감.
"뭐가 이리 복잡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한국의 국가 주도 단일 건강보험 체계에 비하면 미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은 엄청난 복잡계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보건의료체계는 과연 어느 정도 복잡해야 적당할까. 보통 어떤 ‘모델’이나 ‘계’는 제대로 기능할 수준으로만 복잡하되, 그 기준을 충족하는 선에서는 철저히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이 복잡할수록 문제 발생의 여지가 늘고, 그 해결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문제와 비용은 고스란히 시스템 내 구성원들의 불편과 직결된다.
나는 의료의 소비자이자 제공자로서 한국의 보건의료체계 안에 속해 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종종 규제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이 처방은 무엇 때문에 안 되고, 저 처방은 무엇 때문에 삭감되는 식이다. 의사 입장에서는 눈앞의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그리고 혹시 모를 진단 누락이나 의료 사고라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처방조차 심사평가원의 잣대 앞에서는 번번이 ‘과잉진료’로 치부되곤 한다.
왜 심평원은 의사에게 진료의 자유를 주지 않고 사사건건 제한하는가? 물론 책을 읽기 전에도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 상황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답답함의 원인을 비로소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이건 단순히 의사의 개인적 탐욕 혹은 보건당국의 무책임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합리성'이 충돌하는 시스템의 문제다. 의료시스템의 미시적 관점에서 관여하는 의사는 전체 의료비 지출의 문제보다 당장 “내 앞의 환자 치료”에 집중한다.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보건당국이나 보험자는 재정의 안정성을 위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국민 전체의 건강 증진”을 이루길 바라며 지출 총량을 통제하려 한다. 이렇게 제공자의 합리성과 보험자의 합리성은 구조적으로 엇나갈 수밖에 없게 설계되어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보건의료시스템의 역설이다.
책이 그려낸 미국의 보건의료체계는 이 충돌이 극대화된 복잡계 같았다. 보험, 지불방식, 조직, 인력이 다층적으로 꼬여 있어 각 이해관계자들의 합리성이 상충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만약 미국에서 의사로 일했다면 케이스마다 이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하느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달리해 보았다. 의료인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이 복잡한 상황이, 역설적이게도 거대한 산업적 기회가 열리는 환경일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불편과 비용이 클수록 그것을 해소하려는 시장의 니즈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헬스케어 혁신의 중심지가 된 결정적 이유가 아닐까.
이러한 미국의 독특한 의료 환경과 산업적 기회를 이해하려면, 결국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바로 '돈'이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보건의료는 ‘필요와 비용의 예측 불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누구나 예상치 못하게, 불가항력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비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증 질환의 치료 비용을 온전히 개인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