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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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림꾼
2026.02.20조회수 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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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다니던 어느 날, 나는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 정착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다 보니 가지고 있는 물건은 들고 온 여행 가방 두 개가 다였다. 인터넷에서 집에 채워 넣을 조립 가구를 이것저것 골라 이사하는 날에 딱 맞춰 배송을 예약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만들기 시간만 되면 제대로 완성을 못해서 마칠 즈음에는 울상이 되던 나였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많은 가구들을 덜컥 주문했던 건지 다시 생각해도 미스터리다.


이사 당일, 예약해 둔 가구들이 들이닥치자 텅 빈 집이 순식간에 자재 창고로 돌변했다. 아침부터 배송 직원들과 끙끙대며 박스들을 2층으로 날랐다 보니 벌써부터 근육통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쉴 틈 따위는 없었다. 청소기가 도착하려면 한 이틀은 기다려야 했다. 이대로면 먼지 구덩이 속에서 매트리스만 덜렁 깔고 자야 했기에, 나는 곧바로 공구를 집어 들고 침대 조립에 돌입했다. 곧 영국으로 올 아내를 생각하며 야심 차게 커다란 퀸사이즈 침대를 주문했었다. 계획은 그럴싸했지만 시공자가 나라는 치명적인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목재와 나사들을 바닥에 깔아 둔 채 설명서를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영상을 재생했다 멈췄다를 반복하며 더듬더듬 따라 하기 시작했다. 뚝딱뚝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헤드와 레그가 완성되자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곧 지지대 연결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누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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