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에는 역사가 없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끊으면서 솟아난다.
사회적 배경도 무의식도 하부구조도 없다.
걸작은 이상한 솟아남이다.
설명을 통해 소진되지 않는다.
다시 읽히고 다시 해석되고 다시 탄생하면서 지속적으로 살아나간다.
<부운>은 걸작이다.
덧없는 이미지들의 극한 생존력.
절대 잊을 수 없는, 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순간적 이미지들.
영화가 그리는 인간의 삶에서 대개 빛은 어둠보다 비천하다.
영화는 도망치는 자들의 예술이다.
도주하고 숨는 존재들. 비겁하고 나약한 존재들.
모든 동물은 도망친다.
오직 소수의 강자들만이 타자를 보고도 도망치지 않는다.
알프스 빙하가 녹으면서 발견되고 있다는 조난된 자들의 유해같이,
우리 삶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