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선홍빛으로 지평선을 물들이고 있다. 붉은 광선이 숲을 환각처럼 빛춘다.
빛인지 어둠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상한 조명. 세상 어딘가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색조. 숲은 거기 휘감긴다.
저 빛이 생산하는 것은 정신의 광기가 아니라 감각의 광기다.
공작새 날개에 매달린 수많은 눈알들이 부르르 떨며 세상을 바라볼 때. 그 끔찍한 시각성의 충만
얼마나 많은 비늘이 눈에서 떨어져내려야 비로소 죽음을 볼까?
미학에 대한 두려움이 나약함의 첫번째 표지이다.
집중하며 영화를 볼 때, 그 침잠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악을 파괴할 수 있다.
선을 가지고 악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타자들의 삶에, 타자들의 이야기에, 타자들의 세계에 집중함으로써, 그 집중의 시간을 쌓아감으로써,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 악을 죽일 수 있다.
빛이 단순히 빛남으로써 어둠을 죽이는 것이 아니듯, 빛이 온 힘을 다해서 계속해서 빛나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