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잠의 미학

침잠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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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기계
2025.03.06조회수 2회

꿈속에서 꽃의 향기를 맡는 사람,

꿈속에서 빛의 온도를 느끼는 사람,

꿈속에서 전쟁에 나가는 병사들,

꿈속에서 다른 사람의 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꿈속에서 깨어나는 꿈을 꾸는 사람들.




아픈 자를 돌보는 자는 죽지 못한다.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자신을 돌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아픈 자는 돌보는 자를 죽지 못하게 한다.




케어하는 자는 아플 수 없다.

아플 시간과 여력이 없다.


자신의 아픔은, 케어 대상이 겪는 아픔 앞에서,

숨겨지거나 미루어지거나 은페되어야 한다.


케어란 건강이 아픔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은폐된 아픔이 드러난 아픔을 돌보는 것이다.

발현되지 못하고 안으로 눌려지는 이 견딤은 케어가 끝났을 때 비로소 나타난다.




아빠가 자신을 떠나지 못하도록 차라리 아프기를 선택한 아이처럼. 아빠는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마음을 붙들어 맨다. 시간이 지나 꾀병을 부리던 아이가 다시 새끼 고양이처럼 활발해지면, 그제야 비로소 아빠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런 묶임이 동물들의 세계에서 나타날 때, 우리는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연대감을 느낀다.

죽은 동료나 자식 또는 부모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개들,

아파 움직이지 못하는 새끼를 업고 다니다가,

죽은 이후에도 마치 아직 살아 있다는 듯이 여전히 새끼를 업고 다니는 유인원들.




나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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