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주의는 역사적 뿌리를 갖는다. 그것은 자신의 미약함에 대한 인식, 외세에 의한 몰락을 지켜보며 느꼈을 굴욕감,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천리가 아니라 유사-물리적 힘의 질서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적 환멸, 이러한 일련의 시련 속에서 더욱 강렬해져 갈 수밖에 없었던 힘에의 무차별적 선망, 미래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공포 등을 모두 내포한다.
루만에 의하면, 근대사회는 분절적 분화나 계층적 분화로 특징지어지는 전근대 사회와 달리, 하위 사회체계들의 '기능에 따른' 분화 과정을 보인다. 즉, 근대적 사회시스템은 정치, 경제, 법, 과학, 종교, 예술, 교육 등의 하위 체계들로 독립, 분화되어 나가는데, 이들 각각의 부분 체계들은 코드, 프로그램, 매체를 통해 자신에게 고유한 기능을 수행해 나가는 것이다.
분화된 시스템 사이에는 수직적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루만은 이렇게 쓴다.
모든 서브시스템은 그 자체로 사회이다. 어떤 서브시스템도 다른 서브시스템을 대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서브시스템도 다른 서브시스템의 기능적 등가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정한 중심적 위치나 우세한 권위의 위치에서 다른 모든 서브시스템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직 개별적 기능 시스템들의 수준에서 기능적 폐쇄와 환경에의 민감한 개방의 조합만이 사회의 통일성을 보장한다. 이것이 현대사회의 계속 증가하는 복잡성과 취약성을 재생산하는 질서이다.
가령 과학 시스템은 '진리/허위'라는 이항 코드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과학 시스템 내부에서 이뤄지는 소통들은 '불법/합법', '진리/허위', '미/추'와 같은 상이한 코드들의 작동을 외부화한다. 마찬가지 논리로, 경제 시스템은 '소유/비소유'라는 코드로 작동하며, 법 시스템은 '합법/불법'이라는 코드로, 교육 시스템은 '좋은 성적/나쁜 성적'이라는 코드로 기능을 수행한다.
이처럼 기능적으로 분화된 시스템들이 이루는 사회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