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

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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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기계
2025.03.12조회수 3회

영혼은 이미지 없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 토마스 아퀴나스

<백치>는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작품 중에서 '가장'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이 붙는 소설이다. 그것은 저자가 인생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쓴 소설이자 가장 힘겹게 쓴 소설이며 동시에 그가 가장 사랑한 소설이자 독자에게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이다.


나는 이 책에서 <백치>를 어렵게 하는, 그러면서 또 무한히 감동적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로서의 이미지에 주목했다. 이미지, 이콘, 형상, 도상, 표상 모두를 포괄하는 러시아어 <오브라즈>는 사실상 <백치>뿐 아니라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소설을 <도스토옙스키적>으로 만들어 주는 핵심 인자이다.


그에게 가시적인 이미지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만나고, 그리스도교 형이상학과 19세기식 리얼리즘 소설이 만나고, 인지와 감각이 만나고, 서사와 윤리가 만나고, 진리와 선과 아름다움이 만나는 접점이다.




그는 이미지를 체험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인물을 설정한다. 이미지 체험은 인물들의 세계관과 윤리에 대한 근원적인 척도로 작용하며 그것은 궁극적으로 저자의 이미지 체험을 원형으로 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을 형성한다.


시베리아 유배 이후 도스토옙스키의 전 생애를 사로잡았던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는 견고한 주춧돌이 되어 그 거대한 패러다임을 떠받쳐 준다.




<백치>의 집필은 공간적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하며, 시간적으로는 첫딸의 탄생을 기대한 시간탄생의 기쁨을 만끽한 시간, 그리고 첫딸의 죽음과 죽음 후의 애도 기간에 걸쳐 있다.



저는 무조건 열심히 써야만 합니다. 그런데 발작이 한 번 일어날 때마다 최소한 4일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소설만이 저의 유일한 구원 수단입니다. 가장 힘든 점은 그것이 반드시 쓰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끝까지 써야 해요. 반드시 말입니다. 하지마 제 모든 능력이 고질병으로 소진되었는데 어떻게 쓴단 말입니까? 물론 비전은 아직 말짱해요. 최근의 제 작품이 그것을 말해 주지요. 신경도 아직은 쓸 만합니다. 그런데 기억력은 다 잃어버렸어요. 한마디로, <카드 한 장에 모든 것을 걸듯이 소설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이지요.>

<백치>를 집필하는 동안 그가 보낸 편지들은 하나같이 작가가 처한 일종의 공황 상태를 말해 준다. 가끔 그가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글을 썼다고 자부할 때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에는 과로로 인한 간질 발작이 그를 괴롭혔다.

영감에 가득 차 썼는데 그 대가로 두 번이나 연속해서 발작이 일어났다.

그는 거의 초자연적인 공포까지 느끼며 창작을 지속해야 했다.

<백치>에 관해 말하자면 저는 선생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만큼 두려움에 휩싸여 있어요. 저는 무서워하고 있어요. 이것은 이상한 공포감인데 전에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이에요.


마샤가 단 위에 누워 있다. 내가 다시 그녀를 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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