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아이와 함께 있으면 생기는 몇 가지 증상이 있다.
하나는 항상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환청(?) 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재우고 빠르게 샤워하러 들어가면 금세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후다닥 문을 열고 살펴보면, 아이는 자세도 바꾸지 않은채 곤히 잠들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아이의 상태와 행동 하나 하나에 기분이 왔다갔다 하는 조울증(?) 이다.
갑자기 뒤집기를 하거나 '빠빠' 소리를 내면 '혹시 영재인가?' 라는 생각이 들고, 혹여나 몸에 발진이나 상처가 나면 가슴이 찢어지며, 그리고 분유나 이유식을 안먹으면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 심사숙고하게 된다.
'부성애는 언제 생겨요?'
이러한 증상을 달고 살아가는 와중에, 50일 된 아기를 키우는 어느 아빠에게 질문을 받았다. '언제'라...그래도 첫째를 키워봤으니 대답은 해야할 것 같고...그런데 솔직히 잘은 모르겠고...해서 '아마도 아빠 라고 말할 때 생겼던 것 같아요!' 라고 얼버무렸다.
부성애(Paternal Bond).
10달을 품고 교감했던 엄마와 달리, 아빠는 바로 부성애가 생기지 않는다 (라고 생각한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나를 닮긴 했지만 아직 '내 아이' 라는 감정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렇게 스스로 '냉혈한인가?' 라는 자책을 뒤로하고 책임과 의무로써 아빠의 역할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먹이고 재우고 놀아줄수록,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들이 쌓일수록 어느새 아이와 나 사이에는 Bonding이 생긴다. 그렇게 점점 아이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역시 사랑은 자세히 보아야, 오래 보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심지어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아직까지는 아무 노력 없이 지속되는 사랑은 없다고 믿는다. 이러한 경험과 믿음에서, 드디어 '부성애는 언제 생겨요?' 라는 질문의 대답을 찾은 것 같다.
'부성애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내가 노력해야 하는거더라구요!'
(= 환청도 들리고 조울증도 생겨야 부성애가 생겨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