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 최고의 인재 자석이었던 삼성
지난 수십 년간 삼성전자는 한국 인재 시장에서 압도적인 1순위였다. 공대 졸업생 선호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였고, '삼성맨'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종의 사회적 자격증으로 기능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세 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었다.
첫째, 동종업계 최고의 보상. OPI(초과이익성과급)는 오랫동안 업계 벤치마크였다. 둘째, 브랜드 프리미엄. 삼성 명함은 국내외 어디서나 통하는 통화 같은 자산이었고, 커리어 전반에 작동하는 영구적 신용 등급이었다. 셋째, 1등 조직의 자긍심. "SK하이닉스에서 수석을 못 달 것 같으면 삼성전자에 갔다가 오라"는 업계 농담은 이 위계가 얼마나 단단했는지를 보여준다. Daum
이 세 기둥은 표면적으로 보상·브랜드·자긍심처럼 서로 다른 자산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의 약속에 수렴했다 — "삼성의 성공은 결국 너의 성공으로 돌아온다." 동일 직무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워라밸이 떨어지더라도 사람들이 삼성을 선택한 이유다. 이 묵시적 계약이 작동하는 한, 삼성 프리미엄은 유지됐다.
이미 무너진 첫 번째 기둥 — 구조의 역전
첫 번째 기둥은 이미 무너졌다. 그리고 무너진 방식이 중요하다. 단순히 SK하이닉스의 절대 보상이 더 커진 것이 아니라, '회사의 성공이 개인의 성공으로 연결되는 구조' 자체가 역전됐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이른바 '최태원 상소문' 사건 이후 성과급 체계를 영업이익 연동 방식으로 전면 개편했고, 2025년 임단협에서는 기존 상한선(기본급의 1000%)을 완전히 폐지하고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상한 없이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는 압도적이다. 증권가 컨센서스 기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은 약 227조 원 수준으로, 이를 적용하면 내년 초 지급될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세전 6억 3000만 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GlobalepicReportera
반면 삼성전자가 공지한 2025년도분 OPI 예상 지급률에 따르면 DS(반도체) 부문은 연봉의 43~48% 수준이다. 절대 액수의 격차가 벌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한 자릿수 배율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Ledesk
결과는 인력 이동에서도 분명한 신호로 나타난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증거는 회사 간 비교가 아니라 SK하이닉스 자신의 시계열이다. SK하이닉스의 퇴직률은 2021년 3.8%에서 2024년 1.3%로 하락하며 1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회사, 같은 헤드카운트 구성 안에서 2021년 '최태원 상소문' 사건과 그에 따른 성과급 체계 개편이라는 변수가 들어간 직후 발생한 변화다. 보상 구조가 회사의 성공과 개인의 성공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재설계되자, 회전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외부 시장 환경이나 산업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 그 자체가 만들어낸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삼성전자 쪽 신호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4년 한 해 퇴사자는 7,287명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고, 전영현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경영 성과가 저조했던 시기 경쟁사 대비 성과급 지급률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며 우수 인재에 개별 인센티브를 제공해 인재 이탈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DS 부문의 인재 이탈이 사측 스스로 공식 과제로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SK하이닉스에서 삼성전자로 이직하는 '하삼'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반대 흐름이 굳어진 점도 같은 방향의 보조 증거다.
흔들리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기둥 — 자긍심과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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