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반대 의견
현재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의 낙관론에 대해 날카로운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핵심 논지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핵물질이라는 두 가지 레드라인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
현재의 휴전 협상은 이란의 전략적 시간끌기이며, 시장이 기대하는 빠른 종전은 비현실적이다
JP모건 기준 5월 초까지 해협이 막히면 OECD 상업용 원유재고가 운영 최소치(약 8.42억 배럴)에 도달하며, 이 수준 이하에서는 정상적 시장 기능이 제약되기 시작한다
물리적 원유가(Dated Brent)는 $132~$144에 달하고, 브렌트 선물은 $97 부근 — 이례적 괴리가 발생 중이다
저는 이 분석의 상당 부분에 공감합니다. 특히 실물 원유시장의 물리적 제약에 관한 분석은 매우 정교합니다. 다만, "그래서 주식시장이 결국 꺾일 것"이라는 결론에 대해서는 한 가지 중요한 반론이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이미 3월 말에 그 공포를 겪었고, 지금은 그다음 스텝을 선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전 글 「이란의 관점에서 본 호르무즈: 왜 이 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녹는가」에서 저는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카드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이란 자신에게 불리해지는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가뭄, 전력난,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타격, 담수화 시설 피해가 겹치면서 봉쇄를 유지하는 비용과 국민에게 물·전기를 공급하는 비용이 같은 시스템 안에서 충돌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트럼프의 중간선거와 트럼프식 7단계 협상법의 5~6단계 전환까지 겹치면, 결국 종전(또는 유의미한 합의) 확률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라는 것이 제 기본 뷰입니다.
다만, 한 가지 정직한 유보가 필요합니다. 이란의 내부 경제적 비용이 크다는 것이 곧 합리적 양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2022년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경제적·시스템적으로는 철저히 '비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신정(Theocracy) 체제의 결정을 경제적 효용만으로 재단하는 것은 서구적 합리성 편향일 수 있으며, 새 최고지도자가 정권의 체면이나 이데올로기를 자국민의 경제적 고통보다 우선순위에 둘 가능성은 꼬리위험(Tail Risk)으로 열어두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뀝니다. 종전이 가장 높은 확률의 시나리오라면, 주식시장은 이미 실물경제의 타격을 선반영한 것 아닌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세 가지 역사적 사례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수요 충격이었던 코로나, 공급 충격이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현재와 가장 구조적으로 유사한 1990년 걸프전입니다.
시장이 답을 말한다는 것은 순환논증일 수 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정직한 고백이 필요합니다.
"시장이 반등했다, 고로 시장은 미래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은 순환논증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시장의 현재 가격을 미래 예측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코로나 초기에도 시장은 팬데믹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고, 2022년 3월에도 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며 빠르게 반등했다가 다시 무너졌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시장이 회복했으니 괜찮다"가 아니라, 시장이 회복할 수 있었던 조건과 구조를 분석하고, 그 조건이 지금도 유효한지를 따져보려 합니다. 가능한 한 주가 자체가 아니라 — 원유 현물-선물 구조, 기대 인플레이션, 연준의 정책 경로, 신용스프레드, 기업 실적 추정치 변화 같은 — 시장 외부의 독립 변수들을 근거로 삼겠습니다. 결론을 미리 말하면, 저는 낙관적 방향에 무게를 두되, 시장이 틀릴 수 있는 시나리오에도 충분한 지면을 할애할 것입니다.
사례 1: 코로나(2020) — 수요 충격에서 공급 충격으로 진화하다
2020년 S&P 500은 2월 19일 고점(3,386)에서 3월 23일 저점(2,237)까지 34% 급락했습니다. 그런데 실물경제가 가장 나빴던 시점은 그 이후였습니다. 2020년 2분기 GDP는 연환산 -31.4%로 대공황 이래 최악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4월 14.7%로 피크를 찍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시장은 경제가 가장 나쁜 4~5월이 아니라, 아직 공포 한가운데였던 3월 23일에 바닥을 찍었을까요?
핵심은 이것입니다. 주식시장은 절대 수준의 나쁨이 아니라, 나빠지는 속도가 둔화되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반응합니다. 3월 23일에는 두 가지 일이 겹쳤습니다.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 발표, 그리고 2조 달러 규모의 재정부양 패키지(CARES Act) 합의. 시장은 "이제 좋아진다"가 아니라 "이제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겠다"는 신호에 반응한 것입니다. 8월까지 S&P 500은 전고점을 회복했습니다 — 불과 5개월 만이었습니다.
다만 정직하게 인정할 것이 있습니다. "변곡점 반응 이론"은 사후적으로는 항상 맞는 명제입니다 — 저점은 정의상 악화가 멈추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3월 23일이 변곡점이었다는 것은 되돌아보면 자명하지만, 3월 23일 당시에는 그것이 진짜 변곡점인지 아니면 추가 하락의 중간 반등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를 현재에 적용할 때도 같은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코로나는 깔끔한 수요 충격 → 정책 대응 → V자 회복 스토리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후반부가 있습니다.
코로나의 진짜 후유증 — 공급 충격의 지연 폭발
코로나는 처음부터 수요·공급 복합충격이었지만, 시장이 먼저 반응한 것은 수요 붕괴와 정책 완화 기대였습니다. IMF는 2020년 상반기의 경제 수축을 "거대한 초기 공급 충격과 대규모 수요 감소의 결합"으로 분석합니다. 봉쇄령으로 공장이 문을 닫았고, 2020년 4월 미국 민간 고용 급락의 약 69%가 노동 공급 충격(일할 수 없게 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문제는 수요는 재정부양으로 급속히 회복되었는데, 공급이 따라오지 못한 것입니다. 세 가지가 겹쳤습니다.
소비 패턴 전환: 서비스 소비가 불가능해지면서 재화(goods) 수요가 폭증 → 물류망 과부하
노동력 복귀 지연: 코로나 감염, 육아 부담, 실업급여 확대로 노동자들이 일터에 돌아오지 않음
물류 대란: 항만 적체, 컨테이너 부족, 트럭 운전사 부족
Richmond Fed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는 2020년 초 급등한 뒤 잠시 완화되다가 2021년 12월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V자 회복 이후 1년 반이 지나서야 공급 충격이 정점에 달한 것입니다.
그러나 연준은 이 공급 충격을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오판했습니다. 코어 CPI가 2021년 6월 이미 4.5%에 달했는데도 금리를 0%로 유지했고, 양적완화도 계속했습니다. NBER 연구는 이렇게 결론짓습니다. "팬데믹 초기 인플레 하락은 수요 감소 때문이었지만, 이후 인플레 상승의 주된 원인은 공급망 충격이었다."
주식시장은 이 "일시적" 내러티브 덕분에 2021년 말까지 계속 올랐습니다. 금리가 0%이고, 유동성이 넘쳐나고, "인플레는 곧 잡힌다"는 연준의 보증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V자 회복의 "성공"이 아니라 "후불 결제"였습니다.
그리고 그 청구서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도착합니다.
사례 2: 러시아-우크라이나(2022) — 코로나의 청구서 위에 전쟁이 올라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이해하려면, 전쟁이 시작된 시점의 출발 조건부터 봐야 합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했을 때 미국 경제는 이미 코로나 유동성의 후유증으로 과열 상태였습니다. 2020~2021년 연준은 금리를 0%로 유지하면서 약 4.6조 달러의 양적완화를 단행했고, 미 의회는 총 5조 달러 이상의 재정부양책을 집행했습니다. 코로나 때 시작된 공급 충격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 결과, 침공 시점에 미국 코어 CPI는 이미 6.4%에 달해 있었습니다.
바로 이 과열된 경제 위에, 전쟁이라는 추가 공급 충격이 올라탔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 중 하나이며, 우크라이나와 함께 글로벌 밀 수출의 24%, 비료의 17%, 팔라듐의 24%를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서방의 제재와 공급 차질로 브렌트유는 3월 7일 139달러/배럴까지 치솟았고, ECB에 따르면 침공 직후 2주간 석유·석탄·가스 가격은 각각 약 40%, 130%, 180% 급등했습니다.
시장의 초기 반응만 보면 코로나와 비슷했습니다. S&P 500은 침공 직후 급락하여 3월 8일 ~4,170까지 떨어졌다가, 3월 말 ~4,631로 빠르게 반등했습니다. 그러나 그 반등은 거짓이었습니다. S&P 500은 4월부터 다시 하락하여 2022년 10월 12일 ~3,577까지 떨어졌습니다 — 고점 대비 약 25% 하락, 바닥까지 10개월, 전고점 회복에는 24개월이 걸렸습니다.
2022년 베어마켓의 진짜 주범 — 복합 타격
왜 V자 회복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전쟁발 공급 충격만이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최소한 네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동했습니다.
코로나 유동성 후유증으로 이미 높았던 밸류에이션의 디레이팅
에너지/원자재 가격 충격과 이로 인한 기업 마진 압축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수준임을 뒤늦게 인식한 연준의 전례 없는 속도의 긴축 — 불과 16개월 만에 0%에서 5.25~5.50%까지 525bp 인상
실적 기대 둔화 및 경기침체 우려
2022년 3월까지도 금리가 0%에 머물러 있던 연준은 전례 없는 속도로 금리를 끌어올렸습니다.
2022년 3월: +25bp (0→0.25~0.50%)
2022년 5월: +50bp — 2000년 이후 최대폭
2022년 6~11월: 4회 연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