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 나는 "복리에는 기억이 필요하다"라는 글을 썼었다.
한국에는 복리를 체험한 집단 기억이 없고, 그래서 퇴직연금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때 이미 후속 내용도 머릿속에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에 대한 답. 내가 실제로 어떻게 한국 제도를 조립해서 쓰고 있는지.
하지만 쓰다 보니 자꾸 "나는 이렇게 한다"는 식의 글이 되었다.
잘난 것도 없고, 혹시 내가 틀릴 수도 있고, 그냥 나 혼자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미뤄뒀다.
그런데 이후에도 몇 번을 다시 쓸까 말까 고민했다. 그리고 지금 쓰기로 했다.
내 생각도 어느 정도 정리되었고, 누군가는 먼저 해보고 그 경험을 나눠야 다음 사람이 시작할 수 있으니까.
나도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으면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거고.
완벽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하지만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쓴다.
1. 미국 401(k)가 작동하는 방식
미국의 401(k)는 단순하다.
개인이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퇴직연금 계좌에 넣는다.
그러면 회사가 그 금액의 일부를 매칭해준다.
예를 들어 내가 연봉의 6%를 넣으면, 회사가 3~6%를 추가로 넣어준다.
그럼 나는 '내가 6% 넣었는데 회사가 더 얹어줬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 돈이라는 감각이 더 강해진다.
그리고 401(k) 계좌 안에서는 개별 주식 같은 고위험 투자는 할 수 없다.
주로 뮤추얼펀드나 인덱스펀드, TDF 같은 것들만 선택할 수 있다.
S&P500이나 VTI 같은 안정적인 지수 추종 상품에 돈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당장의 수익률보다는 장기 복리를 체험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하나의 계좌 안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401(k)라는 단일한 프레임 안에 개인 기여, 회사 매칭, 세제 혜택, 투자 선택이 모두 통합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 하나의 계좌를 '내 노후 자산'으로 인식한다.
2. 한국은 왜 다를까: 파편화된 구조
한국의 퇴직연금 제도는 파편적이다.
퇴직연금에는 DB형과 DC형이 있고, 개인이 별도로 만들 수 있는 IRP 계좌가 있고, 연금저축 계좌가 있고, ISA 계좌도 있다.
각각의 계좌는 세제 혜택도 다르고, 납입 한도도 다르고, 관리하는 부처도 다르다.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 IRP는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 연금저축과 ISA는 금융위원회. 세제는 또 기획재정부가 관여한다.
미국이 단일한 ERISA 법체계 아래서 retirement account를 통합 관리한다면, 한국은 부처별로, 정책별로 만들어진 제도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난립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게 뭐가 다른지도 모르고, 왜 여러 개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결국 이 모든 것을 '귀찮은 절세 상품' 정도로만 인식한다. '내 노후 자산'이라는 통합된 감각이 생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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