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착각의 역사

First step on the moon
1969년 7월 20일, 닐 암스트롱이 달에 도착했다. 전 세계 6억 명이 TV로 지켜봤다. 그리고 모두가 확신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1980년대엔 달 기지, 2000년엔 화성 식민지, 2020년엔 일상적 우주여행. 당시 사람들의 예측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엔 1972년 이후 53년간 아무도 안 갔다. 화성엔 계획만 있다.
지금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있긴 하다. 하지만 1960년대 그 사회적 관심, 국가적 열광, 대중의 몰입과는 비교가 안 된다. NASA 예산이 연방 예산의 4%였던 시대와, 민간 기업 하나가 외롭게 싸우는 지금은 다르다.
역사는 경제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개인의 집착, 지정학적 경쟁, 예상 못한 돌파구가 개입한다. 하지만 그 개입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2025년, 우리는 AGI를 이야기한다.
"2030년엔 AGI가 온다", "2035년엔 초지능이 온다", "이게 인류 문명의 마지막 발명이다"라고.
정말 그럴까?
아니면 우리는 1969년 달을 보며 화성을 꿈꾸던 사람들과 똑같은 착각을 하는 걸까?
"이번이 마지막" 착각의 패턴
각 시대는 자신이 기술 발전의 정점에 있다고 생각했다.
1800년대 사람들은 철도가 문명의 정점이라고 믿었다.
1900년대 초 미국 특허청장은 발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이미 발명됐다고 말했다.
1960년대 사람들은 우주가 인류의 최종 개척지라고 믿었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이 최후의 혁신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2020년대 우리는 AI가 인류의 마지막 발명이라고 말한다.
각 시대는 자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체로 틀렸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왜 틀렸는지다. 단지 기술이 계속 발전해서가 아니다.
욕망이 막힌 길을 돌아가는 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철도보다 빠를 순 없지만 날 수 있었다. 우주보다 더 큰 개척지는 없어 보였지만 사이버공간이 있었다.
1969년에 누가 우주 대신 사이버공간을 예측했을까? 방향 자체가 상상 밖이었다.
우주 개발이 1970년대 멈춘 이유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막혀서가 아니다.
냉전이 끝나면서 지정학적 동기가 사라졌고, 대중의 열망이 식었다. 순수 경제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됐다.
그리고 2020년대, 미중간의 지정학적 경쟁과 머스크 개인의 집착이 다시 시작하면서 우주 개발은 재개됐다.
역사는 경제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개입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1. 스케일링의 한계
경제적 압박
올 초만 해도 트랜스포머를 계속 확장하면서 파라미터를 늘리고, 데이터를 더 넣고, 컴퓨팅을 더 투입하는
Scale-is-everything 기조가 어느 정도 이어졌다.
하지만 GPT-5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월가아재님은 시황칼럼 137편에서 이런 말을 해주었다.
"OpenAI의 최상급 모델 o3는 주당 100개 메시지로 제한됐습니다. 그런데 o3가 내장된 것으로 보이는 GPT-5는 처음 200개에서 3000개까지 캡을 올렸습니다. 경량 모델에서나 허용하던 수치입니다."
Scale-is-everything 기조가 끝날수도 있다는 뉘앙스였다.
실제로 GPT-5를 쓰면서 사람들이 느낀 건 질적 도약보다는 속도와 접근성의 개선이었다.
투자 관점에서 봐도, 높은 비용을 투입해서 고성능을 만들어도 시장이 제한적이고,
비용은 낮지만 더 범용적인 모델이 시장이 더 크다면 선택은 자명하다.
중국이라는 변수
하지만 중국은 다른 계산을 한다.
미국 기업들이 ROI를 따질 때, 중국은 "미국에 뒤처지면 안 된다"를 따진다.
DeepSeek-V3의 공개 훈련비용은 557만 달러다.
하지만 실제로는 알리바바 클라우드 무상 지원, 국가 보조금 등 시장가로 환산 불가능한 지원을 받았다.
물론 중국도 무한정 쏟아부을 순 없다.
미국의 수출 규제(AI 칩 제한, 기술 이전 차단)가 있고, 내부적으로도 투자 효율성 압박이 있다.
하지만 우주 경쟁이 그랬듯, 지정학적 동기는 경제 논리를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다. 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