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비슷한 글을 올렸는데 레오성님의 글들과 저의 또 다른 생각을 좀 보충해서 다시 올려봅니다.
특히 레오성님의 "재정 우위의 시대 — 중앙은행이 사라진 세계 에 대해 생각해보면," https://blog.valley.town/@fed_insight/post/68e7a82c6a484db27fc0c00f
을 참고했습니다. 항상 좋은 글 올려주시는 레오성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1. 40년 채권 강세장의 종말
TLT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에게 최근 5년은 악몽이었다. 34~38%의 손실. 연평균으로 따지면 -8-9.6%다.
2024년 한 해만으로도 8%가 날아갔다. 하지만 이건 "요즘 채권이 안 좋네"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40년간 작동해온 시스템의 붕괴다.
1981년부터 2020년까지, 채권 시장은 거의 완벽한 상승 궤도를 그렸다.
금리가 15%대에서 0%대로 내려가는 동안 채권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투자자들은 간단한 공식 하나를 믿었다: "금리는 계속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40년 동안.
그 시절 TLT는 완벽한 안전자산이었다. 주식이 폭락할 때? TLT는 올랐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2020년 코로나 때도 마찬가지였다.
변동성은 낮았고, 수익은 안정적이었다. 연 7~8%의 수익에 주식 헤지 기능까지.
60/40 포트폴리오가 "마법의 공식"처럼 작동했던 이유다. 그냥 사서 들고만 있어도 됐다.
그런데 2021년 이후 모든 게 망가졌다. TLT는 더 이상 "사서 묻어두는" 자산이 아니게 됐다.
타이밍을 맞춰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 그러니까 주식처럼 트레이딩해야 하는 자산이 돼버렸다.
40년 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완전히 새로운 게임의 룰을 배워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2. 2022년 이후: 장기채가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
주식은 돌아왔는데, 채권은?
2023년부터 지금까지 주식 시장은 V자 반등했다. AI 붐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완전히 회복한 거다.
그런데 TLT는? 약하게 반등하긴 했지만 2020년 수준에서 여전히 40% 아래에 있다.
같은 시장을 보면서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네 가지 구조적 헤드윈드
첫째, 재정적자가 폭발하고 있다.
재정적자는 GDP 대비 6~7%다. 국가부채는 35조 달러를 돌파했다.
정부는 계속 국채를 찍어내야 하고,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오른다.
장기채를 보유하는 위험 프리미엄(Term Premium)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미국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쓴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둘째, 인플레이션이 구조화됐다.
큰정부 시대가 왔다. 재정은 계속 확대되고, 탈세계화로 비용은 올라간다. 3~4%가 뉴노멀이 됐다.
과거처럼 인플레이션이 2% 아래로 안정화되면서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시나리오는 이제 비현실적이다.
셋째, "침체 방지" 체제가 확립됐다.
정부의 새로운 전략은 명확하다.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즉시 유동성을 공급한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서 경착륙을 막는다. 일종의 "Put Protection" 체제다.
그 결과?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다. 침체가 없으면 금리를 대폭 인하할 이유가 사라진다.
TLT가 회복할 시나리오 자체가 봉쇄된 셈이다.
넷째,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다.
연준은 정책금리를 일부 인하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10년물 금리는 4%대에 고착됐다.
과거에는 경기가 회복되면 금리가 자연스럽게 하락했다.
지금은 다르다. 장기채가 살아나려면 금리가 내려가야 하는데, 그게 안 일어나고 있다.

미국 국채 신뢰도의 균열
TLT가 부진하다는 건 결국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무디스 같은 신용평가사들이 경고를 내놓고, 의회는 해마다 채무한도를 두고 드라마를 만든다.
Term Premium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미국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기가 과거보다 리스크가 있다는 시장의 판단이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국채가 "망한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위기 시 달러와 미국 국채로 도피하는 현상은 계속된다.
다만 "예전만큼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거다.
주식 시장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최강이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도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TLT 회복 시나리오의 부재
이론적으로 TLT가 다시 살아날 조건을 생각해보면:
경기 침체가 와서 금리가 대폭 인하된다?
정부가 침체를 용납하지 않는다. Put Protection 체제가 선제적으로 막는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장기 인플레 기대가 하락한다?
큰정부 시대에 재정 확대는 고착됐다. 3~4%가 뉴노멀이다.
재정이 건전화되고 Term Premium이 하락한다?
역사적으로 이건 위기 이후에나 일어난다. 기축통화국은 달러를 찍어내면서 버틴다.
글로벌 위기가 와서 안전자산 수요가 폭증한다?
가능하긴 한데, 일시적이다. 위기가 지나면 다시 원위치다.
결론은 하나다. TLT는 구조적으로 죽은 자산이다.
전략적 자산 배분(SAA)에서 장기채의 시대는 끝났다. 남은 건 트레이딩 기회뿐이다.
3. 재정 우위의 시대: Put Protection 체제의 확립
(이부분은 특히 레오성님의 "재정 우위의 시대 — 중앙은행이 사라진 세계 에 대해 생각해보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