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시카고. 안개속의 트럼프 타워. 11년 뒤, 이 건물의 주인도 안개 속에 있다.
출처: Giuseppe Milo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전쟁이 시작된지 24일이 지났다.
지난글에서 나는 세 개의 분기점을 설정했다.
노루즈에 모즈타바가 나타나느냐. 유가가 어떤 원인으로 움직이느냐. 왕이-루비오 전화가 나오느냐.
노루즈는 대독으로 끝났다. 모즈타바는 나타나지 않았고, 미국 정보기관은 "큰 적신호"라고 했다.
3월 23일, 트럼프가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고 발표하자 유가는 즉각 폭락했다.
이란은 같은 날 "협상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유가는 협상 기대가 아니라 트럼프 발언 하나로 떨어졌다.
출구가 열린 게 아니라 시간을 산 것이다.
왕이-루비오 전화는 안나왔다. 대신 베센트-허리펑 채널이 작동한다.
분기점들은 작동했다. 근데 그 분기점들이 작동하는 동안에도, 이 전쟁이 어디로 가는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NBC가 확인했다. 트럼프는 매일 출구 옵션을 받고 있지만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분석의 양과 속도는 전례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민간 OSINT의 폭발이 있었지만,
AI가 분석 도구로서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이 전쟁이 처음이다.
CTP-ISW가 하루 두 번 업데이트를 내고, CFR이 매일 Daily Brief를 쓰고, Chatham House가 주 단위로 전문가 분석을 쏟아내고, ACLED가 실시간 충돌 데이터를 공개한다. WEF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을 수치화하고,
Atlantic Council이 대만 에너지 위기를 분석하고, Foreign Policy Research Institute가 이란전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미치는 파급을 계산한다.
동시에 다른 세계가 돌아가고 있다.
민간인이 89개 소스를 11개 언어로 5분마다 업데이트하는 OSINT 대시보드를 만들고 있다.
위성 이미지, 항공기 transponder 추적, 실시간 유가, 폴리마켓 예측시장. 과거에는 정보기관과 싱크탱크가 독점했던 데이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기관과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데이터가 누구에게나 열렸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든 사람들의 분석 수준이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이 전쟁의 결말은 아직 모호하다. 당연히 언젠가 끝날 전쟁이다. 언젠가는.
하지만 그 끝이 어떤식으로, 어떻게, 어떤 명분 구조로, 어떤 출구 전략으로 끝날지가 모호하다.
NBC가 확인했다. 트럼프는 매일 출구 옵션을 받고 있지만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
"타임라인은 매일 바뀔 수 있다."
Reuters-Ipsos에 따르면 미국인 64%가 "트럼프가 목표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CFR이 이렇게 정리했다. "좁은 전술적 군사 관점에서 보면 전쟁은 매우 성공적이다. 문제는 그 좁은 전술적 성과를 더 큰 전략적 결과로 전환하는 로드맵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싱크탱크도 모르고, 정보기관도 모르고, 트럼프 본인도 모른다.
가장 많이 분석된 전쟁이 가장 예측 불가능한 전쟁이다.
이 역설의 구조를 뜯어보려 한다.
1. 안개의 성격이 바뀌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의 안개(fog of war)"는 정보가 없어서 판단을 못 하는 상태를 말했다.
지금 이 전쟁에서는 정보가 없어서 모르는 게 아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판단이 어렵다.
같은 사건에서 정반대 결론이 나온다.
IRGC 미사일 능력에 대해.
Al Jazeera에 실린 카타르 거주 분석가의 기고문은 "이란 탄도미사일 발사가 2월 28일 350발에서 3월 14일 약 25발로 90% 이상 감소했고, 이스라엘 타격 능력의 80%가 제거됐다"며 "미국-이스라엘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같은 시기에 이란 IRGC는 "전쟁 시작 이후 가장 강력한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나의 직전 글에서 들뢰즈뿌리 님은 "최고위층이 폭사당하고 가스전이 폭격당했음에도 걸프국 에너지 시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은 더 정교하고 날카로웠다"고 반박했다.
세 분석 모두 근거가 있다. 어떤 데이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라진다.
"시간이 누구 편인가"에 대해.
나는 "[시리즈 연재]트럼프는 왜 협상 대신 체제 전복을 택했나" 라는 글에서 "구조적으로 시간은 트럼프 편"이라고 썼다.
CFR은 3월 18일 분석에서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한 달 안에 원유가 고갈될 수 있다"고 썼다.
Chatham House는 "이란의 전략은 단순하다. 확전 비용을 올려서 디에스컬레이션 압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봤다. 같은 데이터셋에서 출발했는데 결론이 갈라진다.
안개가 사라진 게 아니다. 안개의 재료가 바뀌었다. 정보 부족의 안개에서, 정보 과잉의 안개로.
과거 전쟁에서 분석의 병목은 데이터 접근이었다.
위성 사진을 볼 수 있느냐,
통신을 감청할 수 있느냐,
현장에 사람이 있느냐.
지금은 그 데이터가 열려 있다. 병목이 데이터에서 판단으로 이동했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분석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이고,
그 판단은 어떤 변수에 더 무게를 두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AI가 "그 선택"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AI는 인간이 한 "그 선택"을 더 강화해주고 정교하게 만들어준다.
2. 관찰이 플레이어를 옥죈다
분석의 폭발이 단순히 관찰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이 전쟁 자체의 변수가 되고 있다.
세 가지 경로로 작동한다.
서사 통제의 붕괴.
3월 18일, 이스라엘이 세계 최대 가스전 사우스 파르스를 타격했다.
트럼프는 Truth Social에 "미국은 이 공격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썼다.
같은 날 Axios가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미국의 조율과 승인 하에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NBC도 "미국 관계자와 카타르 고위 관계자가 트럼프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확인했다.
두 진술이 동시에 사실일 수 없다. 그리고 그 모순이 드러나는 데 몇 시간밖에 안 걸렸다.
과거에는 대통령의 서사가 며칠은 버텼다. 미디어 사이클이 그만큼 느렸고, 교차 검증이 그만큼 어려웠다.
지금은 수만 명이 동시에 다른 소스를 대조한다. 플레이어의 서사 통제력이 구조적으로 약해졌다.
이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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