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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가장 많이 분석된 전쟁, 가장 예측 불가능한 전쟁
생각을 생각하기[2026 시리즈 연재]

[시리즈 연재] 가장 많이 분석된 전쟁, 가장 예측 불가능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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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2026.03.24조회수 1,1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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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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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시카고. 안개속의 트럼프 타워. 11년 뒤, 이 건물의 주인도 안개 속에 있다.

출처: Giuseppe Milo / Wikimedia Commons (CC BY 2.0)

공식 연재 시리즈 배너.png




전쟁이 시작된지 24일이 지났다.

지난글에서 나는 세 개의 분기점을 설정했다.

노루즈에 모즈타바가 나타나느냐. 유가가 어떤 원인으로 움직이느냐. 왕이-루비오 전화가 나오느냐.


노루즈는 대독으로 끝났다. 모즈타바는 나타나지 않았고, 미국 정보기관은 "큰 적신호"라고 했다.​

3월 23일, 트럼프가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고 발표하자 유가는 즉각 폭락했다.

이란은 같은 날 "협상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유가는 협상 기대가 아니라 트럼프 발언 하나로 떨어졌다.

출구가 열린 게 아니라 시간을 산 것이다.​

왕이-루비오 전화는 안나왔다. 대신 베센트-허리펑 채널이 작동한다.


분기점들은 작동했다. 근데 그 분기점들이 작동하는 동안에도, 이 전쟁이 어디로 가는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NBC가 확인했다. 트럼프는 매일 출구 옵션을 받고 있지만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



​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분석의 양과 속도는 전례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민간 OSINT의 폭발이 있었지만,

AI가 분석 도구로서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이 전쟁이 처음이다.​


CTP-ISW가 하루 두 번 업데이트를 내고, CFR이 매일 Daily Brief를 쓰고, Chatham House가 주 단위로 전문가 분석을 쏟아내고, ACLED가 실시간 충돌 데이터를 공개한다. WEF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을 수치화하고,

Atlantic Council이 대만 에너지 위기를 분석하고, Foreign Policy Research Institute가 이란전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미치는 파급을 계산한다.

​

동시에 다른 세계가 돌아가고 있다.

민간인이 89개 소스를 11개 언어로 5분마다 업데이트하는 OSINT 대시보드를 만들고 있다.

위성 이미지, 항공기 transponder 추적, 실시간 유가, 폴리마켓 예측시장. 과거에는 정보기관과 싱크탱크가 독점했던 데이터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기관과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데이터가 누구에게나 열렸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든 사람들의 분석 수준이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다.

​

그런데 이 전쟁의 결말은 아직 모호하다. 당연히 언젠가 끝날 전쟁이다. 언젠가는.

하지만 그 끝이 어떤식으로, 어떻게, 어떤 명분 구조로, 어떤 출구 전략으로 끝날지가 모호하다.

NBC가 확인했다. 트럼프는 매일 출구 옵션을 받고 있지만 하나도 선택하지 않았다.

"타임라인은 매일 바뀔 수 있다."

Reuters-Ipsos에 따르면 미국인 64%가 "트럼프가 목표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CFR이 이렇게 정리했다. "좁은 전술적 군사 관점에서 보면 전쟁은 매우 성공적이다. 문제는 그 좁은 전술적 성과를 더 큰 전략적 결과로 전환하는 로드맵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싱크탱크도 모르고, 정보기관도 모르고, 트럼프 본인도 모른다.

가장 많이 분석된 전쟁이 가장 예측 불가능한 전쟁이다.

이 역설의 구조를 뜯어보려 한다.





1. 안개의 성격이 바뀌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의 안개(fog of war)"는 정보가 없어서 판단을 못 하는 상태를 말했다.

지금 이 전쟁에서는 정보가 없어서 모르는 게 아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판단이 어렵다.

같은 사건에서 정반대 결론이 나온다.

​

IRGC 미사일 능력에 대해.

Al Jazeera에 실린 카타르 거주 분석가의 기고문은 "이란 탄도미사일 발사가 2월 28일 350발에서 3월 14일 약 25발로 90% 이상 감소했고, 이스라엘 타격 능력의 80%가 제거됐다"며 "미국-이스라엘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같은 시기에 이란 IRGC는 "전쟁 시작 이후 가장 강력한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나의 직전 글에서 들뢰즈뿌리 님은 "최고위층이 폭사당하고 가스전이 폭격당했음에도 걸프국 에너지 시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은 더 정교하고 날카로웠다"고 반박했다.

세 분석 모두 근거가 있다. 어떤 데이터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라진다.

​

"시간이 누구 편인가"에 대해.

나는 "[시리즈 연재]트럼프는 왜 협상 대신 체제 전복을 택했나" 라는 글에서 "구조적으로 시간은 트럼프 편"이라고 썼다.

CFR은 3월 18일 분석에서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한 달 안에 원유가 고갈될 수 있다"고 썼다.

Chatham House는 "이란의 전략은 단순하다. 확전 비용을 올려서 디에스컬레이션 압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봤다. 같은 데이터셋에서 출발했는데 결론이 갈라진다.



​

안개가 사라진 게 아니다. 안개의 재료가 바뀌었다. 정보 부족의 안개에서, 정보 과잉의 안개로.

과거 전쟁에서 분석의 병목은 데이터 접근이었다.

위성 사진을 볼 수 있느냐,

통신을 감청할 수 있느냐,

현장에 사람이 있느냐.

지금은 그 데이터가 열려 있다. 병목이 데이터에서 판단으로 이동했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분석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이고,

그 판단은 어떤 변수에 더 무게를 두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AI가 "그 선택"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AI는 인간이 한 "그 선택"을 더 강화해주고 정교하게 만들어준다.





2. 관찰이 플레이어를 옥죈다


분석의 폭발이 단순히 관찰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이 전쟁 자체의 변수가 되고 있다.

세 가지 경로로 작동한다.

​

서사 통제의 붕괴.

3월 18일, 이스라엘이 세계 최대 가스전 사우스 파르스를 타격했다.

트럼프는 Truth Social에 "미국은 이 공격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썼다.

같은 날 Axios가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미국의 조율과 승인 하에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NBC도 "미국 관계자와 카타르 고위 관계자가 트럼프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확인했다.

두 진술이 동시에 사실일 수 없다. 그리고 그 모순이 드러나는 데 몇 시간밖에 안 걸렸다.

과거에는 대통령의 서사가 며칠은 버텼다. 미디어 사이클이 그만큼 느렸고, 교차 검증이 그만큼 어려웠다.

지금은 수만 명이 동시에 다른 소스를 대조한다. 플레이어의 서사 통제력이 구조적으로 약해졌다.

이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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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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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동이
2026.03.24

정보에 대한 접근성 자체보다는, 판단하는 프레임이 더 중요한 시대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참 웃깁니다.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 제가 투자 판단을 쉽사리 하지 못하는 것이 제 판단 프레임이 아닌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도 수천개의 뉴스가 쏟아져나오고, 심지어 그 뉴스를 가공하여 시장을 분석한 리포트도 수십개씩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 지금, 나는 내 판단에 대한 확신이, 그리고 판단까지의 속도가 과거보다 더 개선되었냐 ? 그건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정보가 더 더 많아질수록 어떤 정보를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고, 그걸 또 어떻게 판단할 건지가 ..

즉 흔들리지 않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군요.


이번 시리즈는 정말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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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astle
2026.03.24

인정합니다... 진짜 너무 소중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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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터
2026.03.24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ㅎㅎ 그래서 AI가 삶의 많은 부분에 침투해도 결국 사고하는 능력자체는 온전히 개개인의 것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보이네요 (아직까지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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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yru
2026.03.24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주관을 가지고 고유한 영역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협상은 언젠가 이루어지겠으나 늦어질수록 몇몇을 제외한 모두가 고통받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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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사색
2026.03.24

읽으면서 팬티 3장 갈아 입을정도로 엄청 좋은 글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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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이
2026.03.24

저도 몇일전에 유사한 생각을 했습니다.

ai가 프레임을 의심하지 않듯이 우리도 동일한 구조나 프레임하에서 전쟁을 보고 잇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지요.

어쩌면 전제 자체가 틀린것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흔히 말하는 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전쟁의 장기화를 막는다는 생각, 트럼프 행정부의 중간선거에 대한 자세 등을 말하는 것이지요.

극단적으로 유가가 오르든 말든 미국은 알빠노인것이고 그것이 인플레를 자극 할 이유도 없다고 트럼프는 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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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쿠로스
2026.03.2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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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슬립
2026.03.24

결론이 주는 메시지가 좋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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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뿌리
2026.03.24

인사이트 넘치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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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창이
2026.03.24

정보는 평등을 이루었지만 정보를 통해 내리는 판단은 평등을 이루지 못하고 있네요.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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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괴물
2026.03.24

인간의 판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AI가 답변을 할 것이라고 판단해본적은 없었는데... 결국 인간의 사고력이 제일 중요하다는 결론이 도출이 된다는게..참 인상적이네요.


아직은.. 그리고 앞으로도 인간만의 역할과 가치가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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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
2026.03.24

정보의 민주화, 판단의 非민주화....

요 프레임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오늘도 감사하며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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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테헤란 이맘 후세인 광장의 아슈라 추모 의식. 참가자들이 카르발라 전투의 순교자들을 재연하고 있다. 출처: Masoud Shahristani / Tasnim News Agency (CC BY 4.0) 복기: '설계된 게임'이라는 프레임의 문제 ​ 나는 이번 이란-미국 갈등 국면에서 세 편의 글을 썼다. ​ 그 글들에서 나는 줄곧 트럼프의 대이란 압박을 일관된 설계자의 전략으로 읽었다. 파크푸르 총사령관 교체, 뒷채널 딜 구조, 타이밍 설계,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정교하게 의도된 아키텍처 위에 놓여 있다고 가정했다. 그 가정은 부분적으로 맞았다. 하지만 핵심에서 틀렸다. ​ 트럼프가 실제로 가진 건 설계가 아니라 베네수엘라라는 선례였다. ​ 2026년 1월, 미군이 마두로를 제거했다. 그의 부하 델시 로드리게스가 올라왔다. 로드리게스는 24시간 안에 워싱턴에 협조적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의 머릿속에 이 그림이 각인됐다. 제거하면 누군가 나온다. 그 누군가와 딜한다. 끝. ​ 이란에 이 공식을 적용했다. 하메네이를 제거했다. 하지만 이란에선 로드리게스가 나오지 않았다. ​ 트럼프 본인이 며칠 뒤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점찍어놓은 사람들이 다 죽었다.' 이 한 문장이 베네수엘라 모델의 붕괴를 고백한다. 설계자는 딜 상대를 미리 알아야 한다. 트럼프는 몰랐거나, 알았는데 공습으로 먼저 죽였다. ​ 나는 '설계된 게임'이라고 썼지만, 실제로 일어난 건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충동'이었다. 구조는 읽었다. 하지만 그 구조에 설계자를 끼워 넣은 건 나의 과대평가였다. 현재 구조: 두 개의 명분 감옥 ​ 지금 교착을 만드는 건 군사력 격차가 아니다. 명분 구조다. ​ 트럼프는 '무조건 항복' 선언을 Truth Social에 올렸다. 이 선언은 협상의 출발점을 스스로 높였다. 이제 트럼프가 무조건 항복 없이 딜을 하면 그가 진 그림이 된다. ​ 모즈타바는 취임 이틀째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 아내, 딸을 공습으로 잃었다. 그 위에 올라온 사람이 즉각 테이블에 나가면 레짐의 정당성이 사라진다. 내부에서 '또 당했다'는 서사가 확정된다. ​ 공개적으로 둘 다 물러설 수 없다. 양측다 명분 감옥에 갇혔다. ​ 거기에 유가가 겹친다. ​ 호르무즈 완전봉쇄 시나리오 유가 시나리오가 130달러다. 130달러에서 10달러 모자란 120달러가 임계점으로 작동했다. 3월 9일, 브렌트유는 장중 119.5달러를 터치했다. 그리고 G7 재무장관들이 IEA와 공조해서 전략 비축유를 공동 방출하는 걸 월요일에 논의한다는 FT 보도가 나오면서 108달러로 끌어내렸다. 논의만으로도 시장이 안정된다. 120달러는 트럼프가 묵시적으로 그어 놓은 선이었다. ​ 이란은 완전봉쇄를 선언하지 않는다. 그냥 기뢰를 계속 깐다. 보험시장이 스스로 붕괴한다. '봉쇄 없이 봉쇄 효과'가 지속되는 한, 유가는 구조적으로 100달러 이상에 고착된다. 협상이 타결되는 날 호르무즈가 바로 열리는 게 아니다. 기뢰 제거에만 최소 2~4주, 보험시장 정상화까지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의 유가는 그 구조적 지연까지 선반영하고 있다. ​ ​ 트럼프의 남은 유가 헤지 카드 중 가장 강력한 건 '협상 임박' 신호다. 딜이 없어도 발언 하나만으로 시장은 움직인다. 3월 9일 오후 3시 15분, 트럼프가 CBS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거의 끝났다"고 한 마디 했다. WTI는 즉각 100달러에서 84달러까지 급락했고 주식은 반등으로 장을 마쳤다. 발언 하나가 유가를 16달러 끌어내렸다. ​ 트럼프는 거기에다 "호르무즈 장악을 고려 중"이라고도 했다. 실제 실행 계획의 신호라기보다, 앞서 발언과 같은 종류의 카드다. 해협 폭이 가장 좁은 구간이 34km이다. 기뢰가 깔린 상태에서 소해함(기뢰제거함) 먼저 들어가야 하고, 그 소해함을 호위함이 다시 보호해야 한다. 이란이 그 소해함을 드론과 미사일로 타격하면 작전이 멈춘다. 미국 해군력으로 억제는 가능하지만 "장악"은 다른 이야기다. 트럼프가 "고려 중"이라고 한 건 시장 신호용 발언에 가깝다. 실제 실행 계획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 그 카드는 이제 한 번 쓰였다. 문제는 이란의 실질적 반응 없이 같은 카드가 두 번 통하느냐는 거다. 1988년과의 차이: 독배를 마실 사람이 없다 ​ 역사에서 이란이 비슷한 상황을 풀었던 선례가 있다.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8년 만의 휴전. ​ 당시 구조는 지금과 비슷했다. 이란은 전장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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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설계자 없는 게임 : 트럼프를 과대평가한 지점, 그리고 남은 출구

[시리즈 연재]트럼프는 왜 협상 대신 체제 전복을 택했나

지난 2월 26일에 "설계된 게임 : 트럼프, 이란, 그리고 IRGC 붕괴 시나리오" 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측했던 내용보다 상황이 더 급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월 28일 새벽, 미국과 이스라엘은 코드명 'Operation Epic Fury'라는 작전으로 이란을 대규모 타격했습니다. CIA가 수개월간 추적해온 하메네이의 동선을 파악해, 그가 테헤란 국가안보회의 건물에 머물던 순간을 노려 제거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트럼프의 협상 파트너로 생각했던 파크푸르를 비롯해, 40명이 넘는 이란 수뇌부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전에 제가 분석했던 판이 한순간에 바뀌었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 판의 다음 단계가 열렸습니다. 이 글은 그 분석을 복기하고, 제가 놓친 지점이 어디였는지, 그리고 이제 정세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다시 짚어보고자 합니다.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호르무즈 해협. 저 좁은 해협 사이로 전지구상의 약 20%의 원유가 공급된다. 출처: NASA / ISS Expedition 67, Public Domain 1. 분석이 맞은 것과 틀린 것: 분리해서 봐야 한다 ​ 이전 분석의 핵심 시나리오는 뒷채널 딜이었다. 파크푸르라는 실용주의적 아웃사이더를 상대로 트럼프가 협상을 이끌어내고, 양쪽이 각자 이겼다고 하는 구조. 이 시나리오는 통째로 빗나갔다. 트럼프는 딜을 추진한 게 아니라 파크푸르를 포함한 이란 수뇌부 전체를 제거했다. 핵심 예측이 틀렸다. 그 위에서, 하위 변수들은 분리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압박 구조의 설계를 읽어낸 것은 유효했다. 12일 전쟁 이후 8개월간의 다층적 압박, IRGC 내부 균열, 이란 경제 붕괴, 시위 확산. 이 레이어들이 실제로 작동했고, 2월 28일의 타격은 그 레이어들이 충분히 익은 타이밍에 이뤄졌다.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함께 판을 설계했다는 것, CIA가 장기간 추적해온 정보를 타이밍에 맞춰 사용했다는 것도 확인됐다. 파크푸르에 대한 인물 분석 자체도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지상군 계통 출신의 실무형 인물, 경제 이권과 거리가 있는 배경, 불안정한 권력 기반. 이 읽기가 틀렸다면 트럼프가 그를 협상 대상으로 고려할 이유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솔직해져야 한다. 하위 변수를 맞혔다는 것이 분석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분석의 가치는 최종 시나리오의 적중에 있다. 재료를 정확히 읽고도 요리를 틀렸다면, 그건 재료 탓이 아니라 판단의 문제다. 트럼프가 이 모든 레버를 딜을 위해 쓸 것이라고 본 게 오류였다. 같은 레버를 레짐 체인지에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독립된 시나리오로 설정하지 않았다. 압박의 구조는 읽었지만, 압박의 목적지를 하나로 수렴치킨 것이 결정적 실패였다. 2. 분석이 빗나간 지점: 와일드카드 설정 2026년 2월 28일, 트럼프가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Operation Epic Fury를 지휘하고 있다. 뒤편 지도에는 작전명이 선명하게 써있다. 출처: White House / Daniel Torok, Public Domain 가장 큰 오류는 와일드카드를 잘못 설정했다. 이전 분석에서 와일드카드는 '이란 강경파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었다. 이란 쪽에서 판이 이탈하는 시나리오. 그것을 테일 리스크로 봤고, 트럼프 쪽 이탈 가능성은 '중간선거 때문에 전면전 불가'로 결론지었다. 실제 와일드카드는 트럼프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트럼프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이것이 설계의 완성이었다. 그러나 분석 프레임이 '딜을 통한 봉합'을 기본 전제로 깔고 있었기 때문에, '레짐 체인지 자체가 목표인 시나리오'를 독립적인 레이어로 설정하지 못했다. 그 레이어가 빠진 게 결정적이었다. ​ 왜 그랬냐면,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 첫번째, 중간선거 데드라인이 트럼프의 절대적 제약이라고 봤다. 전쟁이 주식시장을 박살내면 중간선거에서 진다. 둘째, 트럼프는 지금껏 즉각적인 출구가 있는 결정적 행동 패턴에서 이탈한 적이 없었다. 두 전제 모두 더 정교하게 뜯어봤어야 했다. 셋째, 그리고 이게 가장 크게 빠진 변수인데, 이스라엘의 독자적 인센티브를 트럼프의 하위 변수로만 읽었다. 이전 분석은 이스라엘을 "트럼프의 설계를 실행한 행위자"로 봤다. 그러나 네타냐후에게는 독자적인 타이밍의 논리가 있었다. 10월 이스라엘 총선. 이란 수뇌부 제거는 네타냐후 자신의 역사적 레거시이기도 하다. 그가 이 타이밍을 원했을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 그리고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설계에 올라탄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자신의 설계에 활용한 것인가 라는 질문도 다루지 못했다. 이 둘은 결과는 같지만 구조가 다르다. 전자라면 트럼프는 네타냐후의 타이밍에 끌려간 것이고, 후자라면 트럼프가 네타냐후의 인센티브를 정확히 읽고 활용한 것이다. 지금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이 질문에 확정적으로 답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질문을 처음부터 열어두지 않은 것 자체가 분석의 맹점이었다. 3. 중간선거 전제의 재검토: 트럼프는 시장을 버린 게 아니었다 ​ 공습 직후 첫 거래일에도 주가는 오히려 버텼다. 흔들리긴 했지만 밀려나지 않았고, 장중 양전하는 구간까지 보여줬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이 안도한 모습이다. 이란 공격 가능성이 수개월간 선반영 되면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쌓여 있었다. 실제로 터지니까 그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오히려 올라갔다. Buy the dip이 나온 것이다. ​ 트럼프가 이걸 몰랐을 리 없다. 오히려 알고 쳤을 수 있다. 전쟁이 빠르게 끝나고 이란 정권이 교체되면 유가는 장기적으로 내려간다. 중동 안정화로 가면 시장은 더 올라간다. 중간선거 전에 '이란 해방'이라는 역사적 카드까지 쥔다. 오히려 중간선거 계산이 더 정교해진 버전이었을 수 있다. ​ 트럼프가 레짐 체인지를 베팅할 수 있었던 건 시장 계산만이 아니었다. 중국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전제에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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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트럼프는 왜 협상 대신 체제 전복을 택했나

[시리즈 연재] 연준 독립성이라는 신화: 정부와 중앙은행의 100년 내러티브 전쟁

 0. 2026년 1월, 두 개의 사건  2026년 1월, 연준을 둘러싸고 두 사건이 벌어졌고 시장 반응은 정반대였다. 1월 11일, 미국 법무부는 연준에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했다. 겉으로 내새운 이유는 연준 본부 25억 달러 리모델링 관련 의회 증언에서의 위증 혐의였다. 이틀 뒤 파월 의장은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 선호가 아니라 공익에 따라 금리를 결정한 결과”라고 맞섰다. 시장은 이를 연준이 정치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고, 달러는 약세로, 자금은 금과 은으로 이동했다. 그 결과 1월 한 달 동안 금은 29% 상승(온스당 5,600달러), 은은 68% 급등했다. 그리고 1월 30일, 트럼프가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자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금은 하루 만에 9% 급락했고, 은은 28% 무너졌다. 달러는 강세로 돌아섰고, 채권 텀 프리미엄도 내려갔다. 주식도 빠지긴 했지만, 공포성 투매라기보다 그동안 쌓였던 투기 포지션이 한꺼번에 정리되는 성격이 컸다. 같은 대통령이 한 일이다. 하나는 현직 연준 의장을 압박했고, 다른 하나는 후임자를 지명했다. 두 사건 모두 주식시장은 하락했다. 불확실성 자체는 어느 쪽이든 부정적이니까. 하지만 금값은 갈렸다. 소환장 이후 금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고, 워시 지명 이후에는 하루 만에 9% 폭락했다. 시장이 반응한 진짜 변수는 "연준 독립성"이라는 원칙이 아니었다. 정부의 재정 압력이 통화정책을 지배하는 힘, 곧 '재정 우위'가 강화되느냐 완화되느냐였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힘겨루기는 연준이 탄생한 순간부터 10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연준 독립성은 고정된 원칙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힘의 균형이 바뀌며 매번 다시 합의되는 ‘협상 결과’에 더 가깝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협상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1. 연준의 탄생 — 타협의 산물 (1907–1913) 1907년 10월, 뉴욕 금융가는 패닉에 빠져 있었다. 신탁회사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졌고, 예금자들은 은행 앞에 줄을 섰다. 이때 70세의 J.P. 모건이 나섰다. 그는 뉴욕의 주요 은행가들을 자신의 서재로 불러 문을 잠갔다. 각자 얼마를 부담할지 결론이 날 때까지 아무도 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모건은 위기를 일단 진정시켰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는 더 불편한 질문이 남았다. “한 개인이 국가의 금융시스템을 좌지우지해도 되는가?” 1913년, 연방준비제도는 이 질문에 대한 타협으로 탄생했다. <1914년 첫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앞줄 왼쪽부터: Charles S. Hamlin (초대 총재), W.G. McAdoo (재무장관, 직권 이사), Frederick Delano. 뒷줄 왼쪽부터: Paul M. Warburg, John Skelton Williams (통화감독관, 직권 이사), W.P.G. Harding, A.C. Miller. / Source: FRASER,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12개 지역에 연방준비은행을 두고, 워싱턴에는 비교적 느슨한 조정 기구를 두는 구조였다. 유럽식 중앙집권 은행도 아니고, 모건 같은 개인의 지배도 아닌 형태. 말하자면 민간 은행들의 연합체에 가까웠다. 중앙정부도, 월가도 어느 한쪽이 완전히 쥘 수 없도록 설계된 시스템이었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답게 권한을 나누되, 최종 권력을 한 곳에 몰아주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지역 연준은 각자 자기 지역의 이해관계에 민감하게 움직였다. 뉴욕 연준은 월가와 국제금융에 촉각을 세웠고, 시카고는 농업과 상품 거래에 집중했으며, 댈러스는 면화와 석유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2. 대공황과 권력의 이동 (1929–1951) 1929년 주식시장 붕괴 이후, 연준의 분산형 구조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뉴욕 연준은 유동성 공급을 주장했지만 다른 지역 연준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조율은 실패했고, 연준은 통화 공급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이면서 공황을 악화시켰다. 이 실패는 새로운 내러티브를 가능하게 했다. 1935년 은행법으로 연방준비이사회가 재편되었고, 지역 연준 총재들의 권한은 약해졌다. 연준은 점점 정부 기관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했다. 다만 루즈벨트에게는 피해야 할 선이 있었다. 1935년 당시 소련에서는 스탈린의 계획경제가, 독일에서는 히틀러의 국가 통제 경제가 작동하고 있었다. 미국이 “정부가 중앙은행을 완전히 통제한다”고 선언하는 순간, 이념적으로 그들과 구별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1935년 법은 연준을 중앙집권화하면서도 재무장관을 이사회에서 제외했다. 중앙화는 하되, 형식적으로는 ‘독립성’이라는 포장을 한것이다. <1935년 8월 23일, 루즈벨트 대통령은 은행법(Banking Act of 1935)에 서명하며 기뻐하고 있다. 이 법으로 연준은 중앙집권화됐고, 재무장관은 이사회에서 제외됐다. / Source: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Flickr>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그 포장마저 벗겨졌다. 1942년부터 연준은 국채 금리를 사실상 고정하고 전비 조달을 뒷받침하면서, 재무부의 하청업체에 가까운 역할을 했다. 전쟁 앞에서 더 이상 연준 독립성을 유지할 인센티브가 사라졌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재무부는 금리 고정을 원했다. 정부 부채가 GDP의 120%에 달하던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패턴이 처음 뚜렷해진다. "정부 부채가 커질수록 연준의 자율성은 줄어든다." 오늘날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라고 부르는 현상의 원형이다. 그리고 1951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마침내 재무부–연준 협약이 체결됐다. 연준은 더 이상 국채 금리를 고정할 의무가 없어졌다. 다만 이것을 연준의 ‘승리’로만 보면 안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압력이 없었다면 정부가 그렇게 쉽게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연준의 협상력은 강해진다. 이 구도가 이후 70년 동안 반복된다.  3. 볼커와 독립성의 황금기 (1951–2007) 1951년 협약 이후 약 30년 동안, 연준은 비교적 안정적인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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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연준 독립성이라는 신화: 정부와 중앙은행의 100년 내러티브 전쟁

[시리즈 연재] 양안관계 3부작 ③ 균형은 언제까지 유지되는가 - DNA는 명령하고, 현실은 제약한다

1편에서 우리는 대만이 왜 선택할 수 없는지를 봤다. 2편에서는 중국이 왜 포기할 수 없는지를 봤다. ​ 이제 진짜 질문이 남았다. "왜 전쟁은 안 일어나는가?" ​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왜 계속 말하는가?" 이 글은 그 질문에 답하면서, 하나의 역설을 드러낸다. ​ ​ ​ ​ 중국은 통일을 말하지만 통일하지 못한 상태를 필요로 하고, 대만은 독립을 꿈꾸지만 독립하지 못한 상태를 필요로 한다. 1. 왜 전쟁은 안 일어나는가: 세 가지 비용 지금 중국은 쉽게 움직일 처지가 아니다. ​ ​미국 변수. 중국 군사력은 커졌다. 현역 200만, 전투함정 370척 이상. 하지만 문제는 숫자가 아니다. 미국이 개입할지, 어떻게 개입할지가 모든 계산을 뒤집는다. 바이든은 여러 차례 "대만 방어" 취지 발언을 했고, 백악관은 그때마다 "정책 변화 없다"고 정리했다. 이 '정정의 반복'이 유지되는 한, 중국은 움직이기 어렵다. ​ 경제 비용. 중국은 세계 경제의 중심부에 있다. 명목 GDP 20조 달러, 세계 수출의 14%, 제조업 부가가치의 28%.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서방은 제재를 결단하고, 그 제재는 중국만이 아니라 세계 시스템을 함께 흔든다. 역설적으로, 이 상호의존이 억지력으로 작동한다. 전쟁은 승패가 아니라 시스템 붕괴의 트리거다. TSMC가 멈추는 순간, 중국도 서방도 같이 멈춘다. 그래서 이 게임은 쉽게 발사되지 않는다. <공급망은 추상이 아니다. 공정이 끊기는 순간, 전쟁과 제재의 비용은 ‘세계 시스템’으로 번진다.> 정치 리스크. 전쟁이 실패하면 공산당이 무너진다. 성공해도 문제다. 수만 명 전사자가 발생하면 내부 여론이 악화된다. 1979년 중월전쟁의 충격, 한 자녀 정책 세대의 심리 비용까지 더하면, 지도부는 "승리"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시진핑도 공산당도 이 계산을 안다. 그래서 못 한다. 그런데 여기서 논리가 갈린다. "못 하면 안 하면 되지 않나?" ​ 중국은 그 선택을 할 수 없다. ​ 2. 왜 통일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가 ​“못 하면 안 하면 되지 않나?” 여기서 논리가 갈린다. 중국은 그 선택을 할 수 없다. 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 2-1. 공산당 정당성의 마지막 장 ​1949년 천안문. 마오쩌둥은 선언했다. "중국 인민이 일어섰다." 백년 굴욕을 끝내고, 내전을 종식하고, 중국을 다시 하나로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만이 남아 있다. 덩샤오핑은 "일국양제"를 제안했다. 홍콩처럼, 대만도 평화롭게 품겠다고.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말한다. 하지만 대만 없는 부흥은 불완전하다. 대만 통일은 공산당 서사의 마지막 장이다. 이 장을 포기한다고 말하는 순간, 1949년부터의 이야기 전체가 흔들린다. "우리가 중국을 하나로 만들었다"는 서사가 "우리는 결국 실패했다"로 바뀐다. 그래서 어떤 지도자도 "포기"를 말할 수 없다. <푸젠성 샤먼, 대만을 향해 세워진 "일국양제통일중국(一國兩制統一中國)" 표지판. 서사는 아직 살아 있다. > ​ ​ 2-2. 서사의 포로가된 창조자 ​중국 당국은 교육·미디어로 “대만은 반드시 돌아와야 할 땅”이라는 감각을 강화해 왔다. 그 결과, 여론이 체제를 구속한다. 2023년 중국 전국조사 연구에서 전면전(무력통일) 지지가 55%로 보고됐다. (Liu & Li, 2023; Taylor & Francis Online) 타이페이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2025년에 공개된 조사에서 중국 응답자의 55.1%가 “대만 문제는 어떤 경우에도 무력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에 동의했다고 한다. 숫자는 시점과 문항에 따라 출렁인다. ​ 중요한 건 숫자 그 자체가 아니다. 공산당이 '통일'을 국가 목표로 올려놓은 순간, 그 목표는 공산당 자신을 묶는다. 시진핑이 내일 "대만은 포기한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당내 강경파가 반발한다. "약하다"는 비판이 터진다. 민족주의 여론이 들끓는다. 정적들에게 공격 명분을 준다. 서사를 만든 자가 서사에 갇힌다. 창조자가 통제권을 잃는다. 이건 시진핑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집권해도 마찬가지다. 후계자가 "나는 다르다, 대만은 놓아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순간 그는 "배신자"가 된다. 마오쩌둥의 유산을 부정한 자, 덩샤오핑의 일국양제를 포기한 자, 시진핑의 부흥을 좌절시킨 자. 정치적 자살이다. ​ ​​ 2-3. 담론으로서의 대만: 14억을 묶는 이념적 접착제 ​과거의 대운하가 쌀과 세금을 실어 나르며 물리적 연결을 완성했다면, 현대 중국의 14억을 묶는 건 무엇인가? 고속철도가 국토를 연결하고, 디지털 위안화가 경제를 묶는다. 하지만 14억 인구, 수십 개 방언, 56개 민족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는 것은 물리적 인프라가 아니다. <정체성은 도로로 연결되지 않는다. 교실에서 만들어진다. Photo by Paul Burns (uploaded by Wendwelly), China-1978 Primary Class Paul Burns> "우리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이념이다.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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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양안관계 3부작 ③ 균형은 언제까지 유지되는가 - DNA는 명령하고, 현실은 제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