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조직들을 관찰해 보면 큰 결정을 내릴 줄 아는 리더는 의외로 드물다는게 내 생각이다. 꼭 그런 큰 결정이 사운을 걸고 내리는 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직의 큰 방향성 변화가 필요할때 혹은 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꽤 많은 리더가 대충 현상유지를 통해 흘러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이후에는 그냥 기도메타로 상황이 다시 원상복귀 되기를 기원하면서 버티는 것인데, 아마도 그 리더 입장에서 그것이 당장의 스트레스를 덜 받는 안락한 선택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A와 B 중 무조건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 어중간한 타협안을 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큰 틀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현상유지를 택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인 것 같다. A를 택하면 누군가에게 욕먹고 B를 택하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욕먹으니, '내가 기가막힌 묘수를 가져왔어'라며 A 절반 B 절반을 택하는 것인데, 보통 이 경우는 한쪽을 그냥 고르니만 못한 결과가 나오고, 생각만큼 조직의 운명에 대한 헷징도, 욕먹기에 대한 헷징도 안된다.
큰 결정을 내릴 줄 아는 리더가 있는 조직이 항상 잘 되는건 아닌데, 확실한건 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리더가 있는 조직은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다. 조직의 단기적 성과나 리더가 얻어가는 크레딧을 떠나서, 구성원들이 조직의 방향성을 납득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장기적 성과가 무너지게 된다. 물론 리더는 그 와중에 개인의 영달을 잘 취해서 조직은 망하지만 본인 커리어는 요리조리 살아남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람은 가위바위보 대회 우승자나 마찬가지라 어차피 아무나 따라하긴 어렵고 대부분은 고꾸라진다.
그 와중에 그런 중간리더들을 선호하는 경영진이 있는 회사는 매우 큰 위험신호라고 보는데, 그렇게 비겁한 사람들이 능력이 있더라도 결정권을 가지게 되면 회사는 서서히 삶아지게 된다. 역으로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시장의 최강 플레이어가 그런 회사인 경우에는 아주 큰 행운일 것이다. 근데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많고, 보통은 그 때 그 시장의 레짐이 바뀌게 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