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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센, 호로위츠, 그리고 a16z⟫ part 3
롤라팔루자 (lollapalooza)[2026 시리즈 연재]

⟪안드레센, 호로위츠, 그리고 a16z⟫ 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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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팔루자
2026.06.09조회수 29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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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팔루자
구독자 1,971명구독중 53명
*롤라팔루자*는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 그 효과가 더 커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합주 효과'로도 불리는 이 개념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찰리 멍거 부회장이 즐겨 언급했던 현상이기도 합니다. 롤라팔루자 효과는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위대한 기업과의 장기 동행, '버핏-멍거 마을의 슈퍼투자자'들이 남긴 통찰, 시대를 이끄는 혁신 기업, 그리고 평생 학습/독서가 한데 어우러질 때 가장 가슴이 뜁니다.
댓글 5개

VC의 규칙을 다시 쓰고, 테크 혁신을 주도하고, 이제는 정치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 시점 최고 VC. 마크 안드레센, 벤 호로위츠, 그리고 a16z에 대한 글입니다.

총 5개 파트라 분량은 길지만, 저는 꽤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ㅎ



비합의적 확신이 수익을 만든다

두 개의 질문

a16z의 투자 판단은 두 개의 질문으로 압축됩니다. 마크가 던지는 건 “왜 지금인가”입니다. 아이디어가 좋으냐 나쁘냐가 아니라, 하필 왜 지금 이 아이디어가 먹히느냐를 먼저 봅니다. Okta 투자(2010)가 교과서적입니다. 기업 정체성 관리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Active Directory가 꽉 쥐고 있어 빈틈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2010년은 SaaS가 폭발하던 때였고, Active Directory는 사내 서버 세계를 위해 설계된 물건이었습니다. Salesforce, Workday, Google Apps를 동시에 쓰기 시작한 기업들에는 새 해법이 필요했죠. ‘왜 지금’의 답이 거기 있었습니다. 이 질문이 날카로운 이유는, 좋은 아이디어 대부분이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어서 죽기 때문입니다. Loudcloud가 AWS보다 8년 빨라 쓰러진 것처럼요. 마크의 누적된 독서는 바로 이 ‘조건이 갖춰진 순간’을 짚어내는 데 쓰입니다.


벤의 질문은 더 짧습니다. “당신은 알고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게 뭡니까?” 마크의 질문이 시장의 타이밍을 검증한다면, 벤의 질문은 창업자만 가진 비합의적 통찰을 확인합니다. 둘 다 채워질 때 a16z의 최대 베팅이 나옵니다. 그 바탕에는 벤이 Loudcloud에서 얻은 신념이 깔려 있습니다. 합의가 틀린 자리, 거기에 가장 큰 수익이 있다는 것. 가치투자의 언어로 옮기면, 시장이 효율적으로 합의한 가격과 창업자가 아는 진실 사이의 간극이 곧 안전마진이자 초과수익의 원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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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a16z는 6개 펀드에 걸쳐 150억 달러 이상을 조성해 미국 VC 단일 펌 중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그해 미국 VC 전체 모집액(PitchBook 기준 660억~820억 달러)의 약 18%에 해당하며, 5년 만에 최악의 펀드레이징 시장에서 단일 펌이 시장의 5분의 1 가까이를 흡수한 것입니다. 이 조성으로 a16z의 운용자산은 9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Skype: 모두가 못 산다고 한 자산

첫 대형 베팅부터 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3억 달러짜리 1호 펀드에서 단일 딜에 5,000만 달러. 펀드의 6분의 1을 한 곳에 건 겁니다. 상대는 eBay에서 떨어져 나오던 Skype였습니다. 다들 “살 수 없는 (uninvestable) 자산”이라고 했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eBay는 Skype를 사면서 회사는 가졌지만 핵심 기술은 못 가졌습니다. 통신 프로토콜을 제어하는 기반 라이브러리를 창업자들이 여전히 쥐고 있었거든요. 창업자가 소송을 걸어 서비스를 멈출 수 있었으니, 누구도 손대지 못할 자산으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a16z는 남들이 모르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벤의 설명입니다. 창업자 Janus와 Niklas를 개인적으로 알았고, 그들의 인생을 정의하는 단 하나가 Skype라는 것도 알았다. 그들은 절대 서비스를 멈추지 않을 사람들이었다. 남은 문제는 그들이 얼마를 원하고 이사회에 어떻게 참여하고 싶은지뿐이었다. 그래서 샀습니다. 마크가 직접 Facebook과의 파트너십을 붙이고 Tony Bates를 CEO로 데려왔습니다. 1년 반 뒤 마이크로소프트가 Skype를 85억 달러에 사들였고, a16z는 약 1억 5,3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모두가 못 산다고 한 자산에서, 아는 게 달랐던 한 펌이 수익을 냈습니다. ‘VC는 자본 이상을 준다’는 명제를 처음으로 증명한 딜이자, 벤의 질문이 곧 거래의 핵심이 된 사례였습니다.

Coinbase: 단일 딜이 펀드를 7배 초과하다

2012년 합류한 Chris Dixon은 비트코인을 투기 자산이 아니라 인터넷 프로토콜로 봤습니다. TCP/IP가 통신의 표준이 됐듯 비트코인이 가치 이전의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었죠. 2013년 그는 Coinbase의 Series B에 2,500만 달러를 넣습니다. 투자 후 기업가치 1억 5,000만 달러. 당시 비트코인의 법적 지위는 안갯속이었고, 시장의 합의는 “투기 자산”이었습니다. 또 한 번의 비합의적 베팅이었습니다.

a16z는 다른 초기 투자자들이 지분을 털 때마다 계속 사 모았습니다. 2021년 Coinbase 직상장 시점에 a16z 지분에서 나온 LP 분배는 약 110억 달러. 3호 펀드(15억 달러) 전체 수익을 7배 넘게 웃도는 단일 딜이었습니다. 벤처 수익의 본질이 여기 있습니다. 극소수 딜이 전부를 결정하는 멱법칙. Coinbase 하나가 펀드를 7배 회수했고 나머지는 곁가지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딜을 fund returner라 부릅니다. Coinbase는 a16z 역사상 가장 극적인 fund returner이자, ‘확신이 크면 보유를 늘린다’는 원칙이 가장 잘 들어맞은 사례였습니다.

GitHub, Slack, Databricks — 다른 결의 확신

2012년 GitHub에 1억 달러를 넣었을 때 업계는 비웃었습니다. “저게 무슨 Series A냐”, “밸류가 말이 안 된다”. 당시 역대 최대 Series A 기록이었습니다.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가 GitHub을 75억 달러에 샀고, a16z는 약 10억 달러를 벌었습니다. 확신의 크기가 베팅의 크기를, 베팅의 크기가 수익의 크기를 결정한 셈입니다.

Slack은 인내의 사례입니다. 2011년 a16z는 Stewart Butterfield의 게임 회사 Tiny Speck에 투자했습니다. Series B 직후 Stewart가 이사회에 보낸 메일은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최악에 가까웠죠. “휘발유에 불을 붙이는 느낌이 아니라, 좋은 위스키를 드럭스토어 핫팩에 붓는 느낌입니다.” 게임은 Flash로 만든 iPad 게임 Glitch였는데, 스티브 잡스가 iPad에서 Flash를 막으면서 사실상 죽었습니다. 남은 돈은 600만 달러뿐. 그런데 팀이 내부 소통용으로 쓰던 도구 하나가 살아남았습니다. 그게 Slack이었고, 2021년 Salesforce가 약 277억 달러에 사들였습니다. a16z의 수익은 약 30억 달러. 벤의 말대로, 특별한 창업자이고 현금이 마르지 않는 한 그는 베팅을 거두지 않습니다.


Databricks는 정반대의 일화입니다. 벤이 기억하는 가장 인상적인 피칭이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까닭이 그게 최악이었기 때문입니다. “Ion Stoica 교수의 발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대학 전산 수업 같았어요. 파트너들이 겁을 먹었죠.” 그런데 벤은 발표를 보기도 전에 투자를 마음먹은 상태였습니다. 버클리의 Scott Shenker 교수가 전화해 “지난 10년 학계에서 본 최고의 분산 시스템 전문가”라며 Matei Zaharia를 소개했거든요. 발표의 질이 아니라 사람의 질이 기준이었습니다. 2025년 Databricks의 기업가치는 약 620억 달러. 


세 딜은 겉보기엔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셋 다 남들이 못 본 것을 봤다는 것. GitHub에서는 개발자 협업의 미래를, Slack에서는 죽은 게임 속 살아 있는 도구를, Databricks에서는 형편없는 발표 뒤에 선 비범한 사람을.

미디어가 키운 거품: Clubhouse

같은 미디어 엔진이 거품을 키우기도 합니다. 2021년 코로나 한복판에서 음성 소셜 앱 Clubhouse가 폭발했습니다. a16z는 Andrew Chen을 앞세워 이 회사를 띄웠고, 약 40억 달러 밸류에이션 라운드를 이끌었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가 등장하면서 화제성은 극에 달했죠. 그러나 거리두기가 풀리고 Twitter Spaces 같은 모방 기능이 쏟아지자 사용자가 급감했고, 회사는 대규모 정리해고 끝에 쪼그라들었습니다. Clubhouse는 a16z 모델의 양날을 보여줍니다. 브랜드와 미디어의 힘이 좋은 회사를 더 빨리 키우는 만큼, 화제가 펀더멘털을 앞지른 회사를 과대평가하게도 만든다는 것. 신호가 실사를 대신하는 순간 같은 엔진이 거꾸로 돕니다.


가장 비싼 교훈: Uber와 Instagram

비합의적 확신의 반대편에는 확신의 부족이 있습니다. a16z 역사상 가장 큰 실수는 Uber입니다. 2011년 가을, Jeff Jordan이 Series B를 리드하기로 구두 합의까지 갔습니다. 투자 후 기업가치 약 3억 달러. 그런데 마크가 망설였습니다. Travis Kalanick을 저녁에 불러 밸류를 2억 2,000만 달러로 낮추겠다고 했고, 조건서에는 창업자 지분을 더 희석시키는 스톡옵션 풀 조항까지 들어갔습니다. Travis는 거절했고 이틀 뒤 Menl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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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cent
2026.06.1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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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가르
2026.06.10

3 and 30 이라니 어마어마한 보수를 가져가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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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
2026.06.13

진짜 창의성은 종종 발명이 아니라 ‘검증된 모델을 새 맥락으로 번역하는’ 능력입니다.

인상깊은 문장입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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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무새
2026.06.1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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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로잉
2026.06.14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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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의 규칙을 다시 쓰고, 테크 혁신을 주도하고, 이제는 정치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 시점 최고 VC. 마크 안드레센, 벤 호로위츠, 그리고 a16z에 대한 글입니다. 총 5개 파트라 분량은 길지만, 저는 꽤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ㅎ VC 산업을 재설계한 두 남자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은 하루에 두세 시간을 오디오북 듣는 데 씁니다. 걸을 때도, 이동할 때도, 빈 틈이 생기면 어김없이 이어폰을 꽂습니다. 역사, 전기, 인공지능. 장르는 달라도 찾는 것은 하나입니다. 이 세상이 왜 지금 이 모양이고,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단서. 인구 2,554명의 위스콘신 소도시 뉴리스본에는 서점이 없었습니다. 도서관은 작았고, TV 채널도 몇 개 되지 않았습니다. 정보에 굶주린 상태로 자란 소년은 그때도 지금도 읽고 또 읽습니다. 그 소년이 1992년, 모두에게 인터넷을 열어주게 됩니다.  2001년 3월,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 회의실. 벤 호로위츠(Ben Horowitz)가 슬라이드를 넘기는 동안 앞줄에 앉은 기관투자자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습니다. 그럴 만했습니다. 나스닥은 고점에서 60%가 증발했고, 닷컴의 잔해 위로 회사들이 매주 백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의 회사 Loudcloud는 연 매출 2,500만 달러에 그보다 큰 적자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 회사를 주식시장에 올리겠다고 그는 버티는 중이었습니다. 발표가 한창인데 한 투자자가 조용히 일어나 문을 닫고 나갔습니다. 다음 사람도, 그다음 사람도. 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훗날 그는 이 시기를 세 단어로 압축합니다. The IPO from Hell. 지옥에서 온 상장이었습니다. 그로부터 7년 뒤,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지던 그 주에 Sequoia Capital은 창업자들을 불러 "RIP Good Times"를 띄웠습니다. 좋은 시절은 끝났으니 생존 모드로 들어가라는 경고였습니다. 벤처 자금은 얼어붙고 LP들은 약정을 거둬들이던, 펀드를 세우기에 최악의 시점이었습니다. 마크와 벤은 정반대로 읽었습니다. 그 전 몇 해 동안 Twitter와 Facebook에 함께 엔젤 투자를 해온 두 사람은, 당시 벤처 캐피털이 창업자에게 돈만 쥐여줄 뿐 회사를 키우는 데는 쓸모가 없다는 것을 봤고, 둘 다 그 쓸모없음의 피해자였습니다. 마크는 자신이 만든 회사를 시장에 빼앗겼고, 벤은 투자자에게 공개적으로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니 답은 또렷했습니다. 창업자였을 때 곁에 있었으면 했던 바로 그런 벤처 캐피털을, 모두가 발을 빼는 지금 직접 세우는 것. 위기는 후퇴 신호가 아니라 진입 신호였습니다. 업계 전체가 숨을 죽이던 그때, 두 사람이 메신저를 주고받습니다. 벤: “우리가 벤처 캐피털 펀드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  마크: “나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어.” 정보가 갇힌 인터넷을 모두에게 열겠다는 청년, 모두가 도망치는 장에서 상장을 강행하는 CEO, 자본이 썰물처럼 빠지는 위기의 한복판에서 펀드를 세우겠다는 두 사람. 이 글은 시장의 합의가 틀렸다고 확신할 수 있는 자리에서 가장 크게 건 두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 확신이 대체 어디서 나왔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a16z의 운용자산은 2026년 1월 기준 900억 달러에 이릅니다. 창업 16년 만입니다. 그동안 두 사람이 짜낸 모델은 업계의 새 표준으로 굳어졌고, 그만큼 새로운 모순도 함께 쌓였습니다. 왜 하필 그들이었는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모델의 진짜 차별점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따라가 봅니다. 아이오와의 농촌 소년과 버클리의 급진주의자 마크 안드레센: 정보에 굶주린 소년 마크 안드레센은 1971년 아이오와주 시더폴스에서 태어나 곧 위스콘신주 뉴리스본으로 옮겨갔습니다. 밀워키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반, 인구 2,554명의 매우 작은 마을입니다. 아버지 로웰은 종자회사 Pioneer Hi-Bred International의 지역 영업 매니저였고, 어머니 팻은 카탈로그 의류업체 Lands’ End의 고객서비스 직원이었습니다. 마크는 가족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공개된 인터뷰를 통틀어 가족을 입에 올린 건 사실상 한 번뿐입니다. “그들은 스칸디나비안 하드코어였습니다. 극도로 자기 부정적인 사람들, 인생에서 행복을 기대하지 않으며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감정을 억제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기질에, 서점조차 없는 작은 마을의 정보 결핍이 더해졌습니다. 마크의 평생을 이끈 집착은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직접 이 둘을 연결해 설명합니다. “나는 정보에 굶주린 소년이었습니다. 나중에 내가 인터넷을 모두에게 개방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을겁니다.” 기술 낙관주의*는 거창한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보가 부재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갈증에서 왔습니다. 이러한 독서 습관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그의 강력한 투자 무기가 되었습니다. 마크의 직관은 번뜩이는 영감이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역사와 전기 속에서 패턴을 추출해낸 결과물입니다. 과거의 기술 전환들이 어떤 조건에서 일어났는지를 통째로 파악하고 있기에, 새로운 기술이 그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챕니다. *기술 낙관주의(Techno-Optimism)는 기술 발전이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며 성장과 가속 자체가 도덕적 선(善)이라고 보는 입장으로, 2023년 마크 안드레센이 발표한 「기술 낙관주의 선언(The Techno-Optimist Manifesto)」이 그 대표적 정식화다 중학교 때 부모가 사준 Radio Shack의 TRS-80이 출발점이었습니다. 마크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혼자 BASIC을 떼었고, 첫 프로그램으로 수학 숙제를 자동으로 푸는 도구를 짰습니다. 게임이 아니라 귀찮은 일의 제거. 이 실용주의가 이후 그의 모든 결정에 깔립니다. 1989년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UIUC)에 들어갑니다. 전기공학을 첫 전공으로 고른 이유는 “평균 급여가 제일 높아서”, 컴퓨터공학으로 갈아탄 이유는 “덜 힘들어서”였습니다. 멋보다 실속을 먼저 따지는 사람다운 답입니다. National Merit Scholar 장학생이던 그는 재학 중 NCSA(국립 슈퍼컴퓨팅 응용센터)에서 시급 6.85달러짜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공식 업무는 슈퍼컴퓨터용 3D 시각화 소프트웨어였지만, 머릿속에 든 건 따로 있었습니다. 정보를 세상 모두에게 여는 법. 마법천재 소년: 마크 안드레센 The Whiz Kid: Marc Andreessen (출처: WIRED) 벤 호로위츠: 혁명의 아들 같은 시기 미국 반대편에서, 전혀 다른 결핍을 겪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벤저민 에이브러햄 호로위츠는 ...

데미스 하사비스, 무한의 기계를 설계한 사람 part 5. (끝)

완벽주의자의 그늘 — 천재의 강점과 그가 지불하는 대가 지금까지 우리는 데미스 하사비스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보았습니다. 이제 그 사람 자체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의 친구이자 공동창업자 셰인 레그가 가장 먼저 한 말이 거대한 단서를 줍니다. “데미스는 일하고, 잠자고, 먹고, 숨쉽니다—미션을, 24시간 7일.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본 적 없는 정도로요.” 한 인터뷰에서 누군가 그에게 데미스의 취미를 물었습니다. “축구. 리버풀의 광팬이에요. 그것 외에는 미션이에요.” 데미스라는 인간을 한 단어로 요약해야 한다면, 그건 “릴렌틀리스(relentless)”입니다. 끝없이 집요한, 결코 멈추지 않는, 죽기 직전까지 밀어붙이는. 그가 자신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단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형성된 “100% 또는 없음” 철학이 그의 모든 결정의 디폴트 옵션입니다. 이 완벽주의에는 명암이 있습니다. 밝은 면은 알파폴드입니다. 데미스가 단백질 접힘 문제에 끝까지 몰아붙이지 않았다면, 50년 묵은 난제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점퍼를 새벽 2시에 깨워 GDT 점수를 묻고, 5점 목표에 5점을 더 얹고, “데미스 주도 개발” 메커니즘으로 팀을 일주일 단위로 푸시한 것이 이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어두운 면은 ChatGPT 대응의 지연입니다. 잭 레이가 2019년 GPT-2의 스케일링 가능성을 인지했을 때, 데미스의 첫 반응은 회의였습니다. 그의 깊은 회의주의—그라운디드 심볼에 대한 의심, 게임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인간 경험이 인터넷의 모든 텍스트보다 더 다양하고 어쩌면 더 거대하다는 가정—가 LLM 피벗을 늦췄습니다. 2022년 말 ChatGPT가 세계적 센세이션이 됐을 때, 딥마인드는 “세계 최고의 AI 연구소”라는 인식을 잃었습니다. CEO의 강점이 곧 약점입니다. 데미스의 깊은 과학적 직관—그를 알파폴드로 이끈 것—이 동시에 그를 LLM 혁명에서 늦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강점에는 약점이 따라옵니다. 분석가의 질문은 “약점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 약점이 회사를 죽일 만큼 큰가”입니다.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알파벳의 자본력과 배급망이 그 약점을 흡수했고, 데미스의 강점이 결국 추월의 동력이 됐습니다. 2024~2025년 제미나이의 컴백이 그 증거입니다. 그의 철학적 세계관은 모순적 공존입니다. 그는 극단적 과학적 낙관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실존적 위험에 대한 예리한 경계자입니다. AI가 기후변화를 해결하고, 신약을 개발하고, 우주의 비밀을 해독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동시에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합니다. 두 관점의 공존이 그의 공개 발언에서 종종 혼란스럽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관된 입장입니다. AI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 그 위험을 심각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알려진 약점들의 목록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상업적 민감도가 부족합니다. 게임 회사 엘릭서가 파산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었고, ChatGPT 대응이 늦은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었습니다. 그는 깊이가 부족한 제품을 빨리 출시하느니 깊이가 충분한 제품을 늦게 출시하는 쪽을 본능적으로 선호합니다. 제품 마케팅에 대한 저평가도 있습니다. 제미나이 1.0 데모 영상의 편집 논란이 보여주듯, 마케팅과 PR의 미묘한 함정에 둔감합니다. 좋은 결과는 스스로 말한다는 가정이 그에게 깊이 박혀 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자본주의에서 좋은 결과는 스스로 말하지 않습니다. 조직 정치의 비효율도 있습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의 처분 과정이 보여주듯, 그는 정치적 갈등을 회피하다 결국 더 큰 분쟁으로 키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의 개인적 삶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노벨상을 받은 후에도 같은 집에 10년 넘게 살고 있고, 가족 차는 10년 된 아우디 한 대뿐이며, 오피스 룸은 창문이 없는 다락방입니다. 가장 비싼 소장품은 노벨 메달이고, 가장 큰 취미는 리버풀 시즌 티켓입니다. 셰넌의 첫 판본 한 권이 약 5,000파운드 정도. 다른 사치는 거의 없습니다. 한 친구는 그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는 기업가가 아니라 학자처럼 삽니다. 요트나 개인 제트기나 실리콘밸리 저택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연구 시간, 더 좋은 책, 더 강한 체스 상대입니다.” 데미스 하사비스의 서재. 세계 탑 AI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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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스 하사비스, 무한의 기계를 설계한 사람 part 4.

“언어가 지능은 아닙니다”: 트랜스포머 혁명을 놓친 천재의 대가 2017년 6월 12일, 구글 브레인 연구자 8명이 논문 하나를 올렸습니다. 제목은 “Attention Is All You Need”였습니다. GPT 모먼트 이전에 'Attention Is All You Need'가 있었습니다. 이게 모든것의 시작이었습니다. *2017년 구글 브레인 팀이 발표한 논문으로, '트랜스포머'라는 새로운 AI 아키텍처를 처음 세상에 내놓은 문서입니다. 기존 AI가 단어를 순서대로 처리하던 방식을 버리고 문장 전체를 동시에 파악하는 '어텐션 메커니즘'을 핵심 구조로 삼았으며, 이후 등장한 GPT·BERT·제미나이·클로드 등 모든 대형 언어모델이 이 구조를 뼈대로 삼습니다. 이 논문 한편이 AI 전체의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오픈AI의 수츠케버는 그날 논문을 읽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동료 래드포드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지금 하던 거 다 던져. 트랜스포머에 집중 해야 해. 이거 엄청날 거야.” 래드포드가 처음엔 영문을 몰라 했는데, 수츠케버가 워낙 밀어붙여 결국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하사비스는 논문을 읽었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의자에서 자빠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의 머릿속은 프로젝트 마리오 협상 실패와 구글과의 법률 공방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거기다 강화학습으로 위대한 걸 만들 수 있다는 믿음도 여전했습니다. 이 차이가 나중에 엄청난 값을 치르게 됩니다. 딥마인드의 초창기 사업계획서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언어가 지능이라는, 잘못됐지만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개념.” 창업 첫날부터 언어 AI에 회의적이었던 거고, 이건 그냥 기술 판단이 아니라 하사비스라는 사람의 오래된 세계관이었습니다. 데미스가 맬러비에게 설명한 방식을 통해 이해해보겠습니다. 술집 테이블 위의 유리잔을 들어 올리면서. “이 컵을 떨어뜨리면 깨지겠죠. 위키피디아를 다 읽어도 이게 이해됩니까? 무게를 실제로 느껴본 적 없으면 무게가 뭔지 어떻게 압니까?” 신경과학에서 말하는 논리였습니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안에서 직접 행동해야 한다. 언어는 현실을 가리키는 기호일 뿐이고, 기호가 물리 세계와 연결되지 않으면 지능이 아니라는 것. 이것이 딥마인드가 창업 때부터 '그라운딩 문제(grounding problem)'라고 불러온 핵심 명제였습니다. 두 번째 오판은 더 근본적이었습니다. 그는 인간 경험의 총량을 잘못 계산했습니다. "예전에 저한테 '인간 문명은 얼마나 복잡한가'라고 물었다면, 저는 10의 50승 비트쯤 된다고 했을 겁니다.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행동과 사고의 가능성이 거의 무한하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에 14조 단어가 있고, 이는 충분한 테이터였어요. 10의 13승 정도. 나는 그게 가능하리라고 생각 못 했습니다." 처음 나온 GPT들은 그의 예상을 확인해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조악한 암기 기계였거든요. First day of OpenAI (출처: 샘 알트먼 X) 그 사이 수츠케버는 트랜스포머를 들고 달렸습니다. 원래 구글이 번역용으로 만든 걸 래드포드가 대화형으로 뜯어고쳤습니다. 인간이 붙인 라벨 없이 원시 텍스트만 먹여 다음 단어를 예측하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18년 6월 나온 결과물 이름이 GP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생성형 사전 훈련 트랜스포머)였습니다. 소비자 제품 이름으로는 최악이었지만, 안에 든 건 달랐습니다. 그때 딥마인드는 가이아(Gaia) 프로젝트를 밀고 있었습니다. 인간 데이터 없이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해서 스스로 경험을 만들어낸다는 패러다임은 그들이 생각하는 AGI의 청사진이었습니다. 기계가 세상을 직접 경험하며 배워야 한다. 텍스트를 읽는 것으론 부족하다. 가이아는 자연 생태계를 시뮬레이션한 가상 환경에서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개념을 발견하며 지능을 키우는 실험이었습니다. 하사비스는 킹스크로스 신사옥의 벽 한 면을 통째로 가이아 화면으로 채우는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정말 멋졌을 텐데." 나중에 가이아의 실패를 회상하며 한 말입니다.  가이아는 실패했습니다. 에이전트가 단순한 환경은 처리했지만 진짜 불규칙한 자연 앞에서 무너졌습니다. 복잡한 데이터를 많이 먹을수록 강해지는 건 언어 모델이었고, 강화학습 에이전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2020년 5월, GPT-3가 나왔습니다. 파라미터 1,750억 개. 딥마인드가 쫓던 640억의 세 배 가까이였습니다. 수츠케버는 “처음 써보면 거의 영적인 경험”이라고 했습니다. 하사비스도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GPT와 GPT-2는 내가 예상하던 것이었어요. 그런데 GPT-3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딥마인드는 부랴부랴 목표를 2,800억 파라미터로 올렸습니다. 코드명 고퍼(Gopher). “셰인 레그가 초기 AGI는 쥐 수준일 거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설치류(Gopher) 이름 붙였죠.” 2021년 초 완성된 고퍼 앞에서 하사비스가 물었습니다. “프랑스 수도가 어디야?” 고퍼가 답했습니다. “영국 수도는 어디야? 이탈리아 수도는?” 아는 건 많은데 대화를 어떻게 하는지 몰랐습니다. 몇 가지 사후 훈련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고퍼챗이 내부에서 꽤 잘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공개를 안 했습니다. NHS 데이터 스캔들 이후 자리잡은 분위기였습니다. 공개를 밀어붙이던 잭 레이는 2022년 초 오픈AI로 떠났고, 다른 엔지니어들도 뒤따랐습니다. * NHS 데이터 스캔들: 2016년 5월, 딥마인드 헬스가 런던 왕립 자유 병원과 맺은 데이터 협약에서 160만 명의 환자 기록이 본인 동의 없이 넘겨졌다는 데일리 메일 보도로 불거진 사건으로, 딥마인드는 계약서가 NHS 표준 템플릿을 따랐고 구글의 데이터 접근도 차단했다고 반박했지만, 빅테크 불신 정서와 맞물려 딥마인드 의료 AI 사업 전반에 오랜 오명을 남겼습니다. 하사비스가 연구 방향을 “세 개의 동등한 패러다임”으로 나눈 것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강화학습, 신경과학 기반, 데이터 기반 신경망. 이 개방성이 알파폴드를 낳았지만, 언어 모델이 폭주하는 상황에서 전력을 집중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수츠케버의 오픈AI는 달랐습니다. 언어 모델 하나만 봤습니다. 다른 건 없었습니다. 젊고 작은 조직이 크고 명성 높은 연구소를 앞서나간 이유 중 하나입니다. 2022년 11월, 챗GPT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5일 만에 100만 명, 두 달 만에 1억 명. 딥마인드는 세계 최고 AI 연구소라는 자리를 잃었습니다. 너무 자주 들어 진부하지만, 괴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속도의 ChatGPT 성장 속도 그 대단한 OpenAI를 매출성장속도로 역전해버린 Anthropic 하사비스가 나중에 한 말이 남습니다. “이건 저를 포함해 거의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어요. 어쩌면 일랴와 그 주변 몇 사람을 빼고는요. 항상 노스트라다무스가 될 수는 없죠.” 그 말이 맞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실수를 인정했고, 방향을 틀었습니다.  제미나이의 반격 — 실패한 데뷔에서 업계 최고까지 2022년 11월 챗GPT가 터졌을 때, 구글 내부에는 두 개의 세계 최고 AI 연구소가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구글 브레인과 딥마인드. 두 조직은 10년 가까이 각자의 방식으로 AI를 연구해왔고, 논문 수에서는 세계 최고였지만 제품으로는 아무것도 내놓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챗GPT에 맞서 서둘러 공개한 바드(Bard)가 첫 데모에서 사실 오류를 냈고, 투자자들이 패닉 매도에 나서며 구글 시총이 하루 만에 9% 증발했습니다. 딥마인드도 챗GPT에 견줄 만한 스패로우(Sparrow) 모델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피차이가 바드에 전력 집중을 결정하면서 출시가 ...

데미스 하사비스, 무한의 기계를 설계한 사람 part 3.

지금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트럼프, 일론 머스크, 샘 알트먼.. 많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구글딥마인드의 수장인 데미스 하사비스도 인류의 미래를 만드는 사람 중 하나일 겁니다. 저는 기업 창업기나 중요한 인물들의 전기를 읽는것을 즐겨합니다. 본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에는 출간 전 이지만 (번역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데미스 하사비스 전기 [The Infinity Machine (무한의 기계)]를 먼저 읽어보고 최대한 자세하게 아티클로 작성해보았습니다. 5 part 중 part 2 입니다. 내용이 길지만,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알파고의 37수, 이세돌의 78수 - 목표는 바둑이 아니라 그 너머의 과학 2016년 3월 9일, 서울. 한 어두운 방의 검은 가죽 의자에 딥마인드의 아자 황(Aja Huang)이 앉았습니다. 그의 앞에는 19줄의 격자가 있는 바둑판이 놓여 있었습니다. 왼쪽에는 알파고의 수 선택을 보여주는 컴퓨터 스크린이 있었고, 그 수들은 태평양 건너편 서버에서 계산되고 있었습니다. 그의 맞은편에는 이세돌이 앉았습니다. 이세돌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알파고의 이전 경기, 즉 2015년 10월 유럽 챔피언 판 후이와의 대국 기보를 분석한 결과 5-0이나 4-1로 자신이 이길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대부분의 바둑 프로들도 동의했습니다. “딥마인드를 이기는 건 톱 프로가 바랄 수 있는 가장 쉬운 100만 달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간 지능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세돌이 진지하게 약속했습니다. 전 세계 2억 명이 이 대국을 시청했습니다. 카스파로프 대 딥블루 대국의 두 배가 넘었고, 슈퍼볼보다 많았습니다. 거리 곳곳에 거대 스크린이 설치됐습니다. 게임이 시작된 지 몇 분 만에 인간이 곤경에 빠졌습니다. 이세돌은 비정통적인 세 번째 수와 즉각적인 충돌로 알파고를 혼란시키려 했습니다. 일부러 컴퓨터의 훈련 세트 바깥의 전략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알파고는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은 5개월 만에 인간 수준의 기능에서 무적으로 진화했었고, 이세돌은 그 발전 속도를 과소평가했습니다. 이세돌은 충격받고, 웃겨하고, 어둡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번갈아 보였습니다. 의자에 등을 기대고 미소 지었습니다. 목을 마사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가 항복했습니다. “알파고가 그렇게 완벽한 방식으로 게임을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게임 후 기자회견에서 고백했습니다. 다음 날 두 번째 게임에서 그는 다른 전략을 시도했습니다. 신중하게 두면서 알파고가 실수하기를 기다렸습니다. 36수 만에 그는 담배를 피우러 잠깐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알파고가 37번째 수를 두었습니다. 거의 비어 있는 영역에 검은 돌 하나, 이세돌의 우측 측면을 노리는 한 수. 이세돌이 돌아와 그 수를 보는 데 12분이 걸렸습니다. 그는 그런 수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른 방에서, 세계 톱 서양 바둑 플레이어 마이클 레드몬드(Michael Redmond)가 비디오로 게임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도 당황했습니다. 알파고가 선택한 자리에 검은 돌을 놓아봤다가 다시 빼냈습니다. “아니, 그건 말이 안 돼.” 그가 중얼거렸습니다. 다시 화면을 확인하고, 그 이상한 자리에 돌을 다시 놓았습니다. “좋은 수인지 나쁜 수인지 모르겠어요.” 그가 라이브 스트림 시청자들에게 고백했습니다. 그것은 위대한 수였습니다. 게임이 100수 후에 끝났을 때, 37번째 수가 결정적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 수를 봤을 때… 알파고가 창의적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세돌이 게임 후 기자회견에서 말했습니다.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다음 날은 휴식일이었습니다. 딥마인드 과학자들이 도시를 산책하다 신문 가판대에서 멈췄습니다. 모든 신문 1면에 알파고가 있었습니다. 한 젊은 여자가 데미스를 알아보고 그가 팝 아이돌인 것처럼 기절하는 시늉을 했습니다. 세 번째 게임에서도 기계가 이겼습니다. 이세돌은 자기 인생 최고의 바둑을 두고 있었지만, 알파고가 그를 능가했습니다. 4번째 게임에서, 그는 78수—후일 “신의 한 수”로 불리게 되는 수—로 깜짝 놀라운 역전승을 만들어냈습니다. 알고리즘적으로 절망적이 된 알파고는 환각을 보기 시작했고, 무의미한 수를 두기 시작했고, 결국 항복했습니다. 이세돌은 흥분했고, 인간이 아직 굴복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플로리다의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한쪽 팔에 37수, 다른 팔에 78수를 문신으로 새겼습니다. 이때 데미스의 동료 토르 그라펠(Thore Graepel)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 결정적입니다. “초기 버전의 우리 바둑 시스템은 인간처럼 두었어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학습한 특정 전략을 다시 발견했죠. 우리에게는 매우 안심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그 시스템은 시간이 흐른 인간의 전략들이 사실 반박될 수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래서 그것들을 버렸죠.” “그리고 시스템이 더 강해지면서, 우리가 본 적 없는 방식으로 두기 시작했어요. 완전히 외계의 스타일이었어요.” 시리즈가 끝난 뒤 한 한국 바둑 평론가가 데이비드 실버에게 다가와 실버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것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45년 동안 바둑을 두었지만, 오늘 알파고가 둔 수들은 제가 평생 꿈꾸던 아름다움을 넘어섰습니다.” 이 이벤트가 마무리 되고 한참 후. 실버가 신혼여행 첫날 밤 시차에 적응하지 못하고 호텔 침대에서 문득 떠올린 것이 바로 알파고 제로(AlphaGo Zero)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인간 데이터 없이 강화학습만으로, 자기 자신과 대국하면서 처음부터 배우는 시스템. 2017년 10월 발표된 알파고 제로는 인류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3일 만에 알파고 제로는 이세돌을 이겼던 원조 알파고를 이기기 시작했습니다. 40일이 지나자, 인류가 4천 년 동안 축적한 바둑의 모든 지혜를 넘어섰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알파고 제로가 발견한 새로운 정석들이었습니다. 인간 바둑계가 수백 년 동안 당연시해온 정석 몇 가지를 알파고 제로는 비효율적이라며 폐기했고, 완전히 새로운 전략들을 제시했습니다. 이어 발표된 알파제로는 바둑뿐 아니라 체스와 쇼기까지 학습했고, 체스에서는 당시 세계 최강의 엔진 스톡피시를 압도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하사비스의 인생이 다시 한번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여섯 살에 전화번호부 위에서 체스를 두던 소년이, 42세에 자신이 만든 AI가 체스의 모든 인간적 지혜를 넘어서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 것입니다. 대중에게 알파고는 게임 승리였습니다. 하사비스에게 게임은 결코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바둑판은 그저 통제된 훈련장이었습니다. 그는 이세돌 대국 직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바둑을 풀기 위해 이 회사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 기술로 의학, 기후, 재료 과학, 우주를 풀어내는 것입니다.” 이 선언은 허풍이 아니었습니다. 알파고의 승리로부터 4년 후, 딥마인드는 알파폴드를 발표하게 됩니다. 알파고가 AI 산업 지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글로벌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가 2016년 직후 두 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시진핑이 직접 알파고 사건을 언급하며 2017년 7월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국가전략으로 공식화했습니다. 머스크와 알트만이 오픈AI를 세운 배경에는 딥마인드의 AGI 독점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구글 내부의 AI 우선순위가 재편됐고, AI 인재 전쟁이 본격화됐습니다. “과학을 하는 것은 신의 마음을 읽는 것” — 단백질의 암호를 풀다 케임브리지 학부 시절의 어느 점심, 한 생물학자 친구가 데미스에게 지나가는 말로 단백질 구조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만약 단백질의 모양을 정확히 그릴 수 있다면 의학 혁명이 일어날 거라고. 모든 신약 개발 시간이 10분의 1로 줄어들 거라고. “하지만 그건 아마 영원히 불가능할 거야.” 친구의 기억에는 남지...
[2026 시리즈 연재]
2026.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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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센, 호로위츠, 그리고 a16z⟫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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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스 하사비스, 무한의 기계를 설계한 사람 part 5. (끝)
[2026 시리즈 연재]
2026. 05. 26
45
9
457
데미스 하사비스, 무한의 기계를 설계한 사람 part 4.
[2026 시리즈 연재]
2026. 05. 24
59
7
588
데미스 하사비스, 무한의 기계를 설계한 사람 part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