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끌었던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다가, 대사 한 줄이 머릿속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옆 마을에는 하루 세끼 흰 쌀밥에 고기 반찬을 먹고 산다 카더만, 저렇게만 먹고 살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조선 시대 어느 평민의 소박한 꿈이었다. 하루 세 끼, 흰 쌀밥에 고기 한 점. 그것이 전부였다.
지금 우리는 그 꿈을 매일 아침 당연하게 누리며 산다. 고칼로리 음식이 넘쳐 오히려 덜 먹으려 애쓰고, 손가락 하나로 끼니를 배달시키는 시대다. 수백 년 전 사람들이 평생 한 번도 맛보지 못했을 것들이 냉장고 안에 쌓여 있다. 그들이 꿈꾸던 세상 속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행복한가.
이 물음이 나를 사로잡았던 건 바로 이 모순 때문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풍요의 시대를 살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뜨거운 물이 콸콸 쏟아지는 욕실에서 불만을 품고, 냉방이 잘 되는 사무실에서 한숨을 내쉰다. 조선의 엄흥도가 보았다면 기절초풍할 일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아등바등 살고 있는 것일까.
그 실마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DNA 속에 있다.
인류가 진정한 풍요를 누리기 시작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수만 년의 긴 세월 동안 인간은 굶주림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