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동안 재수생활로부터의 수기





정말 수능 보기 하루 전부터 온 세상이 응원하더라구요.
덕분에 무사히 잘 보고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
연말에 1년을 돌아보는 글을 쓰다 보면 문득 "아 이 글을 쓰기 위해서 내가 1년을 썼었나?"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잘 생각나지 않아요. 비유하자면 바닷가에서 모래를 쥐면 옆으로 흘러내리는 모래들이 있잖아요? 또 그런 모래들을 꽉 잡다 보면 더 흘러내리고요.

그나마 손아귀에 남은 기억들을 돌아보니, 가족들과 함께 식사했던 기억, 6평, 9평 보고 재수하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썰 풀 때, 점심 먹고 재수학원 친구들과 옥상에서 노가리 깐 기억들, 그중에서도 valley에서 글을 쓰던 기억들도 있네요.
또 떨어진 기억들을 돌아보니 정말로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정말로 낙관적인 성격이라서 태어나서 면전에서 쌍욕을 먹어도 3시간 뒤면 까먹는 편인데
올해 2~3월에 친구들이 대학 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진정으로 축하하는 일이 정말 어렵구나를 다시 느꼈어요.
제가 어떤 책에서 본 문장을 인용하면, "개인의 안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주변인의 성공이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제가 소인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이게 정말로 통찰 있는 문장이구나 싶더라구요.
저는 인간관계를 원에 많이 비유하고는 해요. 나라는 존재를 두고 어떠한 원이 있고 그 원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제 에너지를 써도 아깝지 않죠.

(이런 느낌?)
근데 우리가 흔히 선을 넘었다는 표현을 쓰잖아요?
이걸 그 사람이 선을 넘어서 내 독립적인 공간을 침범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내 원 밖으로 나가서 내가 더 이상 신경쓰기 싫은 사람이 됐다는 표현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어요.
그러니 굳이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문제가 없었어도 내가 속이 좁아지면서 원의 지름이 줄어들고, 그 사람은 나가떨어지는 일들이 생겨요. 쫓겨난 사람은 억울하고, 남겨진 사람은 외롭죠.
인간관계라는 게 정말 어려운 게 관계 맺는 둘 사이에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아도 누구 한 사람의 상황이 바뀌면 나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던 관계들이 역변하기 시작해요.
제가 그렇게 2~3월에 정말 많은 친구들을 잃었어요. 돌아보면 꼭 그래야 했나 싶더라구요. 후회할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한 거죠.
그렇게 끙끙거리면서도 만신창이 된 마음을 끌고 공부를 꾸역꾸역 하는데 저는 정말 모든 재수생들이 성경 속 삼손 같은 괴력으로 본인의 삶을 견디는 것 같아요.

그렇게 6~7월에 집중력 다 쓰고 힘 빠지기 시작하면 공부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꼭 딴생각이 들면서 생각이 안 좋은 방향으로 빠져요.
내가 모욕당한 일들, 민망했던 일들이 지나가고, 제가 잘못했던 일들이 가장 많이 생각나면서 후회가 밀려오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소처럼 어리석음을 정말 많이 새김질했죠.
돌아보면 저는 예전에 제가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그냥 복잡하게 나쁜 사람이더라구요.
그 순간에 낯부끄러운 일들이 생각나고 제 어리석음에 눌려서 죽을 수밖에 없구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죽고 싶다는 말이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말이지만 앞에 부사를 하나 달고 싶어요. "이렇게" 살 수가 없다. 라는 말로요.
그래서 모든 죽고 싶다는 푸념들은 의지적 표현이기도 하죠. 다만 지나온 삶을 들고 갈 초월적인 힘이 없을 뿐이고요.
저도 그랬어요. 세상을 놀래키고 싶을 정도로 ...



![[문학] 말 대신 단어들로(era pro verbis)](https://post-image.valley.town/M7gjruzFlKoJ9674MskVl.png)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저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봅시다!!

ㅎㅎ 수고하셨어용

항상 올려주시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인생의 사건들을 대하는 태도에 많은 배움을 얻고 갑니다. 앞으로의 시간들 응원합니다!

아직도 부족함을 많이 느껴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10년도 더 되었지만 재수 시절 '수능은 사실 인생에서 별거 아니더라' 류의 조언들이 제일 싫었어요. 수능은 20년 살아온 인생에게 가장 큰 이벤트인데..30년 삶을 돌아볼때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재수생 시절이었고, 인생에 방향을 결정했던 하루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이벤트가 맞더라구요. 고생하셨어요!

참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마음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상황이 문제죠 늘, 감사합니다 ㅎㅎ

수고하셨습니다!! 깊은 통찰이 담긴 글 잘 보고 갑니다

Aurum님은 이번에 인생을 돌아보셨던데 ㅎㅎ 저도 늘 잘 보고 있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연적 무목적성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적절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저도 세 번의 수능을 치루었던 기억을 돌이켜보면, 수험생활에서 멘탈 갈리는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주변인의 이해를 동반하지 않은 공감이 묘하게 거슬렸던 경험들이 왜였는지 비로소 이해가 좀 되네요. 다시 하라 그러면 절대 못해요. 어떻게 했지? 이후로도 시험을 몇 번 더 쳐보니 역시나 시험이란 것은 운빨ㅈ망겜이 맞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적 무목적성의 스펙트럼은 결국 우상향하는 것 같아요(그렇겠죠? 그렇다고 믿고 있는데 아직 잘 모르겠긴 합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구독 박고 갑니다~~

아재님이 삼투기 1화에서 변동성을 설명하실때 성실한 학생의 모의고사 점수로 예시를 들더라구요. 이게 뭐 동전던지기는 아니라서 투자랑 똑같이 승률을 80% 90%로 올리면 아마 그러겠죠. 그러니까 다들 공부하고 자책하는거구요. 다행인 점은 저희는 그런 무목적성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혜자이기도 하죠. 제가 수혜받은 부분에서 열심히 하면 되는거고, 다행인 점은 확률의 논리상 안 좋은 일이 발생한 만큼 그거에 비례해서 좋은 일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인듯해요

tolo님... "정말... 미안합니다." 이 말은 이 글을 읽고 제가 제 큰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되었습니다. "큰 아들, 정말... 미안하다." 형언할 수 없이 미안한 감정이 솓구쳤습니다. ㅜㅜ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정말 이해가 안되는 것들을 이해해보고 공감하는데 1년을 보냈어요. 호기심이나 지적유희보다는 무서워서 그랬죠.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상처줄까봐 그런 의미에서 정말 감수성과 인지적 공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