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꿈을 꿨다
나는 어릴 때부터 잠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잤다. 머리만 대면 깊은 잠에 빠져드는 내게 불면증이란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거친 달리기를 마친 날이나 과식을 한 날이 아니면 뒤척임조차 없는 '딥 슬립(Deep Sleep)'의 연속. 그래서 나는 내가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는 나의 착각이었다. 1953년 렘(REM) 수면을 발견한 나다니엘 클라이트먼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매일 밤 여러 차례 꿈의 바다를 헤엄친다. 다만 나는 너무 깊이 잠든 나머지, 깨어나는 순간 그 기억의 그물을 놓쳐버렸을 뿐이었다.
그런 내게도 무의식의 수면 위로 유독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반복되어 온, '무언가에 쫓기는 꿈'이다.
나무 데크 위에서 네 발로 기던 무력함
꿈속의 나는 늘 도망자였다. 첫 번째 유형은 정체 모를 살인자에게 쫓기는 꿈이다. 장소는 늘 이국적인 부둣가, 얕은 수면 위에 위태롭게 설치된 나무 데크 위였다.
이상하게도 꿈속의 내 다리는 고장 난 기계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힘을 주어 바닥을 디디려 해도 허공을 젓는 것 같았고, 50cm도 안 되는 장애물조차 넘지 못해 쩔쩔맸다. 잡히기 직전의 공포가 목을 죄어오면 나는 본능적으로 양팔까지 땅에 대고 '네 발'로 기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