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위성, 그리고 AI!
1968년 개봉 당시 시대를 훨씬 앞섰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HAL(컴퓨터)은 자신의 신뢰성에 관한 질문에 "그것(실수)은 오직 인간의 오류에서 비롯될 수 있을 뿐"이라고 유명한 대답을 했다. SpaceX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가치평가를 시도하는 동안, 나는 내 자신의 한계를 거듭 실감했다. 이번 시장 데뷔가 대형 이벤트로 부상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수많은 젊은 기업들이 저마다 미래지향적임을 내세우는 시장에서, SpaceX는 로켓·위성·AI를 하나의 기업 우산 아래 품은 진짜배기 미래 기업으로 단연 돋보인다. 둘째,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자로서 레거시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고, 소셜미디어 기업을 인수해 발언대로 삼고, 정치 무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 좋든 싫든, 머스크는 결코 지루한 인물이 아니며, 처음에는 황당해 보이지만 나중에는 당연한 상식이 되어버리는 사업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이 SpaceX의 매력을 더욱 높인다. 셋째, 비공개 시장 가격이 공모가로 이어진다면, SpaceX는 상장과 동시에 사상 최대 IPO를 기록하며 조 달러 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다만 아직 공식 증권신고서(prospectus)가 제출되지 않아 재무 정보가 단편적으로만 공개된 상황임을 전제한다. 이 글은 1차 분석이며, 추가 정보가 공개되는 대로 재검토할 것이다.
SpaceX의 역사
SpaceX는 테슬라보다 더 오래된 회사다. 2002년 3월 14일 캘리포니아주 엘세군도에서 창립되었으며, 머스크는 우주 운송 비용 절감과 화성 이주를 목표로 제시했다. 당시 NASA와 보잉, 노스럽 그루먼 등 기존 우주 산업계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SpaceX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모듈식 엔지니어링 방법론을 도입해, 2008년 9월 팰컨 1호 발사에 성공하고, 이 성공으로 NASA로부터 16억 달러 계약을 따내 파산 위기를 모면했다. 이후 팰컨 9와 드래곤 우주선을 개발해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배달한 최초의 민간 기업이 되었고, 2013년에는 첫 민간 고객 임무를 수행하며 상업 발사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근래에는 더욱 야심찬 재사용 우주선인 스타십(Starship)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2023년 첫 발사는 공중에서 폭발했으나 기능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사업 다각화도 이루어졌다. 2017년 지하 터널 운송 전문 기업 '더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를 설립했다가 이후 분사했고, 더 중요하게는 2019년 스타링크 위성 60기를 발사하며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 진출했다. 이 사업은 현재 수천 기의 위성과 전 세계 1,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는 규모로 성장했다(2025년 말 기준). 2026년 2월에는 머스크가 개발한 LLM 경쟁자 Grok의 모회사인 xAI를 인수하며 세 번째 사업 축을 더했다.
재무적으로는 초반 성장이 더뎠다. 팰컨 1 개발에 초기 수년을 쏟아부었고, 이후에도 미국 정부와 상업 위성 발사 의존도가 높아 테슬라에 비해 매출 성장이 훨씬 느렸다. 2021년까지도 연매출이 20억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거의 전부가 발사 사업이었으나, 스타링크의 구독 모델 덕분에 그 이후 5배 이상 급증해 2025년에는 약 156억 달러에 달했다. 발사 사업이 41억 달러(약 30%), 스타링크 구독 및 관련 사업이 114억 달러, 2026년 인수된 xAI가 2025년 기준 약 1억 달러의 구독 매출을 올렸다. 전체 재무제표 없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SpaceX의 2025년 EBITDA는 8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며, 감가상각 등 비용을 고려할 때 실제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이 얼마인지는 불분명하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 머스크는 페이팔 매각 수익 1억 달러를 초기 자본으로 투자했고, 이후 30회 이상의 벤처 투자를 통해 총 120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파운더스펀드, 안드레센 호로위츠, 세쿼이아 같은 유명 VC 외에도 피델리티, 구글 등 공모 투자자와 공개 기술 기업들도 참여했다. 이런 투자들로 인해 머스크의 지분은 희석되었지만, 현재도 약 42%의 지분과 차등의결권을 통해 약 80%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SpaceX 가치평가
역사적 데이터나 비교군이 없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SpaceX 가치평가를 포기하는데, 나는 그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재가치를 '미래 현금흐름 창출 능력에 기반한 사업 가치'로 정의한다면, 그 어디에도 과거 데이터나 비교군이 필수라는 내용은 없다. 불확실성이 크고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은 추정이 더 어렵다는 뜻이지,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최소한의 데이터만으로도 사업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젊은 기업의 가치를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SpaceX가 그 주장을 실전에서 검증할 기회가 되었다.
SpaceX의 세 핵심 사업은 운영 지표뿐 아니라 경쟁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각각 따로 분석한다.
1. 발사 사업
SpaceX가 태어난 발사 사업은 여전히 가장 상징적인 사업이다. 기존 인프라 투자와 재사용 로켓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비용 우위를 구축했으며, 2025년 기준 발사 시장 점유율은 80%를 초과한다. 경쟁은 일부 민간·정부 지원 업체들로부터 올 수 있으나, 비용이 높음에도 안보·국가주의적 이유로 일부 시장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가치평가 가정: 우주 발사 시장은 2026년 약 300억 달러에서 2036년 1,00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SpaceX는 70%(2025년 80% 이상에서 소폭 하락)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규모 확대에 따른 비용 감소로 영업이익률은 40%로 수렴할 것으로 가정한다. 우주여행이나 기타 우주 사업 기회는 아직 현실적인 매출 경로로 보기 어려워 보수적으로 제외했다.
2. 인터넷 서비스 사업 (스타링크)
2025년 전체 매출의 약 2/3를 차지하는 스타링크는 발사 사업을 통해 구축한 인프라 위에 성장했다. 2025년 말 기준 스타링크는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