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어김없이 평화로운 애벌레. 여느때처럼 도파민 중독에 빠져 엄지로 쇼츠를 넘기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보았다. 얼룩말은 일반 말처럼 조련할 수 없다. 엥 정말이라고? 쇼츠를 보다보면 재미있지만 또 가짜정보도 워낙 많이 때문에 이런 영상을 보면 나는 바로 제미나이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결과는 사실. 왜냐하면 얼룩말의 뇌구조 자체가 말과는 다르기 때문이란다. 말은 얼룩말보다 사회성이 뛰어나고,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그 안에 서열 및 우두머리가 존재한다. 말이 조련이 가능한건 인간을 우두머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룩말을 무리는 있지만 그 안에 서열이 없다. 그들은 인간을 단지 포식자로 밖에 인식을 못한다. 과거에 얼룩말을 조련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그들의 뇌에는 애초에 우두머리, 순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훈련을 해도 없는 개념을 만들 수는 없다.
보다보니 추가로 의문이 들었다. 말과 얼룩말의 뇌구조가 다르다면, 옛날 인간과 지금의 인간의 뇌구조는 어떨까? 서부시대의 카우보이를 생각해보자. 나는 <레드데드리뎀션2>라는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했는데, 이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그시절의 환경, 냄새, 사회구조까지도 현실감있고 처절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 쉽게 남의 것을 빼앗고 죽이는 것에 거리낌이 없던 시절. 인간에 대한 존엄성? 그런건 총알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다. 단돈 몇달러에 사람을 팔아넘기고, 배신하고, 쏴서 죽여 버린다. 그 시절의 인간들은 그냥 못배워서 잔인했을까? 제대로 된 학교에서 교육을 못받았기 때문에? 그런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 구조의 밀도가 달랐다. 당시에는 신원확인도 어려웠고, 법보다 주먹과 총이 가까웠으며, CCTV같은 것도 없었다. 살인을 억제할만한 비용이 거의 없었고 마음만 먹으면 숨어서 살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존엄성따위보다 눈 앞의 생존이 중요했다.
게임을 계속하다보면 또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내가 만약 과거로 돌아가 그 시절에서 살았다면,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해서 미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우리의 뇌와는 어떤게 다르기에 그런 환경에 적응하고 살 수 있었을까? 평화로운 우리 입장에서 그 시대의 배경은 그냥 하루하루가 전쟁터나 다름없다. 먹을 것과 돈을 구하기 위해 수풀을 뒤지고, 남의 것을 뺏고, 뺏기지 않으려 도망치고 경계해야한다. 이 역시 조금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그들은 우리 기준에서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니, 그때는 그게 제정신이었다. 뇌의 기본값이 생존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행복, 도덕, 삶의 의미 같은 것을 고민할 여유 따위가 없었다. 눈 앞에서 아이를 잃어도 깊은 슬픔도 잠시 내일은 어떻게 생존해야할지를 고민 해야했다.
그렇다면 오늘 날 우리를 괴롭히는 고통의 정체는 무엇일까? 흔히 "우울증은 사치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우울을 비하하는게 아니라, 우울이라는 감정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본적인 생존이 확보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라는 증거가 아닐까?
과거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괴로웠다면, 현대인은 너무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괴롭다. 인간은 자유를 추구한다. 왜? 과거에는 살아남기위해 내가 해야할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돈이 많아지면 따뜻한 옷도 사입을 수 있고, 잘익힌 고기를 소스와 함께 먹을 수 있으며, 집에서 벽난로의 불을 쬐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도 있다. 선택지(돈)가 많아지면 안락함과 행복함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과연 그럴까? 실제로 선택지가 많아진 인간은 그렇지만은 않다. 수많은 선택은 비교를 낳았고, 비교는 후회와 불안을 낳는다. "이게 최선일까?" "아 이때 이렇게 했으면 결과가 이랬는데"라는 고민 때문에 우리는 선택을 두려워하고 망설이고 고민하는데 수많은 에너지를 쓴다. 현대인의 고통은 굶주림이 아닌 생각의 과부화에서 온다.
자유로운 삶은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줄수도, 괴롭게 만들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결국 감정의 평균은 그대로에 변동성만 늘어난 것이다.(그것이 자유니까.)
갑자기 불교가 엄청 대단한 통찰로 느껴졌다. 석가모니가 2500여년전 제시한 통찰력은 그 시절부터 현재까지 모든 시대의 문제점을 그대로 관통한다. 불교의 핵심이 "고통은 마음에서 나온다" 아닌가? 불과 백여년전 서부시대에도 이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 투성이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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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글이네요. 그리고 루프를 다시 세팅하는 꿀팁까지.. 잘 읽었습니다 :)

긍정적인 피드백 감사합니다. 혼자 느낀걸 마음대로 쓴 글이라 이런 피드백까진 기대 안했는데... 도파민이 뿜뿜 솟네요 ㅋㅋ 좋은 피드백으로 더욱 성장해보겠습니다.

니체가 자유는 불편하고 어려운것이다 라는 비슷한 말을 했었던 것 같아요.

공유 주셔서 감사합니다. 니체도 그런 말을 했었군요. 옛 성인들과 철학자들의 통찰은 곱씹어 볼수록 전율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