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쇼크 앞에서, 나는 왜 메모리를 팔지 않는가




작년 5월 이후 코스피가 3배 넘게 올랐다. 작년 2분기 초, 코스피에 비중을 실어 베팅했던 건 내가 행한 많은 의사결정 중 꽤나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약 1년이 넘게 흐른 지금, 코스피를 계속 보유하는 건 어떨까.
지금 시장엔 두 거대한 흐름이 서로를 삼키려 으르렁 대고 있다. 하나는 AI라는 신산업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망 충격으로 촉발될 인플레이션이다. 투자자라면 머리가 아픈 것이 당연하다. 하사비스나 아모데이가 말하는 AI 산업의 장미빛 미래를 보면 주식을 지금이라도 더 사야하지만, 치솟은 유가와 현실화되고 있는 실물경제 쇼크는 매수버튼을 향해 나가던 손가락을 멈칫하게 만든다.
코스피 랠리의 상당분이 메모리·반도체였으니, '코스피를 들고 갈까'는 사실상 '메모리를 들고 갈까'로 좁혀진다.나도 같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모두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막연한 낙관론 때문은 아니다. 여기에는 이전과는 다른 하나의 구조적 변화를 가정한다 — AI가 더 이상 단순히 빅테크의 신사업이 아니라 국가 패권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 이 글은 그 논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 쓴 것이다.

먼저 두려움의 실체를 정확히 보자.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자극되고, 인플레이션은 금리를 끌어올린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하방 압력을 받는다. 주식이란 결국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이므로, 할인율이 오르면 — 특히 먼 미래의 이익에 기댄 성장주일수록 — 밸류에이션이 큰 폭으로 조정된다. 지금의 메모리 산업은 AI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성장주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충격이 오면 주가가 빠진다. 이건 기우가 아니라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그리고 우리는 1999년 닷컴 버블이 정확히 이렇게 무너졌다고 배운다. ‘연준의 금리인상과 함께 버블이 붕괴되었다.’ 그러니 삼전·하닉을 든 사람이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건 합리적이다.
여기서부터는 통념을 한 겹 벗겨야 한다. 닷컴버블은 금리 인상 그 자체로 붕괴하지 않았다. 연준이 다섯, 여섯 차례 인상을 누적한 뒤에야 본격적인 붕괴가 찾아왔다. 시장은 할인율 상승을 즉시 반영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 붕괴의 진짜 방아쇠가 순수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아니라 금리 인상이 부른 경기 둔화, 그리고 그로 인한 기업 실적의 붕괴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닷컴의 생존 기업들 — 시스코 같은 — 이 십수 년간 버블 전의 위치로 돌아오지 못한 이유도 정확히 생각해 봐야 한다. 그건 현금흐름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150배에 달하던 멀티플이 터졌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익은 계속 늘었는데도, 주가가 거품이 가득한 멀티플을 토해내는 데에는 17년이 걸린 것이다.
이 두 가지 — '실적이 방아쇠였다’는 점과 ‘밸류에이션 거품이 문제였다' — 를 손에 ...

좋은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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