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집필]지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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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
2024.10.28조회수 8회

2027년 3월

 

서울역 내의 TV 방송, 시내 곳곳의 언론 매체, 길거리 뉴스들이 일제히 전하고 있다.

"전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시작된 교도소 혁신 프로젝트 '다온'이 본격적으로 확대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한지훈 현 국회의원의 발의와 함께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개발 완료 후 약 3년 간의 다양한 비공개 테스트 및 시범 운영 단계를 거쳤으며, 현재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전국적으로 확장할 예정입니다. 초기 계획보다 약 15개월 정도 지연되긴 했지만, ‘다온’의 시범운영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각종 수치에서 대폭적인 개선을 이뤄냈습니다. ‘다온’으로 인해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른 전 ‘로우’ 창업자 한지훈 국회의원은 이번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하여 국가의 치안 및 교도소의 풍토를 대폭 전환 및 향상시킬 것임을 국민 앞에 다시 한 번..."  

 

온 세상을 진한 먹으로 칠한 것 같았다. 다른 이들의 눈엔 보이지 않는 장대비가 매일매일 쏟아져 세상의 색채를 앗아가고 있었다. 영희가 죽은 후 지금까지 두 달간 지민은 한 번도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다. 회사에 나가면 혼신의 힘으로 보통 사람인 척 연기를 하고, 필요할 땐 꾸역꾸역 남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도 했다.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자유로운 저녁 시간, 지민은 옷에 흘린 눈물을 훔치느라 손목이 아릴 정도로 울다가 새벽을 맞곤 했다. 바깥세상은 그녀의 눈물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선 눈물을 감춰야 했다. 엄마가 무참히 살해당하고, 장례를 치르고,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밤마다 온몸의 수분이 빠져나갈 듯 눈물이 쏟아졌지만, 낮이 되면 세상은 돌아갔고, 사람들은 밥을 먹고 왁자지껄 웃었으며 지민의 웃음을 기다렸다. 적어도 그녀 스스로는 그렇게 느꼈다. 이 세상 우울증 환자의 80%는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들의 연기력은 그렇게 발휘되어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선 아무렇지 않게 웃음 짓고, 농담을 하고, 밥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만남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그들은 어둠이 가득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다가올 우울감에 지쳐 길에서 눈물을 쏟아낸다. 이대로 세상을 살아도 괜찮은 걸까. 회의감으로 몸을 씻고 침대에 눕는다. 절망적인 생각들이 다가오고 희망찬 미래는 뇌 속에서 증발하여 죽음 외에는 어떤 것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온다. 빛이 집 안을 비추기 시작하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이다. 

 

언젠가부터 집에만 들어오면 색채가 달라지고 옅은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지민은 집 안에 있는 어떤 것도 치우지 못했다. 영희의 흔적이 닿아 있는 모든 것들. 냉장고 안에 있던 작은 귤 상자 속 상처 난 노란 동그라미들, 복지관 할머니들도 나눠드린다며 함께 만든 멸치 볶음과 깻잎이 들어있는 커다란 반찬 통들, 중고 마켓을 열심히 둘러보며 영희가 지민 몰래 사 왔던 각종 가구와 신발, 옷가지들까지. 모든 게 두 달 전과 똑같았다. 지윤이 생일 선물로 준 책 두 권은 그날의 아침을 상기시키듯 식탁에 널브러져 있었다. 영희의 죽음 이후부터 집은 그저 눈물을 흘리고 지쳐 잠들고, 다음날 입고 갈 옷을 제공해주는 숙박의 기능만 제공할 뿐이었다. 집 안의 어떤 것도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 무언가를 바꾸면 회사 생활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어제의 우울감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민에게 지금의 집만큼 중요한 공간은 없었다. 마음껏 슬퍼하고 우울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집을 나와 마을버스를 타자 마자 지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나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이나와 제대로 된 연락은 꽤 오랜만인 것 같았다. 한동안 서로를 챙기지 못했다. 지민의 대학교 동기이자 한 살 많은 이나는 성인이 된 지민에게 처음으로 친구가 되어준 사람이다. 고등학교 땐 이사를 자주한 탓에 제대로 된 친구가 없었던 지민은 대학교 입학 후에도 얼마 간 친구를 사귀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 동기들은 다들 지민을 그저 그런 친구 중 하나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런 지민의 붕 뜨는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이나는 부드럽게 먼저 다가왔다. 큰 키 때문인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 때문인지는 몰랐지만 이나는 어딘가 모르게 우아한 인상을 풍겼다. 허당 끼로 충만한 반전 매력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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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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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게 투자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 IT 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관심 분야: 우주, 테크, 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