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고 하니.. 개인적 잡담을 적어봅니다. 꾸준함에 대한 이야기이고, 제 개인사를 풀어내는 이야기라서 투자 관련 내용은 적습니다. 미리 참고 부탁드립니다.
생각해보면 전 어렸을 때 꾸준함에 대해 열등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꾸준함은 '한 끗이 없는 아쉬움'과 동의어였습니다. 기만자 같은 발언이지만, 저는 학창 시절에 한 끗이 부족해서 늘 2등을 하던 학생이었습니다.
저는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지만, 시험을 앞둔 며칠 간 유달리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하지는 못했습니다. 어지간히 어려운 문제는 모두 다 풀어내는데, 가장 난이도 높은 문제는 굳이 시간을 더 써가며 열심히 풀이하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하고 지나갔다'라는 말이 적절합니다. 전 과목 평균 95점을 받을 수는 있었는데, 시원하게 100점을 받아본 과목은 별로 없습니다. '한 개쯤은 틀려도 괜찮아' 라는 마인드가 있었고, 꾸준하게 적당한 것에만 자신이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이 등교를 하던 동네 친구가 항상 전교 1등의 주인공이었고, 그 친구는 머리가 비상한데다 공부량도 많았습니다. 2등이면 나름 견제할 만도 한데 '너는 안 돼' 라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저를 깔보던 그 친구를 전 정말 이겨보지 못했습니다. 권선징악 같은 결말은 없었죠(물론 제가 선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저는 수 많은 대한민국의 2등들 중 가장 열등감이 많은 학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결국 저는 마지막까지 2등으로 졸업했고, 원하던 대학에도 가지 못해서 재수를 하게 됩니다.
재수를 위해 경상도 시골의 한 기숙학원에 들어갔습니다. 그저 쉼 없이 공부할 조용한 환경이 필요해서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바로 '무언가를 꾸준하게 하지 않는 것' 입니다.
입학한 첫날, 산만한 덩치에 불독과 돼지의 귀여운 이목구비만 골라서 담은 듯한 얼굴의 원장님이 강단에서 무거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딱 이렇게 생기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큰 일을 앞둔 사람들이니 말을 하지 마세요. 말 할 때마다 여러분 복만 나갑니다. 여기 친구 만들러 왔습니까?"
참 재밌는 발언입니다. 저는 그 발언을 듣고 속으로 코웃음을 쳤지만, 그래도 그 분의 말씀을 따라 묵언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의 분위기는 그렇게 형성됩니다. 300명의 학생이 묵언을 요구받고 시도하면서 한 해가 시작되죠. 단체로 맞춘 체육복을 입고 생활하며 아침엔 운동하고 저녁엔 일기를 씁니다. 공식적으로 말은 수업과 진로 상담 때에만 가능합니다. 물론 수업이 끝난 저녁에 기숙사로 돌아가면 묵언의 문화는 며칠 내에 처참하게 깨지게 됩니다.
한 해의 끝까지 묵언을 실천하고 학원을 졸업하는 학생은 3~5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중 한명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공책에 썼습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가족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 외에는 공부만 했던 것 같습니다. 가끔 옆에서 학생들이 저에게 문제 풀이를 물어보고 말을 걸어오면, 노트에 써서 답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난을 떨었던 것 같지만, 그 곳의 문화가 그랬기에 그 안의 모든 학생들은 그 행동을 존중해주었습니다.
그 1년이 저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 곳에서의 습관 때문에 저는 지금도 지하철역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읽을 책을 꺼냅니다. 본업을 할 땐 항상 아침에 to-do list 를 작성하고 체크하며 일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푸쉬업이나 가벼운 뜀박질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극단의 내향인이 된 것도 그 시절 묵언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그 학원을 1등으로 졸업했습니다만, 여전히 원하는 점수를 받지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