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꾸준하게 무언가를 한다는 것의 역사

[잡담] 꾸준하게 무언가를 한다는 것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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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
2025.09.21조회수 201회
  • 주말이고 하니.. 개인적 잡담을 적어봅니다. 꾸준함에 대한 이야기이고, 제 개인사를 풀어내는 이야기라서 투자 관련 내용은 적습니다. 미리 참고 부탁드립니다.


  • 생각해보면 전 어렸을 때 꾸준함에 대해 열등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저에게 꾸준함은 '한 끗이 없는 아쉬움'과 동의어였습니다. 기만자 같은 발언이지만, 저는 학창 시절에 한 끗이 부족해서 늘 2등을 하던 학생이었습니다.

  • 저는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지만, 시험을 앞둔 며칠 간 유달리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하지는 못했습니다. 어지간히 어려운 문제는 모두 다 풀어내는데, 가장 난이도 높은 문제는 굳이 시간을 더 써가며 열심히 풀이하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하고 지나갔다'라는 말이 적절합니다. 전 과목 평균 95점을 받을 수는 있었는데, 시원하게 100점을 받아본 과목은 별로 없습니다. '한 개쯤은 틀려도 괜찮아' 라는 마인드가 있었고, 꾸준하게 적당한 것에만 자신이 있었습니다.

  • 아이러니하게도 같이 등교를 하던 동네 친구가 항상 전교 1등의 주인공이었고, 그 친구는 머리가 비상한데다 공부량도 많았습니다. 2등이면 나름 견제할 만도 한데 '너는 안 돼' 라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저를 깔보던 그 친구를 전 정말 이겨보지 못했습니다. 권선징악 같은 결말은 없었죠(물론 제가 선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저는 수 많은 대한민국의 2등들 중 가장 열등감이 많은 학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결국 저는 마지막까지 2등으로 졸업했고, 원하던 대학에도 가지 못해서 재수를 하게 됩니다.


  • 재수를 위해 경상도 시골의 한 기숙학원에 들어갔습니다. 그저 쉼 없이 공부할 조용한 환경이 필요해서 선택했습니다.

  • 그런데 거기서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바로 '무언가를 꾸준하게 하지 않는 것' 입니다.

  • 입학한 첫날, 산만한 덩치에 불독과 돼지의 귀여운 이목구비만 골라서 담은 듯한 얼굴의 원장님이 강단에서 무거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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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이렇게 생기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 "큰 일을 앞둔 사람들이니 말을 하지 마세요. 말 할 때마다 여러분 복만 나갑니다. 여기 친구 만들러 왔습니까?"

  • 참 재밌는 발언입니다. 저는 그 발언을 듣고 속으로 코웃음을 쳤지만, 그래도 그 분의 말씀을 따라 묵언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의 분위기는 그렇게 형성됩니다. 300명의 학생이 묵언을 요구받고 시도하면서 한 해가 시작되죠. 단체로 맞춘 체육복을 입고 생활하며 아침엔 운동하고 저녁엔 일기를 씁니다. 공식적으로 말은 수업과 진로 상담 때에만 가능합니다. 물론 수업이 끝난 저녁에 기숙사로 돌아가면 묵언의 문화는 며칠 내에 처참하게 깨지게 됩니다.

  • 한 해의 끝까지 묵언을 실천하고 학원을 졸업하는 학생은 3~5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중 한명이었습니다.

  • 하고 싶은 말은 공책에 썼습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가족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 외에는 공부만 했던 것 같습니다. 가끔 옆에서 학생들이 저에게 문제 풀이를 물어보고 말을 걸어오면, 노트에 써서 답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난을 떨었던 것 같지만, 그 곳의 문화가 그랬기에 그 안의 모든 학생들은 그 행동을 존중해주었습니다.

  • 그 1년이 저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 곳에서의 습관 때문에 저는 지금도 지하철역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읽을 책을 꺼냅니다. 본업을 할 땐 항상 아침에 to-do list 를 작성하고 체크하며 일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푸쉬업이나 가벼운 뜀박질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극단의 내향인이 된 것도 그 시절 묵언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 저는 그 학원을 1등으로 졸업했습니다만, 여전히 원하는 점수를 받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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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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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게 투자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 IT 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관심 분야: 우주, 테크, 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