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들어서 시장에 대한 생각을 한 번도 정리해 본 적이 없어서, 오늘 짬을 내어 여러 관점에서 의견을 기록해 두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변화
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탑다운(Top-down)과 바텀업(Bottom-up)을 겸하는 투자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저는 제 스타일을 '80% 바텀업, 20% 탑다운' 정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제 투자를 복기해 보면 저는 탑다운 투자 시에 위험 감수 성향이 낮아서 보수적으로 매매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이 투자는 저에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하겠지만, 지금 제 나이와 투자 성향상 이런 안정 추구형 투자가 메인이 되면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런 분석은 차치하고서라도, 요즘 저는 기업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일이 더 큰 재미로 다가옵니다. 따라서 적어도 올해는 기업 투자를 열심히 하고, 탑다운은 특정 매크로 현상이 뾰족하게 부각될 때 한 번씩 찔러 보는 매매를 통해 전체 수익률을 보좌하는 역할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미국 주식 시장에 대한 생각
가볍게 미국 시장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지금 시장은 올해 들어 힘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고, YTD로 약 -4.4% 수익률을 기록 중입니다.

그리고 저는 작년 말 포스팅에서 올해 시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쓴 바 있습니다.

현재 시장은 전쟁, 유가, 사모 금융 이슈 등 특수한 이벤트들이 내러티브를 형성하며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위의 글처럼, 최근 3년간 시장이 주가를 약 83%나 밀어올린 것을 고려했을 때 지금은 '내릴 만하니 내린다'라는 가벼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수한 이벤트만 아니었다면 시장이 괜찮았을텐데' 라는 생각은 옳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 이벤트가 없었더라도 시장은 이미 무거웠기 때문에 또 다른 이벤트를 트리거로 삼아서 하락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시장을 단기적으로 바라보는 분들은 하루하루의 변화에 어려워하며 시장 분석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선이 길고 단순해서인지 시장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올해를 시작할 때 주가는 충분히 무거웠고, 충분히 무게추가 밑으로 쏠릴 만했습니다. 물론 저에게 지금 시장이 어렵지 않다고 해서 제 수익률이 높다는 말은 아닙니다.
한편, 굳이 시선을 단기로 짧게 잘라 보면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들이 나올 수 있고 각각에 대해 확률을 배정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매매에 이 모습을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a) 유가 상승 지속 -> 글로벌 침체 -> 미국 침체 (스태그)
b) 유가 상승 지속되나 그 정도가 강하지 않음 -> 애매하게 침체에 빠지지 않으며 시장 회복
c) 유가 상승 지속되지 않음 -> 시장에 영향 없음
d) a,b,c 과정에 사모 금융 이슈 부각되며 각각 부정적 영향이 추가됨
제가 이런 시나리오를 고려해서 매매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이 이슈들은 단기적 성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몇 가지 팩터만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짜다 보면, 그 사이에 도래할지 모를 호재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예컨대, a) 시나리오에 높은 확률을 배정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와중에 갑자기 AI 산업에서 또 다른 혁신적인 기술이 발표되고, 전방위적으로 관련 시장이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금융 투자에는 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고, 우리는 이를 인정하며 조금은 겸손하게 운의 도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물론 위 시나리오 분류처럼, 우리가 수집한 과거+현재형 팩터들을 조합해서 그에 맞게 미래를 예측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아주 우수한 전략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에 대한 분석에 가중치를 과하게 배정해 버리면, 언제 도래할지 모를 미래형 팩터를 놓치면서 큰 기회비용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더 큰 미래형 부정 팩터가 생겨날 수도 있겠죠.)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저는 관점을 단순화하기로 했습니다. 즉, 제가 늘 그렇듯 포트폴리오의 단기 변화를 버리고 시선을 길게 가져가며 불확실한 미래의 좋은 팩터들을 많이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열어놓을 생각입니다.
바텀업 투자에 대한 생각
서론에서도 적었듯, 저는 올 한 해 동안 바텀업 투자자로 정체성을 가지려고 합니다. 따라서 요즘은 바쁜 와중에 기업의 세계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바텀업 투자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말합니다. '울퉁불퉁한 경제 터널과 침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라.' 하지만 이 말을 이렇게 착각하면 곤란합니다. '울퉁불퉁한 경제 터널과 침체 속에서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 기업을 선별하라.'
아무리 강한 기업이라도 시계열을 좁혀 보면 경기 침체나 둔화 시에 같이 주가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약한 기업이라도 시계열을 좁혀 보면 경기 침체나 둔화 시에 주가가 올라갈 수도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FICO도 유심이 보셨군요. 저도 계속 눈을 떼진 못하고 있습니다.

넵 FICO 매력있는 기업인 것 같습니다 ㅎㅎ 당분간은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계좌를 분리해서 장기투자 종목들을 집어놓고 쳐다도 보지 않는데 맘이 편하더라고요 ㅎㅎㅎ 서운님 덕분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오 넵 아라리님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양자 컴퓨팅보다는 양자 센싱의 타임라인이 조금 더 앞쪽에 있다고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공부 해보려구요!!

몽사님~ 네 저도 맥킨지 리포트 읽어보니까 센싱쪽도 흥미로워보입니다. 근거있는 투자를 위해 공부하는 마음 멋집니다 ㅎㅎ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두고두고 다시 읽어볼 생각입니다.
다만 매우매우매우 초보자라 모든게 100% 이해되진 못해서 부끄럽지만 질문을 남겨봅니다...
본문에서 시간지평을 길게 잡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의 긍정적 팩터들을 많이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고 하셨습니다.
제 성향때문인지 이부분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더 큰 미래의 부정적 팩터에 노출될 가능성은? 더 러프하게는 그러다 잃으면? 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서운님께서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결국 긍정적인 미래형 팩터가 더 많이 발생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주식(혹은 좋은 주식)은 우상향한다는 명제 하에 투자하기에 이런 방향을 선택한 거라고 이해하면 어느정도 맞을까요?

cherrypoint님 안녕하세요.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넵 크게 보면 말씀하신 게 맞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낙관 성향에 기대어서 그동안 상승해온 것이 주식 시장이고, 저도 이를 수용하기 때문에 평소에 긍정 팩터 vs 부정 팩터 도래의 가능성을 50:50으로 보지 않습니다. 60:40 정도를 기본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다 잃으면?' 이라는 마음은 당연히 있을 수 있습니다. 시장을 짧게 본다면 긍정 팩터를 기다리다가 명목상 계속 손실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를 '마음의 손실', '손실회피성향' 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 편입니다. 그런 손실이 두려워서 일단 매도하고 피하면, 그 사람은 언제 다시 매수하고 돌아와야할지 또 다른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런 과정에서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급적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장에 머물러 있기를 좋아하는 투자자입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