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업 수익률은 코스피를 상회할까?
2026년 03월 05일(목) 16:08:27 기준
공포는 가격을 바꾸는가, 구조를 바꾸는가?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상편에 보내주신 많은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기가 걸린 탓에 담요를 덮으며 썼는데 다음날 쌍코피가 나더군요. 그래도 코피와 글의 퀄리티를 등가교환한 셈이니, 꽤 손익비가 좋은 거래였다고 생각합니다. 피는 밥 먹고 좀 자면 다시 생기지만 좋은 글은 쉽게 써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상편에서 우리는 세 가지 질문에 답했습니다. 왜 하필 토요일 아침이었는가(라마단의 9/11), 이 전쟁의 진짜 고객은 누구인가 (이스라엘·미국·방산업체·중동 국가들), 그리고 공포는 기회인가 함정인가(80년 데이터가 말해주는 레짐 체크리스트).
이번 하편에서는 나머지 두 가지 질문인 한국과 내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와 트럼프의 계획은 현실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살펴본 후 마지막으로, 상편에서 약속드린 대로 숫자 너머의 이야기, 코스모스적 관점으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질문 4. 한국과 내 포트폴리오는?
4-1. 내 아버지를 죽인 놈은 용서해도, 내 기름값 올린 놈은 용서 못 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아버지를 죽인 자는 용서할지 모르나,
재산을 빼앗은 자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500년 전의 이 말이 지금 세계의 정세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최협부 폭은 33km로써 서울역에서 인천역까지의 거리인데 실제 유조선이 다니는 항로는 편도 3.2km에 불과합니다. 이 바늘구멍을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합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7%, 전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입니다. 연간 가치로 환산하면 5,500~7,300억 달러, 한국 GDP의 약 3분의 1에 해당합니다.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폭이 약 3km 밖에 되지 않는 호르무즈 해협
전쟁에서 사람이 죽는 것은 뉴스에 잠깐 나옵니다. 그러나 주유소 기름값이 오르는 것은 매일 체감하는 일상입니다. 미국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게 전쟁 자체는 큰 이슈가 아닐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경제이고, 경제는 유가에 의해 좌우됩니다. 아버지의 원수는 잊어도 내 돈의 원수는 잊지 못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입장입니다. 미국은 2016년 셰일혁명 이후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이자 순수출국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중동산 원유가 급하지 않습니다. EIA(미국 에너지정보청)와 Vortexa의 2025년 1분기 데이터를 봅시다.
[표 6] 호르무즈 해협 경유 원유: 주요국 의존도 비교
출처: EIA, Vortexa tanker tracking, 2025 Q1
일단 가장 난리가 난 나라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5.9%가 호르무즈를 경유합니다. 사실상 전부입니다. 한국도 70%로 높은 편이긴 하지만, 일본에게 호르무즈 봉쇄는 곧 에너지 공급의 전면 중단을 의미합니다. 일본 정부가 254일분의 비축유를 확보해두고 있는 것도 이러한 위험성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200일이 넘는 비축유를 확보해두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도 난리가 났습니다. 비록 호르무즈를 경유하는 원유는 중국이 수입하는 전체 원유 대비 44%밖에 되지 않지만 문제는 중국의 비축유가 단 80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싸게 석유를 주던 베네수엘라도, 이란도 이젠 없습니다. 이렇게 석 달을 잠그면 중국의 산업과 교통이 멈추게 됩니다.
베네수엘라도 없고, 이란도 없고
반면 미국은 고작 2.5%, 약 50만 배럴입니다. 한국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리적인 가격에 유조선을 호위하겠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합니다. 공짜로 해주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목마른 자들이 직접 나서야 할까요? 대한민국 해군의 정조대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곤고급 구축함, 중국 해군의 055 구축함이 좁디좁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란히 떠 있는 머쓱한 상황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야! 너두?"

한중일의 구축함이 페르시아만에 모이는 일이 실제로 발생할 수도...
이란이 보유한 해협 교란 수단을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첫째, 기뢰입니다. 이란은 약 2,000~3,000개의 해상 기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구형 계류 기뢰부터 현대식 감응 기뢰까지 다양합니다. 기뢰는 "가난한 자의 해군"이라 불리는 무기로, 소형 어선에서도 은밀하게 투하할 수 있습니다. 1988년 이란-이라크 탱커전쟁 때 미 해군 호위함 사무엘 B. 로버츠(USS Samuel B. Roberts)호가 이란 기뢰에 피격되어 대파된 사례가 있습니다. 기뢰 하나의 가격은 수천 달러에 불과하지만, 이것을 제거하는 소해 작업에는 수백만 달러와 수주~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비대칭 전쟁의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둘째, 소형 고속정(Fast Attack Craft)입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IRGCN)은 약 1,500척의 소형 고속정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보트들은 속도가 빠르고 해협의 좁은 수역에서 유조선에 근접하여 로켓이나 기뢰를 부착할 수 있습니다. "떼 전술(Swarm Tactics)"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수십 척이 동시에 한 척의 대형 선박을 공격하는 것으로, 대형 군함도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벌 한 마리는 잡아도 벌떼는 피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셋째, 해안 대함 미사일(ASCM)입니다. 이란의 해안선은 호르무즈 해협의 북쪽 전체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해안 곳곳에 위장된 미사일 발사대에서 C-802, 누르(Noor) 계열의 대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이 미사일들의 사거리는 120~200km로, 해협 전체를 사정권에 두고 있습니다. 해협 폭이 33km인데 미사일 사거리가 200km라면, 이란 입장에서는 "눈 감고도 맞출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이란이 이런 무기들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무력에 의한 장기 봉쇄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미 해군 제5함대가 바레인에 본부를 두고 있고, 현재 항공모함 전단, 이지스 구축함, 소해함, 핵잠수함이 아라비아해에 대거 전개된 상태입니다. 역사적 선례를 보면, 1988년 "프레잉 맨티스(Praying Mantis)" 작전에서 미 해군은 단 하루 만에 이란 해군의 주요 전력을 궤멸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미 해군은 순식간에 10척이 넘는 이란의 군함을 격침시키며 이란의 해상 장악력을 무력화시켰습니다.
다만 투자자라면 이 가능성을 0%로 놓아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그것이 실현되었을 때의 영향이 극단적이라면 대비해야 합니다. 보험을 드는 이유와 같습니다. 집에 불이 날 확률은 0.1%도 안 되지만, 우리는 화재보험을 듭니다.
4-2. 호르무즈의 용자들: 석유는 움직이는 거야!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흥미로운 장면들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2월 28일 하루 약 100척이 통과하던 선박이 3월 1일에는 18척으로 급감했고, 그마저도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IRGC는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불태우겠다"고 협박하고 있으며, 주요 보험사들은 전쟁위험 담보를 중단했습니다. VLCC(Very Large Crude Carrier,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으로, 길이가 약 330m에 달합니다. 에펠탑을 눕혀 놓은 것과 비슷한 크기입니다)의 일일 용선료가 평시 약 3만~3.5만 달러에서 42만 3,736달러로 폭등했습니다. 12배입니다.
이것을 우리 생활로 번역하면, 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에서 5만 7,600원이 된 셈입니다.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택시비가 70만 원이 드는 세상입니다.
옛말에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는다고, 이 와중에 용감한 배들이 있었습니다.
그리스 선적의 유조선 'Pola'호는 AIS 신호를 끄고 야간에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자동식별시스템)란 선박의 위치·속도·항로 정보를 자동으로 송신하는 장치로, 쉽게 말해 선박용 GPS 위치 공유 기능입니다. 스마트폰의 '위치 공유'를 켜두면 친구가 내 위치를 볼 수 있는 것처럼, AIS를 켜두면 주변의 모든 선박과 해안 기지가 그 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끈다는 것은 일종의 '스텔스 모드'입니다. 레이더에는 잡히지만 위성 추적 시스템에서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이 이 방식의 원조입니다. 러시아 제재를 피해 원유를 운반하는 이 유령 함대는 1,000~1,400여 척에 달하며, 전 세계 원유 유조선 선단의 약 20%를 차지합니다. 러시아 관련 선박은 유럽 선박 대비 장기간 AIS를 끄는 빈도가 약 6배 높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GPS 조작(스푸핑)도 일상적입니다. 베네수엘라 해역에서 나포된 VLCC '스키퍼(Skipper)'호는 실제 위치에서 500해리(약 925km) 떨어진 곳에 자신의 위치를 위조하고 있었습니다. 이란도 자체 그림자 선단을 통해 하루 150~17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으며, 그 90% 이상이 중국 산둥성의 소형 정유소('찻주전자 정유소')로 향합니다.
그리스 선주들은 이 위험한 게임에서 세계 챔피언입니다. 그리스 선주들이 보유한 선박은 약 5,691척, 세계 유조선 선단의 약 30%를 장악하고 있으며 선단 가치는 약 713억 달러에 달합니다. EU 전체 선단의 61%가 그리스 소유입니다. 로이드리스트 2025년 글로벌 해운 100대 순위에 그리스 선주 17명이 이름을 올렸고, 마리아 안젤리쿠시스(Maran Group, 155억 달러, 138척), 게오르게 에코노무(99억 달러, 122척),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96억 달러, 163척 확대 중 — 2025년에만 47억 달러어치 40척 이상을 신규 발주)가 세계 해운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해양 분석가 토니 포스터(Marine Capital)의 말을 빌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스 선주들은 타고난 도박꾼입니다. 그리스 해운의 역사 자체가 리스크를 포용하는 역사입니다.
전쟁위험 보험료가 선가의 1%(1억 달러짜리 배 기준 7일에 약 100만 달러)라 해도, 일일 용선료 42만 달러면 이틀 반이면 보험료를 회수합니다. 한 번의 항해로 1,200만 달러 이상을 벌 수 있습니다. 목숨값이 포함된 계산이지만, 해운업은 원래 그런 산업이었고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지중해의 해적과 폭풍을 뚫고 향신료를 날랐던 민족입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가 사이렌의 노래에 이끌렸다면, 그의 후예들은 기름과 돈의 노래에 이끌려 호르무즈를 뚫고 나가는 것입니다.
중국의 움직임도 흥미롭습니다. 이란은 러시아와 중국 국적 선박에 한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 이상을 구매하는 최대 고객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뒤에서 이란에 강력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최소한 자국 선박과 카타르 LNG 시설의 안전만은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란 입장에서도 유일한 큰 손인 중국의 선박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적의 적은 친구라더니, 돈 앞에서는 이념도 종교도 잠시 쉬어가는 모양입니다.
4-3. 사우디의 플랜 B: 홍해로 길을 돌려라
호르무즈가 막히면 다른 길은 없을까요?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플랜 B가 있습니다.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East-West Pipeline, 일명 페트로라인)'은 동부 유전지대 아브카이크(Abqaiq)에서 홍해 연안의 얀부(Yanbu) 항까지 1,200km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원유 수송관입니다. 48인치와 56인치 두 개의 병렬 파이프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981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바로 이런 상황을 대비해 건설되었습니다. 설계 용량은 하루 500만 배럴이었으나, 2025년 3월 아람코가 NGL(천연가스액) 파이프라인을 원유 수송으로 전환하고 병목 구간을 해소하면서 용량을 하루 700만 배럴로 확대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파이프라인은 넓은데 수도꼭지가 좁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파이프라인 용량은 700만 배럴이지만, 실제로 기름을 배에 실을 수 있는 얀부 항의 선적 능력은 하루 약 200~300만 배럴에 불과합니다. 역사적으로 최대 선적량은 약 150만 배럴/일을 넘긴 적이 없습니다. 고속도로는 10차선인데 톨게이트가 3개뿐인 셈입니다. 서울-부산 간 KTX 좌석이 5만 석인데, 서울역 개찰구가 3개뿐인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우디 홍해 루트 핵심 지표]
사우디 총수출량의 약 89%(일 약 620만 배럴)가 호르무즈를 통과합니다. 얀부로 최대한 돌린다 해도 200~300만 배럴이 한계이므로, 약 300~400만 배럴의 수출 공백이 발생합니다. 에너지 분석 기관 Energy Aspects의 리처드 브론즈(Richard Bronze)는 "상쇄 능력과 물류적 과제 사이에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하며, 얀부 항이 지속 가능하게 선적할 수 있는 속도가 핵심 제약"이라고 지적합니다.
게다가 얀부에서 아시아로 가려면 홍해를 남쪽으로 내려가 바브엘만데브(Bab el-Mandeb) 해협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해협은 바로 후티(Houthi) 반군의 텃밭입니다. 2024년 후티의 홍해 공격으로 컨테이너 해운이 90% 감소한 전례가 있습니다. 2025년 11월 가자 휴전으로 공격이 잠시 멈췄지만, 이란 공습 직후인 2026년 2월 28일 후티는 공격 재개를 선언했습니다. 호르무즈를 피해 홍해로 돌렸더니 바브엘만데브에서 또 걸리는, 이른바 "초크포인트 스왑(Chokepoint Swap)" 문제입니다. 화재를 피해 뛰어내렸더니 홍수가 기다리고 있는 격입니다.
다만 차이점은 있습니다. 후티의 위협은 비대칭적 괴롭힘에 가깝고, 호르무즈의 IRGC처럼 해협 전체를 물리적으로 봉쇄할 역량은 없습니다. 해군 호위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리스크의 성격이 호르무즈에서는 '물리적 봉쇄'이고 바브엘만데브에서는 '경제적 비용 증가(보험료·운임)'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람코는 이미 3월 3일부터 아시아 구매자들에게 얀부 선적 옵션을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얀부항에서 한국으로의 VLCC 운임은 약 2,800만 달러로, 평시 페르시아만에서 오는 운임(약 1,200만 달러)의 2.3배에 달합니다. 기름은 안전하게 배송하더라도 택배비는 비싸집니다.
(아니! 로켓배송도 아니면서,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4-4. 기름값 게임의 진짜 승자: 손익분기점의 비밀
그렇다면 유가가 오르면 누가 웃고 누가 울까요?
이것을 알려면 각 산유국과 셰일 기업들의 BEP(Breakeven Price, 손익분기유가)를 비교해야 합니다.
BEP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생산 BEP'(원유 1배럴을 뽑는 데 드는 원가)이고, 다른 하나는 '재정 BEP'(정부 예산이 균형을 이루는 유가)입니다.
[표 7] 주요 산유국·셰일 생산원가 vs 재정 손익분기유가
출처: Dallas Fed Energy Survey Q1 2025, IMF Regional Economic Outlook, BNP Paribas, Bloomberg Economic
위 표가 보여주는 그림은 명쾌합니다. 표를 위에서부터 읽어봅시다.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 원가는 배럴당 10~20달러 범위에 몰려 있습니다. 사우디 아람코의 세계 최대 유전인 가와르(Ghawar)의 추출 비용은 배럴당 약 7달러입니다. 100달러에 기름을 팔면 88달러가 마진입니다.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제 표의 아래쪽으로 가봅시다. 미국 셰일의 풀사이클 BEP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2025년 1분기 83개 E&P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너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풀사이클 BEP(새 유정을 뚫어서 수익을 내는 데 필요한 유가)는 분지별로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셰일 분지별 손익분기유가 상세]
출처: Dallas Fed Energy Survey Q1 2025
하프사이클 BEP는 이미 뚫린 유정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고, 풀사이클 BEP는 신규 유정을 시추해서 수익을 내는 데 필요한 유가입니다. 같은 미국 셰일이라도 이글포드($61)와 바켄($70) 사이에 15%의 차이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미국 셰일 BEP는 2014년 $68~90에서 2019~2020년 $46~50으로 약 35% 하락했지만(기술혁신 효과), 2020년 이후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그리고 무엇보다 1등급(Tier 1) 시추 구역의 고갈로 다시 $65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2035년에는 $95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좋은 곳부터 파니까, 남은 곳은 점점 비싸지는 것입니다.
캐나다 오일샌드는 $83으로 가장 높습니다. 노천 채굴과 증기 주입 등 에너지 집약적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표에서 진짜 중요한 이야기, 재정 BEP(Break Even Point)를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재정 BEP란 산유국들이 국가 재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유가를 의미합니다.
현재 브렌트유 $82보다 재정 BEP가 위에 있으면 그 나라는 적자입니다. 사우디($96), 이라크($90), 이란($124), 바레인($128)이 적자 구간에 있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네옴(NEOM) 등 공공투자펀드(PIF) 국내 지출까지 포함하면 사우디의 실질 재정 BEP가 $111에 달한다고 추산합니다. 비전 2030이라는 거대한 꿈의 대가입니다.
그래프의 숫자와 위의 표의 숫자가 맞지 않는 국가가 있으니, 재정 BEP가 마이너스인 국가는 변함없으니 경향성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이것이 만들어내는 역설적 구조를 봅시다. 유가가 오르면 누가 웃는가?
첫째, 미국 셰일 기업입니다. 풀사이클 BEP $65인데 유가가 $100이면 배럴당 $35의 마진입니다. $120이면 $55. 미국 셰일 기업들에게 호르무즈 봉쇄는 재앙이 아니라 축복입니다. 베센트의 3-3-3 플랜(GDP 3% 성장, 재정적자 3%, 원유 생산 일 300만 배럴 증산)과 이란 공격이 모순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중동산 원유의 운송비와 보험료가 폭등하면 미국 셰일은 같은 기름을 더 비싸게 팔 수 있습니다.
둘째, 카타르와 UAE입니다. 재정 BEP가 $45~50인데 유가가 $100이면 배럴당 $50~55의 재정 흑자입니다. 이 두 나라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버틸 수 있는 구조입니다.
셋째, 사우디는 복잡합니다. 생산 원가는 세계 최저이므로 마진은 좋지만, 비전 2030의 천문학적 지출 때문에 재정적으로는 여전히 빠듯합니다. 유가 $100에 겨우 균형, $120부터 진짜 흑자입니다. 고유가의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인질이라는 이중적 위치에 있습니다.
넷째, 이란과 바레인은 어떤 유가에서도 적자입니다. 재정 BEP가 각각 $124, $128인데, 설사 유가가 그 수준에 도달하더라도 전쟁 피해 복구 비용과 제재 효과를 고려하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가장 분명한 패자는 한국, 일본, 인도 같은 에너지 순수입국입니다. 미국이 에너지 순수입국이던 1973년에는 유가상승이 미국에도 재앙이었습니다. 그러나 셰일혁명 이후 순수출국이 된 2026년의 미국에게 유가상승은 오히려 이익입니다. 중동의 혼란은 미국 셰일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트럼프가 호르무즈 봉쇄를 "적당히 오래" 방치할 유인이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4-5. 배가 묶여 있다: 보이지 않는 봉쇄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보험이 끊기는 것입니다. 선박 보험을 자동차 보험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표 8] 선박 보험 vs 자동차 보험 비교 (VLCC 선가 1억 달러 기준 / 자동차 3,000만 원 기준)
표에서 핵심은 오른쪽 열, 전쟁위험보험(War Risk)입니다.
평시에는 선가의 0.01~0.03%에 불과합니다. 1억 달러짜리 VLCC 기준으로 7일에 약 1만~3만 달러. 자동차 보험으로 치면 연 몇 천 원 수준, 커피값에도 못 미칩니다. 그런데 위기가 터지면? 선가의 0.7~1.0% 이상으로 폭등합니다. 같은 선박 기준 7일에 100만 달러 이상. 평시의 30~100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자동차 보험료가 갑자기 30배로 뛰면 어떤 사람이 차를 몰겠습니까? 바로 그 상황이 지금 호르무즈 해협 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운전면허 없이 차를 몰면 불법이듯, 선박들도 보험 증서 없이는 대부분 항만 입항이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P&I 보험(종합보험)은 전쟁위험담보가 유효해야만 위험 해역 운항을 승인합니다. 즉, 전쟁위험보험이 끊기면 P&I 담보도 무효화되고, P&I가 무효화되면 항만 입항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연쇄 효과가 발생합니다. 도미노의 첫 번째 조각이 쓰러지면 나머지가 전부 쓰러지는 구조입니다.
2026년 3월 5일 현재, 국제 P&I 클럽 그룹(IG P&I) 12개 회원 중 7개가 페르시아만·호르무즈 인근 해역 진입 선박의 전쟁위험담보를 자동 종료한다는 공지를 발송했습니다. Gard AS, NorthStandard Ltd., London P&I Club, Britannia, Japan P&I Club, West of England, Steamship Mutual이 포함됩니다. 국제 P&I 클럽 그룹은 전 세계 해운의 약 90%를 담보합니다. 그중 7개가 담보를 끊었다는 것은, 전 세계 상선의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 인근에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높은 위험이 있으면 보험가입이 거부됩니다. 보험이 없으면 배가 못 다닙니다. 배가 못 다니면 기름이 안 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미사일 한 발 안 떨어져도, 보험이 끊기는 순간 사실상의 봉쇄가 완성되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이란이 노리는 것입니다. Kpler(에너지 데이터 분석기관)의 결론이 정곡을 찌릅니다.
보험 철수가 물리적 봉쇄가 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다.
화물 흐름에 미치는 결과는 사실상 동일하다.
미사일이 쏟아지는 봉쇄를 "하드 봉쇄(Hard Blockade)"라고 한다면, 보험이 끊겨서 배가 못 다니는 상태는 "소프트 봉쇄(Soft Blockade)"입니다. 하드 봉쇄는 군사력으로 해제할 수 있지만, 소프트 봉쇄는 보험사의 리스크 평가가 바뀌어야 해제됩니다. 그리고 보험사는 "뉴스"가 아닌 "실제 무사고 통계"를 보고 재인수 결정을 내립니다.
"군사 승리 = 유가 하락"이 아닌 이유를 심플하게 다음 5단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1단계: P&I 담보 취소 → 전쟁위험보험료 폭등 (현재 진행 중)
2단계: 보험 없는 선박 운항 불가 → 사실상의 소프트 봉쇄 완성 (현재 진행 중)
3단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