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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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2026.03.24조회수 302회

폭탄이 떨어진 자리에 철도를 놓으려는 사람들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모든 전쟁에는 고객이 있다」 상하편에 보내주신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같이 고민해 주셨고 덕분에 덕왕도 하얗게 밤을 불태운 보람을 느끼며 잠시동안의 휴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상편에서 전쟁의 고객을 찾았고, 하편에서 포트폴리오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면, 이번 글에서는 그 고객들이 몰래 주문한 '상품'이 무엇인지를 함께 뜯어보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편의 제목은 '주머니 속의 전쟁’입니다. 이것은 1989년에 나온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0080: 주머니 속의 전쟁(ポケットの中の戦争)」의 제목입니다. 아마 건담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알고 계시겠지요.

건담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작입니다


일년전쟁 말기, 지온군의 과격파 킬링 중령은 연방군이 비밀리에 개발 중인 신형 건담의 정보를 입수합니다. 그는 특수부대 사이클롭스를 파견해 중립 콜로니 '리보'에 숨겨진 건담을 강탈하려 하고, 실패하면 리보에 핵 미사일을 투하해서라도 적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겠다는 잔혹한 계획을 세웁니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리보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던 초등학생 알프레드가 있습니다. 강대국의 전쟁이 아이의 일상을 파괴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 명작입니다.


이 작품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란 전쟁과 놀랍도록 닮은 점이 많습니다.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중립 지역을 전장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부서집니다. 킬링 중령이 리보에 핵을 쏘겠다고 한 것처럼, 트럼프는 카르그 섬의 석유 시설을 날리겠다고 위협합니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파괴해서라도 적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논리. 그리고 리보의 알프레드처럼, 가자의 아이들, 걸프 국가의 시민들, 호르무즈 봉쇄로 기름값에 시달리는 우리 모두가 '주머니 속의 전쟁'을 겪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꺼내 유가를 확인하는 순간, 장바구니의 허전함을 느끼는 순간, 전쟁은 이미 우리의 주머니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번 전쟁은 이념의 전쟁이 아닙니다. 철저히 돈과 이익에 의한, 하지만 해방이라는 명분 속에는 누군가의 꿈과 누군가의 비극이 철저히 감춰져 있습니다.


이 글은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될 것입니다. 전쟁은 계속될 수 있겠으나, 전쟁을 분석하는 도구와 투자자의 시선은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그 아래 누가 고객이며, 무엇을 얻으려는지 냉정하게 분석하는 습관을 함께 들여봅시다. 그 도구는 이 세 편의 글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오늘도 평소만큼 긴 글이 될 것입니다. 덕왕 글의 찐독자시라면 이미 알아서 커피 한 잔을 준비하셨을 것 같습니다. 열차 출발합니다.

1부: 전쟁, 왜 끝나지 않는가?

호르무즈를 잠근 이란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 '에픽 퓨리 작전'이 시작된 지 수시간 만에,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VHF 채널로 전 세계 선박에 경고했습니다. 

"어떤 선박도 호르무즈 해협의 통과가 허용되지 않는다."


전편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해협의 최협부 폭은 33km이며 이마저도 실제로 유조선이 다닐 수 있는 항로는 편도 3.2km에 불과합니다. 이 바늘구멍을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합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7%, 전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입니다.


이란은 이 바늘구멍을 어떻게 막았을까요? 핵항공모함으로? 천만에. 이란이 꺼내든 무기는 훨씬 싸고 교활했습니다. 수천 개의 기뢰, 수백 척의 고속 공격정, 연안에 배치된 대함 미사일, 그리고 떼로 몰려드는 자폭 드론. 적벽대전에서 화공 하나로 조조의 80만 대군을 물리친 제갈량처럼, 이란은 비대칭 전략의 교과서를 썼습니다.


이란의 자폭 드론 중 핵심은 샤헤드-136(Shahed-136)입니다. 이 '카미카제 드론'의 이력서는 화려합니다.


러시아는 2022년 이란으로부터 6,000대를 총 17.5억 달러에 구매하고 자체 생산 라인(엘라부가 경제특구)까지 구축했습니다. 우크라이나 하늘에서 울리는 특유의 오토바이 엔진 소리는 공포의 상징이 되었고,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57,000대 이상이 발사되었습니다. 이 드론의 핵심 장점은 가격이 아니라 양입니다. 연간 수만 대를 찍어낼 수 있어 방어 측에게는 악몽입니다. 미국까지 이 드론의 효과에 감탄하여 복제품을 만들었다면, 적에게 바칠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진짜 봉쇄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봉쇄 선언 직후 해상보험 프리미엄이 4~6배 뛰었습니다. 배가 물리적으로 지나갈 수 있더라도, 보험료가 화물 가치를 초과하면 아무도 그 길을 지나가지 않습니다. 개전 초기에 그리스 선박 등 몇몇 선박이 통과한 경우는 있으나 그 후 따라했다가 대차게 얻어맞은 후 어떤 선박도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이란은 미사일 몇 발과 싸구려 드론으로 '경제적 봉쇄'를 완성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해협의 교통량은 95% 감소했습니다.


3월 5일부터 이란은 더 영리한 전략으로 전환했습니다. 모든 배를 막는 대신 선별적으로 통과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 국적 선박에 '안전 수로'를 제공했습니다. 미국의 동맹국은 막고 비판적 국가는 통과시켜 국제사회 분열을 유도하는 고도의 외교전입니다.


미국은 왜 봉쇄를 막지 못하는가? 그리고 왜 멀리 빠져 있는가?

세계 최강 해군을 가진 미국이 폭 33km의 해협을 왜 열지 못할까요? 좁은 곳에서는 큰 배가 불리합니다. 항공모함 전단은 대양에서는 무적이지만, 호르무즈처럼 좁은 해역에서는 양안의 대함 미사일과 기뢰, 자폭 드론의 타격 범위 안에 놓이는 때리기 좋은 먹잇감에 불과합니다. 마치 골목길에서 탱크가 오토바이 부대에 포위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나 비용 비대칭은 심각합니다.


기업 분석에서 말하는 '소모전의 비대칭'입니다. 매출은 압도적이어도 원가구조가 80배 비싸면 장기전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자세입니다. 미국의 호르무즈 경유 원유 수입은 전체의 고작 2.5%, 약 50만 배럴입니다. 한국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미국은 이 해협이 막혀도 자기 집 보일러는 잘 돌아갑니다.

(출처: EIA, Vortexa, 2025 Q1)


자기는 안전한 곳에 앉아서 "합리적인 가격에 호위해 줄 테니 돈 내라"고 합니다. 중국에게는 "너네도 석유 통하는 길인데 같이 지켜라"라고 합니다. 남들에게 불타는 건물에 뛰어들라고 하면서 자기는 소화기 팔겠다는 포지션. 투자자의 눈으로 보면 이것은 '옵션 매도자'의 포지션입니다. 리스크는 남에게 전가하고, 프리미엄(호위비)은 자기가 거두는 구조. 역시 금융의 나라답습니다.


실제로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호위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NATO 동맹국도, 일본도, 한국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들만 위험해지니까요.


이란의 전면적 반격과 UAE가 가장 많이 맞는 이유


이란의 반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에만 향한 것이 아닙니다. UAE,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도 공격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유를 이해하려면, 중동에 미국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CFR, CRS, 2025년 6월 기준)


합계 약 4~5만 명이 10개국 이상에 배치되어 있으며, 2026년 전쟁 개시 전후로 항공모함 2척(에이브러햄 링컨, 제럴드 포드), 150대 이상의 전투기, 수십 척의 전함이 추가 전개되면서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병력이 집결했습니다. 군사 기지만이 아닙니다. 석유 메이저들의 중동 자산, 금융 첩보 네트워크, 방산 계약의 공급망까지 포함하면, 미국은 이 지역 곳곳에 경제적 DNA를 심어놓았습니다.


이란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네 땅에서 우리를 폭격하는 비행기가 뜨는데, 너는 공범이 아니라고?" 

기지가 있는 나라는 모두 타겟입니다.


특히 UAE가 가장 많이 맞는 이유는 '삼중 타깃'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미군 기지(알다프라)가 있고, 둘째, 아브라함 협정으로 이스라엘과 수교(2020)했으며, 셋째, 미국이 주도하는 차세대 경제 계획(IMEEC)의 핵심 물류 허브이기 때문입니다.


UAE의 약자를 재미삼아 풀어보면 이 나라의 역사가 보입니다.

이란에게 아부무사·대퉁브·소퉁브 3개 섬을 뺏기고(1971년) 영국이 지켜주지 않았을 때의 고통스러운 '우...(U)'. 그 이후 깨달음과 함께 절치부심하며 군비를 증강할 때의 '아!(A)… 이제 믿을 건 힘과 진정한 내 편 뿐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1,420억 달러나 쓰면서 미국 무기를 사들였는데도 이란 드론에 뚫렸을 때의 '에(E)...? 이렇게 돈을 쓰는데도 공격받는다고?'. 이 세 글자가 UAE의 안보 딜레마를 요약합니다.


디에고 가르시아의 미사일, 과연 누가 쏜 것일까?


3월 20~21일,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있는 미-영 합동 군사기지에 2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두 발 모두 기지에 명중하지 못했고, 하나는 미 군함이 격추했고 다른 하나는 비행 중 실패했습니다. 이스라엘 군 참모총장 에얄 자미르는 "4,000km 이상 사거리의 2단계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란은 이를 전면 부인하며 "이스라엘의 자작극(false flag)"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NATO 사무총장조차 이스라엘의 주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NATO의 마크 뤼터 사무총장은 CBS 인터뷰에서 "이란의 ICBM이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이란에게 디에고 가르시아를 공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을까요? 그 섬에는 민간인이 거의 없고, 군용 시설만 약간 있을 뿐입니다. 4,000km 밖의 작은 섬에 탄도미사일을 쏘는 것보다, 그 미사일을 이스라엘이나 주변 미군 기지에 쓰는 것이 조건상 훨씬 합리적입니다. 이란이 "자발적으로 2,000km 이하로 미사일 사거리를 제한해왔다"고 공언해 온 점을 생각하면, 갑자기 그 2배 거리의 목표물을 때리는 것은 자기 손으로 '유럽 위협'이라는 명분을 적에게 선물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자작극일까요? 역사적으로 자작극은 드문 사례가 아닙니다. 1964년 통킹만 사건을 떠올려 봅시다. 미 해군 구축함 매덕스호가 북베트남의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본격 참전하는 명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수십 년 후 기밀 해제된 문서와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의 회고록을 통해, 두 번째 공격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으며 조작된 정보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이익을 얻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방산업체, 특정 정치 세력, 지역 패권을 원하는 국가들과 트럼프의 가족들이 그렇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은 수십 년간 미국에 이란 군사작전을 로비해 왔습니다. 디에고 가르시아 사건이 진짜 이란의 소행인지, 전쟁 확대를 원하는 세력의 자작극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런 의심은 충분히 해 볼 만합니다. 


비싼 미사일로 싸구려 드론을 막는 형편없는 거래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촘촘합니다. 5개 층으로 구성된 다층 방어망은 그 자체로 군사 공학의 걸작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심각한 '비용 불균형 (Cost Imbalance)'이 드러났습니다.


2024년 4월 이란이 드론 170대, 순항미사일 30발, 탄도미사일 120발 이상을 동시 발사했을 때, 이란의 공격 비용은 약 5,000만~8,000만 달러. 방어 비용은 3.45억~13.5억 달러. 방어가 공격의 최소 7배. 100원짜리 물풍선을 막으려고 10만 원짜리 우산을 쓰는 격입니다. 물풍선을 계속 던지면 우산은 사도 사도 모자랍니다.


2026년 3월 1일, 이란은 팟타흐-2(Fattah-2) 극초음속 미사일을 최초 실전 투입했습니다. 마하 13~15(이란 주장)의 극초음속활공체(HGV)를 탑재, 비행 중 궤적 변경이 가능하여 기존 방공망 요격이 극도로 어렵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스라엘은 요격 미사일 부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미국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첨단무기와 싸구려 드론들의 경쟁은 진행 중입니다.


이 와중에 오만은 왜 안전한가, 이름은 오만하지만 가장 겸손한 나라


걸프 국가들이 미사일 세례를 받는 와중에 오만은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나라 이름은 '오만(Oman)'하지만, 실제로는 중동에서 가장 오만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오히려 모든 이들에게 친근한, 겸손의 외교를 50년간 실천해 온 나라입니다.


오만의 중립은 1970년 카부스 빈 사이드 술탄이 즉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외교 독트린은 "모든 이의 친구, 누구의 적도 아닌(Friend to all, enemy to none)". 핵심은 오만의 종교에 있습니다. 오만 인구 대부분은 수니파도 시아파도 아닌 이바디파(Ibadism)를 따르는데, 이 소수 종파는 관용과 절제를 강조하며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신학적 완충재 역할을 합니다.


카부스 술탄은 이 독특한 위치를 50년간 외교 자산으로 활용했습니다. 이란-이라크 전쟁(1980~88) 때 양측에 비밀 휴전 협상을 주선했고, 2009년부터 미국-이란 비밀 접촉을 중재했으며, 2013~2015년 JCPOA 핵협상의 비밀 채널('무스카트 채널')을 열었습니다. 1999년 클린턴 대통령이 이란에 보낸 역사적 서한도 카부스를 통해 전달되었고, 미국인 인질 석방도 오만이 중재했습니다. 2020년 카부스 사후 즉위한 하이삼 술탄도 이 노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이란에게 오만은 외교적 생명줄이고, 미국에게도 유용한 중재자입니다. 양쪽 모두 오만을 건드릴 이유가 없습니다. 여기에 숨은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4개 해저통신케이블(AAE-1, FALCON, GBI, Tata-TGN Gulf)이 모두 이란 영해를 피해 오만 수역에 부설되어 있습니다. 오만이 불안해지면 석유만 막히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도 멈춥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더 합니다.


동맹국에게 참전을 요구한 트럼프


전편인 「모든 전쟁에는 고객이 있다」에서 서술했듯, 한중일 삼국의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나란히 떠 있는 머쓱한 마주침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며칠 전 중국이 쏙 빠졌습니다. 중국은 이란에 '씨에씨에(谢谢,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호르무즈 해협 선별 통과 대상국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5개년 4,000억 달러 파트너십, 이란 석유 수출의 최대 구매국, 차바하르항 투자까지 이란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고 있는 중국에게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란도 자기편은 챙깁니다.


중국뿐만이 아닙니다. 이란은 파키스탄, 인도 등 중립 노선을 지키는 나라들에게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했습니다. 이란 외무장관 아라크치는 일본과도 선박 통과를 협의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봉쇄는 전면적이되, 통과권은 외교적으로 차등 적용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동맹에게는 자물쇠를, 미국에 비판적이거나 중립적인 나라에게는 열쇠를 건네는 고도의 분열 전략입니다.


2부. 돈은 중동이 내고, 재주는 이스라엘이 넘는다

중동은 미국 방위산업의 최대 고객


중동 국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미국 무기에 씁니다. GCC 국가들과 오만은 미국 재래식 무기 이전의 17.3%, 중동 전체로 약 33%. 미국 무기의 3분의 1이 중동으로 갑니다.


쿠웨이트는 91억 달러를 쓰고도 이란 드론에 직접 피격당했습니다. 비싼 보험을 들었는데 사고가 나도 보상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흘러가는 돈과 무기


이스라엘은 미국 역사상 최대 원조 수혜국입니다. 건국 이래 누적 3,100억 달러(인플레이션 조정) 이상의 원조를 받았으며 현재에도 앞으로도 나라가 존재하는 한 계속 받아낼 것입니다. (이정도면 이스라엘이 미국 대통령의 비디오를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사우디가 1,420억 달러를 써서 미국 무기를 삽니다. 그 돈은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노스롭그루먼의 매출이 됩니다. 미국 정부는 그 방산기업이 만든 무기를 이스라엘에 무상 제공합니다. 그야말로 돈은 중동이 내고 재주는 이스라엘이 넘는 구조입니다.


방위를 담보 잡힌 소국들, 그리고 빈 살만의 양다리


걸프 소국들은 방위를 담보 잡힌 상태입니다. 자체 군사력으로는 이란에 대응할 수 없으니 미국의 안보 우산이 필요한데, 그 우산의 가격은 미국이 정합니다. 보험료는 올리면서 보험금은 안 내주는 보험회사를 해지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해지하면 보험 자체가 없어지니까요.


여기서 주목할 인물이 있습니다.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이 양반은 세계를 상대로 바람을 피우고 있습니다. 미숙이(미국)와 오랫동안 사귀어 왔지만 최근에는 중희(중국)와도 만나고 있습니다. 미숙이에게는 1,420억 달러어치 무기를 사주며 환심을 사고, 중희에게는 위안화로 석유를 팔며 눈을 맞춥니다. BRI(일대일로)에도 가입되어 있으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IMEEC에도 참여합니다. 미숙이도 좋고 중희도 좋아! 연인 관계에서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양다리지만 국제정치에서는 엄연한 현실이며 줏대가 없다는 비난에 오히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며 호기로운 모습마저 보입니다. 강대국 사이에 낀 중견국가의 생존 전략으로 보면 대단히 용의주도하고 합리적입니다.


페트로달러, 키신저가 설계한 50년의 시스템


1971년 닉슨이 금본위제를 폐지하면서 달러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위기의 순간,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천재적인 구상을 해냅니다. 1974년 6월, 키신저는 사우디 파이살 국왕·파흐드 왕세자와 비밀 협상을 벌였습니다. 


핵심 거래는 이랬습니다. 사우디가 모든 석유를 달러로만 판매하고, 잉여 석유 수입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면, 미국은 사우디의 군사적 보호를 보장한다. 같은 해 미-사우디 경제협력공동위원회(JCOER)가 설립되었고, 1975년까지 모든 OPEC 국가가 이 체제에 참여했습니다. '페트로달러 리사이클링'이라는 용어 자체를 키신저가 만들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자기 강화적 순환 구조입니다. 전 세계가 석유를 사려면 달러가 필요하고, 달러 수요는 미국이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35조 달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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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덕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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