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클럽의 일원이 된 것을 기념하며, 첫 글은 미국 경제의 기이한 풍경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와 푸념을 적어보았습니다.

1. 서론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정리해 보면 주식 시장과 GDP 지표만 보는 사람들은 "역대급 호황"이라고 환호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체감 경기는 금융위기급"이라고 한다.
주가지수는 AI와 빅테크의 자본 지출(Capex) 덕분에 유지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10년 만에 최악의 해고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는 사실인 것이다. 뭔가 앞뒤가 이번에도 또 안맞는다. 왜 GDP는 4~5%씩 성장하는데 내 일자리는 사라지는지, 왜 기업들은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으면서도 신규 채용은 0에 수렴하는지, 그 구조적인 모순을 보고자 한다.
2. 자본 중심 성장의 거대한 착시
2.1. GDP 성장률 5%의 함정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3분기 GDP 성장률이 4%를 넘겼고, 4분기에는 5%에 육박할 것이라며 "경제는 강력하다"고 주장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는 엄청난 수치이다.

하지만 최근 분석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된 자본 지출(Capex)을 제외하면 실질 GDP 성장률은 0%에 수렴한다. 즉, 지금의 성장은 물건을 많이 팔거나 소비가 늘어서 생긴 '건강한 성장'이 아니라, 빅테크 기업들이 그래픽카드를 사고 서버실을 짓는 돈만으로 부풀려진 '거품 성장'이라는 뜻이다.

더 심각한 건, 이 성장의 나머지 축을 담당하는 것이 고령화 관련 헬스케어 지출과 정부 재정 지출뿐이라는 점이다. 민간 소비나 제조 생산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아픈 노인이 늘어서 병원비가 많이 나가고, 정부가 빚을 내서 돈을 뿌리니까 숫자가 올라가는 것일 뿐인 것이다. 이걸 두고 경제가 좋다고 말하는 건, 암 환자가 병원비 많이 쓴다고 "GDP 기여도가 높으니 건강하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2. AI 투자의 역설: "사람을 지운다"
Meta, Alphabet, Amazon 같은 빅테크들은 2026년에만 약 6,500억 달러(약 900조 원)를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는 이런 발표가 나오면 "우와, 투자가 늘어나니 일자리도 늘겠네?"라고 낙수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로 시장은 이들의 투자 발표를 듣고 오히려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왜냐? AI 투자의 목적 자체가 '고용 없는 성장'을 넘어 '고용 줄이는 성장'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생산성(Productivity)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보자. 생산성은 '산출물(Output) / 투입물(Input)'이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산출물을 늘리거나 투입물을 줄여야 하는데 지금 기업들이 선택한 방식은 후자에 가깝다. 즉 AI라는 도구를 도입해서 가장 비싼 투입물인 '인간 노동력'을 극단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Anthropic이 내놓은 AI 모델이 좋은 사례이다. 법률 분석, 금융 데이터 처리 같은 복잡한 사무직 업무를 순식간에 처리해버리는데 이건 단순히 공장 자동화 수준이 아니라 대졸 신입 사원들이 하던 '초급(Entry-level) 사무직' 업무 자체가 증발하고 있다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주니어 직원을 뽑아서 가르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AI가 더 빠르고, 더 싸고, 불평도 안 하니까 말이다.
2.3. 소프트웨어 주식 투매와 그림자 금융의 위기
이러한 변화는 주식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세일즈포스(Salesforce)나 먼데이닷컴(Monday.com) 같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AI가 코딩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수행함에 따라 고가의 SaaS 구독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여파가 사모 신용 시장(Private Credit Market), 일명 '그림자 금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 규제 강화로 인해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사모 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으나, AI로 인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가치가 하락하자 이들에게 자금을 대출해 준 금융 세력들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자금 경색에 직면한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되며, 이는 IT 업계의 지속적인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3. "노동은 끝났다" 월스트리트 채권왕의 경고
3.1. 릭 리더가 진단한 경제의 실체
블랙록(BlackRock)에서 2.5조 달러 규모의 채권을 운용하는 얼마전 연준의장 지명에서 낙마한 릭 리더(Rick Rieder)의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시 경제의 흐름을 읽는 채권 전문가인 그는 최근 매우 비관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현재 미국 경제는 노동 중심(Labor Oriented)이 아니라 자산 중심(Asset Oriented)이다.
이말은 경제의 동력이 근로 소득이 아닌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가들의 소비 여력은 확대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