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산업구도 재편이며,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이다.
이는 단순히 트럼프만의 아젠다가 아니라 미국의 초당적인 장기 지향점으로 볼 수 있다.
AI 주도권 역시 미국과 트럼프에게는 중요한 전략적 목표다.
허나, 트럼프 행정부의 인선이나 발언들을 감안하면 AI는 목표라기보다 수단에 가깝다.
따라서,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관련한 트럼프의 레토릭은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나,
AI 주도권과 관련된 레토릭은 그 진의를 한 번 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트럼프의 전략적 지향점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트럼프가 해낼 것이냐는 차치하고 그의 머릿속을 한 번 가늠해 본 거죠. 그러면, 과연 그의 의지대로 잘 될 것이냐... 시장의 압도적인 컨센서스는 그렇다...라고 보고 있죠? 그러니 굳이 잘 될 것 같은 이유를 더 들추어 볼 필요는 없습니다. 위험요소들을 생각해 봐야죠.
이번 편에서는 트럼프에게 어떤 위험요소들이 있을지 한 번 생각해 봅니다. 크게 구분하면 국내적인 요소와 국외적인 요소로 나누어 볼 수 있겠죠? 하나씩 짚어 봅시다.
미국 내 위험요소 : 트럼프 2.0은 그렇게 슈퍼하지 않다.
먼저, 국내의 장애물입니다. 아래의 네 가지로 구분하여 하나씩 짚어봅시다.
공화당의 분열
행정부의 분열
민주당의 저항
유권자의 반발
1. 공화당의 분열
트럼프 2.0이 트럼프 1.0에 비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1기 때의 트럼프는 당내 기반이 거의 없는 굴러온 돌로서 기존 공화당 라인에 크게 의존해야 했고, 트럼프는 민주당은 고사하고 공화당 내에서도 배척당하기 일쑤였죠. 하지만, 돌아온 트럼프는 다릅니다. 공화당 주류를 MAGA 세력이 차지했고, 내각 역시 충성파와 찬동파로 꽉꽉 채웠습니다. 게다가, 미국 대선 이전에 올렸던 포스트에서 정리했던 것처럼 대세는 공화당으로 기울어져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장악한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되었죠. 이렇게 1기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에 시장은 트럼프 2.0은 바라는 것을 모두 손에 넣을 것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슈퍼 트럼프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너무 커진 감이 있습니다. 짚어보죠.

가장 우측을 보면, 2024년 선거를 통해 공화당은 red sweep을 달성했습니다. 의회 구성을 보면...

의회 구성을 보면 상원은 100석 중 53석 (과반+2), 하원은 435석 중 220석 (과반+3)을 공화당이 차지했죠. 다수당이 되기는 했지만 마진은 상당히 작습니다. 하원에서 내각으로 선출된 이들을 반영하면 217~218까지 줄어들어, 하원의 마진은 더욱 작습니다. 민주당에서 트럼프의 아젠다에 찬성표가 나올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전제하면... 공화당 하원에서 2표, 상원에서 3표만 이탈해도 트럼프가 법안을 개정해 달성해야 하는 힘들고 중요한 목표들의 달성이 요원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슬림한 마진은 벌써부터 앞길이 평탄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2월 20일 포스트에서 슈퍼 트럼프에 대한 의구심을 적은 바 있습니다. 당시 내용을 다시 복기해 보면...
트럼프와 머스크가 밀었던 예산안이 하원에서 부결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매크로팀 칼럼에서 자세히 소개했죠? 자세한 내용은 칼럼을 참조하시면 되고... 중요한 점은 이번 표결로 인해 트럼프의 하원 장악력이 도마에 올랐다는 것이 중요하죠. 미래에셋 김성근 애널리스트의 코멘트를 인용하자면...
이번 표결을 통해 하원 Freedom Caucus 그룹이 트럼프의 재정 확장 정책을 제어할 가능성이 제기. 반대한 공화당 의원들 중 약 절반이 해당 코커스 멤버. 최종 투표에서의 반대표도 확인 필요
민주당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공화당 내에서도 (재정 건전성에 진심인 Freedom Caucus) 트럼프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 의원들이 꽤 된다는 것이 이번에 입증되었습니다. 그렇다면, 11월 이후 강력한 랠리의 강력한 근거 중 하나였던 슈퍼 트럼프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질 수밖에 없죠. 이 의구심은 11월 이후 미국 자산시장 랠리의 근간을 흔드는 요인이 됩니다.
요렇게 적었었죠. 사실 이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이선엽 이사님 영상에도 소개된 하원의장 선출 건도 있죠. 영상의 내용을 캡쳐해 보았습니다.

현재 하원의장인 마이크 존슨의 연임이 트럼프의 막판 가세로 가까스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원의장 선출이 그다지 논란이 될만한 사안도 아니었고, 법안 개정 및 통과처럼 복잡한 협상과 정치력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었는데도 공화당 단일대오를 구성하기가 어려웠다는 거죠.

트럼프의 주요 아젠다... 감세, 규제완화, 보편적 관세 등 핵심 사안은 모두 의회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즉, 트럼프가 하고싶은 것 다 하려면 의회를 확실히 장악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가장 쉬운 허들인 하원의장 선출부터 이렇게 힘들어서야??

관련하여 블룸버그에서 재미있는 분석기사가 나왔습니다. 기사의 내용인즉슨 IRA 폐지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겁니다. 3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IRA는 유정개발 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서 트럼프가 에너지 패권을 확보하려면 폐지 내지는 대폭 개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게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이죠.
여튼... 기사에서는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과거 환경법안 관련 투표 성향, 지역구의 중요도 등을 고려해 점수를 매겼는데 대략 32명 정도가 IRA 폐기 내지는 개정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공화당에서 32표는 고사하고 절반인 16표만 빠져도 IRA는 손 볼 수가 없는 노릇이고, 트럼프의 에너지 패권 목표는 달성이 요원해진다는 겁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공화당 내에서 2015년 Tea Party를 통해 하원에 입성한 의원들의 집단인 Freedom Caucus의 멤버도 31명입니다. 멤버들이 비공개인지라 앞선 32명과의 교집합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 이들은 공화당 내에서도 우파성향이 가장 강햔 집단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결이 맞지만, 재정균형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원하는 방대한 재정정책 여력을 제공해주지는 않을 듯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대다수가 공화당의 암흑기를 초래했던 전력이 있고, 공화당 내에서도 유명한 돌아이 집단으로 정평이 나있다는 거죠.
이처럼 아주 슬림한 다수를 점하고 있는 공화당이 강철대오로 뭉쳐 트럼프의 아젠다를 강력히 밀어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상당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난관을 잘 헤쳐나간다 해도 법안의 협상, 통과, 시행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걸립니다. 즉, 트럼프 2.0은 트럼프 1.0에 비해 공화당 장악력이 훨씬 강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공화당이 트럼프의 손아귀에 완전히 사로잡혀 강철대오로 트럼프를 밀어줄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만지작거리는 카드가 바로 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국제 경제 비상 권한법입니다.

IEEPA는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에 처했을 때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의회의 권한을 대통령에게 상당부분 일임하는 법안입니다. 간단히... 일종의 경제적 계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유하자면 트럼프가 타노스, IEEPA는 인피니티 건틀렛입니다.

< 손가락 한 번 튕기기만 해도 어떻게 되는지 알지? >
트럼프가 꼭 인피니티 건틀렛을 착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니들 자꾸 이러면 나 건틀렛 찬다? 지금 손가락 두 마디까지 들어갔거든?"... 이런 식의 선언이나 위협만으로도 의회와 다른 협상 상대국들에게 압박을 주는 효과가 있죠.
하지만, IEEPA도 만능은 아닙니다. 적절한 명분이 필요하거든요. 명분없는 계엄의 결말이 어땠는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죠? 게다가,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된만큼, 막대한 책임이 뒤따르게 됩니다. 권능을 휘둘렀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트럼프는 독박을 쓰게 되고, 공화당이 그 뒷감당을 해야하죠. 그러니, 쉽게 건틀렛을 착용하지는 못할 것이고, 현재 미국의 의회 상황을 보았을 때, 앞으로 트럼프는 자주 손가락만 넣었다 뺐다...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제는? 협박도 한 두 번이지, 너무 자주하면 내성이 생긴다는 거?
어쨌든, 요지는 트럼프 2.0이 1.0보다는 강하지만, 그렇다고 공화당이 강철대오로 트럼프를 밀어주는 형국은 아니다...입니다.
2. 행정부의 분열
트럼프 2.0 행정부가 1.0보다 충성파로 채워져 있고, 훨씬 조직적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건 상대적인 평가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내부의 균열이 심각합니다. 어제 올라온 매크로팀의 월가소식에서 TS롬바드의 MAGA vs 머스크 분열 구도에 대해 언급되었죠? 같은 맥락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트럼프 최대의 아킬레스건이라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