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예측 불확실성을 무기로 삼는 정치인이며, 지금까지도 그의 행적을 전통적이고 상식적인 선에서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죠. 따라서, 트럼프라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편이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세력은 MAGA... 그리고, MAGA의 사상적 기반을 대표하고 있는 인물은 트럼프 1기에서 백악관 대통령 특별고문이자 수석 전략가 역을 맡았고, 지금도 왕성하게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는 Steve Bannon 입니다. 이 자가 미국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짚어 본다면 MAGA의 사상을 알 수 있고,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 내지는 미국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겠죠.

https://youtu.be/ijf7K_08YWk?si=_l9CENsZdBrQ_QFW
10월 말, Economist는 Steve Bannon의 인터뷰 영상을 올렸습니다. 유튜브 영상은 원본의 요약본이지만 핵심은 거의 다 들어가 있어요. 이 영상을 통해 MAGA의 세계관을 한 번 짚어 봅니다.
포인트 1. 엘리트에 대한 적개심
첫번째 질문, Steve Bannon과 MAGA가 지향하는 성공적인 미국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Bannon은 미국의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저소득층 서민 (little guy라고 반복적으로 지칭) 들이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기만 했다면서, 미국은 자본주의 (capitalism) 가 아닌 기업주의 (corporatism) 가 지배하는 상태라고 진단합니다. 그렇기에, MAGA는 little guy 들에게 번영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서민들은 수 세대에 걸치면서 지속적으로 경제적, 정치적 약탈을 당했고, 그 결과 극소수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가 되었기에 (big tech, big pharma, big arms), 이를 되돌리고자 한다... 따라서, MAGA는 이러한 극소수에 의한 힘의 집중이라는 결과를 낳은 자본주의를 배척하며, 트럼프는 이러한 little guy들을 위한 싸움의 선봉장이라고 합니다.
사견 #1.
트럼프가 왜 그렇게 앱스타인 케이스에 연루되지 않으려 발악할까요? 트럼프가 속물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텐데 굳이?
선거 과정에서는 앱스타인 케이스를 완전 공개하겠다고 떠벌리면서 little guy의 수호자인 척 하며 선거에 이기고, 이기고 나서는 약속을 완전히 져버리고 비공개 처리... 트럼프 본인이 연루자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굳이 공개를 막을 이유가 없죠.
가장 큰 이유는 앱스타인 케이스에 연루된 모든 이들은 하나같이 기득권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가 연루되어 있다면, 타락한 기득권의 일원임을 입증하는 셈이니... 트럼프를 little guy들의 수호자라고 포장하기는 힘들겠죠? 이 건에 트럼프도, MAGA 지지자들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죠.

앱스타인 리스트 건은 트럼프를 위시한 MAGA 지도층의 위선과 속임수의 산물입니다. 대중들에게는 서민의 수호자인 척 하며 포퓰리스트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부유한 엘리트들에 의한 지배 (금권주의, plutocracy) 를 지향합니다. 이는 Bannon 인터뷰 후반에 적나라하게 나오죠.
포인트 2. AI에 대한 적개심
두번째 질문, 장차 산업혁명보다 더 큰 변혁을 가져올 수도 있는 AI 대한 의견을 묻습니다.
Bannon은 AI의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단기적으로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AI는 극소수의 과두적인 기업집단에 의해 전혀 규제받지 않은 상태로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
실리콘 밸리의 빅 테크들은 AGI를 지향하면서, 특이점 (singularity) 이 머지 않았다고 믿으며 돌진해 가고 있는데, 만약 이들에 의해 정말 AGI가 달성된다면... 극소수가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는 초지능체를 독점하게 된다. 결국, little guy들은 더욱 큰 압제와 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다. 이미 AI에 의해 저임금 화이트칼라 일자리들이 위협받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 간다면 AI에 의한 일자리 붕괴 (AI jobs apocalypse) 는 자명하다.
극소수의 엘리트들은 AI 내러티브를 끝까지 밀어붙이며 주식시장에서도 AI 버블을 만들어 내었고, 극소수 특권층들은 더욱 부유해졌다. 이는 경제적인 재앙을 향해 달려가는 꼴이며, 재앙이 닥쳤을 때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little guy들이다.
따라서, Bannon은 스스로를 AI 감속주의자 (decelerationist) 라고 정의하며, 일정한 규제와 논의를 거쳐가며 나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AI에 대해서는 사실상 본인은 러다이트 (19세기 방직기의 확산에 저항한 노동자 운동) 라고 인정까지 하고 있죠.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중의를 모으고 있다고 하네요.

현재의 AI를 추진하는 과정은 인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으며, 미국이라는 국가의 근간은 little guy들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빅 테크 기업들은 트럼프 주위를 맴돌며 행정부가 자신들의 반인간적인 방식을 지지해주기를 바라는 듯 하지만, 그들의 뜻대로 일이 굴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깁니다.
진행자가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이 우려되지는 않느냐고 묻자, 현재 미국에 체류하는 모든 중국인 엔지니어들을 실리콘 밸리에서 추방하고, 중국으로의 자본과 지식의 흐름을 차단하는 디커플링을 시행한다면 중국이 미국을 앞설 수는 없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단락에서...
사견 #2.
백악관 과학기술 보좌관으로 AI 관련 책임자인 David Sacks가 OpenAI CFO의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국가 보증 언급을 즉각 반박했죠. MAGA의 시각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