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 감사합니까?




안녕하세요. 덕왕입니다.
이번 주에 올린 글, 재미있게 읽으셨는지요? 역대급 노력을 기울이느라 체력이 방전되어 한 주 휴식의 양해를 구한 덕왕이, 이렇게 다시 '짜잔' 하고 등장한 이유는 오늘(5월 15일)이 스승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Valley AI 식구분들을 위해서는 쉬지 않습니다. 다음 주에 옵니다.)
덕왕은 어린 시절에 본 〈천사들의 합창〉이라는 드라마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1990년대 초 KBS에서 더빙 방영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지요. 이 드라마가 인기 있던 이유는 단지 재미있어서만이 아니라, 주인공이자 영혼이었던 히메나 선생님의 인성이 너무도 훌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히메나 선생님은 이런 천하장사같은 캐릭터가 아냐!! 돌려줘요! 내 감동!
히메나 선생님은 말썽쟁이 아이들, 가난한 아이들, 상처 입은 아이들, 어른들이 포기한 아이들까지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아이들의 눈을 들여다보고, 말을 들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가능성을 끝까지 믿어주었지요. 어린 시절 덕왕에게 히메나 선생님은 진짜 선생님이란 어떤 존재인지 가르쳐 준 화면 속 천사였습니다.
그리고 어린 덕왕은 굳게 믿었습니다. 분명 자신도 히메나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와 달랐고, 진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의 스승은 있습니다. 좋은 의미로든, 그렇지 않은 의미로든 말이지요.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어느 곳에선가 당신과 마주하길 기다리고 있거나, 아니면 이미 곁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천사들의 합창 1기 오프닝 테마곡: Carrusel de niños - Tema de apertura
https://youtu.be/rduAE22u2c4?si=tBDa2kWd8JSrsL5h
오늘은 스승의 날을 맞아, 특별편으로 덕왕의 인생 굽이굽이에 등장했던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스승의 날이 처음부터 5월 15일은 아니었습니다. 1964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는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했지만, 이듬해부터는 우리 민족의 영원한 스승 세종대왕의 탄신일에 맞춰 5월 15일로 옮겨졌지요. 그 후 1973년 정부의 사회정화 방침으로 모든 사은행사가 중단되고, 스승의 날도 국민교육헌장 선포일인 12월 5일로 통합되며 사실상 폐지되었다가, 1982년에 법정기념일로 화려하게 부활하여 오늘에 이릅니다.
가장 먼 기억 속의 선생님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입니다.
덕왕은 어릴 적에 공부를 정말, 정말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어느 날 밖에서 실컷 놀고 저녁 무렵 집에 들어왔는데, 어머니가 아버지와 싸우고 계셨습니다. 영문을 몰라 귀를 기울여 보니, 그날 학교를 다녀오신 어머니께 담임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겁니다.
"덕왕이 학업성취도가 너무 떨어지니… 특수학교에 보내는 게 어떨까요?"
말이 좋아 학업성취도지, 그냥 '얘는 바보니까 좀 어떻게 안 되겠어요?'라는 포기 선언이었습니다.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급기야 우셨고, 아버지는 "도대체 누굴 닮아서 그러냐"며 역정을 내셨습니다.
아이가 공부 좀 못한다고 — 사실 좀은 아니었지만 — 누굴 닮았냐고 묻는 건, 어린아이에게는 상처였고, 어른이 된 지금 다시 봐도 좋은 화법은 아닙니다. 다만 한참 나중에야, 그 시절 제 아버지께서 직장 스트레스로 한쪽 눈이 거의 실명될 지경이었는데도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가족을 지키려 애쓰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 말은 어쩌면, 아버지가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향해 내뱉은 말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왕에게 잊을 수 없는 또 한 분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이셨습니다.
4학년 2학기 어느 날, 어디서 야구공이라도 맞았는지 거짓말처럼 덧셈과 뺄셈, 곱셈이 한꺼번에 머릿속에서 풀렸습니다. 20점 맞던 아이가 갑자기 90점을 넘기기 시작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저를 교무실로 부르셨습니다.
덕왕아, 선생님이 말이야… 너한테 물어볼 게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 (해맑)
"이 문제들… 네가 풀었니?"
"넵!" (매우 해맑)
"덕왕아, 선생님이 가장 나쁜 아이는 어떤 아이라고 했지?"
"거짓말하는 아이요!"
"그래, 맞아. 선생님은 거짓말하는 아이가 가장 나쁘다고 생각해.
그런데 덕왕이는… 선생님한테 거짓말을 하네?"
"… 예?
소명의 기회는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또 학교로 불려 오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산수 문제 몇 개만 눈앞에서 풀어보라고 하셨더라면 결백은 단번에 증명됐을 텐데 말입니다.
저는 단단히 화가 난 어머니 손에 이끌려 비에 젖은, 기죽은 치와와처럼 집에 돌아왔지만 그날 저녁, 혼내려고 일찍 퇴근하신 아버지 앞에서 모세의 기적에 버금가는 놀라움을 펼쳐 보였고, 우리 가족은 짜장면과 탕수육 파티를 열었지만, 저는 그 후 담임 선생님에게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덕왕이 처음 맛본 학력 자본주의의 달콤함 뒤에는 쓴 맛이 남았습니다.
5학년 담임선생님은 공교롭게도 아버지의 고등학교 동창이셨습니다. 매우 엄하셨고, 항상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비교하셨지요. 저는 그 모습이 어린 마음에도 영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5학년 시절의 제 마음속에는 반항심이 봄철 쑥 자라듯 하루가 다르게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여름방학 숙제 대신, 소소한 ...



덕왕님을 믿어준 은사님 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글만으로 한 사람의 배경과 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네요.
저는 특별히 감사한 선생님도, 못난 선생님도 별로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나 봐요. 덕분에 오랜만에 제 학생 시절도 돌아보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분노가 담긴 다소 정제되지 않은 개인적 이야기인데도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저에게 참스승이셨던 분은 중2 담임선생님이셨습니다. 이 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성적의 높고 낮음 그 자체로 학생들을 대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성실하게 학업에 임하는지,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시고, 본인의 꿈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따라 제자를 아껴주셨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제가 첫 직장에 입사하게 되는 좋은 경험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 분을 먼저 만나지 못했다면 고등학교 때 시의원 아들, 교장 아들 같이 부모님 직업에 따라 편애하던 교사, 성적 낮으면 사람으로도 안 보던 교사, 노골적으로 촌지를 요구하는 교사를 만났기에 인간 혐오가 생겼을겁니다.
그나저나 신문에 인터뷰 하신 분은 대박이네요ㅎㅎ

"왔다! 내 선생님" 퀘스트 달성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인생에서 그런 분, 귀하지요. 아무렴!

덕왕님 연식이 좀 있으시군요. 학교에서 매질(?)을 당하던 시절을 살아내셨어요. 그러네요.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사람이 나의 스승이었는지... 두어 분을 기억하고 연락드렸습니다.덕왕님 글 덕분에 이런 감성을 공유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야만의 시대의 끝자락이었지요. 학창시절도 군대도 운없게도 그 시절을 겪었습니다. 연락드린거 정말 잘하셨습니다. 저도 어제 어머니 교수님께 전화드렸더니 참 좋아하시더라구요.

인터뷰야 그렇다고 치는데 전화는 선을 넘었네요 찾아가서 한번 뺨만 때리고 오죠 폭행 초범은 벌금만 나오는 경우가 많고 앞뒤 경위가 지역신문에 한번 더 실린다면 마음속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시기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공감가는 점이 많습니다.
저도 촌지도 줘보고 맞기도 하면서 학교 다녔는데요
저는 선생이 부당하게 때릴경우 저도 선생님 뺨을 때려버렸는데 적어도 그때 생각하면서 스트레스 받지는 않네요
만약 안때렸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 같습니다

와우. 선생님을! 용자셨군요. 아니, 그정도면 최소 정학 아닙니까 -_-

제가 중학교때 담임 쌤이 뺨을 때리자 바로 경찰에 신고한 애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선생님이 애 뺨 때리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잘 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도 진짜 감사한 선생님도 만났고 진짜 쓰레기 같은 선생님도 만났어요.
한동안 삐뚤어진 선생님의 시선과 핍박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멋지게 자라나신 덕왕님 멋지세요. 앞으로 더 크게 되실 분 같아요. 항상 응원할게요!

리칭님도 쓰레기 선생님을 만났음에도 이렇게 반듯하게 크셨으니 참으로 대견합니다. 짝짝짝.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밸리에서 꽃길만 걸을 일만 남았습니다.
ps: 글씨를 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마음 수련에 최고지요.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재미있었다기 보단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던 동질감이 느껴져서 반가웠습니다.
제인생에도 선생님이라 부를수 있던분은 안계셨습니다. 항상 두들겨 맞던 기억밖에 없네요
현재는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가 되어버렸는데 요즘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뭐랄까
복잡미묘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두들겨 맞으시기만 했다니, 학창 시절이 참 괴로우셨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 기억이 진하게 남아 있으시기에 오히려 아이들을 잘 키우실 수 있는 원동력 또한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가끔 미묘한 감정이 들긴 하는데, 한편으로는 교권이 많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님을 시간이 흐를 수록 더 강하게 느낍니다.

중학교때 영어 선생님이 떠오르네요.
대나무 뿌리 매로 엄청나게 때리셨고, 나중에 크면 나한테 고마워 할꺼라고 종종 말씀하셨는데,
성인이 되고, 40살이 넘은 지금도 고맙다는 맘은 안 생기네요;;

어른들이 하는 대표적인 착각 중 하나죠. 자신이 뭐라도 되는 양, 훈계하고 장담합니다. 그런 어른 중에 제대로 된 어른이 있을 확률은 대단히 낮습니다. 특히 교육자가 자신의 감정 표출을 훈계로 포장할 때 학생에게 지상 최악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다만 그 선생에게 고마운 점은 한 가지 뿐입니다.
형편없는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륽 가르쳐 준 것이랄까요.

저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오셨군요.😭
저는 고 1 때, 담임이셨던 수학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수학을 지지리도 못했는데, 성적으로 차별한 적도 없으셨고,
주말 청소당번으로 늦게 하교할 때는 손수 차를 태워주시면서 짜장면도 사 주셨었죠.
군대 있을 때도 전화나 편지로 안부를 전했었는데, 전근 가신 이후로는 연락이 끊겼네요.
덕분에 좋았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인생에서 그런 스승을 만나신 건 정말 큰 복이라 생각합니다. 제 고2담임이 수학이었는데, 피도 눈물도 없이 기계적으로 애들을 패서 로보캅이란 별명이 붙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