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오랜만에 글을 쓴다. 나름 즐겁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사진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진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집중력 있게 작업에 임하고 있다. 일과를 마친 뒤 남는 시간의 80% 이상을 사진을 ‘생각하고’, ‘찍고’, ‘사진집을 들여다보는’ 데 쓰고 있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40년을 돌아보면, 몰입할 수 있을 만큼 즐거운 것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내 삶을 더 다채롭고 깊이 있게 만들어준 자양분이 되었다. 예를 들면 사이클, 연구와 논문, 그리고 발치와 같은 것들 말이다. 몰입할 수 있을 때는 가능한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뇌의 가소성이 작동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 즐겁게.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사진은 아마 내가 죽는 순간까지도 계속 즐길 수 있는 ‘무언가’일 것이다. 사진 촬영은 육체적인 제약이 거의 없고, 빛과 색, 사물의 본질에 대한 인식, 그리고 내면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행위’이지만, 결국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속해나갈지는 각자의 몫이다.
지금 나는 30년간 사진만을 생각해온, 진짜 ‘예술가’에게 강의를 듣고 있다.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이자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전시 중인 작가다. 내가 이 강의를 듣는 이유는 단 하나다. 단지 강의 하나로 내 인식이 급변하리라 기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예술가의 작업 방식과 사고의 흐름을 엿보고 싶었다. 그것이 내 평생의 사진 생활에 있어 강력한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늘 말해왔다.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면, 그 분야 최고의 사람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은 “나는 무엇을 찍고 있는가”에 대해 써보려 한다.
머리 속의 사진필터
내가 듣는 강의는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수강생 각자의 사진을 발표하고 크리틱을 받는 시간, 다른 하나는 사진 대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함께 분석하는 시간이다. 수강생은 총 12명. 그중에서 내가 가장 공감했던 지점은, 대부분의 수강생이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무엇을 찍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진은 다른 예술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 다름은 결정적인 ‘조건’들에서 비롯된다. 그저 찍고 싶다고 해서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빛’이 있어야 하며, 나는 그 빛이 있는 장소에 있어야 하고, 손에는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셔터를 누르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시퀀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갖추더라도 마지막엔 ‘운’이 개입한다. 구름이 햇빛을 가리거나, 피사체 앞에 누군가가 서버리거나, 찰나의 순간이 사라져버리는 일은 흔하다. 그러고 나면 다시는 같은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을 때 ‘사냥꾼의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촬영’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shooting’이라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정확한 표현이다.
제목: Cloudbulbs
지난번에 소개했던 이 사진을 찍고 난 뒤,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과연 내가 다시 이런 사진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