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 거리사진의 우연성, 다가감 그리고 윤리

[시리즈 연재] 거리사진의 우연성, 다가감 그리고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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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2026.04.28조회수 2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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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For a street photographer like myself, randomness is everything…

나 같은 거리사진가에게 우연성은 모든 것이다…

-Joel Meyerowitz-

우연성(randomness)을 견디고,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바꾸는 사진가. 우리는 이들을 거리사진가(Street Photographer)라 부른다.


사실 나도 거리사진을 시도한다. (뒤에는 밸리 최초 공개 사진도 등장한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수록 거리사진은 참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유는 거장들의 말처럼, 거리사진에는 ‘우연성’이 너무나 많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계량되고 예측 가능한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우연성은 꽤 견디기 힘든 요소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투자를 잘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거리에서는 빛도, 사람도, 표정도, 움직임도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기다렸던 장면은 오지 않고, 준비하지 못한 순간은 갑자기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나는 우연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때로는 약간의 통제와 연출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는 경우가 많다. 완전히 연출된 사진은 아니지만, 완전히 우연에 맡긴 사진도 아닌 지점. 아마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곳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또한 거리사진은 필연적으로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단순히 ‘좋은 장면을 포착하는 일’로만 끝나지 않는다. 사진 속 인물과 사진가 사이의 관계, 다가가는 태도, 그리고 초상권과 윤리의 문제까지 함께 얽히게 된다.


오늘은 거리사진에서의 우연성, 다가감, 그리고 윤리에 관한 이야기다.





우연성과 다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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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l Meyerowitz
Camel Coat Couple in Street Steam, New York City, 1975

불투명한 수증기 속으로 한 커플이 사라질 듯 말 듯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다. 이 장면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흥미롭다. 오른쪽에는 커플과 비슷한 색의 코트를 입은 행인들이 화면 안에 등장한다. 그 뒤로는 다른 행인의 그림자가 절묘하게 겹쳐지며, 현실의 장면 위에 또 하나의 레이어를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진 안에 사진을 찍은 작가 본인도 등장한다는 것이다. 커플의 다리 쪽에 드리운 그림자가 바로 작가의 흔적이다. 이 그림자를 통해 빛의 방향 또한 유추할 수 있다. 빛은 작가의 등 뒤쪽에서 들어오는 순광이며, 그 빛이 수증기와 인물, 그림자를 한 화면 안에 겹쳐 놓는다.


사라질 듯한 커플, 무심히 지나가는 행인들, 겹쳐진 그림자, 그리고 작가 자신의 흔적까지. 우연히 발생한 거리의 요소들이 한순간에 맞물리며, 평범한 장면을 하나의 작은 이야기로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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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l Meyerowitz

Fallen Man, Paris, 1967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넘어진 사람이다. 하지만 이 사진이 재미있는 부분은 그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반응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뒤를 돌아보는 사람, 물건을 옮기던 사람, 연장을 든 채 귀찮다는 듯 넘어진 남자를 건너가는 사람, 그리고 그 장면을 바라보는 군중들. 자세히 보면 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까지도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화면 안의 거의 모든 인물이 하나의 예기치 못한 순간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갑자기 벌어진 작은 사건. 이 사진은 그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의 시선과 제스처를 더 흥미롭게 보여준다. 각자의 움직임은 제각각이지만, 모두가 같은 순간에 반응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장면은 마치 등장인물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부여하고 세심하게 연출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림자와 강한 대비가 거의 보이지 않는 점으로 보아 흐린 날 촬영된 사진처럼 보인다. 덕분에 화면의 색들은 더 균일하게 느껴지고, 특정한 빛의 극적인 효과보다 인물들의 동작과 관계에 시선이 집중된다. 강한 명암 대신, 장면 안의 리듬과 반응이 사진의 긴장을 만든다.


만약 이 사진이 연출된 장면이었다면 우리는 같은 감정을 느꼈을까? 아마 조금은 달랐을 것이다. 이 사진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 모든 요소들이 실제 거리에서 우연히 맞물렸다는 데 있다. 넘어진 사람,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 무심히 지나가는 몸짓, 차 안의 관찰자들까지. 통제되지 않은 현실 속에서 이런 장면이 한순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야말로 거리사진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른다.


우연성이 만들어낸 이 사진들은 무려 50년이상 된 사진들이다. 그럼에도 색감이나 표현이 굉장히 세련되게 느껴진다. 1960-70년대 당시에는 컬러사진가들을 약간 천대(?)하는 사진계의 분위기가 있었다.애초에 흑백사진은 다큐멘터리, 스트리트, 순수사진의 전통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Henri Cartier-Bresson, Robert Frank, Garry Winogrand, Lee Friedlander 같은 대가들도 대부분 흑백을 중심으로 작업했다. 그래서인지 당시에는 흑백의 명암과 톤이야말로 사진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사진계 안에 꽤 강하게 남아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조금은 꼰대스러운 생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컬러사진 작업을 꾸준히 이어갔던 Joel Meyerowitz는 지금 사진계의 중요한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사진을 보면 컬러는 단순히 흑백보다 가벼운 표현이 아니라, 거리의 분위기와 시간, 인물의 관계, 우연히 겹친 요소들을 훨씬 더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는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두 사진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인물들의 방향에 있다. 위의 사진에서는 사진가가 인물들의 등 뒤에 있기 때문에, 피사체들이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 반면 아래 사진에서는 인물들이 카메라를 마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론적으로는 카메라를 의식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장면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카메라가 아니라, 누군가가 넘어진 사건에 시선을 빼앗겨 있다. 그래서 경직된 포즈나 의식적인 표정 대신, 각자의 자연스러운 제스처가 그대로 드러난다. 말 그대로 우연이 만든 장면이다. 이런 점에서 아래 사진은 거리사진 중에서도 캔디드 샷(Candid Shot)에 가깝다. 캔디드 샷은 인물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포착하는 사진을 말한다.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포착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당장 옆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보면 알 수 있다.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자세와 표정이 경직된다. 웨딩촬영이나 행사촬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쉽게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피사체의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담기 위해서는, 그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캔디드 샷의 핵심은 단순히 몰래 찍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가 개입하기 전의 몸짓과 표정, 그리고 현실의 흐름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포착하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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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카메라의 차이가 보이는가. 누가 봐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빨간 딱지의 유무다. 라이카가 바보도 아닌데, 왜 굳이 이 작은 딱지 하나로 카메라를 구분해놓았을까. 두 모델의 스펙은 저장용량 빼고는 동일하다.


이는 카메라가 인물들에게 인식되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물론 빨간 딱지가 없다고 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아무도 모른다는 뜻은 아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향하는 순간, 사람들은 결국 의식하게 된다. 다만 그 인식의 속도와 강도를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나름의 고집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것을 개똥철학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리사진을 찍어보면 이런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거리에서는 카메라가 작고 존재감이 작아질수록 사진가의 존재감도 함께 작아진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거리사진가들도 저 빨간 딱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빨간딱지를 검은색 테이프로 가리는 사진가도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눈에 띄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중에게도 빨간 딱지는 곧 라이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빨간 딱지가 붙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순간, 단순히 카메라를 든 사람이 아니라 ‘라이카를 든 사진가’로 보이기 쉽다. 그러면 묘한 시선이 따라붙는다. “얼마나 사진을 잘 찍나 보자”는 식의 감시 아닌 감시를 받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솔직히 이런 시선은 꽤 부담스럽다. 나 역시 그래서 빨간 딱지가 없는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아주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거리에서는 이런 작은 비가시성이 때로는 촬영자의 마음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준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주 멀리서 대포 같은 망원렌즈로 찍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다. 물론 피사체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만드는 것만 생각하면, 망원렌즈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피사체가 촬영자를 알아차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거리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들키지 않는 것이 아니다. 멀리서 찍게 되면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에 원치 않는 요소가 개입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나무가 가리거나, 지나가는 사람이 장면을 막거나, 자동차나 간판 같은 요소가 프레임을 어지럽히는 식이다. 우리는 언제나 넓은 공터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멀리서 찍은 사진은 현장감이 제한되기 쉽다. 거리사진에서 말하는 현장감은 단순히 사건을 기록했다는 뜻이 아니다. 사진가가 그 장면 안에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인물과 공간의 긴장감 속으로 얼마나 들어갔는지와도 연결된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만 느껴지는 거리의 밀도, 사람들 사이의 간격, 시선의 방향, 몸짓의 미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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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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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low your instincts and go for it. -Joel Meyelowitz- 사진, 사이클링, 투자 좋아하는 치과의사입니다. 일상과 주변 사람을 소중하게 볼 줄 아는 내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삶의 조각들과 지혜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