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재] 카메라와 미니멀리즘






시리즈 연재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한 달에 1~2편 정도 쓰기로 생각했는데, 다행히 예정대로 잘 이어오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이 연재가 끝난다고 해서 사진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사진을 보고, 찍고, 생각하는 과정은 계속될 것이기에 나에게는 사실 끝나지 않는 연재에 가깝다.
연재를 시작할 때 장비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되도록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장비에 대한 관심이 때로는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담긴 이미지 자체를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역시 카메라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인 만큼, 오늘은 내 장비를 통해 경험한 것들에 대해 써보려 한다.
우리는 도구를 통해 세상과 맞닿는다. 도구는 내 인식과 접촉의 한계를 넓혀주는, 일종의 신체 연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세상에 더 긴밀하게 접촉하기 위해, 그리고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를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 사진가에게 카메라라는 도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카메라는 결국 빛을 얼마나 담을 것인가, 즉 광량을 결정하는 '도구'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이 세 가지가 카메라에서 노출을 결정하는 기본 요소다. 흔히 말하는 노출의 3요소다.
노출의 3요소. 사진가에게는 너무 기본적인 내용이기도 하고 다른 블로그에도 관련내용이 넘쳐나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이 3가지를 상황에 맞게 조절하여 원하는 사진을 얻는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출처: Hamburger Fotospots
대부분의 사람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시대이지만, 의외로 이 내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휴대폰의 기본 촬영 화면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냥 촬영 버튼만 누르면 휴대폰이 알아서 판단하고 촬영해준다. 사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 세 가지 요소가 도구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것을 의식하기 어렵다.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의 상판.
이 상판에는 노출의 3요소가 미니멀하게 배치되어 있다. 나는 보통 카메라를 목에 걸고 사용하는데 내가 눈만 아래로 돌리면 노출의 3요소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리개링, ISO 다이얼, 셔터스피드 다이얼 이 3가지를 보면 된다. 내가 거리 사진을 찍을 대 사용하는 세팅이다. 조리개 F8 이상, 셔터스피드는 1/250 이하, ISO는 오토. 촬영 상황마다 이 세가지 요소를 적절히 조절하며 촬영한다.
나는 이 도구를 1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이 도구를 사용하면서 내 사진은 꽤 많이 바뀌었다. 카메라를 통해 세상의 빛과 접촉하는 방식을 이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 사용하던 카메라에 이런 다이얼이나 조절 버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는 어떤 카메라에서도 조절 가능한 요소다. 다만 이 도구의 특별함은 그 요소들을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상판 위에 미니멀하게 배치했다는 점에 있다. 말 그대로 군더더기가 없다.
눈을 아래로 한 번만 돌리면 지금 내가 어떤 방식으로 빛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설정값으로 세상의 빛과 접촉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의식된다. 그 점이 지난 1년 동안 내 사진을 바꾼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1년 동안 내 사진이 변화한 또 하나의 큰 이유는 50mm 단렌즈 하나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내가 존경하는 브레송에게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내 사진의 90% 이상은 50mm 수동 단렌즈 하나로 촬영한다.
처음에는 굉장히 불편했다. 무언가를 내가 원하는 프레임 안에 담으려면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줌렌즈처럼 손끝으로 거리를 조절할 수 없으니, 내가 직접 앞으로 가거나 뒤로 물러나야 했다.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답답함마저 느껴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답답함이 내 프레이밍 감각을 끌어올려주었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피사체를 어떤 거리감으로 담을 것인지, 어디까지 포함하고 어디서 잘라낼 것인지, 화면 안의 요소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화각에 꽤 익숙해졌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피사체가 어느 정도의 거리로 보일지, 어떤 범위까지 프레임 안에 들어올지 대략적인 감이 온다. 카메라를 눈에 대기 전부터 이미 머릿속에는 어느 정도의 프레임이 그려진다. 결국 하나의 렌즈를 오래 사용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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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채우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네요...

세상이 덜어내도록 놔두지 않는 것 같기도 하구요.^^ 덜어내는 건 항상 어렵습니다.ㅜㅜ 항상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라리님!

라이카 상단의 벗꽃 문양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달아 놓으신 건지, 저렇게 출시된 건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피카소의 소 그림을 저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았는데, 그게 아니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덜어내면서 봐야하는 것이었네요. 아직도 덜어냄이 생소한 사람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즐거운 에세이 읽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는 것도 색다른 시각이네요. 저는 오히려 이렇게 볼 생각은 하지 못했네요......역시 사람은 자기 인식안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것 같네요.^^ 저 사쿠라 햣슈커버는 제가 개인적으로 구매한 제품입니다. 제가 상판을 자주 확인하니 상판을 볼 때마다 기분좋으라고 달아줬습니다.^^ 은세공 장인이 한땀한땀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이라 퀄리티가 꽤 괜찮습니다. 3개월이나 기다려서 받았네요...... 항상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시리즈 영원히 하셨으면...작가님 작품 계속 밸리에서 보고싶어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밸리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어가 보겠습니다.^^

레이카 상단에서 한번에 보는 구조가 인상적이네요. 미니멀리즘! 음주는 포기 못하겠습니다 ㅠㅠ ㅋㅋ

도구가 사람의 인식을 많이 바꾸어주는 것 같습니다.^^ 금주 2년 다되어가는데 정말 추천드립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빼기 위해서는 일단 채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채우면서도 열심히 비워나가야할 것 같습니다. :)

채워야 비워지는 것도 맞는 말씀이네요.^^ 적당히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항상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휴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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