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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 컬러로 보고, 흑백으로 배우다
Parallax[2026 시리즈 연재]

[시리즈 연재] 컬러로 보고, 흑백으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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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2026.06.10조회수 34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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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구독자 462명구독중 33명
사랑니 발치를 사랑하는 구강악안면외과 의사이자, 관찰과 사유를 즐기는 사진가입니다. 반복되는 삶의 표면 아래 숨은 질서와 감정을 포착하며, 시간속에서 천천히 자신만의 시선과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댓글 1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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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당신은 세상을 컬러로 보는가, 흑백으로 보는가?


이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세상을 컬러로 본다고 대답할 것이다. 사실은 둘 다 맞다. 우리는 주변 환경의 밝기에 따라 세상을 컬러로 보기도 하고, 거의 흑백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기도 한다. 잠들기 전 불을 끄고 잠시 방 안을 바라보자. 색은 서서히 사라지고, 명암과 윤곽만 남은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야간에도 인공조명이 끊이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렇게 색이 거의 사라진 세상을 마주하는 일이 오히려 드물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색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도 왜 여전히 흑백사진을 찍는 것일까?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이 질문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세상이 컬러로 보이는데 굳이 흑백사진을 찍는 것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기의 내 사진 작업은 대부분 컬러였다. 내가 실제로 보고 있는 세계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흑백사진도 자주 촬영하고 보정한다. 흑백 작업은 단순히 사진에서 색을 제거하는 일이 아니었다. 색이 사라진 자리에서 빛과 그림자, 형태와 질감, 화면의 균형이 이전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흑백사진을 의식적으로 바라보고 다루는 과정은 오히려 컬러사진을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오늘은 컬러사진과 흑백사진 사이에서 내가 해왔던 고민을 따라가 보려 한다.



색의 인식

인간에게 지식에 대한 열정은 자신의 주목을 끄는 중요한 현상들을 인지함으로써 비로소 일깨워진다. 이러한 흥미가 지속적인 것이 되려면 우리로 하여금 대상들을 점차로 친숙하게 만드는 더욱 내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런 후에야 우리는 그 안에 있는 거대한 다양성을 보게 된다.


-괴테의 색채론 서문 중 -

'파우스트'라는 소설로 유명한 괴테이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색'에 대해 깊이 고찰한 철학자였다. 색채론의 서문에서는 우리가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색)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말하며 시작한다. 당시에도 색은 너무나 당연하게 지각되는 것이기에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보면 꽤나 비과학적인 내용들이 많고 장황한 내용이지만 색채론이라는 책까지 집필한 것을 보면 그의 색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은 누구보다 강했음을 알 수 있다. 색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만, 막상 설명하려 하면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신비로운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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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수많은 구조로 이루어진 빛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다. 특히나 망막에 존재하는 세포들은 빛의 명암과 색을 인식하는데 핵심적인 세포이며 이 세포의 수와 분포에 따라 사람마다 색과 명암을 인식하는 능력이 차이가 난다.

Front. Cell Dev. Biol.,2022


우리 눈에는 간상세포(rod cell)와 원추세포(cone cell)라는 두 종류의 광수용체가 있다. 간상세포는 주로 어두운 환경에서 빛의 밝기와 대비를 감지하고, 원추세포는 상대적으로 밝은 환경에서 색을 구분한다. 원추세포는 반응하는 파장대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뉘며, 이들의 신호가 조합되면서 우리는 다양한 색을 인식한다. 그래서 색맹이 아닌 이상 빛이 충분한 조건에서 우리는 컬러로 세상을 인식한다. 망막에는 대략 9천만 개에서 1억 개 이상의 간상세포와 약 600만 개의 원추세포가 존재한다. 15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수적으로는 간상세포가 압도적으로 많다. 어두운 환경에서 미세한 빛을 감지하는 능력이 진화적으로 생존에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어두운 환경에서는 간상세포만 활성화가 되기 때문에 세상을 흑백으로 보게 된다. 이러한 해부학과 세포생물학의 기반이 없던 시절 괴테의 논의는 사실 지금보면 헛점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세상을 흑백으로도 컬러로도 볼 수 있다.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의 선택을 이야기할 때 이러한 생물학적 차이를 근거로 드는 경우가 있다. 인간의 망막에는 간상세포가 훨씬 많으므로 명암이 색보다 본질적인 감각이며, 따라서 흑백사진이 더 근본적인 사진이라는 주장이다. 당연히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간상세포와 원추세포는 우열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조도 환경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세포 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어느 감각이 더 본질적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흑백사진의 우월성을 피력하기 위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흑백과 컬러 중 무엇이 더 본질적인지를 생물학으로 결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사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인간의 시각에 더 가깝느냐가 아니라, 사진가가 흑백과 컬러의 선택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려 하는가이다. 흑백은 색을 제거함으로써 형태와 명암, 구조를 강조하고, 컬러는 색을 통해 감정과 관계, 시대와 장소를 드러낸다. 둘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의 문제다.



사진의 시작, 절제의 언어 흑백사진

흑백사진은 애초에 기술적인 이유 때문에 만들어졌다. 감광재는 빛의 농도와 유무만을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초기 카메라 기술에서는 색이라는 정보를 담을 기술이 부족했다.

카메라 옵스큐라 1.webp

카메라의 프로토타입인 카메라 옵스큐라. 바늘구멍 사진기라 생각하면 좋다.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온 빛이 어두운 상자 안에 역상의 이미지를 만든다.

Screenshot 2026-06-08 at 2.34.30 PM.png

Joseph Nicéphore Niépce, View from the Window at Le Gras, 1827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해 제작되었고 현재까지 보존된 가장 오래된 사진이다. 최초의 사진이라기보다 가장 오래 보존된 사진이라 보는 것이 맞다. 그냥 철판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밝은 부분에 건물의 실루엣과 나무, 굴뚝 같은 것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주석합금판을 이용해서 촬영했고 노출 시간은 약 8시간이라고 알려져 있다. 초기 사진에서는 감광도가 매우 낮았기 때문에 노출시간이 몇시간은 기본이었다.


1820년대에 사진이 등장한 이후 컬러사진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30년대까지, 약 100년 동안 흑백사진은 사실상 사진의 표준이었다. 컬러 필름이 등장한 이후에도 흑백사진은 오랫동안 예술사진의 주류로 남아 있었다. 컬러사진이 예술로 쉽게 인정받지 못했던 이유는 기술적 한계뿐 아니라, 역설적으로 컬러가 지나치게 대중적이라는 점에 있었다. 컬러사진은 광고, 패션 잡지, 여행 엽서, 관광사진, 가족사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당시 예술은 익숙한 세계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새로운 시선과 형식, 의미를 제시해야 한다는 관념이 강했다. 누구나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컬러이미지는 이러한 예술관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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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For a street photographer like myself, randomness is everything… 나 같은 거리사진가에게 우연성은 모든 것이다… -Joel Meyerowitz- 우연성(randomness)을 견디고,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바꾸는 사진가. 우리는 이들을 거리사진가(Street Photographer)라 부른다. 사실 나도 거리사진을 시도한다. (뒤에는 밸리 최초 공개 사진도 등장한다.^^) 하지만 사진을 찍을수록 거리사진은 참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유는 거장들의 말처럼, 거리사진에는 ‘우연성’이 너무나 많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계량되고 예측 가능한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우연성은 꽤 견디기 힘든 요소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투자를 잘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거리에서는 빛도, 사람도, 표정도, 움직임도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기다렸던 장면은 오지 않고, 준비하지 못한 순간은 갑자기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나는 우연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때로는 약간의 통제와 연출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는 경우가 많다. 완전히 연출된 사진은 아니지만, 완전히 우연에 맡긴 사진도 아닌 지점. 아마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곳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또한 거리사진은 필연적으로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단순히 ‘좋은 장면을 포착하는 일’로만 끝나지 않는다. 사진 속 인물과 사진가 사이의 관계, 다가가는 태도, 그리고 초상권과 윤리의 문제까지 함께 얽히게 된다. 오늘은 거리사진에서의 우연성, 다가감, 그리고 윤리에 관한 이야기다. 우연성과 다가감 Joel Meyerowitz Camel Coat Couple in Street Steam, New York City, 1975 불투명한 수증기 속으로 한 커플이 사라질 듯 말 듯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다. 이 장면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흥미롭다. 오른쪽에는 커플과 비슷한 색의 코트를 입은 행인들이 화면 안에 등장한다. 그 뒤로는 다른 행인의 그림자가 절묘하게 겹쳐지며, 현실의 장면 위에 또 하나의 레이어를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진 안에 사진을 찍은 작가 본인도 등장한다는 것이다. 커플의 다리 쪽에 드리운 그림자가 바로 작가의 흔적이다. 이 그림자를 통해 빛의 방향 또한 유추할 수 있다. 빛은 작가의 등 뒤쪽에서 들어오는 순광이며, 그 빛이 수증기와 인물, 그림자를 한 화면 안에 겹쳐 놓는다. 사라질 듯한 커플, 무심히 지나가는 행인들, 겹쳐진 그림자, 그리고 작가 자신의 흔적까지. 우연히 발생한 거리의 요소들이 한순간에 맞물리며, 평범한 장면을 하나의 작은 이야기로 바꾸고 있다. Joel Meyerowitz Fallen Man, Paris, 1967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넘어진 사람이다. 하지만 이 사진이 재미있는 부분은 그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반응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뒤를 돌아보는 사람, 물건을 옮기던 사람, 연장을 든 채 귀찮다는 듯 넘어진 남자를 건너가는 사람, 그리고 그 장면을 바라보는 군중들. 자세히 보면 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까지도 이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화면 안의 거의 모든 인물이 하나의 예기치 못한 순간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갑자기 벌어진 작은 사건. 이 사진은 그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의 시선과 제스처를 더 흥미롭게 보여준다. 각자의 움직임은 제각각이지만, 모두가 같은 순간에 반응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장면은 마치 등장인물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부여하고 세심하게 연출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림자와 강한 대비가 거의 보이지 않는 점으로 보아 흐린 날 촬영된 사진처럼 보인다. 덕분에 화면의 색들은 더 균일하게 느껴지고, 특정한 빛의 극적인 효과보다 인물들의 동작과 관계에 시선이 집중된다. 강한 명암 대신, 장면 안의 리듬과 반응이 사진의 긴장을 만든다. 만약 이 사진이 연출된 장면이었다면 우리는 같은 감정을 느꼈을까? 아마 조금은 달랐을 것이다. 이 사진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 모든 요소들이 실제 거리에서 우연히 맞물렸다는 데 있다. 넘어진 사람,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 무심히 지나가는 몸짓, 차 안의 관찰자들까지. 통제되지 않은 현실 속에서 이런 장면이 한순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야말로 거리사진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른다. 우연성이 만들어낸 이 사진들은 무려 50년이상 된 사진들이다. 그럼에도 색감이나 표현이 굉장히 세련되게 느껴진다. 1960-70년대 당시에는 컬러사진가들을 약간 천대(?)하는 사진계의 분위기가 있었다.애초에 흑백사진은 다큐멘터리, 스트리트, 순수사진의 전통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Henri Cartier-Bresson, Robert Frank, Garry Winogrand, Lee Friedlander 같은 대가들도 대부분 흑백을 중심으로 작업했다. 그래서인지 당시에는 흑백의 명암과 톤이야말로 사진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사진계 안에 꽤 강하게 남아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조금은 꼰대스러운 생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컬러사진 작업을 꾸준히 이어갔던 Joel Meyerowitz는 지금 사진계의 중요한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사진을 보면 컬러는 단순히 흑백보다 가벼운 표현이 아니라, 거리의 분위기와 시간, 인물의 관계, 우연히 겹친 요소들을 훨씬 더 풍부하게 드러낼 수 있는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두 사진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인물들의 방향에 있다. 위의 사진에서는 사진가가 인물들의 등 뒤에 있기 때문에, 피사체들이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 반면 아래 사진에서는 인물들이 카메라를 마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론적으로는 카메라를 의식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장면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카메라가 아니라, 누군가가 넘어진 사건에 시선을 빼앗겨 있다. 그래서 경직된 포즈나 의식적인 표정 대신, 각자의 자연스러운 제스처가 그대로 드러난다. 말 그대로 우연이 만든 장면이다. 이런 점에서 아래 사진은 거리사진 중에서도 캔디드 샷(Candid Shot)에 가깝다. 캔디드 샷은 인물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포착하는 사진을 말한다.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포착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당장 옆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보면 알 수 있다. 카메라를 의식하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자세와 표정이 경직된다. 웨딩촬영이나 행사촬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쉽게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피사체의 자연스러운 제스처를 담기 위해서는, 그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캔디드 샷의 핵심은 단순히 몰래 찍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가 개입하기 전의 몸짓과 표정, 그리고 현실의 흐름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포착하느냐에 있다. 두 카메라의 차이가 보이는가. 누가 봐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빨간 딱지의 유무다. 라이카가 바보도 아닌데, 왜 굳이 이 작은 딱지 하나로 카메라를 구분해놓았을까. 두 모델의 스펙은 저장용량 빼고는 동일하다. 이는 카메라가 인물들에게 인식되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물론 빨간 딱지가 없다고 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아무도 모른다는 뜻은 아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향하는 순간, 사람들은 결국 의식하게 된다. 다만 그 인식의 속도와 강도를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나름의 고집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것을 개똥철학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리사진을 찍어보면 이런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거리에서는 카메라가 작고 존재감이 작아질수록 사진가의 존재감도 함께 작아진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거리사진가들도 저 빨간 딱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빨간딱지를 검은색 테이프로 가리는 사진가도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눈에 띄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중에게도 빨간 딱지는 곧 라이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빨간 딱지가 붙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순간, 단순히 카메라를 든 사람이 아니라 ‘라이카를 든 사진가’로 보이기 쉽다. 그러면 묘한 시선이 따라붙는다. “얼마나 사진을 잘 찍나 보자”는 식의 감시 아닌 감시를 받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솔직히 이런 시선은 꽤 부담스럽다. 나 역시 그래서 빨간 딱지가 없는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아주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거리에서는 이런 작은 비가시성이 때로는 촬영자의 마음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준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주 멀리서 대포 같은 망원렌즈로 찍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다. 물론 피사체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만드는 것만 생각하면, 망원렌즈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피사체가 촬영자를 알아차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거리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들키지 않는 것이 아니다. 멀리서 찍게 되면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에 원치 않는 요소가 개입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나무가 가리거나, 지나가는 사람이 장면을 막거나, 자동차나 간판 같은 요소가 프레임을 어지럽히는 식이다. 우리는 언제나 넓은 공터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멀리서 찍은 사진은 현장감이 제한되기 쉽다. 거리사진에서 말하는 현장감은 단순히 사건을 기록했다는 뜻이 아니다. 사진가가 그 장면 안에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인물과 공간의 긴장감 속으로 얼마나 들어갔는지와도 연결된다. 가까이 다가갔을...

[시리즈 연재]아름다움은 당신 앞에 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했던가. AI가 생성한 일러스트인데 마치 나를 보는 것 같다......^^ 시작하며... 고향은 지방이지만, 대학교 시절부터 전공의, 봉직의 생활까지 거의 15년을 서울에서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지역으로 내려와 지낸 지도 7년째다. 이제는 지방의 삶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서울은 오랫동안 머물며 살았던 공간임에도, 요즘은 서울에 갈 때면 마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최근 북촌과 삼청동에 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곳이 해외인지 우리나라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였다. 카페 안에도 외국인이 많았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나오고 한국 음식까지 널리 알려진 것을 보면, 이제 우리나라도 명실상부한 문화강국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하다. 내가 사는 곳에서도 가끔 배낭을 멘 외국인 여행자들을 마주치곤 하는데, 이제는 서울을 넘어 지방까지 찾아오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나는 이런 현상을 마주할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사는 곳, 나에게 익숙한 곳이 이사람들에겐 여행지구나. 그리고 이런 감각은 해외에 나갔을 때도 문득 찾아온다. 내가 여행자로 머무는 그곳에서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여행온 이 곳이 이 사람들에겐 일상이구나. 익숙함과 새로움 그리고 뇌의 변화 실제로 이런 과정은 뇌의 물리적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Quent et al., Nat Commun, 2026 실험자를 fMRI 위에 눕혀놓고 가상공간을 돌아다니게 한 뒤 측정한 뇌영상 사진이다. 어두운색이 익숙한곳, 붉은색이 새로운 곳을 방문했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다. 새로운 장소와 익숙한 장소를 다녔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일상의 공간에 무뎌지는 것은 뇌의 활성부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화의 오류를 감수하고 말하자면, 여행은 같은 자극에 익숙해진 뇌를 새로운 환경에 놓아두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장소와 낯선 감각은 뇌에 일종의 environmental enrichment, 즉 환경풍부화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평소와는 다른 신경 회로와 뇌 부위를 활성화한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과학적 근거 위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뒤따른다. 익숙한 환경 속에서 새로움을 찾으려는 노력, 혹은 익숙한 사물을 다른 맥락에서 바라보려는 태도는 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행위는 과연 뇌에 어떤 영향을 줄까. 흥미로운 질문이지만, 안타깝게도 이와 관련된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가깝다. 아마도 실험 설계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익숙함’으로 볼 것인지, 무엇을 ‘새로움’이나 ‘재맥락화’로 볼 것인지 기준을 정하는 일부터가 몹시 모호하다. 이런 점에서는 명상 연구가 안고 있는 어려움과도 닮아 있다. 명상이라는 상태를 개인의 수준에서 정의하고 측정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익숙한 것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노력은 예술가의 중요한 소양 가운데 하나다. 문학에서는 그것이 ‘시’라는 압축된 일상 언어로 나타나고, 회화에서는 색과 질감을 통해 평범한 장면을 특별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결국 예술은 언어가 특별해서, 혹은 물감이 특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익숙한 요소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떤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느냐가 핵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려는 반복된 노력 속에서 길러진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뇌 구조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새로움을 찾으려는 지속적인 태도와 훈련이 뇌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Arkhipova et al., Front. Hum. Neurosci.,2026 다양한 예술 분야의 예술가들과 비예술가의 뇌를 비교했을 때, 신경망 구조에서 차이가 나타날 수 있음을 정리한 리뷰 논문이다. 최근에는 창의성과 예술성을 뇌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듯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단서일 뿐이다. 이를 과학적 인과관계의 수준으로 말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나는 개인적으로, 일상을 재맥락화하는 과정이 뇌의 구조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을 믿고 있다. 이런 태도를 의식적으로 갖게 된 뒤부터 내가 바라보는 세계의 맥락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무심히 지나쳤을 장면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일상 속에서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을 발견하는 일도 점점 수월해졌다. 어쩌면 1년가량의 의도적인 노력과 습관화를 통해 내 시지각의 연결성이 조금씩 달라졌는지도 모른다. 물론 과학자로서 이런 근거 없는 ‘뇌피셜’을 말하는 일이 다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플라시보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니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직관 정도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뇌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이제는 내가 실제로 일상에 사진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일상 속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장면이 숨어 있다. 특별한 장소에 가지 않아도,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좋은 장면은 늘 가까이에 존재한다. 사진을 찍지 ...

[시리즈연재]사진 실력, 1만 시간 투자하면 정말 늘까?

시작하며... 나는 사진을 잘 찍고 싶다. 그래서 촬영을 하고, 보정을 하고, 타인의 사진을 감상하고, 예술 작품을 보며 그것을 사진에 적용해보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몇 가지 질문에 머물게 된다.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이 정말 내 사진에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내 실력은 과연 늘고 있는 걸까. 애초에 사진 실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들을 자주 하게 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내 사진은 분명 달라졌다. 하지만 1주일 전의 사진과 지금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생각만큼 큰 차이는 잘 보이지 않는다. 변화란 아주 조금씩 진행되기 때문에, 그 순간에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그 변화가 늘 선형적으로 쌓이는 것도 아닌 듯하다. 지난 1년의 시간 역시 매일 조금씩 고르게 변한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시기나 강렬한 통찰을 계기로 한 번에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변화를 분명하게 인지한 순간도 있었고, 반대로 무엇이 바뀌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채 시간이 지나간 적도 있었다. 투자 수익률을 이야기할 때 변동성을 견디는 예시로 많이 사용되는 짤이다. 하지만 이는 투자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일들에 적용되는 좋은 짤이라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내가 투자한 시간만큼 무언가 성과를 얻기를 바란다. 내 노력, 노동의 댓가를 그대로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세상은 운과 불확실한 요소들의 영향을 너무나 많이 받는다. 운도 실력이라 단순히 말하기도 하지만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Not surprisingly, when you look out into the world … both skill and luck are contributing. The real question is, in what proportion?” 세상 대부분의 결과에는 실력과 운이 함께 작용한다. 진짜 질문은 ‘그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 다’ -마이클 모부신- Title: Cloudbulbs 내가 1년쯤 전에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을 시작으로 나는 하늘을 대상으로 한 연작, 그러니까 인위성과 우연성이라는 주제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 사진에는 밝기와 대비만 조절했을 뿐, 크롭이나 형태의 변형, 무엇을 지우거나 추가하는 작업은 전혀 하지 않았다. 두 조각의 구름이 두 개의 전등갓과 겹쳐 보이는 이 우연은 아무리 생각해도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장면을 찍은 것은 분명 나지만, 나는 다시는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이 사진을 과연 내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사진을 찍은 뒤 한동안 사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다시는 이런 사진을 찍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그리고 사진이란 결국 우연의 산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허무함이 마음 깊은 곳까지 밀려들었다. 하지만 이 장면 자체는 다시 찍을 수 없더라도, 그 이후에도 나는 이에 못지않은 좋은 사진들을 여러 장 찍었다. 결국 지금의 내 결론은 이렇다. 우연이든 실력이든, 그것이 발휘될 기회는 결국 많은 시도 속에서만 생긴다. 그러니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그냥 닥치고 찍을 뿐. 1만시간의 법칙에 대한 오해 이런 바람, 이를테면 시간 투자와 실력 상승이 곧바로 비례할 것이라는 믿음이 투영되어 대표적으로 오해된 것이 이른바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일정 수준의 성취를 이룬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에 대략 1만 시간 정도를 투자했다는 이야기인데,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렇게 받아들였다. 1만 시간이라는 충분한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좋은 실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바로 그 ‘만’이라는 생각이 문제를 만든다.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동일하게 흐르고, 무언가에 들인 시간은 겉으로 보기에는 선형적으로 축적된다. 그래서 사람은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언가를 해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핵심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 했는지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있다. 오해의 시작이 된 논문의 그래프. 이 그래프는 피아니스트의 나이에 따른 연습에 투자시간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누적연습량이 실력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이 그래프만 보면 시간을 많이 투자한 것이 실력의 독립변인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의 '시간'은 '의도적인 연습시간(Deliberate Practice)'라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그냥 “단순반복”이 아니라, 실력 향상을 목표로 설계된 훈련을 해야한다. 이 훈련의 특징은 현재 약점을 겨냥한 과제, 즉각적이고 정보가 되는 피드백(교사·코치·결과지표), 집중을 요구하는 반복, 방법/전략을 계속 수정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포함한다. 중요한 것은 의도적 연습은 본질적으로 “힘들고, 그 자체가 즐겁기보다는 ‘실력향상’ 때문에 하는 활동”에 가깝다 는 점이다.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이 내용에 대해서 이 논문의 저자가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He misread that as every one of them had spent at least 10,000 hours, [as if] somehow they passed this magical boundary. 말콤글래드웰은 “그들 모두가 최소 1만 시간을 썼고, 마치 어떤 마법 같은 경계선을 넘어선 것처럼” 말했다. He was citing our work, but...

[시리즈연재]사진 감상에 재미를 더해보자.

시작하며... 오늘의 주제는 대립(Opposites)과 병치(Combination) 그리고 정보량(visual complexity)이다. 『사진으로 읽는 예술의 틀』에서 사진을 예술로서 감상하는 법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는 사진과 예술을 감상하는 법의 개론같은 내용이었다면 오늘 내용은 각론에 해당할 수 있겠다. 내 글을 읽고 사진을 직접 찍고 실력을 늘려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이쯤에서 내 글의 효용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본다. 사진은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매체다. 그렇다면 ‘좋은 사진’에 대한 예시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촬영까지 해내는 건 결국 사진가의 몫이니 잠시 미뤄두더라도, 일상 속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매체를 이해하는 순간 세상을 보는 재미는 분명 더 커질 것이다. 사진 속에서 대립과 병치를 발견하는 일은 사진 감상의 큰 즐거움이다. 많은 사진에서 이야기와 맥락은 결국 이 두 요소가 맞물리며 생겨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은 즉각적으로 와닿는 예시들을 통해 이 개념들을 풀어보려 한다. 사진 시리즈인 만큼, 흥미로운 사진들을 함께 소개하며 보는 안목을 넓히는 것 또한 이 시리즈의 목표 중 하나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병치(Combination)에 관하여 병치는 말보다 사진으로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를 것이다 . Serendipity, Vineet Vohra, 2024 머리에서 무언가 피어오르는 것을 연상시키는 사진이다. 새 무리가 날아드는 찰나를 인물의 머리와 이어지도록 배치했다. 서로 무관한 대상이 연결되는 순간, 우리는 그 사이에서 기발함과 창의성을 감지한다. 이 사진은 바로 그 작동 방식을 단 한 장의 이미지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601, 김지훈, 2024 이 사진은 아예 머리와 연기를 병치하여 무언가 피어오르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Maria, Michal Hudec, 2025 멀리있는 나무의 원근과 흑백을 이용하여 창의적인 사진을 찍었다. Serendipity, Vineet Vohra, 2024 병치의 대상은 형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사진은 색의 유사성을 병치시켜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화면에서 붉은빛이 새의 머리인지 수도꼭지인지 모호하도록 화면 전체에 걸쳐 색을 배치했다. Serendipity, Vineet Vohra, 2024 꼬리에서 레이저가 나가는 것 같은 장면이다. 이런 병치는 유머를 만들어낸다. Turn Around the Sky, 2025 내가 촬영한 병치사진이다. 표지판이라는 기호와 비행운의 유사성을 병치시킨 사진이다. 마치 비행기에게 유턴을 하라는 의미로 읽혀지기도 한다. 어떤가, 재미있지 않은가. 내가 소개한 사진은 무수한 병치 사진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병치를 즐겨 쓰는 작가도 꽤 많다. 나 역시 구름과 구조물을 엮는 병치를 계속 시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얼핏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진처럼 보이지만, 실제 촬영은 꽤 까다롭다. 일상의 구성요소를 한 번 해체한 뒤, 그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연관성을 찾아 다시 조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찰력이 충분히 단련되지 않았다면 쉽게 찍기 어렵다. 우리는 찍혀 있는 사진을 보며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막상 “직접 찍어보라”고 하면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단 한 장도 건지기 힘들 것이다. 대립(Opposites)에 관하여 병치는 사진에 재미, 유머, 창의성을 불어넣는다면, 대립은 사진 속에 긴장을 만든다. 물론 그 긴장 자체가 의미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대립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현실과 비현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노인과 아이, 곡선과 직선, 질서와 무질서 등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대립의 개념이 사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더 나아가 사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진 속에는 대립이 하나 이상 숨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단순한 예로, 빛의 대비(contrast)만 보아도 밝음과 어둠이라는 대립이 즉시 성립한다. 그래서 사진에서 ‘대립’을 다룰 때는, 감상자가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해체’해보는 방식이 오히려 재미있다. 이 장면에 숨은 대립은 무엇일까, 어떤 긴장이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까—그 질문을 품고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Jesse Marlow 아래 내 해설을 읽기 전에 이 사진에서 대립의 갯수를 찾아보라. 왼쪽의 두 사람과 오른쪽의 두 사람을 축으로 대립을 배치한, 꽤 영리한 구성이다. 사진은 “대립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으로 드러내지 않고 화면의 구조로 먼저 암시한다. 정중선을 ...
[2026 시리즈 연재]
2026. 0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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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시리즈 연재] 거리사진의 우연성, 다가감 그리고 윤리
[2026 시리즈 연재]
2026. 04.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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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연재]아름다움은 당신 앞에 있다.
[2026 시리즈 연재]
2026. 0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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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연재]사진 실력, 1만 시간 투자하면 정말 늘까?
[2026 시리즈 연재]
2026.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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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연재]사진 감상에 재미를 더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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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창이
2026.06.10

흑백 사진, 컬러사진을 선택하신 이유들을 듣고 사진을 보니 이해가 더 잘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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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300+작성자
2026.06.10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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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맨
2026.06.11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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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300+작성자
2026.06.11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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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yru
300+
2026.06.11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흑백과 컬러라는 키워드로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전개하시는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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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300+작성자
2026.06.11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금요일이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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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
2026.06.11

말씀하신대로 흑백사진이 질감, 구도 같은 부분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도 무언가를 더하는 것보다 무엇을 뺄 지 결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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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300+작성자
2026.06.12

미니멀리즘의 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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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
300+
2026.06.12

경험하는 자아가 되어보라는 가르침이 녹아있는 좋은 글과 사진입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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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300+작성자
2026.06.15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주도 건강하고 즐거운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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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al
2026.06.13

"당신의 삶에 버려 마땅한 기억은 없다. - WSAJ"

오늘도 좋은 칼럼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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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300+작성자
2026.06.15

월가아재님의 명언이지요.^^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주도 건강한 한주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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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몬
2026.06.14

으어ㅓㅓㅓㅓㅓ 매번 느끼지만 글 내용과 사진의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시리즈 연재 오래오래 해주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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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300+작성자
2026.06.17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 연재는 시리즈연재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앞으로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계속 써내려가야하는 저의 성찰문에 가깝습니다. 연재가 끝나더라도 사진에 관한 글은 계속 쓸 예정입니다.^^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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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무새
2026.06.16

감사히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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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inshar
300+작성자
2026.06.17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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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서바이벌
300+
2026.06.25

너무 멋진 사진들에 감탄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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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비
2026.09.08

"사람은 쉽게 파악되는 것에 끌린다." 다는 문장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지금의 내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무언가는 과거의 내가 쌓아온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