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옷장엔 애매한 것만 남는다.
내 몸에 맞고 손이 잘 가는 것들은 옷장에 들어갈 겨를이 없다. 언제나 걸치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런 옷들은 또 빨리 닳아 버리기 때문에 빨리빨리 쓰고 빨리빨리 낡아서 버리게 된다.
반대로 나에게 전혀 맞지도 않고 도저히 어떻게 써먹을 수 없다 싶은 것들은 애초부터 나에게 들어오지 않거나, 들였다 해도 빨리 보내버리기 마련이다. 내가 이걸 쓸 일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일찌감치 중고로 팔아버리거나 그냥 버려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애매한 것들은 살아남는다. 그냥 버리기엔 여러가지 이유로 아까운데, 그렇다고 그냥 쓰자니 그러기도 애매한 것이다. 뭔가 돈좀 들여서 샀던 옷이지만 지금 몸에 맞지 않아서 옷장에 두는 옷이라던지, 예전에 잘 입었지만 요새 입기엔 좀 올드해서 두는 옷이라던지.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을 ...



